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추미애, 법무부 감찰규정 '기습' 개정 경향신문
추미애, 법무부 감찰규정 '기습' 개정
경향신문 사회부 허진무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상황을 지나며 자신이 법조기자인지 정치부 기자인지 혼란스러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촛불 정부의 지지를 받아 지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던 특수통 검사들은 청산해야 할 적폐가 됐고,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불렀던 윤 총장은 헌정사상 최초로 징계를 받은 현직 검찰총장이 됐습니다. 검찰에 대한 말들이 너무 많고 쉽게 바뀌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사회부 법조팀에 지난해 3월 발령받아 법무부와 검찰을 취재했지만 지금도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아마도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퇴진이 검찰개혁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윤 총장을 감찰할 만하다면 감찰해야 하고, 징계할 만하다면 징계해야 합니다. 다만 대통령이 말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는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취재팀은 정의로운 결과를 실현하려는 과정이 공정했는지 따져 보도했습니다.
윤 총장의 감찰과 징계를 보도하면서 누구의 편이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썼지만 결국 너는 누구의 편이라고 공격을 당했습니다. 차라리 누구의 편이 되면 편하겠다는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내가 세상에 거는 말들이 과연 들리기는 하는지 의심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달의 기자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 편도 아니라고 아무도 듣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위로와 격려가 됐습니다. 말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기자가 되려고 합니다. 믿음직한 동료인 정희완 선배와 이보라 기자와 함께 취재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열심히 취재하겠습니다.
국산 둔갑 軍 CCTV 문제점 YTN
국산 둔갑 軍 CCTV 문제점
YTN 사회부 김우준 기자
자료 하나 받기 쉽지 않았습니다. 국방 경계를 담당하는 CCTV인 만큼 군은 보안 유지를 내세우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육군 측에 납품된 CCTV 부품 자료를 얻기 위해 수 개월간 국회를 들락거렸고, CCTV에 들어간 중국산 부품을 찾기 위해 중국 CCTV 업체 사이트를 매일 같이 뒤졌습니다. 국산 CCTV 업체가 받은 KC 인증을 하나하나 살펴본 결과, 국내 업체가 유독 특정 중국 업체에서 부품 수입을 많이 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중국 업체를 추적해 국내 업체가 국산이라고 주장한 카메라와 똑같이 생긴 중국산 제품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YTN 보도 이후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산 둔갑 문제’는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부품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며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한 달간 조사 끝에 ‘중국발 악성코드 통로가 발견됐다’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이 중국 부품을 사용해선 안 된다며 경고한 일이 실제로 펼쳐진 겁니다. ‘중국발 악성코드’로 놀란 군은 들여오는 장비에 대한 부품도 검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는 내년 예산에 군 장비 속에 들어 있는 중국발 악성코드를 찾아내기 위한 예산을 따로 배정했습니다. 자료 하나 얻기 어려웠던 만큼 손에 들어온 팩트 하나, 하나 소중히 다뤘습니다. 팩트를 짊어진 무게감이 느껴질 때쯤 권력을 겨냥한 기사도 그만큼 묵직해졌음을 몸소 배웠습니다. 여름에 시작한 취재가 한겨울이 돼서야 빛을 발했습니다. 긴 시간 비판의 날이 무뎌지지 않도록 벼려준 사회부장, 데스크, 캡 그리고 사건팀 동료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눈먼 돈' 된 중기부 비대면 바우처 플랫폼 예산 SB…
'눈먼 돈' 된 중기부 비대면 바우처 플랫폼 예산
SBS 경제부 노동규 기자
야구에 비유하자면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는 보도자료는 일종의 ‘무관심 도루’다.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황서 주자는 전력 질주하지만 배터리는 굳이 견제할 필요를 못 느끼는 상황. 출입기자로서 받아드는 중기부 보도자료가 딱 그렇다. 부처는 뭔가 거창하게 일 벌리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자 뛰는데(배포), 기자가 견제구(기사화)를 던지기엔 허탈한 경우가 많다.
가령 이런 식이다. 간단히 ‘○○ 회의 개최’라고 제목 달고 개최 이유와 요지를 설명하면 될 것을 굳이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의 ◇◇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선다!”고 쓴다. 기실 내용은 당장 기사화하기 애매한 미래 사업 방침이나 장관·부처의 단순 동정 소개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양도 압도적이어서, 대개 기자들의 ‘기획’을 거치지 못 하고 그저 인터넷용 단신이나 귀퉁이 1단 기사 정도로 소화되는 게 보통이다. 나 역시 쏟아지는 보도자료를 꼼꼼히 뜯어보지 않고 그저 그렇게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보도는 이런 반성에서 나왔다. 그간 ‘무관심 도루’로 여겼던 것들을 한 번쯤은 꼭 따져보자는 생각이었다. “비대면 바우처 신청기업 4만 곳 돌파!”라는 미사여구로 포장한 정부 보도자료에 견제구를 던져본 것이다. 직접 현장을 찾고 이해관계자 목소리를 들으니 명확해졌고 운 좋게 귀한 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직업적 진리도 다시금 깨달았다. 늘 부족한 후배를 믿고 지지해주는 박진호 경제부장이 없었다면 이 기사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정호선 팀장과 사랑하는 내 가족, 그리고 평생을 함께할 약혼자 이경언에게 이 상을 바친다.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경향신문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경향신문 사회부 윤지원 기자
“무슨 배짱으로 그걸 공개해. 무슨 권한으로!” 기사가 나간 뒤 대검찰청 모 간부가 전화로 벼락같은 화를 냈다. 대검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비공개해 온 내부 예규를 전문 그대로 공개한 기사를 놓고 그는 ‘권한’을 언급했다. 대검과 법무부의 비공개 예규가 비정상적으로 많고, 그 내용이 국민 알권리·인권 보장 차원에서 비공개가 적절하지 않다는 전문 공개 취지는 기사에 충분히 녹아있었다. 16분간 통화는 주로 그가 말하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식으로 끝났다.
복수 취재원으로부터 검찰의 비공개 지침을 꾸준히 확보했다. 이후 어떤 지침은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전문 공개를 결정한 것은 단순히 주목을 끌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전관예우를 야기하는 ‘사건배당 지침’은 이미 1년 전 일부 내용을 발췌해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간 검찰의 시정 노력이 없었다. 논의를 더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여러 법조인들이 전문 공개에 따르는 위험에 대해 검토해줬고, 응원해줬다. 감사한 일이다. 법무부의 성 소수자 수용방안에서는 소수자를 향한 정부의 차별적 시선을 발견했다. 후배인 허진무 기자가 발굴한 것인데, 인권감수성이 둔한 내가 먼저 봤다면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을 부분이다. 기사를 쓰면서 허 기자에게 많이 배웠다. 대검 간부가 ‘무슨 권한이 있느냐’고 다그쳤을 당시 난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좀 쫄았다. 기자협회에서 상을 주니 이제야 어깨를 활짝 편다.
70년 비극의 씨앗… 그리고 2880 KBS춘천
70년 비극의 씨앗… 그리고 2880
KBS춘천 보도국 박상용 기자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지뢰와 폭발물 피해자가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존 피해자 600여명을 포함한 지뢰, 불발탄 피해자는 2880여명! 3000명은 훌쩍 넘기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전쟁 이후 지뢰 피해자는 반세기 넘게 국가로부터 지원은커녕 어떠한 혜택이나 보살핌도 받지 못했습니다. 한국전쟁 65년이 지난 2015년에야 비로소 지뢰 피해자 지원법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사고 당시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지원 금액이 산정돼 오래전 사고일수록 지원금이 낮아지는 ‘역진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50~60년대에 피해를 당한 분들은 계산해보니 보상금이 몇십만원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 외국의 지뢰 제거에 코이카 등을 통해 수백 억원의 원조금을 지원하는 우리나라가 자국의 지뢰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은 소극적이었습니다. 알리고 싶었던 건 지뢰피해자보다 2배나 많은 불발탄 피해자는 2000명에 가까웠는데 이들에 대한 정부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방송 이후 많은 제보와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결같은 말은 ‘억울하다’였습니다. 반세기 넘게 국가의 부실 관리로 발생한 사고를 본인의 실수로 자책하며 살았던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도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대부분 생활이 어려웠습니다. 관련법을 즉시 개정해 이들의 억울했던 삶과 인생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줘야 합니다.
송승룡 취재부장과 보도국 구성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부족한 통계 작성 실력을 끊임없이 보완해준 아내 김수미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인천일보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인천일보 정치부 기자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어쩌면 구상 단계에서 묻힐 수도 있었다. ‘인천근대문화유산’ 210개 목록을 들고 무작정 주소지로 향했다. 지레짐작만으로 출발했다. 인천에서 근대건축물 철거 기사가 끊임없이 보도됐던 까닭이다. 사라진 것들의 숫자가 모여야 진전될 수 있는 기획이었다. 고백하자면, 제자리를 지킨 근대건축물을 보고 싶은 마음과 기획기사로 경종을 울리고 싶은 욕심이 충돌했다. 내면의 갈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달여에 걸쳐 골목길을 돌고, 배를 타고, 산을 오르며 현장 취재하는 동안 46개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철거’라고 썼다.
근대건축물 210동의 등기부 등본을 발급받으며 지자체 철거 사례도 쌓였다. ‘개항기 근대건축물 밀집지역 지구단위계획’과 행정 자료에 이미 허물어진 근대문화유산이 보존 대상에 오른 사실도 확인했다. ‘민간 소유라서 어쩔 수 없다’는 상투적 해명과 ‘근대건축물 가치 재창출’이라는 진부한 업무 계획의 이면이다. 취재 내내 한마디라도 더 들어보려고 했던 김신영 기자의 질문이 고민의 지점을 넓혔다. 한 장만 고르기엔 아쉬웠던 이상훈 기자의 사진이 잊힌 역사를 담았다. 한 걸음 더 다가가서 현장을 들여다본 이창욱 기자의 발품이 행정의 한계를 짚었다. 인천 근대건축물에 관심을 기울여온 전문가와 지역사회 활동가, 지역언론 동료 기자들에게도 신세를 졌다.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며 사라지는 것을 접할 때가 많다. 기록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뿌듯함보다는 무력감에 휩싸이는 순간이 대부분이다. 이번 수상으로 다시 기록할 힘을 얻었다.
소년범 - 죄의 기록 서울신문
소년범 - 죄의 기록
서울신문 정치부 이근아 기자
‘왜 하필 소년범의 이야기를 들어?’ 취재팀이 ‘소년범-죄의 기록’ 기획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그간 소년범 이야기는 아무도 정면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회는 그들의 삶을 자극적으로 ‘소비’ 합니다. 그들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재범을 막고, 성인범으로 진화하지 않도록 막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폭력의 피해를 입고 회복하지 못해 학교 밖 가출 청소년이 돼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 또래의 협박으로 조건만남의 미끼로 범죄에 휘말렸다가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뛰어들었다는 아이…. 소년범들은 ‘어리면서 큰 죄를 저지른 범죄자’ 정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빠짐없이 이런 아이들의 삶을 외면하고 이들을 정상성의 범주에서 내치려고만 한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소년범들의 죄를 무조건 감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년범들이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는 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도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저희 보도가 소년범들에게만 책임을 지워온 어른들과 사회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들춰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취재에 임했습니다. 자신의 과거, 아픈 상처까지도 솔직하게 말해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