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취재, 단독기획
지난해 1월,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왔습니다. 대전소방본부 직원 000 씨가 무단결근을 했는데 소방헬기를 동원해 모든 직원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는 해당 직원이 내근 업무를 힘들어했지만, 주변에서는 ‘승진 자리’ 라고 참으라고 조언했고 결국 무단결근을 했다는 것, 심지어 휴일임에도 모든 직원이 동원돼 수색작업을 벌이는 게 의아해 제보를 하게 됐다고 표현했습니다. 좀 더 취재해보려고 하던 차에, 다시 제보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소방 내부에서 해당 내용이 새어나가지 않게 신신당부했다며 제보를 취소하겠다는 겁니다. 제보자의 상황 등을 고려해 취재는 더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무단결근 직원의 이름을 다시 마주한 건 그로부터 1년 뒤인 올해 1월이었습니다. 무단결근에 헬기 동원 수색 작업 등으로 조직을 시끄럽게 했던 직원이 소방교 심사 승진 명단에 올랐고 결국 근무연수가 3년도 안 됐음에도, 3년이 넘은 직원들을 제치고 승진했다는 제보가 다시 들어온 겁니다. 명단에는 무단결근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두 명의 직원도 포함돼 있었는데 모두 전·현직 과장과 서장 등 소방 간부 자녀들로 소위 '아빠 찬스' 승진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실제 무단결근 직원의 경우 ‘징계’조차 받지 않고 승진에 성공했는데 일반 직원들의 경우 상상할 수조차 없는 특혜이기에 직원들의 허탈감은 컸습니다. 규정상 ‘무단결근’ 은 ‘징계’ 사유이기 때문입니다. 뒷말이 무성했지만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대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들이 없자, 도저히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는 직원들이 결국 방송국에 제보한 겁니다.
첫 보도는 <무단결근해도 승진?..'아빠는 소방 간부' 뒷말 무성> 이라는 제목으로
SBS를 통해 단독 보도되면서 소방조직 내부는 물론 전국적인 공분을 샀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지난해 12월 진행된 대전소방본부의 심사 승진자 명단을 확보했습니다. 계급별 승진자들의 자격증과 근무 이력, 내근과 외근, 가족관계 등을 세세하게 취재했습니다. 엑셀 파일로 정리해 살펴보니 한 가지 특이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소방교 승진의 경우 해마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근무연수가 3년이 넘은 직원들은 모두 승진자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두 개 소방서에서 3명이 승진에 누락됐는데 그 자리를 차지한 직원들은 근무경력이 1년 11개월, 2년 6개월 된 직원들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직원 중 한 명이 무단결근으로 소방인력과 헬기까지 총동원돼 수색을 벌였던 인물이었습니다. 3명의 직원은 공교롭게 모두 전·현직 과장과 서장 등 소방 간부의 자녀들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화재나 구급 등 현장 인력보다 내근직의 승진 비중이 확연히 높았습니다. 소방위 승진자 16명 중 15명이 내근직이었는데, 현장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이며 헌신해온 직원들은 승진에서 모두 밀렸습니다. ‘현장에 강한 소방’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소방본부지만 승진에서는 현장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대전소방본부는 업무 역량이나 경험, 직책 등을 고려해 승진자를 선발했다고 설명했지만,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에 대한 특별한 성과를 근거로 들지는 못 했습니다. TJB 보도를 통해 해당 의혹이 제기되자 허태정 대전시장은 대전시 감사위원회에 특별감사를 지시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사비리는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말입니다.
1. (R)[단독] 무단결근 직원이 승진 "아빠 찬스?", "현장에 강한 소방?" 무색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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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국공무원노조 "대전소방본부 인사 비리 처벌해야" 2/2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내부 소방직원들의 제보로 시작된 취재. 하지만 제보부터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제보 사실이 알려질까 직원들은 상당히 우려했습니다. 그동안 소방은 내부에선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을 어떻게든 찾아내 인사조치 또는 인사차별을 해왔다며 혹여 같은 일을 겪게 될까봐 걱정했습니다. 그동안 문제가 있어도 개선되지 못했던 내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취재 과정에서 눈여겨볼만 한 점은, 보도 이후 소방 관련 제보가 물밀듯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전국 각지 소방 직원들은 그동안 소방 내 켜켜이 쌓여 왔던 부조리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채용시험 과정의 비리부터 승진 제도의 불합리함, 또 늘어나는 소방 가족 직원들의 서로 챙겨주기 등 제보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제보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소방처럼 폐쇄적인 조직은 그 어느 곳에도 없을 것", "현장 직원들은 점점 의욕을 잃고 있고 결국 대민 봉사 업무에도 영향을 미칠 것" 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기획 보도는 끝이 아닙니다.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제보를 취재진은 꼼꼼히 살피고 있습니다. 그동안 견제받지 않았던 소방 조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1년이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더 투명해지고 더 공정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첫 단독 보도가 SBS를 통해 전국적으로 큰 공분을 사자 여러 매체가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이번 보도는 내부 직원들의 용기 없이는 세상에 알려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지금도 아마 수많은 직원이 허탈함 속에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며 조직에 순응했을 겁니다. 하지만 전국적인 관심으로 아빠 찬스 인사 비리 의혹은 결국 의혹이 아닌 사실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역 매체뿐 아니라 전국 유수 언론에서 관심을 두고 인용, 추종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또 일부 매체에서는 TJB 보도를 토대로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소방 내부에 만연한 인사 비리를 꼬집기도 했습니다.
* 타 매체 반향 첨부
5. 사회에 끼친 영향
그동안 소방은 ‘견제 받지 않은 권력' 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늘 안쓰럽고 응원이 필요한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조직보다 부패했고 염증처럼 곪아있는 문제들이 가득해, 외부의 기대와 응원에 부합하지 못하는 개선이 시급한 조직이었습니다.
이번 TJB 기획 보도는 그런 소방 조직 내부에 경종을 울린 보도였습니다. 전·현직 고위 간부 자녀들의 잇따른 심사 승진 특혜 그리고 승진에 있어서 내근과 외근의 차별 문제가 소방청 감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고, 심지어 근무성적을 조작했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습니다. 문제가 된 직원들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고, 거짓 해명을 한 홍보 담당자는 인사조치됐습니다. 보도가 나가면서 회사 게시판에는 소방에 대해 "이렇게 속 시원한 보도는 처음이다. 끈질기고 집요하게 보도해줘 고맙다.” 는 응원 메시지가 잇따랐습니다. 소방 내부에서도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1주년을 앞두고 마침내 터질 게 터졌다며, 이참에 제대로 바꿔보자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소방발전협의회와 직장협의회 또 전국공무원노조 또한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국민들의 신뢰에 걸맞게 소방 조직이 믿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동시에 감찰 결과에서 근무성적 조작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인사가 진행됐음이 밝혀진 만큼 사법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방본부는 지금 변화를 준비 중입니다. 인사혁신안 TF팀을 구성해 내근과 외근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인사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직원들과 소통 창구를 늘려 간부들의 갑질 문화를 해소하고, 감찰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보도 이후 내부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구호에만 그치는 것은 아닌지 TJB는 끝까지 사회 감시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소방 조직에 대한 연속 비판 기사는 우리 지역에서 처음이었다. 소방 또한 '응원' 만이 필요한 기관이 아닌 지속적인 '견제' 가 필요한 기관이었다."
"단발성 사건 기사가 아닌 취재 기자의 끈질긴 취재와 내부 정보에 대한 꼼꼼한 팩트 체크로
결국 인사 비리를 밝혀냈고 개선책을 끌어낸 의미 있는 보도였다."
TJB 시청자위원회는 이번 보도가 권력 감시 기능을 톡톡히 해낸 보도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스모니터링단 역시 소방 조직 내 도덕적 해이에 공감하며, 언론이 '워치독' 역할을 충분히 해냈고
앞으로의 변화도 계속 보도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언론 윤리 위반 관련 제소 사항은 없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과정에서 대전소방본부는 인사비리 의혹 사태에 대한 수습보다는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회사로 대전소방본부장이 인사 차 방문한다고 요청하는가 하며, 조직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만 보도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조직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이러한 뉴스에 상처받고 힘들어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조직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인사비리 문제를 제기한 보도로 힘들어할 지, 계속되는 인사비리와 아빠찬스로 승승장구하는 직원들 때문에 힘들어 할 지 조직이 스스로 묻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사는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며 조직 운영의 기본입니다. 소방이 스스로 합리성과 정당성을 확보해 국민이 보내는 신뢰를 확보하길 간절히 응원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65회 전체 총평
2021년 신축년 첫 달인 ‘제36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72편이 응모했다. 각 사에서 엄선한 수작이 다수 응모한 가운데 총 7편이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취재를 포함한 취재보도 부문에서 4편이 나왔으며 경제, 기획, 전문보도에서 각 1편씩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월성원전 폐쇄 의혹>(SBS 탐사보도1부 박상진·권지윤·김도균·김관진·소환욱 기자) 보도와 <강기윤 의원 ‘편법증여’ 및 ‘법안 셀프발의’ 의혹>(JTBC 탐사기획1팀 이윤석·전다빈 기자, 기동팀 어환희 기자, 영상편집팀 김영석·이화영 기자) 보도가 선정됐다.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팀’이 보도한 월성원전 의혹 기사는 응모작 중 최고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계기로 촉발된 월성원전 관련 보도의 최종판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전검찰청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삭제된 문건을 상세히 보도하고 이를 둘러싼 관계자 증언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높은 사안이었던 만큼 취재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지만 ‘팩트’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산업부를 포함한 권력기관의 개입 의혹을 객관적 물증 자료를 통해 첫 입증한 점도 돋보였다. 언론의 기본사명 중 하나인 권력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JTBC의 강기윤 의원 보도건도 월성원전에 맞먹는 작품이었다. 자칫 보도가 없었다면 묻혀 버릴 사안을 끈질기게 보도하면서 언론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충실히 보여준 수작이었다.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통해 강기윤 의원의 석연찮은 재산 부풀리기에 주목하고 감사보고서 등을 통한 사실 확인, 내부 증언 등으로 뒷받침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 의혹과 같은 문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유사한 사례에 휘말린 다른 의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면서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점도 높게 평가했다.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 입장에서 빠지기 쉬운 도덕적 해이를 견제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보도였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출시 일주일 만에…‘20살 AI 여성’ 성희롱이 시작됐다 등>(연합뉴스 IT의료과학부 이효석 기자) 보도가 선정됐다. AI 여성 ‘이루다’는 해당 보도 이후 추종 보도가 이어지고 온라인 공간이 들썩일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왔다. 이슈의 중심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올바른 AI윤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기사 특성상 다소 자극적으로 흐르기 쉬웠지만 연속보도 내내 중심을 잃지 않고 사실 위주의 후속보도를 이어가면서 AI윤리를 둘러싼 생산적인 논쟁의 장을 마련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오랜만에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고발기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고논란’ LG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 추적해보니...일감 몰아주기 의혹>(JTBC 탐사2팀 전영희·강나현 기자, 영상취재팀 방극철·김진광 기자, 영상편집팀 박수민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LG가 오너의 특수 관계인에게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내용의 첫 보도 후 후속보도를 이어가면서 잘못된 기업 관행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언론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정치권력과 함께 경제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해당 보도 이후 LG는 오너 특수 관계인 소유의 모든 지분을 팔고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면서 보도의 신뢰도를 높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중간착취의 지옥도>(한국일보 어젠다기획부 남보라·박주희·전혼잎 기자) 보도가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달 기획보도 부문에는 여러 수작이 많았지만 기획 아이디어, 취재의 완성도, 사회적 파장 등에서 <중간착취의 지옥도> 보도가 단연 돋보였다. 100여명의 노동자 인터뷰를 통해 하청업체의 애로와 문제점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기획보도의 새 전형을 만들었다. 인터랙티브 영상도 별도로 제작하면서 지면이 가진 한계를 극복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문중원 기수사건 불공정> (부산일보 사회부 김백상·이우영·박혜랑 기자) 보도가 돋보였다. 2019년 11월 문중원 기수의 자살 당시부터 2년여에 걸쳐 집요하게 해당 사안을 파헤쳐 결국 검찰의 기소까지 이끌어내면서 추적보도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오랜 시간 동안 사안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지역 언론의 강점을 보여준 수작이었다는 평가였다.
전문보도부문에서도 수상작이 나왔다. 사진부문에서 <“따뜻하게 입으세요”...노숙인에게 외투·장갑 벗어준 시민>(한겨레신문 사진부 백소아 기자) 보도가 이달의 기자상으로 선정됐다. 사진이 주는 메시지와 사회적 파장이 큰 작품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