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V ), ② 단독기획( V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아무도 몰랐다. 1년 전 바로 이맘 때, KTX 열차가 탈선할 거라고 상상한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그러나 사고는 일어났다. 다행히 사상자가 많진 않았지만, 2백 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들은 한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진호 전 강릉소방서장은 당시 ‘아무도 몰랐던’ 강릉선 KTX 탈선 사고를 가슴 아프게 회고했다. 그런 그에게 KTX대관령터널은 ‘시한폭탄’ 같은 존재였다.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터널로, 하루 평균 8천여 명 승객이 지나는 이곳. 소방시설은 그 필요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질문했다. ‘터널 안에서 이번처럼 탈선 사고가 벌어진다면?’ 차마 대답하기 힘든 참혹한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알게 됐다. 화재 진압의 핵심 시설인 ‘연결송수관’과 유일한 인명구조 장비인 ‘전동트롤리’가 문제였다. 22km에 달하는 장대터널에 물을 끌어 올리는 송수관은 9백m도 되지 않았고, 최대 4백 명 넘는 승객을 구조해야 하는 트롤리는 안전성이 검증 안 된 “리어카” 수준의 장비에 불과했다. 심지어 터널 개통 전 소방 측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이렇듯 부실한 소방시설마저 설비되지 않았을 터. 하지만 코레일은 예나 지금이나 “절대 불이 안 난다”며 무사고를 자신하고 있다. 5년 전 전동트롤리 등 소방시설이 미비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으면서도, 코레일은 지금껏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KTX대관령터널에서 과연 사고가 날지 알 방법은 없다. 다만 “이제라도 대비하자”며 진실을 알린 결과, 변화의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보도 이후 소방 측은 대관령터널 등 관내 철도터널 현장점검에 나섰고, 강원도소방본부는 터널 개통 이후 코레일과 첫 합동훈련을 가졌다. 스위스와 프랑스 등 해외 연수를 다녀온 결과를 토대로, 소방열차 도입 등 철도터널 소방대책도 추진 중이다. 철도터널을 소방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앞으로 ‘안전한 철도터널’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물론 전국민의 안전이 달린 사안이기에, 목표로 한 종착역에 닿는 그날까지 KBS강릉도 그 길을 함께 할 생각이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진실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우연히 진실을 알게 됐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진실을 어떻게 알릴지, 방송기자로서 그 진실을 시청자에게 무슨 수로 보여줄지가 관건이었다. 연결송수관과 전동트롤리, 이 시설들을 취재진이 직접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국가기반시설인 철도터널은 운영 주체인 코레일에 의해 모든 접근이 엄격히 통제돼 있는 상황. 터널 출입과 내부 촬영을 위해 근 2주 전부터 코레일에 공문을 보내는 등 협조를 요청했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어렵사리 허가를 받아냈고, 열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 시간에 들어가 3시간 넘게 영상 취재를 진행했다. KBS강릉은 KTX대관령터널 개통 이후, 터널 내부를 촬영한 첫 언론사였다.
진실을 책임져야 할 두 기관, 한국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은 무책임으로 일관했다. 본인 업무가 아니라며 전화를 돌리고,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며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는 건 부지기수. 질문을 던지면 “기밀 사항”이라고 했고, 정보공개청구만 했다 하면 비공개 통지가 떨어졌다. 심지어 첫 보도 이후, 코레일은 아예 취재 자체를 통제해 소방 주최 대책 회의와 합동훈련 현장 출입을 막무가내로 거부했다. 공공기관의 공식 입장이 하루 동안 두 번 바뀌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답변 내용이 불충분하고 동문서답을 하는 등 무성의한 서면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보완에 나선 결과였다. 이처럼 자신들 잘못이 명확한데도, 오히려 “문제될 것 없다”는 식의 무례함도 아무렇지 않게 내비쳤다.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통한 사실 확인도 어려운 상황에서, 주어진 취재원과 자료들을 토대로 밀고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소방학회 논문 등 각종 자료를 독파하고, 강릉소방서와 강원소방본부 등 소방 관계자들을 계속 만났다. 정보공개청구 담당자와 입씨름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새로운 자료를 얻으려고 했다. 그 결과 코레일 내부 문건과 녹취를 확보하는 등 리포트 4건 모두 KBS강릉의 단독 취재로 내보낼 수 있었다. 3번째 리포트를 보도한 다음 날. 코레일 본사의 한 국장이 취재진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다음 보도 계획이 어떻게 되냐”는 물음에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 지켜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앞으로도 끈질기게 취재해, 철도터널과 관련된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낼 작정이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타 매체의 선행 보도는 없었고, 주요 언론사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다.
강원소방·철도공사, KTX 대관령 터널 합동훈련 (연합뉴스, 뉴스핌 등 다수 매체 11.8)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7월 8일 첫 보도 이후, 강원도소방본부가 22일부터 이틀에 걸쳐 KTX대관령터널 내부를 현장 점검했다. 강릉소방서 등 일선 소방서에서도 대관령터널을 포함한 관내 철도터널에 직접 들어가 소방시설 현황 등을 확인하고, 점검 결과를 토대로 사고 발생 시 대응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9월 초 6박 8일간 스위스, 프랑스 등 과거 터널 사고를 겪은 뒤 선진화한 재난대응책을 수립한 유럽 3개국을 방문 연수했다.
연수 결과를 토대로 10월 22일, 코레일과 강원도소방본부가 만나 KTX대관령터널 합동훈련 계획과 재난대응책 수립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소방 측은 터널 내 정기훈련 실시와 소방열차 도입 등을 주장했다.
지난달 8일 KTX대관령터널 개통 이후, 소방 주도로 코레일과의 첫 합동훈련이 진행됐다. 연결송수관에 물을 채워 불을 끄고 전동트롤리를 작동해보는 등 소방시설을 사용해보며 사고 발생 시 대응 시나리오를 구축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KBS강릉의 취재로 아무도 몰랐던 KTX대관령터널의 위험성 등 여러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안전불감증과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전국 대다수 철도터널이 소방시설이 미비한 채로 방치돼 있는 상황. KBS강릉은 4건의 리포트, 2건의 단신 보도로 지역 사안을 초월한 전국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를 지적했다. 모두를 위한 ‘안전한 철도터널’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거라고 확신한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은 준수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반론ㆍ정정보도 요청은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51회 전체 총평
35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전국에서 66건 작품이 응모해 열띤 경합을 벌였다. 취재보도 부문에는 세계일보 <이동호 고등군사법원장 수뢰 의혹>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작은 제보를 소홀히 다루지 않고 끈질기게 보완 취재를 이어간 기자의 집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고등군사법원이라는 매우 특수한 분야, 일반 기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대상을 취재하면서 결국 사법처리까지 이어지게 만든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군사법 체계 최고 수장이 파면된 것은 창군 이래 최초라는 의미도 심사위원들은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최종 사실확인이 필요하더라도 언론의 취재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이 옮은 것이냐에 대한 일부 의견도 나왔다. 취재원 보호 대의는 훼손할 수 없는 가치임에 심사위원 모두 공감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경향신문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에 대해 심사위원 대부분 높은 점수를 줬다. 이번 경향신문 보도는 산재 사망자를 전수 조사하고, 조사 보고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통해 추상적 주제를 구체화 시켰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기사도 좋았지만 특히 1면에 사망자 명단을 싣는 파격적인 편집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1000여 명에 이르는 사망자 명단을 마우스 클릭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인터랙티브 역시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근래 들어 가장 뛰어난 보도라는 것에 공감했고, ‘종이 신문이 죽지 않았구나’라는 것을 일깨운 보도라는 평가도 있었다. 김훈 작가의 ‘가장 무서운 기사’라는 평가에 심사위원들도 공감했다. 그러나 산재 사고는 언론이 일회성 집중 기획이 아닌 평상시에도 짚고 넘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 <미쉐린 별과 돈 그리고 브로커>가 선정됐다. 이 보도는 120년 전통의 미쉐린 평가에 대한 언론의 과감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기간에 걸친 해외 취재 등 입체 취재가 돋보였고, 많은 해외언론이 추종 보도를 했다는 점에서 해외 언론상을 받을 수 있는 수작으로 꼽은 심사위원도 있었다.
한편, 이 보도가 사회적 합의를 훼손한 점에서 수작임에 틀림이 없지만 민간단체에 불과한 미쉐린에 대해 공영방송이 너무 과도한 취재 투자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영방송은 보다 공적 영역에 취재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는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충청타임즈 <구본영 천안시장 결국 낙마> 기사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지역언론이 무소불위의 민선시장 인사비리를 집요한 취재로 제어했다는 점에서 수작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2년 7개월간 천안시의 ‘구독중단’ ‘광고중단’ ‘취재거부’ ‘보도자료 제공 중지’라는 이른바 4개 불이익을 극복하면서 이뤄낸 보도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심사위원들은 이에 더해 동료 지역언론의 외면까지 극복하면서 진실을 밝혀낸 매체의 집념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KBS부산의 <슈퍼타워>를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부산 해운대라는 지역 문제를 다뤘지만 전국에 경종을 울리는 보도라는 것에 공감했다. 화재와 빌딩풍 등 초고층 재난에 대한 최초의 종합보고서라는 점에서 공들인 작품으로 꼽았다. 특히 직접 소방훈련을 시험해 보이는 등 솔루션 저널리즘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