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9편
은수미 캠프 '성남시 채용비리 의혹' JTBC
은수미 캠프 '성남시 채용비리 의혹'
JTBC 탐사기획1팀 김지아 기자
‘정치인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대거 공채를 통해 공직에 채용됐다.’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암암리에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추측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 취재는 왜 해야 할까. 보도는 그동안 ‘당연히’ 여겨온 관행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성남시 공공기관에 부정채용이 있다는 목소리는 지난해 여름부터 새어 나왔다. 하지만 한 발 더 들어가서 그 이야기가 어떤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살펴보는 보도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된 취재는 두 달여간 계속됐다. 취재 과정에서 부정채용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들과 주변인 수십명의 이야기를 들어봤고, 문제 제기해온 내부고발자도 만났다. “성남만 그런 게 아닌데 왜 문제 삼느냐”부터 시작해, “인사권자는 시장이니 문제없다”, “미국은 청소부까지 다 바꾼다”까지. 다양한 반론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채용을 왜 ‘공개채용’ 형식으로 진행해 지원자들을 기만했는지 속 시원한 답을 주진 않았다. 일자리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겐 명예이고, 누군가에겐 취미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이들에겐 생존이자 삶 그 자체다. ‘관행’이라는 이름을 방패막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빼앗을 수도 있는 채용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에 이 보도가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산 914억… 전봉민 의원과 '아빠 찬스' MBC
재산 914억… 전봉민 의원과 '아빠 찬스'
MBC 스트레이트팀 이지수 기자
전봉민 의원은 건설사 두 곳에 6억8000만원을 투자해 대주주가 됐습니다. 회사들은 단기간에 매출 1000억원을 넘겼고, 지분 가치는 125배 불어났습니다. 이 기간 전 의원은 부산시의원이면서 회사 임원이었습니다. 두 회사의 수년 치 감사보고서를 뒤져 흩어진 정보들을 찾아냈습니다. 아버지 전 모 회장이 최고경영자이자 최대주주인 회사와 관련돼 있었습니다. 회계 전문가들도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세청을 통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전 의원 일가는 1조원대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고 있습니다. 인허가 과정이 석연치 않았습니다. 주거시설은 50%밖에 못 세우는 땅이었지만, 전 의원 일가가 부지를 산 지 1년 만에 80%로 뛰었습니다. 규제를 푼 건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였습니다. 심의위원 중 전직 고위공무원 한 명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 부산시청 국장 윤 모 씨. 전 의원의 사돈이었습니다. 해명과 반론이 필요해 전 의원에게 수십 차례 전화와 문자를 하고, 질의서도 보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 전 회장을 만났습니다.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 회장은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더니 급기야 금품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하자 “아들 일이라 그랬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보도 이틀 뒤, 전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습니다. 해명은 거의 없었습니다. 취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 의원 일가가 부정한 방식으로 부를 쌓고 권력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했다면 낱낱이 밝혀질 겁니다.
방배동 모자의 비극 한국일보
방배동 모자의 비극
한국일보 사회부 김진웅 기자
사망한 어머니는 몇 달간 집에 방치됐고, 장애인 아들은 노숙을 한다.’ 믿기 힘든 제보를 전해 듣고 찾아간 주택 입구에는 주인 없는 우편물이 가득했습니다. 건강보험료 미납 통지서가 눈에 띄었습니다. 약 100개월간 체납된 건보료, 장기요양 보험료만 563만750원. 방배동 모자가 비극에 직면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아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죽음은 수개월 동안 파악되지 않았고, 30대 중반인 아들의 장애 여부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공과금이 연달아 체납돼도 위기 가구로 지정되지도 않았습니다.
보도로 문제를 널리 알리는 게 목적이지만, 그보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랐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라는 말로 넘기지 않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인 일이라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유족들이 취재를 허락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단순 고독사 보도는 사건팀이 합심해 한 편의 기획이 되었습니다. 사례를 넓혀 장애인 등록의 높은 문턱과 부양의무자 기준 논란, 재건축 지역의 소외를 짚었습니다. 비극의 이면에서 남몰래 남들을 돕던 평범한 이웃들도 조명했습니다.
한국식 복지는 ‘정말로 어려운 이’보다 ‘어려움을 더 잘 드러내는 사람’을 먼저 찾아가는 게 현실입니다. 취약가구가 끝없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송파구, 관악구 그리고 방배동. 보도가 촉발한 법과 제도의 변화가 또 다른 비극을 막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일보 사회부 선배·동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소방관의 눈물 '부조리 보고서' JTBC
소방관의 눈물 '부조리 보고서'
JTBC 부산총국 구석찬 기자
지난 2018년 5월이었습니다. 간부 교관의 위협적인 폭언 속에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집에 온 부산진소방서 46살 이정렬 소방관이 갑자기 쓰러져 숨졌습니다. 한숨 짓던 동료들과 하염없이 울부짖던 아내, 아빠의 근무복을 매만지던 어린 두 자녀의 그 장례식 풍경을 기억합니다.
이 소방관이 ‘아직도 그대로냐’며 하늘에서 원통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요? 그의 동료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긴 호흡의 취재로 최근 10년간 비위 자료를 입수해 냈습니다. 간부들이 부하직원을 몸종처럼 부려먹고 부정하게 수당을 타가는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서철, 구조 보트에 지인들을 태워주고 구조한 유기견을 시장에 팔아먹는 행태도 취재했습니다. 검찰이 10년 전, 승진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부산 소방 간부들을 재판에 넘겼는데 징계를 받고도 대부분 승진한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JTBC 보도 이후, 소방청은 집중감찰에 나섰습니다. 관행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간부들이 전국을 돌면서 일하게 하는 ‘순환근무제’를 시행하겠다고 했습니다.
목숨을 건 화재현장에서 온몸으로 불길을 막는 일선 소방관들이 취재진에게 한 말입니다.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길바닥에서 자는 쪽잠은 소방관의 본분이니 앞으로도 계속 감당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 벌어지는 횡포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취재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펜을 고쳐 잡고 다시 뛰어볼까 합니다.
극단으로 안내하는 알고리즘 해설서 국민일보
극단으로 안내하는 알고리즘 해설서
국민일보 이슈&탐사1팀 문동성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튜브를 좋아한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의 45%가 유튜브로 뉴스를 소비한다고 답했다. 조사대상 40개국의 평균 유튜브 이용률이 27%라는 점에서 압도적인 수치다. 유튜브 시스템의 핵심은 추천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개별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으로 영상을 추천해준다. 보던 것과 비슷한데 조금 더 자극적이어서 자주, 긴 시간 시청하게 만든다. 알고리즘과 특정 정치 성향의 영상이 결합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해외에선 유튜브가 이용자들의 정치적 확증 편향을 강화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유튜브의 나라’가 된 한국도 자유로울 리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극심해진 사회 갈등은 일정 부분 여기에 기대고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획은 이런 가설을 실증하는 작업이었다. 유튜브 영상과 이용자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분석했다. 지난한 엑셀 작업이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이었기에 배운다는 자세로 임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충격적이었고 고스란히 기사에 담았다. 기사에 담지 못한 부분도 있다. 정치권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기생해 국민들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극렬 지지층을 선동하고 거기서 나오는 비이성의 열기에 취한 사람들. 그들을 극단으로 내모는 정치인들이 분열의 공범들이다. 홍주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 자문해주신 분들과 도움 주신 유튜버, 전문가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당신이 잠든 사이, 달빛노동 리포트 서울신문
당신이 잠든 사이, 달빛노동 리포트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박재홍 기자
대한민국은 밤에 일하는 이들에겐 가혹하지만 야간 서비스를 누리기엔 최적의 국가다. 자기 전 스마트폰 주문 한 번이면 다음날 아침 현관문 앞에서 주문 상품을 받아 볼 수 있고, 새벽 시간에도 배달음식을 시키면 언제든 원하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이뤄지는 노동이 당연하게 여겨지니 노동환경의 위험성도 부각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다.
서울신문이 데이터로 확인한 2020년 상반기 산재로 사망한 야간노동자 148명은 대한민국 사회가 야간노동의 위험성에 얼마나 무감각한지 보여주는 수치다. 취재로 확인한 결과 같은 기간 전체 산재 사망자 중 야간노동자 비율 13.4%는 전체 노동자 중 야간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10.2%보다 3.1%포인트 높다. 이들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2인 1조 작업규정을 어기고 혼자서 야간 순찰에 투입돼 집수정(하수관)에 빠져 목숨을 잃거나 겨우 하루 3시간 잠을 자고 일하다 주상복합건물의 방재실 간이침대에서 숨을 거뒀다. 모두 규정을 지켰거나 안전점검만 제대로 됐어도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밤 9시면 거리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 국민도 이를 당연히 여긴다. 구성원 모두가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기 위해선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다. 달빛노동 리포트가 우리 사회에 야간노동에 대한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알린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제주 지하수의 경고, 균형이 무너진다 JIBS제주방송
제주 지하수의 경고, 균형이 무너진다
JIBS제주방송 보도국 김동은 기자
제주에는 지하수가 샘솟아 나오는 기저유출 현상, 즉 용천수가 많다. 제주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됐을 정도다. 지하수 개발이 시작되면서 현재 제주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은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지하수라고 하면 단순히 육상의 지하수 문제만을 생각한다. 지하수 종착역인 바다와 생태계 전반의 연결성에 대해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제주 지하수의 연결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번 다큐멘터리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투수성이 높은 제주의 지질 특성상 막대한 양, 즉 빗물의 40%가 지하수로 함양된다. 이 지하수는 땅속 수많은 물길을 타고 내려가 대부분 바다로 유출된다. 이 과정에서 지하수는 육상의 막대한 영양분과 오염물질을 함께 끌고 바다로 이동한다. 지하수에 작은 문제가 생기면 바다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취재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아직 구체적인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 하나씩 가설을 세우고 차례로 검증해야 했다. 눈으로 직접 확인이 어려운 막대한 양의 지하수 유출을 시각화하기 위해 열화상 드론 등을 이용했다. 농약과 항생제 오염 등 새로운 오염원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하수 보호 관리 방안이나 관리 체계는 여전히 부족한 만큼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 추가 취재에 나설 예정이다. 부족한 인력 속에서도 제작에 도움을 준 JIBS 보도국 선후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다.
농산물 가격의 비밀… 누가 돈을 버나? KBS광주
농산물 가격의 비밀… 누가 돈을 버나?
KBS광주 보도국 김효신 기자
#1 농촌 들녘에 황금 물결이 일렁인다. 풍년이다. 잠시 뒤 굉음을 내며 등장한 트랙터, 순식간에 잘 자란 벼를 갈아엎는다.
#2 뉴스에서는 올해 풍년이 들어 농산물 가격이 헐값이라고 연일 보도한다. 소비자들은 올해 김장비용은 좀 내려갈까 장보기에 나서지만, 지난해보다 크게 저렴하지 않은 것 같다.
매년 반복되는 풍경이다. 대표적인 농도인 광주전남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농업 분야만 7년을 출입했는데도 무식해서(?) 또는 무심해서 외면해왔던 현실이었다. 꿈에도 그리던 ‘탐사팀’ 발령을 명받고 ‘농업’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래된 마음의 빚이었다. 언론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농민들, 그야말로 소외당하는 농민들. 그들의 어려움을 하나라도 해소해줄 수 있다면 하는 마음에 시작한 보도가 어쩌다 보니 1년 동안 계속됐다. 전국 각지의 농민들에게 제보와 격려 메일이 쏟아졌다. 전국 농민들이 KBS 마이크를 빌려 울며 호소한 현실이 이 수상을 기회로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한진그룹,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등 연합인포…
'한진그룹,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등
연합인포맥스 정책금융부 최진우 기자
연합인포맥스가 20년 만에 이달의 기자상을 탔습니다. 그간 채권과 외환, 주식 등 금융시장을 위주로 취재한 연합인포맥스 소속으로서, 이달의 기자상은 먼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선후배들이 수상작인 아시아나항공 M&A보다 우수한 기사를 많이 썼음에도, 상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로 추정됩니다. 수상작은 연합인포맥스의 역량이 잘 발휘된 결과물입니다. 정부(최진우), 산업은행(이현정), 항공업계(홍경표) 등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처음 정보를 접한 이후 지속해서 딜을 추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데스크들은 2개월에 걸친 취재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도왔습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의 평가인 ‘끈질긴 연속 보도’, ‘입체적인 기사’는 연합인포맥스여서 가능했다고 봅니다. 아시아나항공 딜도 숙제가 많은 만큼 책임감을 갖고 취재를 이어가겠습니다.
모든 부문이 그렇지만 경제 부문은 스트레이트 기사 취재의 어려움에도 정작 제대로 평가받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한국기자협회에도 감사함을 표합니다. 아울러 취재가 수월하도록 도움을 준 데스크분들, 그리고 연합인포맥스 구성원 모두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