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기획(○)
수원의 달걀, 대구의 생선, 울산의 아이스크림.
상징적인 3개의 사건을 통해 저희는 ‘범죄의 쳇바퀴’를 비춰보고자 했습니다. 이 사건의 범인들은 모두 범행 직전 며칠을 굶었고, 죽지 않기 위해 먹을 것을 훔쳤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3명의 절도 누범이 교도소에 갇혀 지낸 시간은 30년이 넘었습니다.
○ 코로나19의 그늘, 우리가 미처 몰랐던 ‘구운달걀 18개’ 절도범의 이야기
지난 6월 수원지법 형사단독 재판정.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이 사건은 단순한 절도였습니다. 이런 범죄는 매일 이곳에서 다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취재를 할수록 뭔가 이상했습니다. 저희가 경찰, 검찰, 국선변호인, 판결문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확인한 사건 내막은 이랬습니다.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하던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47살 이모 씨가 구운 달걀 18개를 훔쳐 먹었습니다. 겨울철 비수기에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건설현장 일감이 끊겼고, 무료급식소까지 모두 문을 닫았을 때였습니다.
담당 형사는 이 씨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열흘을 굶었다”는 이 씨는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가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은 ‘짬뽕 한 그릇’. 허겁지겁 국물을 들이키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고도 했습니다.
이 씨는 절도 전과 9범이었습니다. 판결문을 어렵게 입수해보니, 그가 10년 동안 훔친 물건은 고물상 앞에 놓인 구리전선, 손수레, 동파이프 같은 쇠붙이였습니다. 금액으론 약 700만원 어치. 이걸로 도합 13년 옥살이를 했습니다.
반복 절도니까 법대로 ‘특정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형법상 ‘야간침입절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선처의 여지를 남긴 겁니다. 검찰은 적용 법조를 바꿨습니다. 동종전과가 많기 때문에 ‘특가법’으로 바꿨습니다. 검사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법대로 한 겁니다.
저희는 그의 삶의 궤적을 쫓았습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16살에 사회로 나왔습니다. 한때 택배기사를 하기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키 160cm, 몸무게 45kg 그에게 힘에 부쳤던 겁니다. 일용직 잡무도 겨우겨우 얻었습니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까지 당했습니다. 달걀 범행 CCTV에서도 한 쪽 다리가 불편해보였습니다. 그렇게 고시원을 전전하던 그에게 누구도 ‘기초생활수급’ 제도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흔한 잡범. 급기야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의 통장까지 팔았습니다. 하지만 갱생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도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구운 달걀에 손을 댔습니다.
도둑질이 정당화 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사건에서 ‘범죄의 쳇바퀴’를 보았습니다. 사회적 무관심 그리고 바로 ‘특가법’ 동력으로 굴러가는 쳇바퀴였습니다. 보도 후 법원은 이례적으로 선고를 미루고 직권으로 양형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씨는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판사는 두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첫째, 이 씨가 배가 고파 저지른 범죄임을 인정한다. 둘째, 현행 특가법에 누범은 징역형이 불가피하다.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없다. 그래서 판사가 형을 감경해 최저 형량인 1년을 선고한다.
○ 대구의 생선 장발장...울산의 아이스크림 장발장
코로나 장발장은 전국 곳곳에 있었습니다.
달걀 장발장 범행과 비슷한 시기, 대구의 50대는 사흘을 굶다 시장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생선을 훔쳤습니다. 일터에서 다치고 생계가 막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역시 절도 전과 누범이었습니다. 하지만 달걀 장발장과 결말은 달랐습니다.
검사는 그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실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그를 조사한 후 주민센터로 데려갔고, 처음 기초생활수급자가 됐습니다. 주위 도움으로 일자리까지 얻은 그는 더 이상 굶지 않게 됐습니다. 판사가 아닌 검사의 재량에 따라, 실형 여부가 결정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울산 장발장 역시 6차례 동종 전과가 있습니다.
지병인 당뇨에 며칠을 굶다 저혈당 쇼크가 오자, 마트를 찾아가 아이스크림부터 꺼내먹었습니다. 잡힐 줄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의 판사는 이례적인 결정을 했습니다. 재판을 멈추고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벌금도 집행유예도 없는 특가법 조항이 너무 가혹하단 겁니다. 판사는 위헌제청 결정문에서 이런 가혹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 없음. 타 매체 반향은 별첨함
4. 사회에 끼친 영향
○ 현직 판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조항 위헌제청
보도 후, 울산지법과 의정부지법은 특가법 제5조의4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함.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현직 판사가 이 법률에 대해 위헌 청구를 한 것은 이번이 최초임
○ 현직 의원의 특가법 개정안
보도 후,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발장 잡는 특가법의 독소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함. 현재 법안심사소위 논의 중임.
○영치금 330원에 쏟아진 온정의 손길
이 씨가 머물던 고시원 주인은 “이 씨의 짐은 양말 몇 켤레와 티셔츠 한 장 뿐”이라고 했습니다. 수원구치소에 확인한 결과 이 씨의 영치금은 330원. 그의 전 재산은 고시원 달걀 1개 값이었습니다. 관련 보도 후, 영치금을 보내고 싶다는 시청자 문의가 빗발쳤고 국선변호인의 도움으로 가상계좌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씨는 국선변호인을 통해 “눈물이 나고 감사해서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전해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및 보도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63회 전체 총평
이번 제36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66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5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 마지막 회의를 거쳐 7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뽑혔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선 경향신문의 <추미애, 법무부 감찰규정 ‘기습’ 개정>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언론이 특정 진영에 서서 편향되지 않고 절제된 자세로 감찰 규정의 편법 개정을 끈질기게 추적해 보도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이 기사가 수상작이 될 경우, 정치적으로 ‘어떤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중심을 잡은 용기있는 보도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경제보도부문에선 SBS의 <‘눈먼 돈’ 된 중소벤처기업부 비대면바우처플랫폼 예산>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예산 관련 기사는 자칫 보도자료에 의존하기 쉬운데 이를 파고들어 낭비성 예산의 삭감까지 이끌어낸 ‘결과 있는 보도’였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전수조사라는 사후 대책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보도 기능에 충실한 수작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보도와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보도가 공동 수상했다. <비공개 내규> 보도의 경우, 검찰의 각종 규정은 존재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함구가 더 많았던 것이 현실이었는데 이러한 검찰 비밀주의를 환기시키고 이에 대한 함의도 잘 짚어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소년범> 보도도 엄벌주의가 과연 능사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던져준 것으로 심층성 높은 보도를 통해 현재의 문제와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잘 짚어낸 작품으로 평가됐다.
이번 심사에서는 아깝게 탈락했지만, 동아일보의 <극과 극이 만나다> 보도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상대의 얘기를 듣지 않는 한국적 풍토속에서 ‘서로 다른 입장의 얘기’를 흥미롭게 대비시키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역지사지라는 울림을 만들어내게 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국산둔갑 軍 CCTV 문제점> 보도는 기자가 의식을 갖고 집중적으로 탐구한 흔적이 돋보인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나왔다. 단순히 군 장비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인식에 그치지 않고 사안을 끈질기게 추적, 중국산 사용으로 인해 야기될 충격적 내용의 군사보안문제까지 두루 살펴냄으로써 기자의 감시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인천일보의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보도는 상업적 시설에만 집중돼 선택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근대 건축물 보도를 ‘전수조사’ 방식으로 접근, 전체에 대한 조망력이 돋보였다. 또 이를 통해 근대 건축물 재생 정책에 대한 제언도 제시함으로써 제대로 된 방향성을 일궈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춘천이 출품한 <70년 비극의 씨앗…그리고 2880> 보도가 수상했다. 대한민국이 캄보디아 등 해외 지뢰 제거 사업에도 나서는 상황에서 여전히 국내에 지뢰 피해로 인한 고통이 남아있다는 점을 집중 조명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국가가 팔짱을 끼고 방치해온 영역을 집중 조명 형태로 잘 드러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