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
3개월 전쯤인 3월 초 평소 알고 지내던 취재원으로부터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국정 농단 관련 자료들을 입수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접하고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얼마 뒤부터 관련 자료들을 입수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그 양이 방대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습니다. 문건 자료는 물론 녹음 파일 등도 확보했습니다. 그래서 편집국 내 기자 5명으로 특별취재팀을 꾸렸습니다. 특별취재팀 기자들은 한편으로는 문건 자료를 계속해 입수했고 동시에 분석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한 번에 입수한 것이 아니라 입수 과정 자체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특별취재팀은 입수한 문서와 녹음 파일들을 사안별로 분류하는 한편 과거 다른 매체에서 국정 농단 사건에 관해 보도한 내용과 비교해 보면서 추가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특별취재팀이 입수한 자료 중 이른바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은 가장 선명한 팩트이고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보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파일은 검찰이 압수했던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들어있던 것입니다. 준비 작업을 거쳐 두 차례에 걸쳐 나누어 보도했습니다. 5월 17일에 90여 분짜리, 5월 23일엔 30여 분짜리 녹음파일을 기사와 함께 공개했습니다. 시사저널 지면에 기사화 했고 인터넷에 노출했으며 관련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도 올렸습니다. 페이스북 등 SNS에도 올리는 등 동시 다발적으로 갖고 있는 채널을 활용해 보도했습니다. 5월17일 첫 번째 보도에서 공개한 ‘박근혜-최순실-정호성’ 3자 대화 녹음파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기 직전인 2013년 2월 서울 모처에서 녹음된 것입니다. 두 번째로 보도한 파일은 ‘최순실-정호성’ ‘박근혜-정호성’ 간 전화통화 녹음입니다. 대부분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의 국정 농단 상황을 담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보도 후 ‘대통령 취임 전 일이라 문제 될 게 없다’는 반론이 일각에서 나오는 걸 확인하고, 신속하게 취임 이후 녹음파일인 두 번째 보도를 진행했습니다.
녹음파일은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듣고 또 들으면서 녹취를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목소리 크기, 숨소리 하나하나도 숨죽이며 들었습니다. 풀고 나서도 특별취재팀원들은 서로 크로스체크하면서 혹시 오류가 있는지 살폈습니다. 또 녹취 내용을 보면서 이 상황과 발언이 왜 문제인지, 또 얼마나 실제에 반영됐는지 독자들에게 선명하게 제시해야 했기에 백그라운드 취재 시간을 충분히 들였습니다. 시사저널은 두 번째 녹음파일 공개 당시 최순실씨가 검찰과 특검에서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 21건도 요약해서 보도했습니다. 이어 6월4일 꼭 밝혀져야 할 국정 농단의 실체적 진실 가운데 하나가 삼성 관련 의혹이라고 판단해 이재용 부회장, 김상조 현 공정위원장 등 핵심 당사자들의 검찰과 특검 진술조서 7건을 분석해 추가 보도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녹음파일 보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보니 자연스레 취재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입수 경위, 즉 ‘어떻게 녹음파일을 구했느냐’는 질문을 주변에서 해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넘어 ‘현 정부의 공작(工作) 아니냐’는 등의 억측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다른 보도를 덮기 위해 이 시점에 공개한 것 아니냐”는 말도 들렸습니다.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에 어떤 정치적인 속셈이나 배후가 있지 않느냐는 근거 없는 주장이었습니다.
시사저널은 정치적인 고려나 시기에 대한 저울질 없이 그야말로 보도 가치가 있는지에 집중하는 언론 본연의 자세로 이번 사안을 보도했습니다. 취재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취재 과정을 설명하는 독자 서비스 차원, 또 억측이 확대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차원 등 여러 가지를 위해 별도 영상 콘텐츠도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5월27일 유튜브 ‘시사저널TV’를 통해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입수의 전말을 밝힌다’라는 대담(소종섭 편집국장, 김지영․오종탁 기자 출연) 영상을 내보내게 된 이유입니다. 특별취재팀원 중 김지영․오종탁 기자가 출연해 ‘검찰로부터 자료를 입수한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에서부터 추가 보도에 대한 계획까지 독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시사저널의 연속보도에 앞서 타 매체에서 정호성 녹음파일에 담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정호성 전 비서관의 육성을 공개한 적은 없었습니다. 법정에서 공개된 극히 일부분을 문자로 전달하거나, 각자 취재해 알게 된 관련 대화 토막(문자)을 보도했던 게 다였습니다. 분량을 감안해도 시사저널이 공개한 총 120여분의 녹음파일은 전례 없고 충격적이며 역사적인 자료입니다.
이에 거의 모든 언론사가 시사저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특히 녹음파일이 방송 뉴스로의 가치가 큰 까닭에 KBS, MBC, SBS, JTBC, YTN 등 주요 방송사들은 메인뉴스에서 인용 보도했습니다. 한 꼭지가 아니라 3-4꼭지까지 보도한 방송사도 있었습니다. 최순실씨 의견이 박 전 대통령 취임사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박근혜-최순실-정호성 3자간 관계나 대화의 내용․분위기가 어땠는지 등에 관한 시사저널의 분석 방향, 표현 등이 인용 보도에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타 매체의 인용은 단순한 인용 보도에 머물지 않고 <3대 주요 증거 '정호성 녹음파일'서 다시 확인된 박-최 관계>(JTBC 5월17일) 등 녹음파일의 의미에 대한 분석과 함께 <최순실에 ‘예예’…정호성 녹음파일로 짚어본 ‘탄핵 부정’ 주장>(JTBC 5월20일), <최순실 녹취록 공개한 기자 “미공개 자료 아직 많아,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5월23일), <최순실 육성 공개에 ‘박근혜 사면’ 주장 멈칫>(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5월27일) 등 시사저널 보도를 둘러싼 현재 상황을 짚어보는 기획으로까지 확산됐습니다.
사회 전체에 시사저널 보도 내용이 알려지면서 뜻밖의 패러디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음파일 중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 의견을 가로막으며 “낫또 드세요”라고 말한 부분이 네티즌들 흥미를 끌었습니다. 이 표현은 인터넷상에서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통하며 댓글, 패러디물 등에 널리 쓰였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박근혜·최순실 재판 과정에서 해당 녹음파일 일부가 법정에서 짧게 공개된 적이 있었지만, 언론을 통해 사회에 제대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정 농단을 글이나 전언으로만 이해해 왔던 국민들은 시사저널 보도 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놀람과 분노 섞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기사 댓글이나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유튜브 조회수는 1, 2차 보도를 합쳐 150만회를 넘겼습니다. 댓글이 1만개 이상 달렸고 2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아울러 국정 농단과 탄핵을 부정하는 목소리는 시사저널 보도 이후 잦아들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제기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5월27일 시사저널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연속보도에 대해 “직접 들어보진 않았다”라며 “제가 확인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진 않았다’는 표현에 비춰볼 때, 해당 보도 내용을 인지·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시사저널의 이번 보도는 국정농단 사태의 한 현장을 보여준 생생한 자료이기에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보도라고 판단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시사저널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연속보도는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해 이뤄졌습니다. 입수 자료를 꼼꼼히 확인한 뒤 불필요한 해석을 배제하고 정확한 정보만 취사선택해 보도했습니다. 다만 자료의 특수성을 감안해 취재원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국정 농단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대법원이 심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시사저널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연속보도에 대해 외부 지원,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에의 피신청 등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5회 전체 총평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8개 부문 6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4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이 많았다. 이중 한겨레신문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에 대해 기자가 3개월 넘게 교육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에 취업해 한달 동안 일하며 취재한 결과라는 점에서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기사를 보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다른 지역의 방문요양보호사들을 추가로 인터뷰하고 200여명을 설문조사하는 등 다양한 통계를 제시하면서 종합적으로 파고들어 완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기사들의 호흡이 짧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체적인 취재에 1년 가까이 걸린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요양 문제가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만큼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좋은 취재와 기획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환경에서 소위 ‘재력가 건물주들의 월세장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등 ‘자본주의의 민낯을 잘 보여준 기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집주인이 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시·군·구에서 땜질식 수리를 해주고, 세입자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세를 내고, 결과적으로 건물주는 혈세로 관리하고 월세까지 받아 다시 건물을 세우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이었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쪽방 내부 사진을 더해 쪽방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점,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쪽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대안도 모색했다는 점도 칭찬을 받았다.
다만 쪽방 건물주가 꼭 지탄받아야할 대상이냐, 선과 악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거리도 주는 기획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의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기획도 주목을 받았으나 기사가 원래 제목과 달리 미혼모 문제, 청소년 출산 문제로 되돌아간 것으로 읽혔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의 ‘대법원 한진重 통상임금 엉터리 판결’은 기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허겁지겁 쓰는데 급급한 현실에서, 대법 판결이 허술한 계산과 수치를 바탕으로 내려짐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직권 판결 수정’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의 무성의한 판결문 작성 관행에 경종을 울린,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한 의미있는 기사였다는 것이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내쫓기고 외면되고’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친아빠도 소녀를 학대했다’는 점을 단독보도한 후, 소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모든 사회 안전망 즉, 부모·경찰·법원이 모두 한 소녀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왜 소녀의 죽음으로 이어졌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잘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