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 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경향신문은 2006년과 2007년 ‘진보 개혁의 위기-길 잃은 한국’ 시리즈와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시리즈를 각각 기획했습니다. 노무현 정권 말기 진보 개혁 진영의 쇠락 이유와 대안을 묻고, 지식 사회가 자본과 권력의 압박 아래 어떻게 죽어갔는지 살피는 기획이었습니다.
문재인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고 대선 정국이 서서히 펼쳐질 2021년을 맞아 다시 한번 묻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건강한지, 지식사회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이 모든 말들은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오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모두가 소리 높여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그렇게 말할 기회조차 없는 사람이 있지 않은지 알고 싶었습니다. 한국 언론이 사회의 이념적 좌표를 탐색하고 현상을 분석하는 거대 담론을 거의 다루고 있지 않은 시점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습니다.
2021년은 포스트 코로나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방역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희생해도 좋은가, 자영업자의 손실은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가, 기후위기 대응과정에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서라도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합리적이면서 날카로운 식견을 들려주실 분들께 접촉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가장 시급히 다뤄야할 의제는 무엇인지,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인지, 현재의 공론장은 건강한지 물었습니다. 정치학자, 사회학자, 페미니스트, 생태주의자, 법학자, 노동운동가, SF작가, 문학평론가, 교육학자 등 62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인터뷰한 이유는, 민주주의가 정치학자, 사회학자의 시선으로만 해석하기엔 너무나 광대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목차를 다듬고, 목차가 다듬어지면 재차 구체적인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아울러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유사한 질문을 던지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1월1일자 1회는 흑백으로 갈려 여백 없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살폈습니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약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게재했습니다. 62명 전문가들의 진단을 요약해 실었습니다.
1월6일자 2회는 국회 입법 과정의 문제점을 살폈습니다.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 다수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법이 왜 입법되지 않는지 단계별로 꼼꼼히 짚었습니다. 의원, 보좌관 등 다양한 이들을 취재했습니다. 국회 내부자로부터 국회의 문제를 들었습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라는 단순한 비난을 넘어, 민주주의의 핵심기관인 국회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살폈습니다.
1월13일자 3회는 한국사회 공론장의 양태를 알아봤습니다. 특히 최근 가장 각광받는 뉴미디어인 유튜브의 보수 채널, 친여 채널들을 분석해, 두 채널들이 패널, 주제 면에서 교집합이 거의 없음을 실증적으로 살폈습니다. 구독자 상위 5개 채널의 한 달 분량 콘텐츠를 모니터링해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이들은 편파성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고, 시민 사이에 확증편향을 강화한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애초의 의도와 달리 정치적 세대결의 장이 된 청와대 국민청원, 숙의민주주의의 한 과정으로 인식됐던 공론화위원회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경우 답변 대상인 20만 이상 청원건을 분석했고, 청원 내용과 청와대의 답변 방식도 살폈습니다.
1월21일자 4회는 ‘공정’이 화두였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의사국시 논란 등에서 불거진 공정 논란이 사실 각자도생 사회에서 형식적인 출발선만 문제 삼는 ‘가짜 논란’임을 짚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순서를 어떻게 해야 공정할지 사고실험도 수행했습니다.
1월27일자 5회는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정당의 구성을 비판했습니다. 50대, 남성, 대졸자 중심인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포기시키기 위해 필요한 방안을 살폈습니다. 이를 위해 1987년 민주화 이후 의원의 성별, 연령, 학력 등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여야 정치권과 시민 사회에서 화제가 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를 수차례 접촉 끝에 인터뷰해 트럼프를 막아내지 못한 미국 민주주의의 한계, 양극화가 심해지는 사회에서 정치인의 역할 등을 물었습니다.
2월4일자 6회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갈등의 계곡들을 살폈습니다.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방역, 탄소제로를 위한 환경운동과 일자리 유지를 위한 노동운동,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 등을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민주주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야 할지 궁리하려 했습니다.
이같은 내용들은 인터랙티브 콘텐츠로도 제작됐습니다. 특히 2회의 내용에 착안해 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되는 과정을 그래픽화했고, 삶의 질과 직접 관련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입법되지 못한 법안들을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취재 초기 수행했던 전문가 인터뷰 중 20여개를 골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전문 소개해 독자에게 깊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려 했습니다. 참조 ‘그 법들은 어떻게 문턱을 넘지 못했나’(http://news.khan.co.kr/kh_storytelling/2021/bw-democracy/index.html)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익명을 요청한 일부 시민, 정당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취재원을 실명 표기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특정한 제보자는 없으며, 합리적인 방식으로 취재원을 선정했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바이라인을 적은 기자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기타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중도일보 2월2일자 ‘염홍철의 아침단상’에 스티븐 레비츠키 인터뷰가 인용됐습니다. 영남일보 1월6일자 ‘동대구로에서’에 ‘흑백 민주주의’의 분석이 언급됐습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양승훈 경남대 교수, 박이대승 불평등과시민성연구소장, 권김현영 여성학자,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등이 기획에 대해 호평했습니다. ‘열린라디오 YTN’ 1월23일자 방송분에서는 양극단의 유튜브 정치시사를 다루며 ‘흑백 민주주의’ 기획을 주요하게 언급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흑백 민주주의’ 기획은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현 양태를 정면으로 마주하려한 시도입니다. 정치인의 단편적인 언급을 따옴표 쳐서 기사화하는 정쟁 보도, 일부 정치 커뮤니티의 일탈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와는 다른 심층적인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거대 담론을 다루는데 부담을 느끼는 현 언론에서 보기 드문 시도였다고 여깁니다. 한 가지 주제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62명 전문가를 인터뷰한 기획은 최근 한국 언론에서 드물었다고 자부합니다. ‘흑백 민주주의’ 1부는 6회로 마친 뒤, 2월 말 시작하는 2부에서는 기후위기, 기본소득, 지방분권 등 향후 다뤄야할 주요 의제들의 민주주의적 함의를 이어서 보도할 예정입니다.
7. 기타 고려사항
기획을 하면서 외부 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당사자가 반론을 요청하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에 피신청된 사항도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5회 전체 총평
2021년 신축년 첫 달인 ‘제36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72편이 응모했다. 각 사에서 엄선한 수작이 다수 응모한 가운데 총 7편이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취재를 포함한 취재보도 부문에서 4편이 나왔으며 경제, 기획, 전문보도에서 각 1편씩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월성원전 폐쇄 의혹>(SBS 탐사보도1부 박상진·권지윤·김도균·김관진·소환욱 기자) 보도와 <강기윤 의원 ‘편법증여’ 및 ‘법안 셀프발의’ 의혹>(JTBC 탐사기획1팀 이윤석·전다빈 기자, 기동팀 어환희 기자, 영상편집팀 김영석·이화영 기자) 보도가 선정됐다.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팀’이 보도한 월성원전 의혹 기사는 응모작 중 최고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계기로 촉발된 월성원전 관련 보도의 최종판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전검찰청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삭제된 문건을 상세히 보도하고 이를 둘러싼 관계자 증언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높은 사안이었던 만큼 취재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지만 ‘팩트’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산업부를 포함한 권력기관의 개입 의혹을 객관적 물증 자료를 통해 첫 입증한 점도 돋보였다. 언론의 기본사명 중 하나인 권력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JTBC의 강기윤 의원 보도건도 월성원전에 맞먹는 작품이었다. 자칫 보도가 없었다면 묻혀 버릴 사안을 끈질기게 보도하면서 언론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충실히 보여준 수작이었다.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통해 강기윤 의원의 석연찮은 재산 부풀리기에 주목하고 감사보고서 등을 통한 사실 확인, 내부 증언 등으로 뒷받침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 의혹과 같은 문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유사한 사례에 휘말린 다른 의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면서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점도 높게 평가했다.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 입장에서 빠지기 쉬운 도덕적 해이를 견제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보도였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출시 일주일 만에…‘20살 AI 여성’ 성희롱이 시작됐다 등>(연합뉴스 IT의료과학부 이효석 기자) 보도가 선정됐다. AI 여성 ‘이루다’는 해당 보도 이후 추종 보도가 이어지고 온라인 공간이 들썩일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왔다. 이슈의 중심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올바른 AI윤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기사 특성상 다소 자극적으로 흐르기 쉬웠지만 연속보도 내내 중심을 잃지 않고 사실 위주의 후속보도를 이어가면서 AI윤리를 둘러싼 생산적인 논쟁의 장을 마련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오랜만에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고발기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고논란’ LG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 추적해보니...일감 몰아주기 의혹>(JTBC 탐사2팀 전영희·강나현 기자, 영상취재팀 방극철·김진광 기자, 영상편집팀 박수민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LG가 오너의 특수 관계인에게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내용의 첫 보도 후 후속보도를 이어가면서 잘못된 기업 관행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언론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정치권력과 함께 경제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해당 보도 이후 LG는 오너 특수 관계인 소유의 모든 지분을 팔고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면서 보도의 신뢰도를 높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중간착취의 지옥도>(한국일보 어젠다기획부 남보라·박주희·전혼잎 기자) 보도가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달 기획보도 부문에는 여러 수작이 많았지만 기획 아이디어, 취재의 완성도, 사회적 파장 등에서 <중간착취의 지옥도> 보도가 단연 돋보였다. 100여명의 노동자 인터뷰를 통해 하청업체의 애로와 문제점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기획보도의 새 전형을 만들었다. 인터랙티브 영상도 별도로 제작하면서 지면이 가진 한계를 극복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문중원 기수사건 불공정> (부산일보 사회부 김백상·이우영·박혜랑 기자) 보도가 돋보였다. 2019년 11월 문중원 기수의 자살 당시부터 2년여에 걸쳐 집요하게 해당 사안을 파헤쳐 결국 검찰의 기소까지 이끌어내면서 추적보도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오랜 시간 동안 사안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지역 언론의 강점을 보여준 수작이었다는 평가였다.
전문보도부문에서도 수상작이 나왔다. 사진부문에서 <“따뜻하게 입으세요”...노숙인에게 외투·장갑 벗어준 시민>(한겨레신문 사진부 백소아 기자) 보도가 이달의 기자상으로 선정됐다. 사진이 주는 메시지와 사회적 파장이 큰 작품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