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제보 ( O )
지난해 말 한국일보 사회부는 사회복지사 제보를 받았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60대 모친이 5월에 사망한 후 30대 아들이 노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15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취약계층이 또다시 발견된 것입니다. 게다가 서울의 대표적 부촌이라 꼽히는 방배동에서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수개월 동안 왜 아무도 모친의 죽음을 알지 못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방배3동 주민센터에서는 경찰이 모친의 시신을 발견하기 전까지 사망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3월 만남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근로 능력이 있는 2인 가구’에 해당해 연 1회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는 답변은 ‘매뉴얼대로 했기 때문에 책임은 없다’는 답변으로 들렸습니다. 공무원 1명이 260명의 수급자를 관리하는 한계를 감안해도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접촉이 어려워도 최소한 전화로 목소리는 확인했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방배동 모자’의 핸드폰이 요금 미납으로 정지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전기와 가스, 수도요금은 물론 건강보험료까지 체납되고 있었습니다. 방배동 자택으로는 아들의 민방위 교육 안내문까지 배송되고 있었는데, 왜 정보들이 한곳에 취합되지 않고 있는지 주민센터에선 왜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분명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변화가 있었을 텐데, 사각지대가 여전한 이유를 찾아야 했습니다.
현장에서 방문 확인에 허점이 있다는 점과는 별개로, 수급자에 대한 정보 전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찾았습니다. 한국전력과 건강보험공단 등에선 단전, 단수, 건보료 체납 정보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하지만, 이 정보들은 주민센터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방배동 모자는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복지부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서 제외되고 있었습니다. 2008년부터 12년간 건보료가 체납된 가구였지만 위기 징후는 정부기관 사이만 맴돌았습니다.
복지 전달 체계의 최일선인 주민센터가 2018년 11월 수급자로 지정된 가구의 상황을 2년 동안 몰랐다는 것도 이상해 보였습니다. 모친이 “수치스럽다”며 복지 혜택을 숨기려 했다고 해도, 분명 미리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방배동 주민센터는 첫 보도 이후 뒤늦게 아들의 발달장애를 인지하고 장애인 등록과정을 진행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30대 아들이 장애인등록이 돼 있지 않았던 데는 부양의무자 제도의 맹점 탓이라는 사실을 앞서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아들을 장애인으로 등록하려면 부양의무자인 아버지의 동의를 얻어야 했는데, 어머니가 가정불화의 트라우마가 큰 탓에 아버지에게 소식이 전해지길 꺼려했다는 사실을 가족과 관계자들에게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장애등록에는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어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제도상 한계도 취재 보도했습니다.
송파 세 모녀뿐만 아니라, 2019년 관악구 탈북 모자와 강서구 세 모자 등 사회취약계층의 사망 사건과 유사점을 검토했습니다. 특히 방배동 모자의 경우, 거주지가 재건축지역에 위치해 주변 집들이 상당수 비어 있었습니다. 다른 재개발 재건축 지역에서도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취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일보 12월 14일자 1면에 ‘사망 다섯달 방치된 엄마, 노숙자 된 아들... 방배동 모자의 비극’, 2면에 ‘100개월간 못 낸 건보료... 독촉장은 왔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를 보도했습니다.
후속 보도는,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알리는데 집중했습니다. 15일 1면에 ‘갈아엎을 ‘방천동’엔 소외만이... 방배동 모자의 비극은 진행형’으로 재건축지역 주민의 소외를, 6면에 ‘아들 장애등록에 수백만 원... ‘공공근로’ 엄마는 엄두도 못 냈다’로 장애인 등록 과정에서의 높은 문턱이 지닌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17일 12면 ‘가난을 증명하고 수치를 견뎌야 가까스로, 복지에 가 닿는다’ 기사에선 기초생활수급자 등록 과정의 실태를 지적했습니다.
사건과 관련한 인물 이야기도 기록했습니다. 16일 10면 방배동 모자를 최초 발견한 정미경 사회복지사 인터뷰(“방배동 모자 도울 길 분명히 있었다”)를, 17일 12면에는 4년간 노숙인을 지원해 온 이성우 경위의 이야기(‘방배동 아들’ 구한 또다른 은인, ‘노숙인의 형제’ 경찰관 있었다)를 통해 비극의 이면에서 선행에 앞장서온 인물들의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한국일보 취재팀은 첫 보도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사건의 이면과 문제의식을 담으려 취재 범위를 넓혔습니다. 방배동 모자의 생활을 거슬러 올라가면, ‘강남3구’라 불리며 복지 예산이 넉넉한 서초구에서 왜 복지 사각지대가 생겼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자의 상황에 대해선, 주민센터의 답변과 주민들 인터뷰를 통해 윤곽을 잡았고, 아들의 친부와 여동생과 수차례 만나고 통화해 비극의 출발점일 수도 있을 개인사를 전해 들었습니다. 직접 만난 30대 중반의 아들은, 발달장애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본적 대화는 가능하지만 복잡한 이야기는 할 수 없었고, 기자를 향한 경계심이 높았습니다. 다만 아들의 여동생은 보도를 원하지 않았기에 가정사는 최대한 덜어내려 노력했습니다.
한국전력, 도시가스회사, 상수도공사, 건강보험공단, LH주택공사 등에서 모자의 가계와 관련한 정보를 취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서울시 등 관계기관으로 취재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12월 14일 첫 기사가 나간 후 조선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등 주요 일간지는 물론 연합뉴스 등 통신사와 주요 방송사들, 지역 언론, 인터넷 매체들도 연달아 한국일보 기사를 받아썼습니다. 14일 하루 동안만 30여 매체가 방배동 모자의 비극을 다루었고, 이후에도 관련 기사와 사설 등이 이어졌습니다. 첫 보도 이후에도 열흘 가까이 타 매체에서 후속보도와 심층보도가 계속됐습니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자 등록과 관리부실 실태, 부양의무자 제도 조기 폐지 필요성, 장애인 등록절차 문제점, 위기가구 발굴시스템의 한계, 재건축지역의 소외문제 등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시작되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한국일보 보도 이후 생활고를 겪다 사망한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시민단체들이 먼저 나섰습니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한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18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약속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이 하염없이 나중으로 밀리는 동안 사람들이 죽어갔다”며 “부양의무자 기준 즉각 폐지하라”고 요구했습니다.
2015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반복되는 비극이 일회성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등록 제도개선을 위한 구체적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첫 걸음이었습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사과하고 2인 가구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강화된 고독사 예방책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이웃살피기’ 사업 등을 강화하는 한편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발굴, 관리하는 새로운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복지혜택이 필요한 민원인들에게 높기만 한 복지행정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도 시작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복지 수급에 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습니다. 행정안전부 또한 수치심을 견뎌야 복지 혜택에 닿을 수 있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도록, 복지 수급을 위한 민원인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매뉴얼을 추가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힘을 보탰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계상황에 있던 방배동 모자가 주거급여 대상이면서도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원인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었다는 판단에 따라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점검하고, 조기에 폐지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도 공식논평을 통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소외되는 이가 없는 보다 촘촘한 복지망을 만드는 데 정치권 모두가 힘을 모으자”고 밝혔습니다. 정의당도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을 증명해야만 하는 지금의 사회는 빈곤을 억죄고 벼랑 끝으로 취약계층을 내몰 뿐“이라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촉구했습니다.
정부 부처도 뜻을 같이 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가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속히 완전한 폐지할 수 있도록 국회가 조속히 나서달라는 의견을 국회의장에 전달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소속사 확인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의 지원 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취재후기
(364회) 방배동 모자의 비극 / 한국일보
방배동 모자의 비극
한국일보 사회부 김진웅 기자
사망한 어머니는 몇 달간 집에 방치됐고, 장애인 아들은 노숙을 한다.’ 믿기 힘든 제보를 전해 듣고 찾아간 주택 입구에는 주인 없는 우편물이 가득했습니다. 건강보험료 미납 통지서가 눈에 띄었습니다. 약 100개월간 체납된 건보료, 장기요양 보험료만 563만750원. 방배동 모자가 비극에 직면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아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죽음은 수개월 동안 파악되지 않았고, 30대 중반인 아들의 장애 여부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공과금이 연달아 체납돼도 위기 가구로 지정되지도 않았습니다.
보도로 문제를 널리 알리는 게 목적이지만, 그보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랐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라는 말로 넘기지 않고,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인 일이라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유족들이 취재를 허락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단순 고독사 보도는 사건팀이 합심해 한 편의 기획이 되었습니다. 사례를 넓혀 장애인 등록의 높은 문턱과 부양의무자 기준 논란, 재건축 지역의 소외를 짚었습니다. 비극의 이면에서 남몰래 남들을 돕던 평범한 이웃들도 조명했습니다.
한국식 복지는 ‘정말로 어려운 이’보다 ‘어려움을 더 잘 드러내는 사람’을 먼저 찾아가는 게 현실입니다. 취약가구가 끝없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송파구, 관악구 그리고 방배동. 보도가 촉발한 법과 제도의 변화가 또 다른 비극을 막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일보 사회부 선배·동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4회 전체 총평
이번 제364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67편이 출품됐다. 이 중 21편이 두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 마지막 심사를 통해 9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 1부문에선 JTBC <은수미 캠프 성남시 채용비리 의혹>, MBC <재산 914억… 전봉민 의원과 ‘아빠 찬스’>, 한국일보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성남시 의혹> 보도는 공채영역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을 두 달간 꼼꼼한 취재로 집중적으로 파헤쳐 심층보도 기사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광범위한 취재원에 대한 추적보도를 통해 낙하산 인사 등 일선 지자체의 고질적 병폐인 인사문제에 대한 투명성, 공정성 확보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도 의미가 컸다는 평이다. <아빠 찬스> 보도는 끈질긴 취재를 통해 뇌물제공으로 취재를 무마시키려는 부조리를 고발함으로써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점이 적극 어필됐다는 평이다. 정치인들의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공정, 정의 이슈를 재차 공론화시킨 점도 호평을 이끌어냈다. <모자 비극> 보도는 소외계층의 그늘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제도적 맹점을 짚어내 비판과 대안 제시라는 언론 본연 기능을 성실히 수행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유사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앞으로 사회적 안전망 확충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보도부문에선 연합인포맥스의 <한진그룹,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시너지 기대’ 등>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항공업계 재편 과정을 비롯해 향후 시너지효과까지 폭넓고 입체적으로 다루는 한편 충실하고 다양한 후속보도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국민일보의 <극단으로 안내하는 알고리즘 해설서-상식이 2개인 나라 시리즈>와 서울신문 <당신이 잠든 사이, 달빛노동 리포트> 보도가 함께 수상했다. <알고리즘> 보도는 다양한 사회 분열과 갈등현상을 알고리즘을 통해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더 깊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폭과 깊이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기획보도 특성을 반영한 수작으로 평가됐다. <달빛노동>은 야간노동자 등 사각지대에서 고강도 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애환을 집중 조명해 따뜻한 사회적 시선을 유도한 점이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KBS광주의 <농산물 가격의 비밀… 누가 돈을 버나?> 보도는 직접 경매과정에 참여한 참신한 기획과 깊이 있는 심층보도를 통해 선진유통체제 전환의 시급성을 일깨워 제도개선을 촉구했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JTBC 부산총국 <소방관들의 눈물 ‘부조리 보고서’> 보도는 각종 재난 현장 최일선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는 소방행정 일각의 적나라한 부조리를 고발, 소방관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개선과 소방행정에 대한 전반적 개혁을 촉구했다는 점이 긍정 평가를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JIBS제주방송 <제주 지하수의 경고 균형이 무너진다> 보도는 지하수 문제를 현장감 있게 심층 보도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정책적 대안 마련을 적극 유도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