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② 단독기획(O)
‘스토킹을 방치하면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진다.’ 범죄 관련 논문이나 기사에 상식처럼 인용되는 명제입니다. 5명이 살해된 ‘안인득 사건’에서도 범행 전 이웃집 여고생에 대한 지속적인 스토킹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토킹은 한국에선 범칙금 8만원짜리 경범죄일 뿐입니다. 스토킹의 심각성과 대응 시스템 간의 괴리가 바로 기획보도를 준비한 이유입니다.
취재 초기 스토킹에서 비롯된 강력범죄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통계는 물론 이를 분석한 국내 논문조차 없었습니다. 스토킹과 살인 사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진이 지난해 살인과 살인 미수 1심 판결 전수(381건, 존속 살인· 비공개 판결 제외)를 직접 분석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분석 결과 전체 381건 가운데 56건에서 스토킹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스토킹은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에 집중됐습니다.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 중 스토킹이 확인된 비율이 무려 30%였습니다. 스토킹과 여성 살인사건 간 연관성에 대한 사실상 국내 첫 분석 결과입니다.
아울러 안인득 사건을 후속 취재하는 과정에서 살해된 여고생과 가족들이 스토킹 공포를 호소하는 녹취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단독성 보도를 통해 해당 기획보도가 5월 22일 KBS 뉴스9 톱 블록에 배치됐습니다.
또 KBS공영미디어연구소에 의뢰해 만19세 이상 남녀 1,2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응답자 중 약 10%가 스토킹을 직접 당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스토킹이 이례적인 범죄가 아니라 국민 생활에 밀접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KBS 보도 직후 살해된 여고생과 가족들의 녹취 내용을 조선일보와 아시아 경제 등 다른 언론사가 인용 보도했습니다. JTBC는 자사 프로그램인 '정치부회의'에서 안인득의 스토킹 행위에 대한 KBS 보도 내용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MBC는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인터뷰하면서 KBS의 분석 결과를 인용한 바 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남인순 최고위원이 KBS의 스토킹 보도 내용을 종합해 발언했습니다. 발생 보도가 아닌 기획 보도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논의 안건으로 등장하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남 의원은 특히 "KBS 보도에서 1심선고가 난 살인미수 381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피해자인 살인·살인미수 사건 159건 중 48건에서 스토킹이 드러났다"며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관련 법안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제한적이긴 하지만 스토킹과 살인 사건 간 연관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스토킹 행위 방식, 스토킹 단계에서 경찰 신고가 있었는지 여부 등도 별도로 확인해 집계했습니다.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판결문을 수차례 재검토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이나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45회 전체 총평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8개 부문 6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4편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달 심사에서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이 많았다. 이중 한겨레신문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한국일보의 ‘지옥고 아래 쪽방’ 기획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에 대해 기자가 3개월 넘게 교육을 받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요양원에 취업해 한달 동안 일하며 취재한 결과라는 점에서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기사를 보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다 다른 지역의 방문요양보호사들을 추가로 인터뷰하고 200여명을 설문조사하는 등 다양한 통계를 제시하면서 종합적으로 파고들어 완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기사들의 호흡이 짧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체적인 취재에 1년 가까이 걸린 기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요양 문제가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만큼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좋은 취재와 기획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옥고 아래 쪽방’은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환경에서 소위 ‘재력가 건물주들의 월세장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등 ‘자본주의의 민낯을 잘 보여준 기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집주인이 수리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시·군·구에서 땜질식 수리를 해주고, 세입자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세를 내고, 결과적으로 건물주는 혈세로 관리하고 월세까지 받아 다시 건물을 세우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이었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쪽방 내부 사진을 더해 쪽방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점,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쪽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대안도 모색했다는 점도 칭찬을 받았다.
다만 쪽방 건물주가 꼭 지탄받아야할 대상이냐, 선과 악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거리도 주는 기획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의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기획도 주목을 받았으나 기사가 원래 제목과 달리 미혼모 문제, 청소년 출산 문제로 되돌아간 것으로 읽혔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경제신문의 ‘대법원 한진重 통상임금 엉터리 판결’은 기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허겁지겁 쓰는데 급급한 현실에서, 대법 판결이 허술한 계산과 수치를 바탕으로 내려짐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직권 판결 수정’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법원의 무성의한 판결문 작성 관행에 경종을 울린,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한 의미있는 기사였다는 것이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광주MBC의 <‘내쫓기고 외면되고’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친아빠도 소녀를 학대했다’는 점을 단독보도한 후, 소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모든 사회 안전망 즉, 부모·경찰·법원이 모두 한 소녀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왜 소녀의 죽음으로 이어졌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잘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