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제보+단독취재)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거짓 면허로 수당을 탔다고요? 100여 명이요?”
제보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집단으로 소형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따고, 이를 근거로 매달 부정하게 수당을 챙겨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직사회에서 수당은 사실상 급여에 해당합니다. 제보가 사실이라면 이는 공적 자금의 횡령에 해당하는 중대 사안입니다. 특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집단의 비위라면 막대한 공적 자금 누수를 의미합니다. 곧바로 취재에 착수했고, 비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부조리가 발생한 구조적인 모순까지 짚어내려 노력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이틀 동안 발품을 판 끝에 어렵사리 면허를 부정 발급해 준 것으로 의심되는 학원 몇 곳의 이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경상북도 안동과 경기도 이천에 있는 중장비운전면허학원들부터 동시에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한 학원 원장으로부터 비리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쯤 한국도로공사 직원 70여 명에게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면허증을 받게 해 줬다. 도공의 한 노조가 먼저 제의를 했고, 우리로선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는 상대적으로 취재가 쉬웠습니다. 한 곳에서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자 다른 학원이나 도공 직원들도 자신들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부정을 시인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작 어려운 취재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였습니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수당 늘리기가 있었습니다. 학원비도 회사에서 내가 주고, 시험을 안 보고 면허도 딸 수 있었습니다. 또, 이를 통해 부수입까지 올릴 수 있다 보니 안 받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취재결과, 최소 100명이 넘는 공기업 직원들이 이런 유혹에 넘어간 것이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❶편. “도로공사 직원들, 자격증 허위 취득으로 수당 챙겨”…경찰 수사
: 소형건설기계 운전면허증을 따려면 학원에서 이론과 실기 12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도공 직원들은 교육도 안 받고 면허증을 따냈습니다. 학원은 1인당 수십만 원의 수강료를 챙겼고, 도공 직원들은 면허증에 수당을 받아 챙겼습니다. 손해는 도공만 봤습니다. 학원 수강료에 매달 자격증 수당까지 공적자금이 줄줄 새고 있었습니다. 이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❷편. 도공 직원 140여 명, 교육 이수증 부정 발급…학원장 2명 구속
: KBS 보도 이후 사흘 만에 경찰도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학원장 2명 구속, 도공 25개 지사 직원 142명 입건이 요지였습니다. KBS가 보도한 수준까지만 공개됐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조직적 범죄 가능성은 없는지, 추가 용의자는 없는지 등 의혹이 꼬리를 물었지만, 경찰의 수사는 한 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❸편. 면허 부정 발급, “도공 노조가 제의”…노조, “사실 무근”
: 결국, 취재진은 후속 보도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집단 범죄로 이어진 배경을 전했습니다. 처음에 노조의 공식 반응은 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진행될수록 노조의 조직적 개입을 의심해볼 만한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결국 한 노조 간부는 “자신을 포함해 조합원들이 학원을 섭외했다”라는 자백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것을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사법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❹편. “시험 안 보고 면허 발급”…개선 권고에도 10년 동안 제자리
: 이번 비리가 만연하게 된 첫 번째 구조적 원인은 허술한 면허 발급 제도에 있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무시험 면허 제도는 이미 2011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곪을 대로 곪아 이번에 그 일부에 생채기가 난 수준이었습니다.
❺편. “도공, 없는 장비에도 면허수당 지급”…비리로 얼룩진 수당
: 비리의 두 번째 구조적 원인은 바로 공공기관의 수당 제도였습니다.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는 기본급을 낮추고, 수당에 수당을 더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면허 수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 도공은 지게차는 갖고 있지도 않고, 살 계획도 없는 장비에 대해서도 운전면허 수당을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면허 수당은 눈 먼 돈이었던 겁니다. 특히, 직원들 입장에선, 무시험, 무투자로 평생 수익을 보장받는 괜찮은 장사였던 겁니다. 이런 구조에서 비리가 생겨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 선행 보도는 없습니다.
- KBS 보도 이후, 사흘 뒤 경찰이 보도자료를 내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를 통해 주요 뉴스로 다뤄졌습니다.
[연합뉴스] 자격증 수당 챙기려고 돈 주고 건설기계 면허 딴 도공 직원들(5.16)
[JTBC] 학원과 짜고 허위 면허…‘자격증 수당’ 챙긴 도공 직원들(5.16)
[MBC] 허위 자격증으로 수당..도공 직원 무더기 적발(5.16)
[YTN] 허위로 교육 이수증 받은 도공 직원 140여 명 적발(5.16)
[SBS] 돈 주고 건설기계 면허 따놓고...자격증수당 챙긴 도로공사 직원들(5.16)
[동아일보] 월 3만원 챙기려고…도로공사 직원 142명 면허증 부정 취득했다 덜미(5.16)
[경향신문] 허위로 건설기계 면허 따 자격증수당 챙긴 도로공사 직원 무더기 적발(5.16)
5. 사회에 끼친 영향
❶ 도로공사가 비리 척결 약속을 내놨습니다. 부정 수당과 수강료 환수, 관련자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❷ 경찰도 수사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첫 보도 직후 이미 비리가 확인된 학원장 2명을 구속했습니다. 이후, 도공 직원 140여 명을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감사원도 도공 수당 비리에 대한 사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❸ 중장비운전면허학원에 대한 일제 점검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강원도와 경상북도, 경기도까지 나섰습니다. 불법행위를 추가 적발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향후 비리의 재발을 막는데에는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❹ 국토교통부는 소형건설기계 면허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무교육 수료증 발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 보도는 그동안 암묵적으로 용인돼왔던 수당을 둘러싼 공공기관의 조직적 비리에 대해 사회적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도공뿐만 아니라 국토부와 강원도처럼 중앙과 지방의 공공기관들이 대대적인 자정 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문제가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조직적 범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취재진의 기획 의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공직사회에 난무하는 각종 수당에 대해 전반적인 재점검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본 보도와 관련해 유사한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후속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이 작업도 앞으로 한발 더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취재,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은 없었습니다.
취재후기
(381회)허위 면허로 수당까지…도공 부정수당 편취 고발 / K…
허위 면허로 수당까지…도공 부정수당 편취 고발
KBS춘천 이청초 기자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집단으로 소형건설기계 면허를 허위로 따고, 이를 근거로 매달 부정하게 수당을 챙겨왔다는 제보는 놀라웠습니다. 100명 이상 가담했다는 것도, 대표적인 공기업에서 지금까지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도 상상을 못 했기 때문입니다. 공직사회에서 수당은 사실상 급여에 해당하는 만큼, 제보가 사실이라면 이는 공적 자금의 횡령에 해당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비리의 실체는 발품을 판 끝에 비리에 가담한 학원 원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한국도로공사도 잘못을 털어놓았습니다.
보도 이후, 행정당국과 한국도로공사는 후속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공공기관의 수당 늘리기’에 대한 반성입니다. 공사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은 관련법에 따라 직업과 급여의 안정성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당은 사실상 급여 인상의 효과를 가져 옵니다. 한번 지급하면 퇴직할 때까지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이는 “수당 하나쯤이야...”라는 인식이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수당에 대해 더 파헤쳐볼 생각입니다.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또 다른 부정과 비리는 없었는지 따져볼 계획입니다. 취재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381회 전체 총평
제381회(2022년 5월) 이달의 기자상은 모두 9개 부문에 총 66편이 출품됐으며 이 중 5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8편이 출품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의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 논문 표절, 방석집 심사 논란 등 검증> 보도와 한겨레신문의 <한동훈 법무부장관 딸 논문 대필 등 허위 스펙 의혹> 보도, 채널A의 <창신동 모자 사건>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MBC 보도는 가족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의혹이 불거진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부적절한 장소에서 제자의 논문 심사를 진행한 사실을 밝혀내 자진사퇴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딸의 논문 대필 등 허위 스펙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신문의 기사는 조국 전 장관의 경우와 비교되는 관점을 제시한 검증 기사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한 장관의 퇴진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한 장관이 앞으로도 주요한 검증 대상이라는 점에서 기사의 가치가 높다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숨진 채 발견된 모자의 삶을 추적한 채널A 기사는 저널리즘이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이슈를 끈기 있게 파고 든 모범적인 보도라는 평이 많았다. 취재가 벽에 부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으며 주민센터와 구청 등 관공서를 상대로 집요하게 사실 확인에 나선 점에서도 뛰어난 기자 정신이 느껴진다는 칭찬이 나왔다. 현장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제도적 모순을 파헤친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YTN의 <북한 코로나19 중대 비상사태 관련> 보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록 외신에서 첫 보도가 나온 사안이라도 기자의 집념이 더해지면 차원이 다른 기사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라는 호평이 많았다. 평소 중국 현지 취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없었다면 맺기 어려운 결실이라는 의견에도 심사위원들의 공감이 모아졌다. 국내 취재원은 물론, 평양 내 대사관들에까지 취재를 시도한 도전정신뿐만 아니라 상당한 반향을 이끌어낸 파급력 측면에서도 매우 우수한 보도로 꼽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플라스틱의 나라, 고장난 EPR>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EPR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도 훌륭하지만, 이를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전달하는 기법이 탁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용기가 100원짜리 동전과 등가임을 보여주는 사진이 설득력을 더했다는 언급에 대체로 수긍했다. 매체 수가 계속 늘고 비슷한 기사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간명하게 설명하는 콘텐츠의 가치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공감했다.
총 13편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선 KBS춘천의 <허위 면허로 수당까지…도공 부정수당 편취 고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공공기관 등의 부정 수당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 사안은 수법으로 보나, 해당 기관 내에 만연한 실태로 보나 매우 충격적이라는 코멘트가 잇따랐다. 소형건설기계면허 수당도 의아하지만 면허 취득 과정부터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취재부터 보도까지 전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져 시청자의 공분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는 호평이 나왔다. 보도 이후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돼 깔끔한 특종 보도로 판명됐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타 지역이나 다른 공공 기관에서도 은밀히 일어날 수 있어 속보에 대한 기대도 표출됐다.
사진보도부문에선 쿠키뉴스의 <토종 물고기까지 씨 말리는 민물가마우지 “보호냐, 퇴치냐”> 기사가 상을 받게 됐다. 조류와 민물고기 사이에서 벌어지는 생태계 교란 이슈는 여러 가지 환경적 변수가 얽혀있어 글이나 말로 설명하기가 까다로운 사안임에도 쿠키뉴스는 적재적소에 사진을 배치해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견해가 많았다. 나무들이 백화한 사진과 이를 설명한 문구가 조화를 이뤄 이용자 친화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