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ㅇ),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어느 18살의 죽음”
취재는 한 아이의 죽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광주의 한 보육 시설에서 생활하던 18살 남자 고등학생이 대낮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몸을 던진 아이가 안타까웠습니다. 유서도 남기지 않고 왜 그렇게 서둘러 세상을 등졌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아이가 남겨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조심스럽게 보육원을 찾았습니다. 기자를 피하는 직원들을 긴 시간 설득한 끝에 A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A군의 우울 증세가 걷잡을 수 없어진 건 지난해입니다. 8월과 10월, 두 차례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 입원치료 뒤에도 자해 행동이 멈추지 않자 퇴원 한 달 만에 다시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방학마다 머리 색깔을 바꾸는 등 자신을 드러내는 걸 좋아했다는 A군. 보육 시설 관계자들은 A군이 평소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견딜 수 없어했다고 전했습니다. ‘버려졌다’는 생각이 사춘기 소년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소문 끝에 A군처럼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았던 보호종료아동을 만났습니다. 지애 씨는 숨진 A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며 눈물지었습니다. 그녀는 우울증이 심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느라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습니다. 중졸 학력으로 구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고, 어렵게 구한 식당 일도 한 달을 다닌 적이 없다고 합니다. 수시로 우울감이 밀려와 스스로를 해친 겁니다. 하지만 지애 씨는 현재 여느 학생처럼 대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울증 약도 먹지 않습니다. A군과 지애 씨의 삶이 갈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지애 씨는 일 년 전 고향 광주를 떠나 경기도 양주에 자리 잡았습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광주에는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주는 어른도,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도 없었습니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보육원 친구를 따라 양주에서 열리는 축구모임에서 그녀는 기댈 곳을 찾았습니다. 보호종료아동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주는 단체를 만난 지애 씨는 일주일 만에 삶의 터전을 옮겼습니다. 지역 방송으로서,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연이 마음 아팠습니다. 더 이상 살 길을 찾아 우리 지역을 떠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도를 결심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10명 중 7명이 마음의 병”
곧바로 구체적인 자료 확보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아동복지협회가 전국 보육 시설 보호아동 8천여 명을 모두 조사한 결과 69.9%가 크고 작은 문제행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울증과 섭식장애, 과잉행동장애 등 유형은 다양했지만 이유는 한결같았습니다. 부모의 학대가 남긴 상처나 버려졌다는 상실감 등 모두 어른이 준 상처가 원인이었습니다.
보육원을 나와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보호아동들은 A군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설 친구들의 소식을 한 해에도 서너 번씩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마음의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 한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무너졌습니다. 상처받은 마음은 아이들의 정서 발달을 더디게 했고, 그 상태로 나이가 찼다며 사회로 내몰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스스로를 가두고, 사회 속에서 고립감을 경험하면서 삶의 의지를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돈이 다는 아니잖아요”
우리 사회는 이 아이들의 ‘사회적 부모’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라면 아이의 의식주를 책임져 신체적 발달을 촉진함은 물론 정서적 지지로 정서 발달도 도와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에게 돈만 주고 정서적 면은 외면하는 ‘방임’ 부모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광역시가 심리치료비를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 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전부입니다. 보호아동의 경우 보호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일반 아동에 비해 심리치료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2년 동안 마음의 상처를 다 치료하지 못하면 다음번 치료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다른 아동들을 위해 기회를 양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치료비가 넉넉하지 않다 보니 치료를 아예 받지 못한 아동도 많습니다. 실제로 광주의 한 보육원의 경우 전체 아동 52명 가운데 28명이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14명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의 경우 아예 심리치료비 지원 사업을 운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전남에 사는 보호아동들은 시설 원장이 외부에서 후원금을 조달해 오지 않으면 치료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설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먹고사는 것도 빠듯한데 한 회에 12만 원 정도인 심리치료비까지 조달해야 하는 게 부담이라고 걱정했습니다. 후원자들의 발길이 뜸한 그룹홈의 경우 여기저기에 호소해 치료비를 구한다고 합니다. 한 그룹홈 시설장은 치료센터에 읍소해 치료비를 깎아 겨우 아이를 치료받게 한 일화도 털어놓았습니다.
보육 시설에서 나온 뒤엔 정신 건강을 챙기기 더 어려웠습니다. 취재팀이 만난 보호종료아동들은 돈보다 기댈 곳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는 것처럼 경제적 지원이 적어 사회 적응이 어려운 건 아니라는 겁니다. 넘어지고 실패하더라도 일으켜주고 보듬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게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혼자라는 외로움, 고립감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절망감은 우울 증세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보호종료아동이 받는 지원은 경제적 지원이 전부입니다. 자립지원금 500만 원과 매달 나오는 자립수당 30만 원,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신분뿐입니다. 나라와 지자체는 ‘부모’가 아닌 ‘물주’에 불과했습니다.
취재팀은 세 편의 기사로 취재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보호아동이 어려서부터 마음의 병을 앓고 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알렸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 아동들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치료되는 것은 아니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탓에 어른이 되어서도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마지막 기사에서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보호아동의 ‘사회적 부모’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지난한 설득의 시간”
대부분 기획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인터뷰는 고사했습니다. 특히 보육 시설 관계자들은 카메라 앞에 서기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보호아동들에게 ‘정신병’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시설을 찾아 나섰습니다. 기획의 취지를 설명하며 한 달여 동안 설득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함께하자고 호소했습니다. 매일 보육 시설 직원들을 만났고 아이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국 하나둘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보육원 사회복지사와 임상심리상담사부터 정신의학과 전문의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취재에 응했습니다.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해 인터뷰한 보육시설 관계자들의 경우 사례에 나온 보호아동이 특정될 위험이 있어 익명과 모자이크, 음성변조를 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기획보도로 선행 기사는 없습니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 부족을 지적하는 보도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보호아동 인생의 전반에서 정서적 지원이 부족함을 지적하는 기사는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광주광역시는 심리치료가 필요한 보호아동 모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확대 편성했습니다. 우선 지난해보다 3천만 원 정도 낮게 책정했던 올해 심리치료비 지원 사업 예산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지원 사업 자체가 없었던 전라남도의 경우 내년부터는 심리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 시작 논의에 나섰습니다.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지난 7일, 경제적 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정서적 지원이라며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심리 안정과 함께 사회 적응을 위한 전반적인 교육과 상담이 동시에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당·정·청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 윤리 강령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시설에 사는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촬영은 지양했고 지나치게 구체적인 사례 언급은 피했습니다. 또 다양한 취재원들을 통해 기사 구성을 풍부하게 했고, 보육 시설 아이들의 현실을 잘 드러냈다는 자체 평가를 받았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취재와 보도에 대해 이의제기,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5회 전체 총평
2021년 신축년 첫 달인 ‘제36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72편이 응모했다. 각 사에서 엄선한 수작이 다수 응모한 가운데 총 7편이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취재를 포함한 취재보도 부문에서 4편이 나왔으며 경제, 기획, 전문보도에서 각 1편씩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월성원전 폐쇄 의혹>(SBS 탐사보도1부 박상진·권지윤·김도균·김관진·소환욱 기자) 보도와 <강기윤 의원 ‘편법증여’ 및 ‘법안 셀프발의’ 의혹>(JTBC 탐사기획1팀 이윤석·전다빈 기자, 기동팀 어환희 기자, 영상편집팀 김영석·이화영 기자) 보도가 선정됐다.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팀’이 보도한 월성원전 의혹 기사는 응모작 중 최고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계기로 촉발된 월성원전 관련 보도의 최종판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전검찰청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삭제된 문건을 상세히 보도하고 이를 둘러싼 관계자 증언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높은 사안이었던 만큼 취재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지만 ‘팩트’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산업부를 포함한 권력기관의 개입 의혹을 객관적 물증 자료를 통해 첫 입증한 점도 돋보였다. 언론의 기본사명 중 하나인 권력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JTBC의 강기윤 의원 보도건도 월성원전에 맞먹는 작품이었다. 자칫 보도가 없었다면 묻혀 버릴 사안을 끈질기게 보도하면서 언론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충실히 보여준 수작이었다.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통해 강기윤 의원의 석연찮은 재산 부풀리기에 주목하고 감사보고서 등을 통한 사실 확인, 내부 증언 등으로 뒷받침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 의혹과 같은 문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유사한 사례에 휘말린 다른 의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면서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점도 높게 평가했다.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 입장에서 빠지기 쉬운 도덕적 해이를 견제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보도였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출시 일주일 만에…‘20살 AI 여성’ 성희롱이 시작됐다 등>(연합뉴스 IT의료과학부 이효석 기자) 보도가 선정됐다. AI 여성 ‘이루다’는 해당 보도 이후 추종 보도가 이어지고 온라인 공간이 들썩일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왔다. 이슈의 중심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올바른 AI윤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기사 특성상 다소 자극적으로 흐르기 쉬웠지만 연속보도 내내 중심을 잃지 않고 사실 위주의 후속보도를 이어가면서 AI윤리를 둘러싼 생산적인 논쟁의 장을 마련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오랜만에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고발기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고논란’ LG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 추적해보니...일감 몰아주기 의혹>(JTBC 탐사2팀 전영희·강나현 기자, 영상취재팀 방극철·김진광 기자, 영상편집팀 박수민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LG가 오너의 특수 관계인에게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내용의 첫 보도 후 후속보도를 이어가면서 잘못된 기업 관행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언론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정치권력과 함께 경제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해당 보도 이후 LG는 오너 특수 관계인 소유의 모든 지분을 팔고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면서 보도의 신뢰도를 높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중간착취의 지옥도>(한국일보 어젠다기획부 남보라·박주희·전혼잎 기자) 보도가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달 기획보도 부문에는 여러 수작이 많았지만 기획 아이디어, 취재의 완성도, 사회적 파장 등에서 <중간착취의 지옥도> 보도가 단연 돋보였다. 100여명의 노동자 인터뷰를 통해 하청업체의 애로와 문제점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기획보도의 새 전형을 만들었다. 인터랙티브 영상도 별도로 제작하면서 지면이 가진 한계를 극복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문중원 기수사건 불공정> (부산일보 사회부 김백상·이우영·박혜랑 기자) 보도가 돋보였다. 2019년 11월 문중원 기수의 자살 당시부터 2년여에 걸쳐 집요하게 해당 사안을 파헤쳐 결국 검찰의 기소까지 이끌어내면서 추적보도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오랜 시간 동안 사안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지역 언론의 강점을 보여준 수작이었다는 평가였다.
전문보도부문에서도 수상작이 나왔다. 사진부문에서 <“따뜻하게 입으세요”...노숙인에게 외투·장갑 벗어준 시민>(한겨레신문 사진부 백소아 기자) 보도가 이달의 기자상으로 선정됐다. 사진이 주는 메시지와 사회적 파장이 큰 작품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