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0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도심 한복판에서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주점 업주 2명을 적발했다는 단신 기사를 취재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점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도박 개장’ 혐의가 적용됐어야 할 사안에 경찰은 처벌 강도가 약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이었습니다. 주점에 포커(홀덤) 테이블을 설치해 놓은 것을 문제삼았을 뿐, 도박 행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행위를 눈 감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달 가까이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관심을 갖고 보니 그동안 평범한 주점으로만 생각했던 카지노 주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번화가 한복판에도, 주택가에도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수소문한 끝에 지인의 지인인 업계 관계자를 소개받아 속사정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가 들려준 얘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번에 수백만원, 하루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도박판이 아무렇지도 않게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얘기에 직접 현장을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손님인 척 가장해 찾아간 카지노 주점은 더 이상 주점이 아니었습니다. 술은 장식일 뿐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도박을 한다는 사실도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주점에 들어서자마자 종업원은 참가비(판돈) 안내를 했고, 돈을 지불하면 일정량의 칩을 제공했습니다. 이 칩을 잃을 때까지 게임은 계속 됐습니다. 당시 참가비는 1인 최대 20만원, 12명까지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판돈 240만원짜리 도박판 4개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해당 카지노 주점이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고도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지 더욱 깊이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업계 관계자와 방문 경험이 있는 지인, 경찰, 지자체, 도박중독센터 등을 통해 영업 구조와 단속 대비 시나리오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①주점이라는 합법적인 외형을 갖추고 ② 현금이 아닌 칩으로 게임을 하면서 ③ 단속이 나올 경우 ‘재미를 위해 경품을 제공했다’는 논리로 ④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만 인정하는 수법이었습니다.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면 도박과 달리 업주만 처벌할 뿐 도박을 한 손님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됩니다. 업주가 모든 것을 떠안으니 손님 입장에선 처벌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불법 도박을 할 수 있는 도박장이 마련된 셈이었습니다. 업주들은 이러한 도박장을 제공해준 대가로 판돈의 30~40%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도박 테이블 4개를 운영하는 주점이 기본 판돈으로 8시간 운영되는 것을 가정하면 하루에만 2천만원 넘는 수익을 내는 구조였습니다.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업주는 모든 것을 돈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막대한 수익에 비하면 감당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형사처벌은 바지 사장을 내세워 벌금으로 해결하고, 행정처분인 영업정지도 과태료를 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특히 영업정지를 갈음하는 과태료 액수는 매출액을 근거로 산정되고 있었습니다. 도박장 수익은 필연적으로 정상적인 매출 신고에서 누락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탈세 행위가 적발시 과태료를 적게 낼 수 있는 ‘혜택’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탈세로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는 셈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실제 업주들이 어떤 방식으로 탈세를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업주들이 적발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손쉬운 식품위생법만을 적용해 ‘면피’만 하고 있는 단속 기관의 의지도 문제지만 그들이 토로한 현실적인 어려움도 균형감 있게 다루고자 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한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진단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내부 사정을 상세히 알려준 취재원이 있지만 동종업계에서 일하고 있어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익명을 사용했습니다. 기타 특이사항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단독 기획기사로 타 매체 반향은 없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도박으로 인한 폐해는 당사자는 물론 우리 사회를 좀먹게 합니다. 그런 도박장이 합법을 가장해 우리 생활 깊은 곳까지 파고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 실태와 문제점을 심도 있게 보도하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특히 불법 도박이 벌어지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단속기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박장의 편법․불법 운영 실태와 구멍난 법․제도 등의 문제를 확인해 제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 기사가 보도된 이후 광주지방경찰청은 보도 대상이 됐던 주점들 중 1곳에서 관계자 3명을 체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광주지검 역시 내사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광주지방경찰청은 법․제도 개선을 위해 식품위생법 소관 부처인 식약처 등에 카지노 주점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건의할 계획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폭넓은 취재를 통해 불법 도박장으로 변질돼버린 이색 주점의 실태와 심각성을 드러내고 그 이면에 숨겨진 문제를 심도 있게 보도함으로써 사회적 관심과 제도 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이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 피신청사항 등 기타 고려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3회 전체 총평
이번 제36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66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5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 마지막 회의를 거쳐 7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뽑혔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선 경향신문의 <추미애, 법무부 감찰규정 ‘기습’ 개정>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언론이 특정 진영에 서서 편향되지 않고 절제된 자세로 감찰 규정의 편법 개정을 끈질기게 추적해 보도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이 기사가 수상작이 될 경우, 정치적으로 ‘어떤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중심을 잡은 용기있는 보도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경제보도부문에선 SBS의 <‘눈먼 돈’ 된 중소벤처기업부 비대면바우처플랫폼 예산>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예산 관련 기사는 자칫 보도자료에 의존하기 쉬운데 이를 파고들어 낭비성 예산의 삭감까지 이끌어낸 ‘결과 있는 보도’였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전수조사라는 사후 대책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보도 기능에 충실한 수작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보도와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보도가 공동 수상했다. <비공개 내규> 보도의 경우, 검찰의 각종 규정은 존재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함구가 더 많았던 것이 현실이었는데 이러한 검찰 비밀주의를 환기시키고 이에 대한 함의도 잘 짚어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소년범> 보도도 엄벌주의가 과연 능사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던져준 것으로 심층성 높은 보도를 통해 현재의 문제와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잘 짚어낸 작품으로 평가됐다.
이번 심사에서는 아깝게 탈락했지만, 동아일보의 <극과 극이 만나다> 보도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상대의 얘기를 듣지 않는 한국적 풍토속에서 ‘서로 다른 입장의 얘기’를 흥미롭게 대비시키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역지사지라는 울림을 만들어내게 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국산둔갑 軍 CCTV 문제점> 보도는 기자가 의식을 갖고 집중적으로 탐구한 흔적이 돋보인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나왔다. 단순히 군 장비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인식에 그치지 않고 사안을 끈질기게 추적, 중국산 사용으로 인해 야기될 충격적 내용의 군사보안문제까지 두루 살펴냄으로써 기자의 감시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인천일보의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보도는 상업적 시설에만 집중돼 선택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근대 건축물 보도를 ‘전수조사’ 방식으로 접근, 전체에 대한 조망력이 돋보였다. 또 이를 통해 근대 건축물 재생 정책에 대한 제언도 제시함으로써 제대로 된 방향성을 일궈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춘천이 출품한 <70년 비극의 씨앗…그리고 2880> 보도가 수상했다. 대한민국이 캄보디아 등 해외 지뢰 제거 사업에도 나서는 상황에서 여전히 국내에 지뢰 피해로 인한 고통이 남아있다는 점을 집중 조명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국가가 팔짱을 끼고 방치해온 영역을 집중 조명 형태로 잘 드러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