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한국일보는 지난해 11월 자수성가한 50대 자영업자 A씨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 출신의 A씨는 중앙회의 조직적 비리를 지난해 8월 경찰에 고발한 ‘내부고발자’였습니다. 맨손으로 100억원대 자산을 일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50대 사업가가 왜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초점을 두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A씨 유가족과 지인들로부터 A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게 된 배경에는 외식업중앙회 고위 임원 측의 갑질이 있었다는 주장을 들었습니다. A씨가 중앙회의 해묵은 비리를 경찰에 고발한 이후 고위 임원 측의 협박에 시달렸다는 정황을 망자가 받은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영세 자영업자 등 전국 42만여 외식업자들이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추렴해 운영되는 국내 최대 직능단체가 회원 권익을 보호하기보다, 일부 고위 임원들의 비리를 비호하려 했다는 의혹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고발 이후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A씨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꼈다는 얘기도 흘려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우선 중앙회 고위 임원들의 비리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것부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감독을 받는 중앙회에서 어떻게 수년간 비리가 자행될 수 있었는지, 제도적 허점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발 이후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주요 취재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취재 과정에서 중앙회 고위 임원들이 중국인의 국내 취업을 알선하며 1인당 최대 600만원까지 뒷돈을 챙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지린(吉林)성 현지에서 중국인 노동자 모집을 책임졌던 인물을 설득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19억여원이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중앙회 고위 임원들에게 흘러간 사실을 뒷받침하는 금융거래 내역서 등을 확보했습니다. 중앙회 고위 임원들은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를 통해 국내에 돈을 들여왔고, 가족과 지인 명의의 차명 계좌를 활용해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 중앙회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확인했습니다. 중앙회는 내부 검토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취업 알선이 불법이라는 판단을 하고서도 2014년 외국인인력지원단이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었고, 중앙회 예산과 인력까지 지원했습니다. 이렇게 들여온 중국인 노동자는 한국일보가 확인한 숫자만 590여명에 달했습니다. 중앙회는 당초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나, 본보가 확보한 중앙회 내부 공문 등을 제시하자 “개인 비리”라며 말을 바꾸는 등 비위 사실을 덮기에 급급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감독을 받는 중앙회가 어떻게 수년간 드러내놓고 불법행위를 할 수 있었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앙회는 특히 지속적인 민원을 통해 2015년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 한해 ‘통역 및 판매사무원’ 자격으로 외국인 전문인력을 초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정활동 비자(E-7) 관련 시행령을 바꿔냈고, 개정된 제도를 악용한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법무부는 무자격 입국 의혹이 거듭 제기되자 2019년 뒤늦게 관련 규정을 다시 손질하기도 했습니다. 제도 완화가 이뤄진 기간과 중앙회의 비리가 집중됐던 시점은 대체로 겹쳤습니다. 직능단체의 정상적 활동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었습니다.
두 달 가까이 취재를 이어가면서 복수의 중앙회 관계자로부터 법무부 시행령 개정이 가능했던 데는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력 정치인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앙회가 중국인 노동자의 국내 알선이 용이하도록 정치권 등에 전방위로 로비를 했다는 내부 폭로까지 접했습니다. 중앙회가 일부 지회장들에게 매달 3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면서 100만원을 선공제하고 이 돈을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중앙회가 조직적으로 ‘쪼개기 후원’을 주도했다는 의혹에도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앙회가 2014년 9월 공식 업무 이메일 계정으로 전국 40개 지회에 발송한 ‘후원회 계좌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입수했습니다. 해당 이메일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19대 국회(2012~2016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이름과 함께 계좌번호와 예금주명(후원회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청와대 고위직을 맡았던 인사와 장관을 지낸 인사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들 외에 중앙회 요청에 따라 여당은 물론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증언도 잇따랐습니다. 아울러 중앙회가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라는 공문을 지속적으로 내려 보냈다가 회원들의 위법성 문제 제기로 관련 공문을 모두 폐기했다는 복수의 증언도 받았습니다.
단지 중앙회가 쪼개기 후원을 시도했다는 정황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후원이 이뤄진 사실도 어렵사리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현행법상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 명단만을 공개하는 탓에 취재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은 처벌을 감수하면서 자신이 낸 쪼개기 후원금 명세서를 선관위와 국회의원실 등에서 제출받아 한국일보에 전달해 줬습니다. 한 회원은 자신이 식당을 운영하는 지역의 국회의원도 아닌 여야 유력 정치인에게 쪼개기 후원을 통해 한 해 동안 400만원의 후원금을 내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업소에 대해 행정처분을 면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 개정 등을 위한 대가였다는 게 회원들의 공동된 설명이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앙회가 조직적으로 탈세에 개입한 의혹도 취재 보도했습니다. 외식업체들이 2015년부터 최근까지 중앙회 직원들로부터 가짜 계산서를 구입한 뒤 국세청에 내야 할 세금을 줄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음식점이 면세 농수축산물을 매입하면 매입 금액의 일정 비율을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에서 공제해 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데, 이들은 이 제도를 악용했습니다. 의제매입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은 2014년 말 국회를 통과했는데, 본보가 확보한 쪼개기 후원 독려 이메일에 이름을 올렸던 의원들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었던 점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중앙회 비리 의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첫 보도 이후 외식업중앙회 내부에 승진 비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는 제보가 줄을 이었습니다. 직원 승진 대가로 각각 100만~1,500만원의 뒷돈을 회장 및 수뇌부들이 챙겨왔다는 고발이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Industrial Skills Council) 사업 프로그램을 따내 예산을 지원 받은 뒤, 이를 해당 사업과 무관한 용역사업 등에 사용한 정황도 포착해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한국일보 취재팀은 첫 보도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이면에 가려진 제도적 문제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앞서 무소속 박덕흠 의원이 회장으로 있던 대한전문건설협회 비리 의혹 논란 등에서 확인됐듯, 정부 부처의 감독을 받도록 돼있는 비영리사단법인에서 비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취재 범위를 중앙회 관계자와 경찰에 그치지 않고 법무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 넓혔습니다.
이를 통해 쪼개기 후원 등 정치권 로비 의혹을 단독 취재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중앙회가 지방자치단체 등과 공동 사업을 추진하면서 고위 임원 등이 부동산 이권에 개입한 의혹 등과 관련한 추가 제보도 확보해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취재의 출발점이 됐던 A씨의 비극적 죽음과 관련해선 따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일보 보도가 시작된 이후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A씨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는 유족 측 판단을 존중했습니다. 유족 측은 중앙회 고위 임원들을 경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1월 13일 첫 기사가 나간 후 연합뉴스 등 통신사와 KBS, MBC 등 주요 방송사, 중앙 및 지역 신문사, 인터넷 매체들은 경찰이 중앙회의 중국인 취업 알선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선 사실을 받아썼습니다. 첫 기사에 대해서만 총 28개의 관련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같은 달 25일 본보의 중앙회의 승진 비리 의혹 보도가 있자 주요 통신과 방송,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쏟아 내기도 했습니다.
타 매체의 후속보도, 심층보도 또한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는 2월 2일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의 골프장 접대 의혹 등을 심층보도 했습니다. 중앙회가 별도 법인으로 만든 상조회, 공제회 관련 비리 의혹 등에 대한 후속 보도 이어졌습니다.
*타 매체 반향
-연합뉴스/ 경찰, '중국인 취업알선 뒷돈' 의혹 외식업중앙회 수사(1/13)
-KBS/경찰, ‘중국인 불법 취업 알선’ 의혹 한국외식업중앙회 수사(1/13)
-뉴스1/ 경찰, 승진 대가 뒷돈 챙긴 외식업중앙회 임원 수사(1/25)
-서울경제/한국외식업중앙회 '승진•인사 대가로 뒷돈' 의혹(1/25)
-MBC/예약명 '왕건'…외식업 회장님의 수상한 부킹(2/2)
5. 사회에 끼친 영향
한국일보 보도 이후 감독 권한을 가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인 취업 알선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대한 긴급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외식업중앙회 사무처도 중앙회 회원들에게 불법 계산서를 판매해 탈세에 개입한 직원들을 즉시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실태 파악에 착수했습니다. 아울러 ‘뒷돈 승진’ 의혹과 관련해서도 2014년 이후 승진자 전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한국일보에 알려왔습니다. 경찰도 외식업 중앙회 고위 임원들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본격화하는 한편, 정치권 로비 의혹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국내 최대 직능단체에 대한 전방위 수사와 감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소속사 확인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의 지원 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5회 전체 총평
2021년 신축년 첫 달인 ‘제36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72편이 응모했다. 각 사에서 엄선한 수작이 다수 응모한 가운데 총 7편이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취재를 포함한 취재보도 부문에서 4편이 나왔으며 경제, 기획, 전문보도에서 각 1편씩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월성원전 폐쇄 의혹>(SBS 탐사보도1부 박상진·권지윤·김도균·김관진·소환욱 기자) 보도와 <강기윤 의원 ‘편법증여’ 및 ‘법안 셀프발의’ 의혹>(JTBC 탐사기획1팀 이윤석·전다빈 기자, 기동팀 어환희 기자, 영상편집팀 김영석·이화영 기자) 보도가 선정됐다.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팀’이 보도한 월성원전 의혹 기사는 응모작 중 최고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계기로 촉발된 월성원전 관련 보도의 최종판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전검찰청 공소장 전문을 입수해 삭제된 문건을 상세히 보도하고 이를 둘러싼 관계자 증언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높은 사안이었던 만큼 취재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지만 ‘팩트’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산업부를 포함한 권력기관의 개입 의혹을 객관적 물증 자료를 통해 첫 입증한 점도 돋보였다. 언론의 기본사명 중 하나인 권력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JTBC의 강기윤 의원 보도건도 월성원전에 맞먹는 작품이었다. 자칫 보도가 없었다면 묻혀 버릴 사안을 끈질기게 보도하면서 언론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충실히 보여준 수작이었다.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통해 강기윤 의원의 석연찮은 재산 부풀리기에 주목하고 감사보고서 등을 통한 사실 확인, 내부 증언 등으로 뒷받침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 의혹과 같은 문제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유사한 사례에 휘말린 다른 의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면서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점도 높게 평가했다.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 입장에서 빠지기 쉬운 도덕적 해이를 견제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보도였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출시 일주일 만에…‘20살 AI 여성’ 성희롱이 시작됐다 등>(연합뉴스 IT의료과학부 이효석 기자) 보도가 선정됐다. AI 여성 ‘이루다’는 해당 보도 이후 추종 보도가 이어지고 온라인 공간이 들썩일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왔다. 이슈의 중심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올바른 AI윤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기사 특성상 다소 자극적으로 흐르기 쉬웠지만 연속보도 내내 중심을 잃지 않고 사실 위주의 후속보도를 이어가면서 AI윤리를 둘러싼 생산적인 논쟁의 장을 마련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오랜만에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는 고발기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고논란’ LG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 추적해보니...일감 몰아주기 의혹>(JTBC 탐사2팀 전영희·강나현 기자, 영상취재팀 방극철·김진광 기자, 영상편집팀 박수민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LG가 오너의 특수 관계인에게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내용의 첫 보도 후 후속보도를 이어가면서 잘못된 기업 관행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언론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정치권력과 함께 경제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해당 보도 이후 LG는 오너 특수 관계인 소유의 모든 지분을 팔고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면서 보도의 신뢰도를 높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중간착취의 지옥도>(한국일보 어젠다기획부 남보라·박주희·전혼잎 기자) 보도가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달 기획보도 부문에는 여러 수작이 많았지만 기획 아이디어, 취재의 완성도, 사회적 파장 등에서 <중간착취의 지옥도> 보도가 단연 돋보였다. 100여명의 노동자 인터뷰를 통해 하청업체의 애로와 문제점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면서 기획보도의 새 전형을 만들었다. 인터랙티브 영상도 별도로 제작하면서 지면이 가진 한계를 극복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문중원 기수사건 불공정> (부산일보 사회부 김백상·이우영·박혜랑 기자) 보도가 돋보였다. 2019년 11월 문중원 기수의 자살 당시부터 2년여에 걸쳐 집요하게 해당 사안을 파헤쳐 결국 검찰의 기소까지 이끌어내면서 추적보도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오랜 시간 동안 사안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지역 언론의 강점을 보여준 수작이었다는 평가였다.
전문보도부문에서도 수상작이 나왔다. 사진부문에서 <“따뜻하게 입으세요”...노숙인에게 외투·장갑 벗어준 시민>(한겨레신문 사진부 백소아 기자) 보도가 이달의 기자상으로 선정됐다. 사진이 주는 메시지와 사회적 파장이 큰 작품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