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에 3년 전 1000세대 규모의 강원도 내 최고층 아파트가 만들어졌다. 이 아파트가 생기면서 구도심이었던 춘천시 근화동의 초등학교 학령 인구도 증가했다.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춘천초등학교에는 1,2,3학년 반이 한 개씩 늘었다. 이 아파트에서 춘천초등학교로 등하교하는 아이들 수도 3년 새 늘어난 것이다. 운행 차량도 늘면서 사고도 잦았다. 그런데도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위험해 보였기에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 결과 춘천지역 초등학교 안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가장 많은 지역에 꼽혔다. 춘천초등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들의 교통사고 불안감이 커졌고, 300여m의 통학 거리도 아이들을 혼자 보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에 학교 측의 공식 요청으로 춘천초등학교 후문 주변의 어린이보호구역이 올해 3월 확대 지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보호시설 설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강원도 춘천시청 도로과에 찾아갔다. 춘천에서 가장 위험해 보이는 통학로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됐는데 보호시설(과속방지턱과 미끄럼방지 포장, 어린이보호구역 표시판 설치 등)은 언제 설치가 되느냐고 물었다. 춘천시는 태연히도 보호시설은 내년에나 설치될까 말까라고 한다. 이상하다고 반문하자, 그게 통상적이라고 답했다. 어린이보호시설 설치가 국비 보조 사업이 된 2천7년 이후 보통 2년 정도는 지나야 보호시설이 설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는 자치단체의 자체 예산을 덜 쓰기 위해 행정안전부의 국비를 받기 위해서였다.
강원도는 최근 아파트 입주와 건설이 봇물처럼 이뤄지고 있다. 그렇기에 통학로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상세한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강원지역 전체 어린이보호구역 별 지정 시기와 보호시설 설치 시기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자치단체의 홈페이지 어린이보호구역 고시 공고문도 일일이 분석했다. 지정부터 보호시설 설치까지 10년이 걸린 곳이 허다했고,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보호시설은 설치되지 않은 곳이 20여 곳이 됐다.
보호시설 미설치 지역 현장을 가봤더니 일부 자치단체에서 어린이보호구역 보호시설을 설치하는 우선 순위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나왔다. 등하교 시간대 차량 통행량과 최근 2년 동안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 등을 봤을 때 위험성이 시급한데도 그렇지 않은 곳보다 보호시설 설치가 늦어지는 상황이었다. 자치단체들은 어린이보호구역의 위험성은 등한시 한 채 시설 관계자의 성가신 민원이 많은 곳이나 보호시설 공사가 편한 곳을 우선사업 대상지로 정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이다.
이렇게 자의적으로 어린이보호시설 설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은 가능했고, 문제 없이 반복돼 온 것은 보호시설 설치 우선 순위 기준이 “시급한 곳”이라고만 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세부 지침이 없었다. 그래서 관행대로 이뤄졌다. 이런 상황을 6편에 걸쳐 꼼꼼히 취재해 연속 보도했다. 반향도 취재해 보도했다.
[‘어린이보호시설 설치 기준 제각각’ 연속 보도 리스트 - 6편]
1) 4월 18일, 무늬만 어린이보호구역…시설은 뒷전
2) 4월 25일, 철원군 어린이보호시설 설치 사업 객관성 논란
3) 5월 6일, 어린이보호구역 설치 기준 제각각
4) 5월 8일, 어린이 보호시설 설치 사업 개선…객관적 기준 도입
5) 5월 16일, (속보) 강원도교육청, 어린이보호구역 위험 요인 조사
6) 5월 23일, (속보) 춘천시, 스쿨존 10곳 재정비…통학길 안전 확보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철원군은 올해 통학로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 어린이집에 보호시설을 설치하면서 그 이유를 공사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전화로 보호시설 설치가 필요하다는 민원성 전화를 1번 받았다는 이유를 댔다. 그 어린이집 원장의 배우자가 군청의 간부 공무원이었다.
철원군이 보호시설을 설치해 주리라고 믿고 3년을 기다린 유치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터무늬 없는 일이 가능한 것은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한 ‘보호시설 우선 설치 규정’이 불분명하게 돼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허술함에다,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가 더해지면서 어린이들의 보행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보호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 대부분이 도로 구조 변경이나 대규모 아파트나, 공사 현장이 생기면서 어린이 통학에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 곳인데도 보호시설 설치는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확인됐다.
이에 정보공개 청구와 자치단체 홈페이지의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공고문과 보호시설 설치 공사 고시문 분석을 바탕으로, 도로구조 변경 등으로 위험성이 고조된 채 방치되고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을 현장 취재하며 학부모의 불안감과 위험상황을 취재했다. 도로교통공단의 GIS 사고 통계 자료를 적극적으로 확인해 어린이보호구역 지점의 사고 건수 등 위험성을 지표를 가지고 정확히 보도하고자 했다.
이번 취재에서는 단순히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건수와 사상자 수를 부각하기보다는 어린이보호시설 설치 기준의 불분명한 점을 집중 취재했다. 그저 내 아이 안전만 내 손으로 지키면 된다는 식이 아닌 어린이보호시설 설치 우선 순위 기준의 중요성을 집중 보도했다.
학기 초 불안감에 초등학교나 교육청 홈페이지에 통학로 위험을 말하던 학부모와 학교 선생님들이 큰 응원을 주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 선행 보도 없는 KBS의 단독 뉴스임.
4. 사회에 끼친 영향
5월은 어린이의 달이고 가정의 달이다. 그런데 어린이 교통사고는 일년 중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이보호시설 뉴스 반향도 즉각적이었다.
학부모와 선생님,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보안관, 통학로 횡단보도 교통 수신호 봉사단 등이 어린이보호구역 보호시설의 미설치 위험성을 뉴스 보도 이후 직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 그리고 춘천초등학교에서는 위험한 학교 통학로 골목에는 아이들을 데려다 주면서 진입하지 말기를 학부모회를 통해서 결의하기도 했다. 이런 계기가 지속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관리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강원도는 어린이보호구역 보호시설 설치 객관적 지표를 도입해 18개 기초자치단체에 시행을 명령했다. 시급한 곳에 설치한다는 기존의 지침을 고치고, 3가지 기준을 정했다. 등하교 시간대 차량 통행량과 최근 3년 교통사고 발생 건수, 보호시설 설치 담당자의 위험성 판단이다. 주민 민원이나 보호시설 설치의 용이성은 사실상 배척됐다. 행정 편의주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강원도교육청은 기존 새 학기마다 실시하던 형식적 어린이 통학로 위험 조사가 아닌 어린이보호구역 위험 요인 조사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치단체와 협의해 위험 요인을 줄이고, 노후 보호시설을 개선하고, 보호시설이 없는 곳에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시설(과속 방지턱와 어린이보호구역 노면 표시 등)을 신속히 설치하기로 했다. 또, 학교 부지를 최대한 할애해 어린이보호구역의 안전도를 높이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예산을 추가로 배정해 ‘통학 차량 요원’을 확충한다고 밝혔다.
춘천시는 강원도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다. 이에 KBS뉴스 보도 이후 어린이 안전 확보를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어린이보호구역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비를 받아야만 보호시설을 설치하고 있던 10여 년의 행정 편의주의적인 관행은 없애기로 했다. 위험한 어린이 통학로는 시 자체 예산만을 가지고 신속히 보호시설 설치 공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엘로우 카펫 설치와 어린이보호구역 도로 안에서 차량이 과속할 수 없는 구조를 한 초등학교 주변에 시범 도입해 향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강원도가 어린이보호시설 설치 우선 순위 기준 설정과 관련해 기존 상식선에서 지방 정부가 시급한 곳에 설치하리라고 방치해두던 관례에서 각 광역 자치단체에 공문으로 기준 설정을 독려하기로 했다. 지역 별 특성에 맞는 어린이 안전을 세우기 위해서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간섭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구체적인 우선 순위 설정 기준도 제안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번 보도는 어린이보호구역의 불법 주정차 문제나 사고 발생 등의 단순 보도가 아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고, 조명되지 않았던 어린이보호구역 보호시설 실치 기준이 제각각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확인해 심층 보도했다. 이 보도로 새로운 설치 기준이 만들어지고, 어린이 보호를 위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점이 만들어진 점 등 사회적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낸 점이 평가된다.
6.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과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 사항은 전혀 없다.
회차 심사평
제345회 전체 총평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8개 부문 6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4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이 많았다. 이중 한겨레신문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에 대해 기자가 3개월 넘게 교육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에 취업해 한달 동안 일하며 취재한 결과라는 점에서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기사를 보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다른 지역의 방문요양보호사들을 추가로 인터뷰하고 200여명을 설문조사하는 등 다양한 통계를 제시하면서 종합적으로 파고들어 완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기사들의 호흡이 짧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체적인 취재에 1년 가까이 걸린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요양 문제가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만큼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좋은 취재와 기획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환경에서 소위 ‘재력가 건물주들의 월세장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등 ‘자본주의의 민낯을 잘 보여준 기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집주인이 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시·군·구에서 땜질식 수리를 해주고, 세입자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세를 내고, 결과적으로 건물주는 혈세로 관리하고 월세까지 받아 다시 건물을 세우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이었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쪽방 내부 사진을 더해 쪽방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점,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쪽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대안도 모색했다는 점도 칭찬을 받았다.
다만 쪽방 건물주가 꼭 지탄받아야할 대상이냐, 선과 악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거리도 주는 기획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의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기획도 주목을 받았으나 기사가 원래 제목과 달리 미혼모 문제, 청소년 출산 문제로 되돌아간 것으로 읽혔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의 ‘대법원 한진重 통상임금 엉터리 판결’은 기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허겁지겁 쓰는데 급급한 현실에서, 대법 판결이 허술한 계산과 수치를 바탕으로 내려짐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직권 판결 수정’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의 무성의한 판결문 작성 관행에 경종을 울린,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한 의미있는 기사였다는 것이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내쫓기고 외면되고’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친아빠도 소녀를 학대했다’는 점을 단독보도한 후, 소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모든 사회 안전망 즉, 부모·경찰·법원이 모두 한 소녀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왜 소녀의 죽음으로 이어졌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잘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