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월성원전 폐쇄 의혹 SBS
월성원전 폐쇄 의혹
SBS 탐사보도1부 박상진 기자
월성 원전1호기 폐쇄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검찰이 정부 흔들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의 공약 사항과 국정 과제인 탈원전 정책을 어떻게 검찰이 사법적 판단 대상으로 삼아 수사할 수 있느냐는 것이 그 요지다.
검찰 수사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국회의 요청을 받은 감사원이 월성 원전 폐쇄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산업부 공무원 3명이 대량의 자료를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에 대한 것이다. 피감기관 공무원이 심야에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해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직무 수행을 방해한 행위가 대통령의 공약 이행, 정부 정책 과제 수행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해당 공무원들이 기소된 뒤에도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주요한 정부 정책과 관련된 공적 사안이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더욱이 법원 판단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와 진술 등을 기초로 작성된 공소장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보도하고 검찰 수사의 문제는 없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것은 언론의 사회적 책무다.
끝까지 판다팀은 공소장에 나온 530개 삭제파일 목록 전체를 입수한 뒤 다각도로 분석해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 내용 가운데 ‘뽀요이스’로 대표되는 북한 원전 추진 방안 의혹이 정치권 이슈로 떠오르면서 청와대-산업부 사전 교감 의혹,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등 사찰 의혹 등이 상대적으로 가려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취재팀은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꾸준히 취재를 이어갈 것이다.
강기윤 의원 '편법증여, 법안 셀프발의' 의혹 JTBC
강기윤 의원 '편법증여, 법안 셀프발의' 의혹
JTBC 탐사기획1팀 이윤석 기자
국회의원이 회사 대표라고? 취재는 짧은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일진금속 공동대표입니다. 휴직 상태라 겸직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제도적 허점. 강 의원을 추적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강 의원 아들과 부인은 일진금속 자회사 일진단조 공동 최대주주입니다. 매출액 절반 이상이 모기업에서 나왔습니다. 거액의 빚보증도 있었습니다. 아들 회사가 아버지 회사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고 있었던 셈입니다.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어렵다던 회사가 2018년 100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한 흔적을 찾았습니다. 은행서 84억원, 아버지 회사서 29억원을 빌렸습니다.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거액의 토지를 샀습니다.
주소를 수소문했습니다. 부산진해경제특구 근처 땅이었습니다. 강 의원 측은 “공장 지으려고 산 땅”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토지 일부를 사고팔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처음부터 공장 건설이 불가능한 ‘항만 배후 부지’로 확인됐습니다. 강 의원 대표 발의 법안도 모두 조사했습니다. 자녀가 대주주인 회사에 주주인 부모가 돈을 줘도, 증여세를 안 내게끔 하는 법안이 눈에 띄었습니다. 강 의원 가족이 직접 수혜를 보는 법안이었습니다.
공익사업 목적 토지 수용 시 양도세를 전액 면제해주자는 법안도 있었습니다. 강 의원은 지역구 내 공원 예정 부지를 소유 중입니다. 지자체와 보상 협의 중인 땅입니다. 본인이 직접 이익을 보게 만드는 법안을 딱 맞춰서 대표 발의한 겁니다. 앞으로도 취재팀은 부당한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취재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20살 AI 여성' 성희롱이 시작됐다 연합뉴스
'20살 AI 여성' 성희롱이 시작됐다
연합뉴스 IT의료과학부 이효석 기자
수상을 축하하는 카카오톡을 많이 받았다. 화상회의 앱 ‘줌’으로 축하해준 동료들도 있었다. 헤어질 때는 “카톡하자”고 인사했다. 정보기술(IT) 서비스는 이처럼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람의 생활이 된다.
그래서 IT는 재미있지만 어렵다. 삶에 깊숙이 스며드는데, 문제와 부작용은 파헤치기 까다롭다. 컴퓨터 언어를 배운 적 없는 기자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성적 도구 취급을 당한다는 제보를 받았을 때도 보도 방향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이루다를 희롱하는 집단을 단순히 조명하면 자극적으로 조회수만 끌 터였다. 그렇다고 이루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접근하면 설익은 기계권 논쟁에 빠질 우려가 있었다.
이광석 교수님, 손희정 교수님에게 감사하다. 두 분과 긴 얘기를 나눈 덕에, 당장 눈 앞의 현상에서 한 발 떨어져 우리 사회 전반에 ‘AI 윤리’가 부족하다는 논의로 이끌 수 있었다.
윤김지영 교수님에게도 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AI를 향한 성 착취와 현실의 여성혐오 사이의 연결고리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기자로서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소신 있게 보도할 수 있도록 믿어주신 서한기 부장과 이성한 국장께도 감사하다. 격려와 조언에 용기를 얻었다. 함께 고민하고 보도한 타사 기자들에게도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누구보다 감사한 분들은 제보해주신 시민들이다. 제보자분들의 용기가 다른 시민들의 개인정보 권리 증진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 개인정보 침해 집단소송과 관련 법·제도 손질 과정을 앞으로도 꼼꼼히 챙기겠다.
LG 회장 고모회사 일감몰아주기 의혹 JTBC
LG 회장 고모회사 일감몰아주기 의혹
JTBC 탐사기획2팀 강나현 기자
“안타깝지만 법을 어긴 건 아니잖아.”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원청이 계약을 끊으면 그만이고, 고용승계는 해주면 ‘감사할 일’이지 노동자가 ‘감히’ 요구할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이 사태는 그저 안타깝지만 별 수 없는 일에 불과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모두 법대로 했다는데, 그저 열심히 일한 누군가 억울함을 품은 채 생계의 위협에 내몰렸습니다. 이게 법을 잘 지켜 벌어진 일이라면 더 큰 문제 아닐까 싶었습니다.
노동자이면서 기업 논리에 자신을 맞춰온 이들은 “왜 떼 쓰냐”는 말을 뱉기 시작했습니다. 차디찬 칼바람보다 이 말들이 노동자들에겐 더 아팠습니다. 책임 없다던 LG의 말을 의심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취재는 그때부터 LG를 향했습니다.
해당 청소 업체는 구광모 회장 고모 소유입니다. 오직 노동자 몸에 기대어 돈을 벌고, 한 해 수십억원 배당금을 챙겼습니다. 용역 계약서 입수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보도 사흘 만에, LG는 업체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이 업체가 매출액(2019년) 절반 이상을 LG계열사를 통해 일군 사실도 뒤이어 드러났습니다. LG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10년 넘게 청소를 잘해 계약했다던 LG는 이번엔 청소를 못해 계약을 끊었다 합니다. 달라진 건 하나입니다.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어 부당함에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입니다.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채 이 상을 받는 게 겸연쩍습니다. 앞으로 더 책임 있게 기자일 하라는 뜻으로 깊게 새기겠습니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한국일보
중간착취의 지옥도
한국일보 어젠다기획부 남보라 기자
처음에는 ‘중간착취’라는 말이 낯설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다”는 ‘중간착취의 배제’(9조) 조항이 있었지만, 입에 잘 붙지 않았습니다.
용역·파견업체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을 인터뷰하면서 조금씩 윤곽이 그려졌습니다. 노동자를 고용한 후 원청의 일터에 보내는 것이 용역·파견업체가 하는 일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원청으로부터 받은 노무비에서 노동자 1인당 매달 수십 만~수백 만원을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떼어갔습니다. 업무지원, 고충처리, 복리후생 등 회사로서의 의무는 외면한 채 돈만 챙겼습니다. 그렇게 떼어 간 돈은 용역업체 대표의 억대 연봉이 됐습니다. 이 관리자들은 원청에서 일하던 ‘낙하산’이거나 친인척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선명합니다. 노동의 대가를 도둑 맞아 10년 차가 되어도 100만원대 월급을 받는 노동자, 최저임금이 올라도 식대 수당 교통비가 사라져 월급이 겨우 2만원 오르는 노동자들입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없습니다. 용역업체는 근로계약서 상 월급을 줬으니 됐다고 하고, 원청은 이 모든 불법과 부조리를 방조합니다. ‘중간착취’라는 말이 낯설었던 것은 언론이 자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이 단어를 자꾸 말하는 것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템의 주인이자 팀원들을 끝까지 믿고 독려해준 이진희 어젠다기획부 부장, 신분이 드러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월급을 밝혀야 하는 곤혹스러움에도 취재에 응해주신 100명의 노동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문중원 기수 사건 불공정 부산일보
문중원 기수 사건 불공정
부산일보 사회부 이우영 기자
2019년 11월29일 고 문중원 기수는 오랜 꿈을 접었습니다. 경마 산업 전반의 부조리를 유서에 남긴 채 세상을 등졌습니다. 특히 그는 ‘조교사 개업 심사’의 부당함에 크게 좌절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유학을 다녀오고, 좋은 말을 확보하고, 온갖 노력을 다해 조교사 면허를 따도 경마 감독 격인 조교사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한국마사회 간부와의 친분에 따라 마방을 배정받는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 찾아온 7번째 비극이었습니다. 반복되는 죽음을 막으려면 유서에 나온 부조리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교사 개업 심사의 부당함을 중심으로 1년 넘게 기사를 썼습니다.
결국 조교사 개업 심사는 옥상옥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폐지됐습니다. 검찰은 유서에 언급된 한국마사회 간부를 기소했습니다. 조교사 개업 심사에서 특혜를 주고받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사건에 대한 관심이 옅어져도 지면에 40여개 기사를 쓰게 해준 편집국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선·후배 동료들의 응원과 함께 따끔한 조언이 있었기에 멈추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수상 기사가 나간 뒤 고 문중원 기수 아버님께서 가장 먼저 연락을 주셨습니다. 추운 겨울날 광화문에 아들의 시신을 놓고 싸울 때를 떠올리시며 그동안 함께 해준 언론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고 문중원 기수를 기억에 남긴 채 살아갈 유족과 동료들을 위해 끝까지 저희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노숙인에게 외투·장갑 벗어준 시민 한겨레신문
노숙인에게 외투·장갑 벗어준 시민
한겨레신문 사진부 백소아 기자
사진기자들에게 날씨는 무어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징글징글 할 때도 있고, 반가울 때도 있고, 폭설·폭염·폭우경보 등 집에 머무르기를 당부하는 재난문자가 취재지시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 일상의 평범한 스케치 속에서 만난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스케치를 마친 뒤 함박눈이 내리는 밖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한 신사가 노숙인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는 모습을 봤고 30여초동안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 신사는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날 오후 서울역을 다시 갔습니다. 한 시간여를 헤매 노숙인을 찾았고 보충취재를 통해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19일자 신문 1면에 사진이 실렸습니다.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대기업 총수의 구속 등 굵직한 뉴스들이 있어 1면에 실릴 거라 생각지 못했습니다. 어찌 보면 코로나19로 지친 독자들을 위한 선택이었을지 모릅니다. 기사가 나간 뒤 예상치 못했던 큰 반응에 많이 놀랐습니다. 사진 속 신사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취재 뒷이야기를 담은 후속기사가 나간 뒤 제보를 통해 사진 속 신사를 찾았습니다. 전화로 인터뷰를 했지만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 분의 의사를 존중해 후속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찍은 사진으로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취재과정과 이후에도 격려로 응원해주신 한겨레 사진부 식구들과 사진기자 동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