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② 단독기획( O )
## “물뽕 피해자는 난데... 제가 고소를 당했어요”
MBC의 ‘버닝썬 게이트’ 단독 보도로 대한민국 사회가 뜨겁게 달아올랐던 지난 2월, 저희 취재팀은 강남 일대 클럽에서 벌어진 약물성범죄 피해 여성들을 여러 명 만났습니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클럽에서 처음 알게 된 남성들이 건넨 술을 마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잃었고, 몹쓸 짓을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마신 술은 자신들의 주량에 한참 못 미치는 샴페인 한잔에 불과했지만 그 후 한참동안의 기억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후 모텔 등에서 깨어난 여성들은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들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남성들은 하나같이 무혐의처분을 받았습니다. 무혐의 사유는 증거불충분. 여성은 경찰에 약물 의심신고도 했지만 체내에서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고, 심지어 모텔 CCTV에는 여성이 직접 걸어 들어가는 모습까지 찍혀있었습니다. 여성들은 CCTV 속 자신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초 여성에게 사과하며 합의를 원했던 남성들은 증거가 나오지 않자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며 일제히 말을 바꿨고, 여성들을 무고 혐의로 역고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버닝썬 등 강남 일대 클럽에서 일했던 보안요원들과 MD들은 저희 취재진에게 남성들의 물뽕 사용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습니다. 거액을 쓰고 가는 VIP 고객들에게 젊은 여성들을 약물로 유인해 의식을 잃게 한 뒤 상품처럼 ‘진상’하는 행위까지 버젓이 자행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인격과 인륜을 저버린, 비인간적인 범죄 행위의 이면에는 증거불충분이라는 함정이 있었습니다. 체외 배출 시간이 빨라 약 6시간만 지나도 제대로 검출되지 않는 것이 GHB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물뽕’의 특징입니다. 이로 인해 약물성범죄 피해여성들은 가해자들의 처벌을 기다리긴 커녕, 오히려 무고 혐의의 피고인이 돼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피해 여성들은 수사기관으로부터 꽃뱀 등으로 의심받는 2차 피해까지 겪고 있습니다. ‘클럽 버닝썬’의 검은 커넥션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MBC 인권사회팀 기자들은 물뽕 피해 여성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고, [약물성범죄 연속보도]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재회
##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아요”
버닝썬 물뽕 성범죄 보도가 나가고 한 달이 지나갈 무렵. 취재팀은 피해여성 A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했었는데 그녀는 차분히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억울해 미칠 지경이라고 했습니다. 성폭행 가해 남성은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피해를 당한 자신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가장 믿었던 경찰이 믿어주지 않으니 속이 터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경찰로부터 “그러려고 클럽 간 거 아니냐”, “그 남자 잘생겨서 따라간 거 아니냐”는 2차 가해성 발언까지 들었다고 했습니다. MBC는 첫 보도 후 힘겹게 소송을 준비중인 A씨의 목소리를 다시 담아 방송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물뽕 성범죄라는 개념이 들어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20년 째 ‘물증이 없어 무혐의’라는 낡은 관습에 얽매인 수사 관행을 고발했습니다. 그리고 약물성범죄 피해 여성들의 일관된 주장과 사건 초기 남성들의 사과성 언급에 중점을 둬,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인 사례 등을 힘들게 찾아 약물성범죄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② 기억상실
## “부모로서 참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또 다른 피해여성 B씨는 강남 클럽 ‘매스’에서 처음 만난 남성이 준 술을 마시고 얼마 뒤 기억이 끊겼습니다. 눈을 뜬 곳은 인근의 모텔방이었습니다. B씨는 자신과 함께 있던 남성을 밀쳐내고 무작정 맨발로 도망쳤습니다. 목숨을 걸고 8차선의 강남대로를 가로질러 뛰었습니다. 하지만 C씨를 성폭행 하려던 남성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모텔 CCTV에는 B씨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간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여성이 제 발로 모텔에 걸어들어갔다’며 약물 사건 자체를 종결했습니다.
"CCTV를 보니까 제 딸이 그 넓은 강남대로를 맨발로 가로질러서 뛰는 걸 봤어요. 부모로서 참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B씨의 아버지는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약물에 무방비로 당한 뒤 제대로 저항 한 번 못해보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딸들, 그리고 약물 성범죄 피해 여성들. 소변 등에서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억도 못하는 현실에서 제 발로 걸었다고 해서 이들의 끔찍한 기억이 이대로 덮여야 하는 걸까요. 취재진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는 잘 모르는, 약물 복용 후 반응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독일로 향했습니다.
③ 독일行
## "보이는 행동이 정상적이더라도,
뇌가 작동한 것이 아니고 자유의지 또한 상실된 상태입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S-thetic 성형외과. 이 병원은 2년 전 독일의 한 의료전문채널과 GHB 물뽕 투약 실험을 했던 곳입니다. 취재진은 당시 실험을 진행한 이 병원 전문의 압쉰 파테미 박사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당시 파테미 박사는 독일 여기자에게 GHB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미다졸람’이라는 수면유도제를 투여했고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자는 한동안 멀쩡하게 대화를 이어갔고, 묻는 질문에 대답도 척척했습니다. 그리고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도 어머니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적어내 독일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미다졸람’은 의사 처방에 따라 수면내시경 등에 흔히 쓰이는 의약품이지만, 졸피뎀 등과 함께 약물성범죄에 악용되기도 하는 약물입니다. 방송에 나가진 않았지만 취재진은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 다니는 현지인 여대생 자원자와 함께 파테미 박사의 처방에 따라 미다졸람을 직접 투여했습니다. 잠들기 전까지 약 30분간 농담을 포함한 모든 대화와 질의응답, 심지어 이곳 저곳 걸어다니는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도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에 들었고 깨어난 뒤 약물 투여 후 행동들을 하나도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점 역시 직접 확인했습니다. 파테미 박사는 GHB를 포함한 수면유도제의 특성을 한국 수사기관이 왜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약물 의심 상태에서 여성이 모텔에 제 발로 걸어간다고 해서 성관계를 동의한 것으로 봐선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물뽕을 다량 투약해도 사람은 느리지만 걸을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누군가 끌고 간다면 끌려가고, 누군가 저기에 앉으라고 하면 그곳에 앉게 됩니다. 수사 기관이 이런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MBC는 한국처럼 약물성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독일의 또 다른 사례들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약물성범죄와 관련해 독일은 증거 검출 여부에만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예방활동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인지도 높은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물뽕 예방영상을 제작 배포하고, 여성단체 등을 통한 사건 접수 및 각종 지원방안 제공 등은 국내 수사기관도 충분히 참고 할 사안으로 제작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3~4. 타 매체 반향 및 사회에 끼친 영향
## 가해자가 동의 여부 입증하도록 형법 개정안 발의
MBC는 이번 약물성범죄 연속 기획이 단순 보도에 그쳐선 안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각종 사료와 논문 등을 살펴 증거 검출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약물 성범죄 논문을 다수 발표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조성자 교수와 대표적인 여성단체인 한국 여성의 전화, 그리고 마약사건 전문 변호사들과 현직 형사부 판사, 국회 입법조사처, 여성의학과 전문의 등 다양한 분야의 자문을 받아 국회의원실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미 나와있는 약물성범죄 형량을 강화하는 기존 개정안들은, 약물 검출이 안되는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판단으로 검출이 어렵다는 전제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고민과 각 분야의 자문 끝에 “약물 성범죄처럼 의식이 없는 상대방을 대상으로 할 경우 가해자가 사전에 성관계의 동의를 구했다”는 점을 증명하도록 가해자에게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형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발의 과정에서 여러 의원실과 남성 보좌관들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약물 성범죄가 처음 우리 형법에 명시되는 것으로 약물성범죄를 노린 잠재적 가해자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MBC 인권사회팀 기자들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여성들이 약물성범죄에서 벗어나는 날까지 끝까지 추적 보도하겠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 “끝까지 놓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5개월 여에 걸친 MBC의 버닝썬 게이트 취재와 연속 보도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여기에 정준영과 박유천 등을 비롯한 연예인들의 성범죄 행위들까지 쏟아지면서 올 상반기 대한민국은 사회는 버닝썬으로 들끓었습니다.
MBC 인권사회팀 기자들은 단순 폭행 사건으로 시작해, 약물성범죄 피해여성들의 얘기에 따로 귀를 기울이기 까지 오랜 시간 고민과 논의를 거듭했습니다. 각종 언론중재와 고소에 시달리면서도 절대 취재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상식과 인권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단순한 정의 때문이었습니다. 취재진의 실험 영상을 본 피해 여성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한 두 번에 관심을 끄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줘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약물성범죄 피해 여성들의 말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끝까지 취재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제가 실험 영상을 조금 보다가 울었어요. 그때 기억이 나가지고.. 실험하신 기자님도 계속 기억이 안 나신다고 했잖아요. 하고 나서. 제가 경찰 진술할 때랑 똑같아요. (울음)”
“의심이 되면 진짜 맞아보지 먹어보지라는 생각을 저도 해봤어요. (울음) 그러지 않고서는 진짜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들이니까요. 저는 실험 영상 보면서 충분히 설명이 됐다고 솔직히 생각이 들어요.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제 말을 믿을거라고 생각해요. MBC 기자님들. 끝까지 놓지 않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45회 전체 총평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8개 부문 6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4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이 많았다. 이중 한겨레신문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에 대해 기자가 3개월 넘게 교육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에 취업해 한달 동안 일하며 취재한 결과라는 점에서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기사를 보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다른 지역의 방문요양보호사들을 추가로 인터뷰하고 200여명을 설문조사하는 등 다양한 통계를 제시하면서 종합적으로 파고들어 완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기사들의 호흡이 짧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체적인 취재에 1년 가까이 걸린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요양 문제가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만큼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좋은 취재와 기획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환경에서 소위 ‘재력가 건물주들의 월세장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등 ‘자본주의의 민낯을 잘 보여준 기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집주인이 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시·군·구에서 땜질식 수리를 해주고, 세입자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세를 내고, 결과적으로 건물주는 혈세로 관리하고 월세까지 받아 다시 건물을 세우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이었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쪽방 내부 사진을 더해 쪽방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점,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쪽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대안도 모색했다는 점도 칭찬을 받았다.
다만 쪽방 건물주가 꼭 지탄받아야할 대상이냐, 선과 악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거리도 주는 기획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의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기획도 주목을 받았으나 기사가 원래 제목과 달리 미혼모 문제, 청소년 출산 문제로 되돌아간 것으로 읽혔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의 ‘대법원 한진重 통상임금 엉터리 판결’은 기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허겁지겁 쓰는데 급급한 현실에서, 대법 판결이 허술한 계산과 수치를 바탕으로 내려짐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직권 판결 수정’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의 무성의한 판결문 작성 관행에 경종을 울린,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한 의미있는 기사였다는 것이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내쫓기고 외면되고’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친아빠도 소녀를 학대했다’는 점을 단독보도한 후, 소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모든 사회 안전망 즉, 부모·경찰·법원이 모두 한 소녀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왜 소녀의 죽음으로 이어졌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잘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