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구청의 수의계약이 수상합니다. 전형적인 몰아주기가 의심됩니다.”
대전CBS는 대전의 한 구청의 수의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한 통의 제보를 받았다. 취재 결과, 문제의 업체는 3선을 지낸 전 구의원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고, 자녀인 딸이 대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구의원은 현재까지도 대전 동구노인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지역 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대전CBS는 업체와 구청의 비정상적인 계약이 사실인지 파헤치기 위해 대전 동구청의 수의계약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구청의 수의계약은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공개돼있다. 하지만 관공서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어도 시민들의 관심 밖에 있는 영역인 탓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적인 감시망이 허술한 틈을 타 구청에서 불공정 행위가 이뤄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공사, 용역, 물품 등 세 분야의 수의계약 7200건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 결과, 대전CBS는 대전 동구청이 12년 동안 20억 상당의 일감을 전 구의원의 업체에 몰아준 점을 포착했고, 통계를 다각도로 분석해 지역 최초로 이를 드러낼 수 있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대전CBS는 7차례에 걸쳐 다음과 같이 다각적으로 짚었다.
2020년 11월 9일 전직 구의원 업체에 20억 원어치 일감 몰아준 대전 동구청
2020년 11월 10일 개선됐다더니 오히려 늘어난 대전 동구청 일감 몰아주기
2020년 11월 11일 대전 동구청 '일감 몰아주기' 타 구청보다 최대 3배가량↑
2020년 11월 12일 대전 참여연대 “동구청 일감 몰아주기 의혹 밝혀야”
2020년 11월 16일 대전 동구청, 본청·동·사업소 가리지 않고 이뤄진 '일감 몰아주기'
2020년 11월 17일 '전직'은 빠진 지방계약법 자격제한…사각지대 지적
2020년 11월 27일 대전 동구 행정사무감사…일감 몰아주기 '집중 질타’
① 보도의 시작은 자료와의 싸움이었다. 수치를 다루는 보도이기에,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살펴봤다. 지난 13년 동안 동구청과 공사 수의계약을 맺은 업체는 총 886곳이었다. 이중 문제의 업체 1곳이 전체 중 8%가량의 공사 수의계약을 따냈다. 용역, 물품까지 합치면 이 업체는 한 해당 적게는 10여 건에서 많게는 40여 건에 달하는 수의계약을 수주했다. 대부분 업체가 1건에서 5건 미만의 수의계약을 따내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동구청이 12년 동안 20억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것이다.
② 해당 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본청과 동·사업소를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 시행된 동사무소의 리모델링 공사 역시 이 업체가 독식하다시피 했다.
③ 동구청의 사례가 유독 심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선 인근의 인구 규모가 비슷한 타 구청과의 비교가 필요했다. 그래서 중구청과 대덕구청의 수의계약도 전수조사했다. 동구청은 3선을 지낸 전직 구의원이 사내이사를 맡은 업체와 연평균 25건 이상의 수의계약을 맺어왔다. 대덕구청과 비교할 때 약 3배가량 많은 수치이고, 중구청과 비교해도 연평균 10건이 많았다.
④ 취재를 진행하고, 보도가 나갈 때마다 다방면으로 압박이 몰아쳤다. 인터뷰에 응한 한 지방의원은 취재에 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 내에서 한동안 협박성 민원에 시달렸다. 취재기자와 선배 기자들 역시 대전지역뿐만 아니라 타 시도에서까지 전화와 메일 등으로 보도를 멈춰달라는 민원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수의계약이 지역 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에게는 민감한 주제였으며,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라는 인식은 있어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⑤ 하지만 대전CBS는 보도를 멈추지 않고 이어나갔다. 구청의 수의계약 현황은 공개된 자료로 분석 보도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이를 명확한 통계를 통해 보도한 것은 대전CBS가 처음이었다. 감시의 눈이 소홀해 썩어가는 부분을 도려낼 수 있도록 세상을 움직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 ‘지역 기자’가 존재하는 이유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CBS는 동구청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 지방계약법에 보완이 필요한 점까지 함께 다뤘다.
⑥ 동구청은 취재 당시 “여성 기업이고, 일 처리를 잘해서 직원들이 선호하는 곳”이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감 몰아주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안일한 인식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안일한 인식을 내비쳤던 동구청도 대전CBS의 단독·연속보도에 결국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잘못을 인정했다. 대전CBS는 내년부터 시행될 동구청의 개선대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익명을 요구할 경우 이름을 넣지 않았다.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다. 취재는 현장에서 이뤄졌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었으며, 대전 구청의 수의계약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 및 심층보도는 처음이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대전CBS의 단독 및 연속보도 이후 동구는 수의계약 운영 개선방안을 내놨다. 문제가 불거진 뒤 동구 측에서 명시적이며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 동구청 황인호 청장 역시 수의계약 쏠림 현상에 대해 인정했다.
△계약 횟수 제한으로 한 업체 쏠림 현상 방지 △연가 단가계약 확대 운영 △신규업체 및 보호 육성기업에 대한 수의계약 체결 강화 △복수 계약업체 현황 분기별 홈페이지 공개 △면허, 사업자등록 등 분야별 업체 현황 DB 구축 수의계약 대상자 선정 시 활용 등이 골자다.
구청 자체적으로도 수의계약 전반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동구청 회계과 관계자는 “수의계약에 대해 잘하고 있는 서울 등 타 시도의 지자체를 직접 방문해 모범사례를 배우고 개선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도를 통해 더욱 많은 업체에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구정 운영에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시민단체 역시 보도 이후 성명을 내고 "동구청은 행정과 지역 유지의 유착에 의한 것이 아닌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동구 행정감사에서도 대전CBS의 보도 내용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구의원들은 집중질타를 이어가며 수의계약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관공서의 불합리한 관행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구청의 수의계약 현황을 전수조사한 뒤 실제로 구청과 특정 업체 간 수의계약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줬던 보도는 없었다.
보도를 통해 특혜와 유착 의혹뿐만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인 구청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또 특정 업체 선호 현상을 보여온 구청의 행동으로 인해 다수의 업체가 피해를 보는 불합리한 관행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통계 조사를 이용해 유일하게 보도를 했다.
이를 통해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수의계약의 필요성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고 자부한다.
보도 이후 구청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은 점과 앞으로 더 변화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 구청의 수의계약 문제를 집중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와 제도 개선을 도와 언론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CBS는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는 감시의 주체로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고, 대전 동구청과 문제의 업체 측의 반론권을 보장했다. 의혹들에 대해 전부 확인하며 동구청의 입장을 확인했다.
6.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특이사항이 없다.
회차 심사평
제363회 전체 총평
이번 제36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66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5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 마지막 회의를 거쳐 7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뽑혔다.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선 경향신문의 <추미애, 법무부 감찰규정 ‘기습’ 개정>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언론이 특정 진영에 서서 편향되지 않고 절제된 자세로 감찰 규정의 편법 개정을 끈질기게 추적해 보도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이 기사가 수상작이 될 경우, 정치적으로 ‘어떤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토로하면서도 중심을 잡은 용기있는 보도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경제보도부문에선 SBS의 <‘눈먼 돈’ 된 중소벤처기업부 비대면바우처플랫폼 예산>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예산 관련 기사는 자칫 보도자료에 의존하기 쉬운데 이를 파고들어 낭비성 예산의 삭감까지 이끌어낸 ‘결과 있는 보도’였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전수조사라는 사후 대책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보도 기능에 충실한 수작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검찰·법무부 ‘비공개 내규’를 공개합니다> 보도와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보도가 공동 수상했다. <비공개 내규> 보도의 경우, 검찰의 각종 규정은 존재하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함구가 더 많았던 것이 현실이었는데 이러한 검찰 비밀주의를 환기시키고 이에 대한 함의도 잘 짚어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소년범> 보도도 엄벌주의가 과연 능사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던져준 것으로 심층성 높은 보도를 통해 현재의 문제와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잘 짚어낸 작품으로 평가됐다.
이번 심사에서는 아깝게 탈락했지만, 동아일보의 <극과 극이 만나다> 보도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상대의 얘기를 듣지 않는 한국적 풍토속에서 ‘서로 다른 입장의 얘기’를 흥미롭게 대비시키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역지사지라는 울림을 만들어내게 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YTN <국산둔갑 軍 CCTV 문제점> 보도는 기자가 의식을 갖고 집중적으로 탐구한 흔적이 돋보인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나왔다. 단순히 군 장비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인식에 그치지 않고 사안을 끈질기게 추적, 중국산 사용으로 인해 야기될 충격적 내용의 군사보안문제까지 두루 살펴냄으로써 기자의 감시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인천일보의 <근대건축물 수난사, 210동의 기록> 보도는 상업적 시설에만 집중돼 선택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근대 건축물 보도를 ‘전수조사’ 방식으로 접근, 전체에 대한 조망력이 돋보였다. 또 이를 통해 근대 건축물 재생 정책에 대한 제언도 제시함으로써 제대로 된 방향성을 일궈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춘천이 출품한 <70년 비극의 씨앗…그리고 2880> 보도가 수상했다. 대한민국이 캄보디아 등 해외 지뢰 제거 사업에도 나서는 상황에서 여전히 국내에 지뢰 피해로 인한 고통이 남아있다는 점을 집중 조명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국가가 팔짱을 끼고 방치해온 영역을 집중 조명 형태로 잘 드러냈다고 심사위원들은 평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