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0)
지난해 말, 삼성물산한테 ‘토사구팽’ 당한 하도급업체 당사자에게서 직접 제보를 받았습니다. 취재 기간이 넉 달 정도 소요된 것은, 매우 낯선 용어들로 그득한 건설업계 개념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단독 입수한 내부 자료들을 전문가들과 꼼꼼히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핵심 내용은 크게 두 줄기입니다.
첫째,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자 국내 건설업계 1위 기업인 삼성물산이 거액의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방파제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도급업체를 압박해 견적서를 허위로 부풀리게 했고, 이를 통해 국민들 세금으로 마련된 예산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최소) 백억 원 이상 편취했다는 것입니다. 사기죄와 국고손실죄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둘째, 그렇게 견적서 부풀리기를 공모하도록 한 하도급업체를 끝내 ‘토사구팽’하고 새로운 하도급업체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우리 건설업계의 전형적이고도 고질적인 문제인 ‘기술 탈취’를 보여줍니다. 특허 장비를 사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당초 ‘견적서 부풀리기’에 이용했던 하도급업체를 버리고 새로운 업체를 택한 뒤, 그 업체로 하여금 사실상 동일한 특허 장비를 가져오게끔 만드는 행태였습니다. 대기업의 전형적인 파렴치입니다.
이런 불법적 행태를 관리 감독해야 할 발주처인 해양수산부는 무능력하기만 했습니다. 심지어는 삼성물산에 내려주는 예산을 100% 고스란히 보증해준다는 내용의 ‘수상한 합의서’를 써준 사실도 후속 보도를 통해 추가 확인됐습니다. 매우 이상한 합의서입니다. 공모였거나 무능력이었거나 둘 중 하나는 분명합니다.
‘국가 예산 백억 원 편취’는 금액 전부가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간 세금이라는 측면에서 피해가 명확하며, 특히 국고손실죄의 경우 피해액이 5억 원만 넘어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을 정도로 중죄입니다.
관급공사의 예산이 건설업체의 쌈짓돈처럼 되고 있다는 점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온갖 갑질과 기술 탈취를 하고 있다는 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늘 수면 아래에만 맴돌고 세상 밖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내부고발이 나오기 힘든 ‘갑을 관계’ 및 ‘짬짜미 거래’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 저희 취재진이 보도한 내용은 ‘토사구팽’된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이 자신들도 삼성물산과 함께 ‘국가 예산 편취’의 공모자라는 것을 감수하고 나섰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그들이 구체적 자료와 일관된 증언을 몽땅 제공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당초 실명 인터뷰를 거절했던 그들이었지만, 폭로의 신빙성과 제보의 공익성을 위해 오랜 기간 설득해 결국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 없습니다.
취재진의 이번 보도는 tbs 간판 프로그램이자 청취율 1위인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화제의 유투브 방송 <다스뵈이다>에서도 각각 소개됐으며 합계 조회수가 100만 회를 넘었습니다.
핵심 자료를 특정 언론사만 보유할 수밖에 없는 ‘기획보도’의 특성상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가 잇따르긴 힘든 상황이었지만, 국제신문과 UPI뉴스 등 10여 곳의 인터넷 매체에서 관련 소식을 다뤘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KBS 보도가 나간 뒤 해양경찰청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20여 명으로 구성된, 비교적 대규모의 전담팀을 만들어 본청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론사 취재진이 핵심 제보자 및 수사기관과 함께 관련 정보를 일찍부터 공유하고 일정을 조정하면서 뉴스 보도를 먼저 내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수사를) 마치 처음 수사 착수하는 것인 양 후속 보도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번 경우는 전혀 사전에 조율된 바 없었습니다. 저희 방송을 시청한 해양경찰청장이 직접 지시를 내려 전담팀이 꾸려진 것이었습니다. 해경은 이번 사안을 일종의 ‘해양범죄’로 규정하고 수사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에서도 해경 수사와 별도로 ‘예산 편취’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6월 중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공정위에서는 ‘기술 탈취’ 부분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5회 전체 총평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8개 부문 6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4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이 많았다. 이중 한겨레신문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에 대해 기자가 3개월 넘게 교육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에 취업해 한달 동안 일하며 취재한 결과라는 점에서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기사를 보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다른 지역의 방문요양보호사들을 추가로 인터뷰하고 200여명을 설문조사하는 등 다양한 통계를 제시하면서 종합적으로 파고들어 완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기사들의 호흡이 짧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체적인 취재에 1년 가까이 걸린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요양 문제가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만큼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좋은 취재와 기획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환경에서 소위 ‘재력가 건물주들의 월세장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등 ‘자본주의의 민낯을 잘 보여준 기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집주인이 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시·군·구에서 땜질식 수리를 해주고, 세입자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세를 내고, 결과적으로 건물주는 혈세로 관리하고 월세까지 받아 다시 건물을 세우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이었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쪽방 내부 사진을 더해 쪽방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점,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쪽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대안도 모색했다는 점도 칭찬을 받았다.
다만 쪽방 건물주가 꼭 지탄받아야할 대상이냐, 선과 악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거리도 주는 기획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의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기획도 주목을 받았으나 기사가 원래 제목과 달리 미혼모 문제, 청소년 출산 문제로 되돌아간 것으로 읽혔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의 ‘대법원 한진重 통상임금 엉터리 판결’은 기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허겁지겁 쓰는데 급급한 현실에서, 대법 판결이 허술한 계산과 수치를 바탕으로 내려짐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직권 판결 수정’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의 무성의한 판결문 작성 관행에 경종을 울린,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한 의미있는 기사였다는 것이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내쫓기고 외면되고’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친아빠도 소녀를 학대했다’는 점을 단독보도한 후, 소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모든 사회 안전망 즉, 부모·경찰·법원이 모두 한 소녀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왜 소녀의 죽음으로 이어졌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잘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