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단독취재( O ) 제보( O )
-32년째 천주교 재단이 춘천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인 춘천시립복지원. 하지만 2019년 봄, 춘천시립복지원은 지역사회의 존경과 박수의 대상이 아닌 구설수를 빚는 시설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올 2월 춘천시립복지원은 시설 내에서 사육하던 사슴 불법도축 행위가 적발돼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그러나 불법도축 행위 그 자체에 머물렀을 뿐 행위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불법도축이 자행됐는지 등 언론과 관계기관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 노력은 시설의 폐쇄성과 종교 재단에서 수 십 년간 운영해왔다는 ‘온정주의’적 시각 속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렇게 단발성 사건으로 묻힐 수 있었던 ‘불편한 진실’은 한통의 전화 제보에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보는 불법도축과 판매에 시설에서 보호되고 있는 장애 노숙인들이 대거 동원돼 왔다는 믿기 힘든 얘기였다. 3월 기준 춘천시립복지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들은 84명이며 이 가운데 68명이 장애 노숙인, 장애 노숙인을 포함한 18명이 질병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처지였다.
제보가 사실이라면 반드시 밝혀내 경종을 울려야할 사안이었지만 구체적인 단서가 있는 제보가 아니었고 춘천시립복지원이 외부인들의 입출입이 자유로운 장소도 아니었기에 실체 접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 90% 가량은 대변해줄 가족도 없는 처지여서 3자에 의한 사실 확인도 불가능했다.
한 달 여에 걸쳐 시설 전, 현직 관계자와 장애인 단체 등을 설득하고 접촉한 끝에 가까스로 불법도축에 동원됐던 지체 장애 노숙인들을 외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증언은 충격 그 자체였다.
도축 행위는 물론 시설 직원들은 악취 등으로 기피하는 가공 작업에도 장애 노숙인들이 동원됐고 가공 제품은 노숙인 가족들에게도 팔려나갔다는 내용이었다. 불법도축도 문제지만 노동력 대가 역시 상당 기간 무보수나 미미한 수준만 지급하는 착취에 가까웠다는 진술도 더해졌다. 이들이 토로한 도축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인 고통은 언론의 사명을 촉구하는 간절한 호소였다.
강원CBS는 제보 내용과 취재 내용을 토대로 3월 4일과 5일 두 차례 연속 단독 기사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시설 관계자 역시 노숙인들이 도축과 가공제품 제조 과정에 일부 동원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관련기사-CBS라디오/노컷뉴스 보도)
노숙인 보호시설, 사슴 불법도축에 ‘장애 노숙인 동원 인권유린’ 주장-3월 4일
춘천 보호시설 노숙인 ‘불법도축 강요 사실, 보상도 제대로 못 받아’-3월 5일
-강원CBS는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춘천시립복지원에서 관련 문제가 수년간 자행될 수 있었던 구조적인 문제도 밝히는데 힘을 실었다.
시설에서 노숙인 불법도축 동원이 수년간 자행될 수 있었던 데는 관리감독 기관인 춘천시의 안일한 대응과 ‘관용’이 한 몫을 했다.
강원CBS는 부당 운영 실태가 드러난 춘천시립복지원에 대한 지도 감독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시설에 대한 강경한 후속 조치 대신 문제점을 보도한 언론에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춘천시 간부 공무원의 발언을 보도했다.
(관련보도)
“언론을 고발하라” 춘천시 간부 공무원의 이상한 관리감독-3월 20일
-이후에도 강원CBS는 불법도축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춘천시립복지원 사회복지사가 춘천시 신설 장애인시설 책임자로 선발된 사실을 추적 보도해 춘천시의 안일한 행정을 고발했다.
(관련보도)
춘천시 장애인 시설 책임자 ‘기소자 선발’ 논란-5월 23일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 과정은 험로 그 자체였다. 노숙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철저히 폐쇄적으로 운영 중인 시설, 진실을 밝히는데 힘을 보태는 대신 시설 관계자들과 협업해 언론 취재를 무력화하는 춘천시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 제보와 사실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로 뛰는 취재만이 해답이었다.
-기사에 등장하는 노숙인들은 보호를 위해 모두 익명과 변조, 사진 촬영 과정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해당 노숙인들에게는 취재 내용은 시설의 문제를 알리고 제도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보도될 것이라며 사전 동의를 얻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불법행위에 노숙인들이 동원됐다는 제보와 증언, 사실관계 및 춘천시의 미온적인 태도 등 강원CBS 보도 이후 주요 매체 뉴스는 물론 교양프로에서까지 관련 내용을 보도, 방송했다. 강원CBS 기사를 통해 이뤄진 인권위 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다수 중앙, 지역 매체의 보도가 뒤따르며 춘천시립복지원 사태에 관심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여론을 확산시키는데 동력이 됐다.
(타 매체 주요 보도 목록)
3월 6일/ 춘천MBC-노숙인 요양시설에서 사슴 불법 도축
3월 7일/ 강원도민일보-시립복지시설 무허가 건강식품 판매 진상규명 촉구
3월 21일/ 춘천MBC-노숙인 시설, 옹호 문건 논란 "유착 의혹까지"
5월 16일/ 춘천MBC-'사슴 불법 도축' 춘천 노숙인 시설 검찰 송치
5월 16일/ KBS 아침이 좋다-불법도축에 노숙인 동원
10월 29일
춘천MBC-인권위, 춘천 노숙인복지시설 인권침해 행정처분
YTN-인권위, '노숙인 방치·급식 사고' 복지시설 적발
연합뉴스-노숙인 복지시설, 정신병원 강제 입원 등 인권침해 심각
국민일보-노숙 그만둔 입소자에게 바닥에 떨어진 떡볶이 준 시립 복지원
TV조선-노숙인복지시설 내 인권침해행위에 대해 시정 권고
춘천KBS-노숙인 시설 입소 남성이 여성 강제추행…시설은 신고도 안 해
중앙일보-바닥에 흘린 음식주고, 성추행도 방치”…인권침해 일삼은 노숙인 복지원
10월30일
강원일보-시립복지원 입소자 정신병원에 장기 입원시키고 성추행사건 신고 안해
강원도민일보-춘천시,‘인권침해’ A복지원 대책 마련 착수
4. 사회에 끼친 영향
-사회적 파장은 노숙인 불법도축 강제동원 보도(3월 4일~5일) 직후부터 크게 일었다. 노숙인 보호시설에서 이뤄진 불법도축에 보호 노숙인을 동원한데 대한 고발과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장애인단체, 강원도의회, 춘천시의회 안에서 크게 일었고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보건복지부, 노동부 등도 불, 탈법 행위 파악을 위한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인권위는 해당 사건에 대해 초반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강원CBS 보도 직후 파장이 일자 취재진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과 자료 요청을 거쳐 대대적인 진상 파악에 나섰다.
(관련보도)
불법행위 논란 춘천 노숙인시설, 관계부처 기관 전면 조사 착수-3월 29일
-인권위는 10월 29일 춘천시립복지원의 식품위생법, 사회복지사법 등 다수의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춘천시 관련 공무원과 시설 사무국장, 간호사 등 복지원 직원들에게 징계와 주의를 권고하고 보건복지부와 춘천시에 철저한 행정처분을 권고했다.
(관련보도)
인권위 ‘춘천시립복지원 위반사항 다수’ 징계 권고-10월 29일
-인권위 권고를 받은 보건복지부는 곧바로 후속조치에 착수해 춘천시립복지원을 비롯한 전국 57개 재활요양시설에 대한 실태점검 계획을 수립해 시행에 나섰고 나아가 처벌 조항을 강화하고 정기 점검 방식도 시군 공무원에서 외부 전문가가 대거 참여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강원CBS 보도 이후 춘천시립복지원 운영 예산의 30%를 지원하고 있는 강원도 역시 관련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관리, 감시망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도 전하고 인권 담당 부서 역시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소극 행정으로 일관해 사태를 야기했던 춘천시도 11월 6일 복지국장이 직접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춘천시립복지원 운영주체 위탁계약 해지 검토를 비롯해 관리감독 강화, 인권침해와 불·탈법 운영 예방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발표했다.
(관련보도)
춘천시, 인권침해 시립복지원 '위탁 해지' 검토-11월 6일
복지부 인권침해 춘천시립복지원에 장관상 수상 전력 논란-11월 7일
복지부, 불탈법 물의 춘천시립복지원 장관상 취소 결정-11월 11일
복지부, 노숙인 생활시설 인권실태 조사 강화-11월 22일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번 사건은 자칫 일부 시설에서 벌어진 단발성 사안으로 묻힐 수 있었고, 제보 역시 흘려버리거나 포기할 수 있었던 조건이었다. 하지만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끝까지 의심하고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의 끈질긴 기본자세를 통해 노숙인 보호시설의 어두운 이면을 비추고 관련 기관들의 개선책을 이끌어낸 가치 있는 행보였다고 자부한다.
-강원도 춘천에서 일어난 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최초 보도와 연속 보도 등 취재진의 고군분투는 전국 유사 시설과 관리 감독 기관의 책임감을 높이는 전환점이 됐다고 자평한다.
-강원CBS는 앞으로도 인권위, 복지부, 춘천시 등 관련 기관의 후속 조치를 추적 감시 보도해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보호받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
6. 기타 고려사항
-강원CBS 초반 보도 직후 춘천시립복지원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중재를 신청했지만 언론중재위는 보도 내용과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중재요청 철회를 복지원 측에 권고하는 것으로 중재를 일단락 했다. 이후 기사와 관련한 이해당사자들의 반론신청은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51회 전체 총평
35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전국에서 66건 작품이 응모해 열띤 경합을 벌였다. 취재보도 부문에는 세계일보 <이동호 고등군사법원장 수뢰 의혹>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작은 제보를 소홀히 다루지 않고 끈질기게 보완 취재를 이어간 기자의 집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고등군사법원이라는 매우 특수한 분야, 일반 기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을 취재하면서 결국 사법처리까지 이어지게 만든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군사법 체계 최고 수장이 파면된 것은 창군 이래 최초라는 의미도 심사위원들은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최종 사실확인이 필요하더라도 언론의 취재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이 옮은 것이냐에 대한 일부 의견도 나왔다. 취재원 보호 대의는 훼손할 수 없는 가치임에 심사위원 모두 공감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경향신문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에 대해 심사위원 대부분 높은 점수를 줬다. 이번 경향신문 보도는 산재 사망자를 전수 조사하고, 조사 보고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통해 추상적 주제를 구체화 시켰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기사도 좋았지만 특히 1면에 사망자 명단을 싣는 파격적인 편집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1000여 명에 이르는 사망자 명단을 마우스 클릭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인터랙티브 역시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근래 들어 가장 뛰어난 보도라는 것에 공감했고, ‘종이 신문이 죽지 않았구나’라는 것을 일깨운 보도라는 평가도 있었다. 김훈 작가의 ‘가장 무서운 기사’라는 평가에 심사위원들도 공감했다. 그러나 산재 사고는 언론이 일회성 집중 기획이 아닌 평상시에도 짚고 넘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 <미쉐린 별과 돈 그리고 브로커>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120년 전통의 미쉐린 평가에 대한 언론의 과감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기간에 걸친 해외 취재 등 입체 취재가 돋보였고, 많은 해외언론이 추종 보도를 했다는 점에서 해외 언론상을 받을 수 있는 수작으로 꼽은 심사위원도 있었다.
한편, 이 보도가 사회적 합의를 훼손한 점에서 수작임에 틀림이 없지만 민간단체에 불과한 미쉐린에 대해 공영방송이 너무 과도한 취재 투자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영방송은 보다 공적 영역에 취재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는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충청타임즈 <구본영 천안시장 결국 낙마> 기사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지역언론이 무소불위의 민선시장 인사비리를 집요한 취재로 제어했다는 점에서 수작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2년 7개월간 천안시의 ‘구독중단’ ‘광고중단’ ‘취재거부’ ‘보도자료 제공 중지’라는 이른바 4개 불이익을 극복하면서 이뤄낸 보도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심사위원들은 이에 더해 동료 지역언론의 외면까지 극복하면서 진실을 밝혀낸 매체의 집념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KBS부산의 <슈퍼타워>를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부산 해운대라는 지역 문제를 다뤘지만 전국에 경종을 울리는 보도라는 것에 공감했다. 화재와 빌딩풍 등 초고층 재난에 대한 최초의 종합보고서라는 점에서 공들인 작품으로 꼽았다. 특히 직접 소방훈련을 시험해 보이는 등 솔루션 저널리즘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