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0)
의안번호 2020437...하루 밤새 갑자기 사라진 법안
지난 5월 14일 오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한 법안이 올라옵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수술 등을 할 경우에는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촬영하고, 환자 요청이 있으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불과 하루 밤새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집니다.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발의된 법이 간절했던 환자단체 측은 ‘환영’ 성명까지 내며 조속한 국회 처리를 호소했었는데 몇 시간도 안 돼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불분명했습니다.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로 발의..갑자기 마음 바꾼 의원 5명
통상 국회에서 법이 발의되면 법안 문구 수정이나 공동발의 의원수를 늘리기 위해 접수를 미루는 경우는
있어도 공동발의자가 법을 철회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의원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취재진들도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몇 번이나 되묻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공동발의한 의원들을 찾아가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민주당 김진표*송기헌, 바른미래당 이동섭*주승용,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
5명의 의원을 찾기 위해 취재기자들이 아침부터 무척 바빴습니다. 해당 의원실에서는 “지역구에 내려갔다”, “행선지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발품을 판 끝에 결국 만나고,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보좌관 핑계를 댔고, 또 다른 일부는 의사들에게서 집중적으로 항의를 받은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의사협회 역시 “조직적 반대는 없었다”면서도 의사들의 항의가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입법 테러’까지 언급한 환자단체와 유가족
환자단체를 비롯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 보다 직능단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입법테러’라는 말까지 썼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자조가 섞인 말도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이 매우 당황스럽다면서도 그만큼 익숙했던 겁니다. 4년 전에도 관련 법이 발의된 적이 있었는데 제대로 논의 한번 못한 채 자동폐기 수순을 밟았기 때문입니다. 경기도가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1%가 찬성했던 수술실 CCTV설치는 또 그렇게 무산되는 듯 보였습니다.
피해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 치는 의원들...“엮이기 싫다”
과거 보건복지위에 속해 있던 의원들을 수소문해 의원 10명 중 5명이 하루도 안 돼 법안을 철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듣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다양한 거부 사유를 들었지만 쉽게 납득할 수는 없는 이유들이었습니다. 끈질긴 취재 끝에 가까운 보좌진들에게 경험담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자*전화 폭탄은 기본이고 어떤 방법으로든 보복에 가까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겁니다. 표에 민감한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의료법 개정이 가장 어려운 입법중 하나라고도 했습니다. 과거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의사들의 성범죄 처벌 강화 법안을 냈다가 자신이 창업주로 있던 풀무원이라는 회사가 불매운동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만난 원 의원 역시 좌절을 맛봤다고 했습니다.
“이 따위 법을”막말과 욕설도..현 의협회장 과거 발언도 공개
3년 전에도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이 의사들의 성범죄가 잇따르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냅니다. 하지만 당시 전국의사총연합 비대위원장이던 최대집 현 대한의사협회장에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집중 포화를 맞습니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마치 어린아이가 혼내듯 꾸지람을 하고 혼꾸멍을 냅니다. 약 10분 간 계속된 막말과 욕설은 보도가 나간 직후 비공개로 전환됐습니다. 의사들이 국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취재였습니다.
'수술실 CCTV법'의 재도전…이번에도 사라질까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힘을 얻은 법안은 일주일 만에 15명의 국회의원 동의를 받아 재발의 됩니다. 하지만 정작 의료법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 위원들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 뒤, 법원은 지난 2016년 수술실에서 방치 돼 과다출혈로 숨진 고(故) 권대희씨 유족에게 4억 3천 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립니다. 지혈과 수혈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술대 위에 누운 아들의 모습을 CCTV 화면을 통해 5-6백번씩 돌려봐야했다는 어머니, 그만큼 의사들과 맞서는 게 힘들었다는 이야깁니다. 법정공방만 무려 3년이 걸렸는데 결정적 증거는 바로 수술실 CCTV였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 취재원 보호를 위해 객관적인 취재자료(녹취와 인터뷰 등)를 확보한 뒤 최대한 익명으로 처리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 타 매체 선행보도 없었음
= 타매체 반향
- '수술실 CCTV'법 하루만에 폐기…돌연 마음 바꾼 의원 5명/중앙(0516)
https://news.joins.com/article/23470002
-의원들 변심에 ‘수술실 CCTV’법안 폐기, 환자단체 “입법테러”/한국(0517)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5171091077585?did=NA&dtype=&dtypecode=&prnewsid=
-환자단체 "수술실 CCTV 설치법안 폐기한 국회의원 규탄"/연합(0517)
https://www.yna.co.kr/view/AKR20190517078100017?input=1195m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발의 하루 만에 돌연 폐기…환자단체 반발/서울(0517)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517500082&wlog_tag3=naver#csidx1bba81ab0d57216ac498252952e4744
-수술실 CCTV 설치법안 하루만에 폐기/내일(0517)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13427
-환자단체 "국회 수술실 CCTV 법안폐기는 '입법테러'"/뉴시스(0517)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90517_0000654467&cID=10899&pID=10800
-[사설]하루 만에 폐기된 ‘수술실 CCTV’ 법안/경향(0519)
-의료계 ‘정치 입김’에 또 가로막힌 의료개혁…‘수술실 CCTV’ 법안 발의 하루 만에 철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192038005&code=990101#csidx9cb441ec0b0a40dbb769ba3f36d061b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192137015&code=940601#csidxcdcb43e2bc01aa28b0175d4b9256b95
-[사설] 발의 하루 만에 철회된 수술실 CCTV 설치 법안/매경(0520)
https://www.mk.co.kr/opinion/editorial/view/2019/05/328395/
-의료사고 유족, 수술실 CCTV 설치 국민청원…국회서 법안 재발의/연합(0522)
https://www.yna.co.kr/view/AKR20190522118400017?input=1195m
- 수술실 CCTV “불신 걷어내는 일”vs“의료진 위축..CCTV 설치법안 하루만에 철회 해프닝, 의료계 강력 반발/미디어오늘(0530)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271
수술실 CCTV, ‘91%’에 담긴 진실은?/KBS(0602)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13337&ref=A
"환자 당연한 권리" vs. "의료 수준 저하"...수술실 CCTV 이번에도 좌절?/YTN(0602)
https://www.ytn.co.kr/_ln/0101_201906020739396083
[오태훈의 시사본부] “CCTV 있음 수술 집중 못해? 감독관 있음 시험 못 보나/KBS(0604)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14894&ref=A 외 다수
4. 사회에 끼친 영향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번진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폐기
보도가 나간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법안을 다시 살려야 한다며 청원글이 올라오기까지 했습니다. 많은 언론사들이 사설면까지 할애하며 앞다퉈 문제점을 함께 지적 했습니다. 법안 통과 여부를 떠나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는 현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국회 토론회에 처음 등장한 대한의사협회
수년간 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와 관련 토론에 제대로 참여한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 공론의 장에서 논의가 시작된 겁니다. 앞서 6개 병원에서 이미 수술실 CCTV를 운영하고 있는 경기의료원 의사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불필요한 소송에 휘말릴 의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찬성하는 의사들도 상당수 있었던 겁니다. 안타깝게도 수술실을 향한 환자들의 걱정과 우려가 팽배합니다. 환자들은 의료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사들이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기댈 곳이 없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처음 논의가 시작된 만큼 MBC는 이후에도 후속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MBC는 사실만을 확인해 보도했고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피신청 사항도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회차 심사평
제345회 전체 총평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8개 부문 6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4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이 많았다. 이중 한겨레신문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에 대해 기자가 3개월 넘게 교육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에 취업해 한달 동안 일하며 취재한 결과라는 점에서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기사를 보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다른 지역의 방문요양보호사들을 추가로 인터뷰하고 200여명을 설문조사하는 등 다양한 통계를 제시하면서 종합적으로 파고들어 완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기사들의 호흡이 짧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체적인 취재에 1년 가까이 걸린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요양 문제가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만큼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좋은 취재와 기획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환경에서 소위 ‘재력가 건물주들의 월세장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등 ‘자본주의의 민낯을 잘 보여준 기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집주인이 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시·군·구에서 땜질식 수리를 해주고, 세입자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세를 내고, 결과적으로 건물주는 혈세로 관리하고 월세까지 받아 다시 건물을 세우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이었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쪽방 내부 사진을 더해 쪽방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점,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쪽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대안도 모색했다는 점도 칭찬을 받았다.
다만 쪽방 건물주가 꼭 지탄받아야할 대상이냐, 선과 악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거리도 주는 기획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의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기획도 주목을 받았으나 기사가 원래 제목과 달리 미혼모 문제, 청소년 출산 문제로 되돌아간 것으로 읽혔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의 ‘대법원 한진重 통상임금 엉터리 판결’은 기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허겁지겁 쓰는데 급급한 현실에서, 대법 판결이 허술한 계산과 수치를 바탕으로 내려짐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직권 판결 수정’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의 무성의한 판결문 작성 관행에 경종을 울린,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한 의미있는 기사였다는 것이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내쫓기고 외면되고’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친아빠도 소녀를 학대했다’는 점을 단독보도한 후, 소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모든 사회 안전망 즉, 부모·경찰·법원이 모두 한 소녀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왜 소녀의 죽음으로 이어졌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잘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