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O )
지난 4월 4일 강원 인제군을 비롯해 고성·속초, 강릉·동해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현장을 취재하면서 ‘책임 없는 결론이 산불을 키우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따라왔다.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모습은 낯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04년 속초 청대산 산불 당시 피해 이재민들은 발화원인을 제공한 한전을 상대로 2년여 가까이 투쟁을 하며 배상을 요구했었다.
강원영동CBS는 산불 취재 초기, 한전의 과실 여부를 취재하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책임여부를 확실히 밝혀야 대책도 마련할 수 있고, 그 이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취재진은 경찰 수사 진행상황과 한전의 안전점검 관리 실태 등을 집중 취재해 모두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후 이번 고성·속초 산불 이외 최근 20년 동안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대형 산불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 당시 피해를 본 이재민들과 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들었다. 당시 산불이 어떻게 마무리가 됐는지, 그 이후 삶의 변화 등을 생생히 들었다.
또 산림청과 강원 동해안 산불방지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불은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는 비중이 90%가 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정작 실화자 검거율은 낮고 책임자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었다. 이에 강원영동CBS는 전기적 요인에 의한 산불 말고도 다양한 산불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을 마련해 보도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한전에서 정밀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직접 확보했다. 사고가 발생한 고성군 원암리 인근 도로 맞은편에 있는 주유소에 설치된 CCTV를 얻은 것인데, 당시에는 한전과 경찰 모두 CCTV를 확보하기 위해 몰려들던 때였다. 이에 취재진은 이들을 피해 새벽 5시에 주유소를 찾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밀 안전점검이 당초 한전에서 이야기 한 3월 27일이 아닌 29일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4년 속초 청대산 산불 이재민들을 만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모두 현재 발생한 산불에 안타까움을 표현했지만, 다시 그 시기를 끄집어내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해 찾아갔는데, 바로 집 앞에서 거절당하기도 했다. 몇 번의 연락과 설득과정 끝에 겨우 한 분을 찾아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또 소각행위에 의한 산불을 취재할 때는 주민들이 모두 인터뷰를 꺼려했다. 소각행위가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를 밝히기란 당연히 쉽지 않을 터였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날씨를 고려하는 등 주의를 하고 쓰레기들을 태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든 일단 익명을 전제로 말해달라고 부탁을 하고서야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취재는 현장에서 이뤄졌다. 강원 양양군 현남면 원포리, 고성군 간성읍 탑동리, 고성군 죽왕면, 속초시 조양동, 속초시 노학동, 강릉시 사천면 석교리 등 일대를 직접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났다. 한편 통계자료는 산림청과 강원 동해안 산불방지센터 등에 직접 요청하거나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을 참고했다. 산림청과 전문가들에 대한 취재는 직접 전화로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산불 피해 이재민들의 건강상태와 심리적 고통 등에 대해서도 꾸준히 다뤄 현실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또 고성·속초 산불 피해 이재민들의 집회도 빠짐없이 다루며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처리하고 목소리를 변조하기도 했다. 취재원들과의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다.
[5월 보도목록]
산불 발생 한 달…피해 이재민들 건강 '경고등' (5월 1일)
고성·속초 산불 피해 이재민들…'굼뜬' 한전 규탄 (5월 2일)
'전선'에 의한 산불…주민들은 '트라우마'-기획① (5월 7일)
'소각금지' 깃발에도 산불 불감증 '여전'-기획② (5월 8일)
손해배상 답보상태…고성·속초 산불 피해 이재민들 '절규' (5월 8일)
실화자 반도 못 잡고 처벌도 '솜방망이…산불 '악몽' 되풀이-기획③ (5월 9일)
반복되는 '악몽' 대형산불…"선제적 예방이 최우선"-기획④ (5월 10일)
동해안 대형산불 대응…"장비 활용률 높이는 것도 관건" (5월 10일)
강원 동해안 동시다발 산불…수사진행 어디까지 왔나 (5월 15일)
'대형산불' 악몽 반복되지만…'안전불감증' 여전 (5월 16일)
강릉산불 신당 '전기초'에서 시작…경찰, 신당관리 60대 검찰 송치 (5월 22일)
산불 이재민들 고성경찰서 항의 방문 "수사 촉구" (5월 27일)
고성·속초 산불피해 이재민 "죽을 각오 투쟁" 선포 (5월 30일)
[4월 보도목록]
[단독] 고성 산불 원인이 '미세먼지'?…한전 책임회피 논란 (4월 9일)
고성 산불원인 '쟁점'…"한전 책임 자유로울 수 없어" (4월 9일)
[단독]고성 산불 책임론 대두된 한전, 정작 안전점검은 '외주화' (4월 11일)
설악권 시민단체 "강원 산불 한전이 책임져야" 촉구 (4월 15일)
산불 피해지역 마구 찍는 외지인…주민들 '두 번 눈물' (4월 16일)
철거 시작된 산불 피해지역…주민들 건강 '빨간불' (4월 17일)
고성·속초 산불 원인은 바람에 끊어진 고압선 '불티' (4월 19일)
경찰, 고성·속초산불 관련 한국전력공사 압수수색 (4월 23일)
"고성·속초 산불 한전이 보상해야"…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 (4월 23일)
산불 발생 20일 만에…피해 이재민 찾은 한전 사장 '질책' (4월 24일)
산불 책임에 '무릎 꿇은' 한전 사장…이달 말까지 실무TF 구성 (4월 24일)
"집이 타는 순간이 생생"…산불 트라우마에 신음하는 아이들 (4월 24일)
산불 피해 이재민 '무기한 투쟁' 예고…배상까지 진통 예상 (4월 25일)
고성·속초 산불 피해 이재민들 무기한 천막농성 '돌입' (4월 29일)
산불 피해지역에 실질적 보상 대책 건의 '잇따라' (4월 30일)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보도가 나가기 전 중앙 매체에서 한전의 책임론을 지적하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지역에서 경찰 수사상황을 근거로 한전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강원영동CBS에서 처음 보도했다. 보도이후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또 강원영동CBS는 현재 가장 이목이 집중된 한전의 책임과 관련해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로 범위를 넓혀 과거 사례를 다시 재조명했다. 청대산 산불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많이 언급했지만, 양양이나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원영동CBS 기획을 통해 새롭게 거론됐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강원영동CBS가 한전이 경찰조사에서 미세먼지 가능성을 들고 나왔다며 ‘책임론 회피 논란’을 보도한 다음 날, 전기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전은 외부 이물질 가능성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하며 관리 부실 책임을 면하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한전 김종갑 사장은 산불 발생 20일, 강원영동CBS 보도 10여 일이 지나 처음 이재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서 이재민들은 한전이 이물질을 운운하며 언론 플레이를 한다며 맹비난했다. 이에 김 사장은 “형사적인 부분에서 책임이 없다고 해도 민사적인 부분에서 한전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당장 피해를 본 이재민들로서는 여전히 부족한 답변이었지만, 한전에서 일부 책임을 통감하는 발언을 이끌어낸 것은 의미 있었다고 평가한다. 또 한전은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산불 발생도 책임 ‘있는’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는 줄기찬 보도는 여론의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수사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강원 인제군의 경우 한 고령자의 소각행위였음을 밝혀내 형사 입건했다. 또 강원 강릉·동해 산불은 전기초 관리를 부실하게 한 신당 주인에게 실화혐의가 적용돼 역시 형사 입건됐다.
무엇보다 이재민들 사이에서 산불에 대한 책임을 정확히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제고된 부분은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산불 발생도 ‘책임 규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보다 충분히 공론화했다고 자평한다. 고성·속초 산불의 경우 한전의 주장과 그 주장의 타당성,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근거 등을 찾아 나가면서 꾸준히 문제제기하고 공론화했다. 특히 타 언론매체에서 안전점검과 관련해 국회의원 자료를 받아 보도할 때, 취재진은 끝까지 한전 내부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그 과정에서 육안점검도 아닌 정밀점검이 오히려 소요 시간이 짧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불어 안전점검을 외주화 했다는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이 사건의 책임자가 더 있다는 점을 알렸다는 부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과거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벌써 10년도 더 지났음에도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이재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임이 명확히 규명되지 못한 마을에는 ‘트라우마’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제라도 한전에서 사과를 듣고 싶다는 이재민들, 꿈에서도 뭔가 타는 냄새가 나면 벌떡 벌떡 일어난다는 주민들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한전의 안전점검 관리 전반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한다.
산불 취재와 관련해서는 본사에서 전국 본부를 대상으로 하는 ‘보도국 기자상’에 선정돼 수상하기도 했다. 또 사내에서는 직접 마을 주민들을 만나 연속 기획으로 다룬 보도를 높게 평가했다.
앞으로도 CBS는 힘없는 이들이 그저 원인도 모르고 피해와 희생을 감수하지 않도록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감시역할을 철저히 할 것이다.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모두 준수했고 취재 과정에서의 문제 소지 역시 없었다.
6. 기타 고려사항
기타 고려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45회 전체 총평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8개 부문 6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4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이 많았다. 이중 한겨레신문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에 대해 기자가 3개월 넘게 교육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에 취업해 한달 동안 일하며 취재한 결과라는 점에서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기사를 보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다른 지역의 방문요양보호사들을 추가로 인터뷰하고 200여명을 설문조사하는 등 다양한 통계를 제시하면서 종합적으로 파고들어 완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기사들의 호흡이 짧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체적인 취재에 1년 가까이 걸린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요양 문제가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만큼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좋은 취재와 기획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환경에서 소위 ‘재력가 건물주들의 월세장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등 ‘자본주의의 민낯을 잘 보여준 기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집주인이 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시·군·구에서 땜질식 수리를 해주고, 세입자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세를 내고, 결과적으로 건물주는 혈세로 관리하고 월세까지 받아 다시 건물을 세우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이었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쪽방 내부 사진을 더해 쪽방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점,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쪽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대안도 모색했다는 점도 칭찬을 받았다.
다만 쪽방 건물주가 꼭 지탄받아야할 대상이냐, 선과 악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거리도 주는 기획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의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기획도 주목을 받았으나 기사가 원래 제목과 달리 미혼모 문제, 청소년 출산 문제로 되돌아간 것으로 읽혔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의 ‘대법원 한진重 통상임금 엉터리 판결’은 기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허겁지겁 쓰는데 급급한 현실에서, 대법 판결이 허술한 계산과 수치를 바탕으로 내려짐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직권 판결 수정’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의 무성의한 판결문 작성 관행에 경종을 울린,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한 의미있는 기사였다는 것이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내쫓기고 외면되고’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친아빠도 소녀를 학대했다’는 점을 단독보도한 후, 소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모든 사회 안전망 즉, 부모·경찰·법원이 모두 한 소녀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왜 소녀의 죽음으로 이어졌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잘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