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외면할 수 없는 그들의 절규, “피자 한 조각에 똥 기저귀 갈아”
“우리 장애인을 제발 꺼내주세요.”
지난해 11월 초 사회복지법인 동향원 한 관계자의 제보. 법인 측이 멀쩡한 무연고 장애인들을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강제 입원시킨 것도 모자라 다른 환자의 ‘무보수 병수발’도 강제했다는 내용이었다.
확보한 녹취록에는 피자 한 조각에 하루 2~3번 중증 환자의 똥 기저귀를 갈고, 목욕도 시켜줬다는 증언이 담겨 있었다. 잔반 버리기뿐만 아니라 손∙발톱도 대신 깎아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과도한 병수발에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거나 발에 물집이 잡혔다는 고백도 이어졌다. 심지어 요양보호사에게 병수발 교육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들은 사실상 휴식을 취하는 입원 환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거부하기는 어려웠다. “일 잘하면 여기서 나가게 해줄게”라는 말이 족쇄가 됐다. 녹취록에 담긴 피해 장애인만 모두 3명. 구체적인 병수발 날짜와 행위 등에 대해 모두 동일하게 진술했다. 취재 결과 법인의 전‧현직 간부를 비롯해 내부자 6~7명도 한목소리로 사실을 인정했다. 이제는 더 이상 단순한 의혹으로 보기 어려웠다. 보도를 미루거나 멈춘다면, 그들을 인권 유린 굴레에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울리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빙산의 일각’ 불과…회전문 입‧퇴원에 ‘돈벌이’로 전락한 무연고 장애인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는 마치 양파 껍질 같았다. 취재 결과 무보수 병수발에 투입된 장애인 대다수가 회전문 입‧퇴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짧게는 3달씩 단기 입원을 반복했고, 역류성 식도염이나 구토 등 단순 증상으로 폐쇄병동에 갇히기도 했다. 건강보험료로 돈을 벌기 위해 무연고 장애인을 사실상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입원 환자 중 1명은 지적장애가 아닌 위암을 앓았지만,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갇혀 무보수 병수발에 동원됐다. 1년 전 위절제술을 받거나 덤핑증후군 등으로 외래 진료를 받던 환자도 가차 없이 병수발에 투입됐다. 2018년 3월에는 남자 요양보호사가 환자의 멱살을 잡고 발로 걷어차는 등의 폭행을 가해 퇴사한 사실도 취재로 드러났다. 법인, 부설 정신병원, 재활원, 요양원 등 사회복지법인 전체에 걸쳐 무연고 장애인에 대한 심각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취재진은 속속히 드러나는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기 위한 심층‧연속 보도에 착수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끈질긴 취재 끝 의혹이 사실로…반년에 걸친 ‘팩트 체크’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 보도는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어설픈 의혹만 제기하고 끝낼 수는 없었다. 제보자와 무연고 장애인 등이 2차 피해에 노출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제보를 받은 뒤 6개월이 넘게 보도를 이어왔고, 꾸준히 증거 자료를 수집했다. 제보자 노출을 우려해 일과 시간 이후 관계자 5~6명을 직접 찾아다니며 증언을 들었다. 부산시와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이전 3년간 진행됐던 점검 결과도 모두 확인했다.
첫 보도가 나간 뒤에는 300페이지에 달하는 8년 치 정신병원 입‧퇴원 내부 자료(2011년 1월~2018년 7월)도 확보했다. 피해 장애인 입‧퇴원 시기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정신병원을 오간 동향원 부설 재활원, 요양원 거주 장애인의 입‧퇴소 기록도 분석했다. 개개인의 병력, 외래 진료 건수 등의 내부 자료도 모두 정리했다. 피해 장애인이 입원 전 머물던 기관의 직원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직접 찾아가 “입원 장애인 모두 ‘케어’ 대상이지 ‘치료’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도 받아냈다. 시설에서 사회 복귀를 준비해야 할 장애인이 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는 ‘이상 행태’가 이어지고 있음을 여러 통로로 증명했다.
한 달에 걸쳐 내부 직원과 접촉해 법인국장 지시 아래 무연고 장애인의 강제 입원이 이뤄졌다는 증언도 받아냈다. 당시 한 간부가 국장 지시에 반발한 떠들썩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또 동향원이 부산시 등록 사회복지법인이지만, 부산에는 텅 빈 유령사무실만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사실상 모든 시설이 울산 울주군에 밀집해 있다는 사실도 취재로 드러냈다. 동향원 부설 시설들은 각각 부산시, 울산 보건소 등 별도 지자체에서 관리‧감독을 받는 구조로 운영돼 왔던 것이다.
1년 전 정신병원에 입원한 피해 장애인도 직접 섭외해 인터뷰했다. 그룹홈에서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던 날을 똑똑히 기억했다. 규정에 따라 의사 진료를 받지 않고 강제 입원된 과정도 명확히 증언했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1인칭으로 보도했다. 이밖에도 건강보험공단 담당자와 정신과 의사, 복지단체 등 전문가와 접촉해 동향원의 ‘회전문 입퇴원’ 사실 여부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광범위한 기초 취재자료를 바탕으로 20여 차례에 걸쳐 이번 사태를 심층∙연속 보도했다.
∎부산시 무더기 고발, 검‧경 압수수색, 국가인권위 시정 권고…드러나는 진실
이번 보도의 최대 쟁점은 의혹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취재진과 언론사 자체 판단으로 보도가 시작됐지만, 정식 기관에서 확인‧증명하는 절차가 뒤따라야 했다. 무연고 장애인을 격리 조치시키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을 만들려면 진실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연이은 보도로 부산시의 실태조사를 이끌어내 숱한 의혹을 밝혀냈다. 3차례에 걸친 부산시 현장 조사로 ‘무보수 병수발’ 목격자가 발견됐다. 내부 직원 여러 명으로부터 “이상 행동이 없는 장애인 3~4명이 주기적으로 입‧퇴원했다” 등 회전문 입‧퇴원 증언이 확보됐다. 병원 기록 조사로 확인된 피해자만 9명에 달했고, 요양원 등 집계되지 않은 대상자까지 합하면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 조사 결과에 따라 부산시는 동향원 대표이사, 법인국장, 부설 정신병원 원무부장 등 5명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현직 직원 자필진술서도 고발장에 첨부했다.
취재진은 부산시 조사에서 추가로 드러난 동향원의 충격적 인권 유린 실태도 여과 없이 보도했다. 무연고 장애인을 상대로 교사의 ‘그루밍 성폭력’, 의료 실습생들의 ‘주사 실습’이 이뤄졌다는 내부 진술이 시 조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다 보니 과거 부산의 한 경찰서에서 그루밍 성폭력 수사 기록과 주사 실습 피해자의 녹취록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12년 그루밍 성폭력 당시 교사는 사직 처리됐지만, 피해 여성 장애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된 사실도 증명해 보도했다.
취재진은 국가인권위가 정신병원 측에 무보수 병수발 사건에 대한 시정 권고 조치를 내린 사실도 확인했다. 인권위 조사에도 환자 3명이 다른 환자의 용변 치우기, 목욕, 식사 보조에 동원됐다고 언급됐다. 그 대가로 담배와 간식 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향원 과거 비리도 재확인했다. 부설 정신병원 측은 앞서 2018년 10월에도 한 20대 여성을 강제 입원시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10여 년 전에는 공금 횡령, 여성 환자 성추행, 중증장애인 의문사 등 각종 비리 의혹으로 시민단체가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2008년 2월에는 부산시 특별감사를 통해 동향원 재활교사 편법 운영, 회계 부정, 장애수당 전용 등이 밝혀져 행정조치가 단행됐다. 취재진은 과거 울산‧경남 지역으로까지 뻗어갔던 시민단체를 찾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부산시 특별감사 자료도 확보해 보도했다.
탄력받은 검찰 수사도 놓치지 않고 단계별로 보도했다.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는 대검찰청에도 보고된 중요 사안이다. 참고인 조사 이후 수사로 전환됐고, 올 4월 18일 법원 영장 발부로 검‧경이 법인 사무실과 부설 정신병원을 압수 수색을 한 점도 확인해 보도했다. 현재 수사 도중 입‧퇴원 내역 서류가 사후 조작됐다는 진술이 추가로 나와 국과수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가족도 정부도 돌보지 않는 관리 사각지대 ‘무연고 장애인’…안전망 구축 기획보도 착수
취재진은 동향원 사건을 계기로 사회 곳곳에 방치된 무연고 장애인에 대한 기획 보도를 최초로 시작했다. ‘제2의 동향원 사태’를 막기 위해 무연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설 밖 무연고 장애인’에 대한 추적시스템은 전무했고,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당연히 동향원 피해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문제의 정신병원’에 갇히게 됐는지도 확인이 불가했다.
기획 보도를 위해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 사회복지연대, 부산시의회, 부산복지개발원, 부산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 각계 전문가와 수시로 머리를 맞댔다. 무연고 장애인 일생을 역추적해 사례별로 들여다보고, 자립 이후 이들에 대한 추적시스템이 없다는 허점을 찾아냈다.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무연고 장애인이지만, 전담기구조차 없었다. 취재진은 전국 및 부산 무연고 장애인 수, 시설 입소자 수, 자립 성공 및 실패 비율, 자립 교육 정도 등을 확인했다. 시설 퇴소 장애인에 대한 관리 체계, 자립 정착 제도의 미비점도 보건복지부를 통해 분석했다. 최근 5년간 거주 불명의 상태의 무연고 장애인, 향후 자립하게 될 무연고 장애인 등 잠정적 위험군 실태도 보도했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분석한 수십 건의 사례 중 몇몇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난 목소리만 높이지 않았다. 기획 보도마다 박스 기사를 추가해 대안을 찾았다. △부산 아동양육시설의 자립지원 인력 실태 개선 △전무한 부산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 신설 △전담기구 설치 등 필요한 대책을 심층 보도했다. 쉼터 벤치마킹을 위해 선제적으로 설치한 서울, 경기, 대구 등의 운영 상황도 현지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보여줬다. 단순 쉼터 신설이 아닌 질적으로 보장된 쉼터를 확충해야 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영국 등 선진국의 무연고 장애인 관리 제도도 보도하며 지자체 첫 전담기구 설치의 기대도 높였다. 이밖에 ‘위험한 자립’을 부추기고 시설로의 복귀를 막는 ‘탈시설’ 정책의 보완점도 찾았다. 마지막 기획 보도에서는 <부산일보> 주최 전문가 좌담회를 열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정리해 본격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시민단체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대책 이끌어 낸 사회적 파장
취재진은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 연속 보도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보도하는데도 힘썼다.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회복지연대 등의 집회와 성명서 등을 보도하며 대책 촉구 바람에 동참했다. 시민단체는 11년 만에 또다시 되풀이되는 인권 유린 사태에 동향원의 시설 폐쇄를 장기농성 의제에 포함시켜 42일간 투쟁했다. 시민단체 집회와 기자회견은 참여 인원이 200여 명까지 늘었다.
연속 보도로 세종시에 있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간부들이 직접 부산에 내려와 현 상황을 살피고,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각 시민‧장애인 단체 소속 인권 변호사도 보건복지부에 전국 실태 조사를 의뢰하기 위해 취재진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드러나는 비리와 가시적인 대책 마련에 타 매체 보도 잇따라
‘무연고 장애인 그늘,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 보도는 <부산일보>의 단독 취재로 보도됐다. 당사자 녹취록 등 충분한 근거를 갖고 무보수 병수발에 대한 의혹 제기를 시작해 <연합뉴스> <SBS> 등이 잇따라 보도했다. 특히 부산시 위탁 운영 기관인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동향원 간부 5명을 검찰에 고발하자 방송사, 통신사, 지역 일간지 등이 보도를 이어갔다. <울산저널> 언론사는 지역 복지계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해 동향원 비리 재발 대책을 보도하기도 했다.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에 따른 부산시 장애인 복지시설 전수 조사, 그룹홈 시설장 구속, 장애인 단체 집회 등 굵직한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조선일보> <국제신문> <연합뉴스> <부산MBC> 등의 타 매체도 보도를 이어갔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부산 첫 학대 장애인 피해 쉼터 설치…장애인 인권 새 국면 돌입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와 ‘인권 사각 무연고 장애인’ 기획 보도로 부산 최초의 학대 장애인 피해 쉼터가 생긴다. 일련의 보도로 부산시의회 최영아 의원이 ‘부산시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달 13일 시의회 심의를 통과했다.
조례 개정안에는 갈 곳 없는 무연고 장애인을 돌볼 쉼터의 설치‧운영 조항이 신설됐다. 그동안 이들을 보호할 공적 기구가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국 9번째로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가 만들어지며, 이를 위해 부산시가 총 6억 원을 투입해야만 한다는 예산 계획서도 통과됐다. 장애인 인권영향평가 실시와 인권헌장 선포에 대한 내용도 신설되는 등 장애인을 주체로 인정하기 위한 전방위적 대책도 담겨 있다.
∎부산 첫 전수조사로 드러난 부끄러운 민낯…수억 원 횡령 그룹홈 원장 구속
부산시는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 보도가 이어지자 민‧관 합동으로 장애인 거주시설 75곳을 두 달여 간 전수 조사했다. 그룹홈(소규모 공동생활가정)까지 합한 전체 시설의 인권 침해 실상을 확인한 건 이번이 최초다.
조사 결과 암암리에 벌어졌던 각종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그동안 전수조사에서 빠졌던 그룹홈 문제가 집중 불거졌다. 해운대구 한 그룹홈 시설장은 무연고 장애인 3명의 연금을 무단으로 빼돌리는 등 수억 원을 갈취했고, 다른 그룹홈 6~7곳에서도 장애인 명의 아파트를 몰래 임대하거나 특별 청약권을 멋대로 써 부당 이득을 취했다. 부산시는 조사 결과로 드러난 6건의 금전 착취 비리에 대해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고, 나머지 100여 건의 적발 사례는 시정조치 명령했다. △유통기한 경과 음식 보관 △인권지킴이단 부적정 운영 △장기입원자 사례 관리 구축 소홀 등 여러 문제가 확인됐다.
해운대구 그룹홈 시설장은 광수대 수사로 5월 말 결국 구속됐다. 시설장이 정부 보조금이 아닌 장애인 개인 연금을 몰래 빼앗아 구속된 것은 부산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동향원 사태 계기로 그동안 감시 사각지대에 놓였던 그룹홈 비리까지 확인된 셈이다.
부산시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부산복지개발원 전문가와 협의해 대책도 마련했다. 우선 동향원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정신병원 입원 시 무연고 장애인의 병력, 의사 소견을 지자체가 나서서 검증한다. 입원 이후에도 정기 방문 관리를 실시하고, 3개월 이상 장기 입원자는 각 구‧군에서 모니터링 하도록 권고한다. 또 이번 사태로 드러난 그룹홈 비리 척결을 위해 별도 감시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의혹→진실 규명→기획 보도, 본연의 탐사보도 역할 충실
‘무연고 장애인 그늘,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 연속 보도는 충분한 단서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의혹 제기만 난무하는 여러 보도와 달리 언론 스스로 진실 규명에 노력했다. 진실 규명이 어렵다는 이유로 보도를 회피했다면 정신병원에 갇힌 무연고 장애인 피해는 계속됐을 것이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무연고 장애인 관리 실태, 지역 여러 그룹홈의 금전 착취 비리 등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명확한 단서 없이 의혹만 제기했다면 소송에 휘말릴 위험도 컸다.
진실 규명에서 끝내지 않고 연이어 기획 보도를 이어간 점도 사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언론사가 중심이 돼 ‘집단 지성’을 모으고, 대책 마련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 무연고 장애인과 관련한 제도의 빈틈을 훌륭히 메웠다는 의견도 많았다.
∎제보자 보호에 우선순위…매 보도에 신중 기해
6개월에 걸친 동향원 인권 유린 사태 보도는 철저히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취재진은 부산시 내부 조사 이전까지 내‧외부자, 당사자, 목격자인지 확인할 수 없도록 ‘관계자’라는 명칭으로 통일했다. 전화 취재 등 내부자를 유‧무선으로 접촉할 때는 혹여나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일과시간을 피했다.
내부 직원을 위한 법인 감시에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법인 측은 보도 이후 부산시 실태조사가 벌어지자 내부 직원 입단속을 시켰다. 조사 이후 각 직원과 환자에게 어떤 대답을 했는지 등을 적어내라고 했다. 취재진은 이같은 내부 실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지속 보도하며, 법인이 제보자를 색출하지 못하도록 노력했다. 이밖에 구체적인 보도로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면서도, 최대한 개인 정보는 숨겼다.
또 가해자 반론 보도권도 최대한 보장했다. 연락이 되지 않더라도 문자를 수차례 남기고, 다른 번호로까지 접촉을 시도했다. 법인국장을 시작으로 동향원 원무부장 등과 통화하며 여러 입장 확인에 충실했다.
6. 기타 고려사항
이번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비롯한 민형사상 어떤 소송도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45회 전체 총평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8개 부문 6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4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이 많았다. 이중 한겨레신문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에 대해 기자가 3개월 넘게 교육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에 취업해 한달 동안 일하며 취재한 결과라는 점에서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기사를 보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다른 지역의 방문요양보호사들을 추가로 인터뷰하고 200여명을 설문조사하는 등 다양한 통계를 제시하면서 종합적으로 파고들어 완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기사들의 호흡이 짧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체적인 취재에 1년 가까이 걸린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요양 문제가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만큼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좋은 취재와 기획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환경에서 소위 ‘재력가 건물주들의 월세장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등 ‘자본주의의 민낯을 잘 보여준 기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집주인이 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시·군·구에서 땜질식 수리를 해주고, 세입자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세를 내고, 결과적으로 건물주는 혈세로 관리하고 월세까지 받아 다시 건물을 세우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이었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쪽방 내부 사진을 더해 쪽방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점,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쪽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대안도 모색했다는 점도 칭찬을 받았다.
다만 쪽방 건물주가 꼭 지탄받아야할 대상이냐, 선과 악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거리도 주는 기획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의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기획도 주목을 받았으나 기사가 원래 제목과 달리 미혼모 문제, 청소년 출산 문제로 되돌아간 것으로 읽혔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의 ‘대법원 한진重 통상임금 엉터리 판결’은 기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허겁지겁 쓰는데 급급한 현실에서, 대법 판결이 허술한 계산과 수치를 바탕으로 내려짐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직권 판결 수정’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의 무성의한 판결문 작성 관행에 경종을 울린,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한 의미있는 기사였다는 것이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내쫓기고 외면되고’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친아빠도 소녀를 학대했다’는 점을 단독보도한 후, 소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모든 사회 안전망 즉, 부모·경찰·법원이 모두 한 소녀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왜 소녀의 죽음으로 이어졌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잘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