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부산대 발표가 잘못된 것 같아. 판결문을 한 번 봐봐.”
지인(변호사)의 전화를 받고 ‘설마’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난 8월 2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발표는 그만큼 큰 관심 속에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든 언론은 조민 씨 입학이 취소됐다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박홍원 부산대 교육부총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전적 대학의 성적이 3위였고, 공인 영어 성적이 4위였습니다. 허위 스펙을 이용한 서류 평가서라기보다는 전적 학교의 대학 성적과 공인 영어 성적이 크게 좌우한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허위 스펙이 없었더라도 합격했을 것’이라는 논란이 예상되는 발언이었지만 이 내용에 주목하거나, 이를 검증한 언론은 없었습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판결문을 꺼내들었습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의 결론은 너무 명쾌했습니다. 판결문엔 ‘조 씨는 대학 성적에서 평점 평균 14.73점을, 백점 환산점수로 14.02점을 받았고, 이는 1단계 전형 합격자 30명 중 각 24등에 해당하는 점수’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각주를 보면 검찰이 확보해 법원에 제출한 부산대의 입학 사정 자료를 참고로 한 내용이라고 돼있었습니다. 부산대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거짓 발표한 것이 확인된 겁니다.
첫 번째 기사([단독] 부산대 "대학 성적 3등"…법원 판결문과 다른 발표)의 작성에 들어갔습니다. 팩트가 확인되니 기사 작성과 취재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기사에 앞서 부산대 관계자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발표에서 해당 부분은 입시비리 의혹을 조사한 입학공정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일 뿐이다. 정확한 사실 확인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언급했습니다. 국립대에서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몇 달씩 조사를 한 뒤 발표한 내용인데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도, 또 사실 확인조차 바로 되지 않는다는 점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부산대는 MBN의 보도대로 조민의 학부 성적은 3등이 아닌 24등이 맞고, 이는 실무자의 착오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학부 성적을 24등으로 정정한다고 해도, 허위 서류와는 무관하게 부산대에 합격했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 역시 판결문과 차이가 컸습니다.
판결문 내용과 부산대의 반응을 묶어 두 번째 기사(부산대, 하루 만에 오류 인정…판결문엔 탈락 가능성 언급)를 작성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위조된 표창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최종 합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어와 학부 성적은 1등과 꼴찌의 점수 편차가 각각 1.75점과 2.36점에 불과했지만, 표창장 수상 경력 등 서류 평가 점수는 7점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그런데, 부산대는 제출 가능한 실적을 대학 입학 이후 총장과 시·도지사, 장관급 이상의 수상 등으로 엄격히 제한해 지원자 대부분은 해당 문항을 비워둔 반면, 조민은 수상 실적에 '동양대 표창장'을 적었습니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입시 평가위원들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은 흔히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류평가와 면접평가에서 가점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조 씨의 점수는 불합격 1번인 16등과 1.16점 차이에 불과했습니다.
부산대 발표와 이후 기사들을 보며 제보자는 “정치권이든 언론이든 아직도 조 전 장관에 대해 언급을 그렇게 많이 하는데 어떻게 이런 명확한 팩트 조차 체크가 되지 않는가? 브리핑에 참여한 기자들이 수십 명이고, 재판을 취재한 기자들도 많을텐데 다들 판결문도 안보나?”라고 꼬집었습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취재하면서 한국 사회가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조 전 장관이 ‘뜨거운 감자’이고, 재판 선고 때마다 사회가 두 동강이 난 것 같습니다. 후유증을 수습하는 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팩트는 서로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법조 기사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의혹 제기와 수사 속보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반면 길고 지리한 재판 과정을 언론이 충실히 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늘 따갑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기사에는 익명의 취재원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공개된 판결문을 통해 팩트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제보자와 본 기사와는 특별한 이해 관계가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기사의 주요 소스가 된 판결문은 법원에 정식으로 요청해 비실명화된 버전을 제공받았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내용은 MBN이 최초로 발굴해 단독 보도한 내용입니다. 판결문이라는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부산대도 즉각 오류를 인정했고, 타 매체들도 같은 내용을 이어 보도했습니다.
[주요 매체 지면 기사(PDF 첨부)]
9월 2일(목)
조국 딸 대학성적 24등인데… 부산대, 3등으로 발표했다(조선12면)
조민 성적 3등이라더니 24등…부산대 “내부 착오” 해명(중앙10면)
조국 딸 성적 3등 아닌 24등...부산대“입학취소 발표때 오류”(동아12면)
“조민 대학성적 3위 아니라 24위” 부산대 오류 인정… 재분석 착수(서울신문 10면)
조민 씨 대학 성적 3등 아닌 24등..부산대 거짓말 ‘들통’(부산일보 2면)
조민 대학 성적 3등 아닌 ‘24등’...부산대 왜 거짓말 했나(머니투데이 23면)
[방송·통신 기사]
9월 1일(수)
조민 대학성적 3등 발표한 부산대…자체 검토결과 "24등 맞아"(연합뉴스) https://bit.ly/2X0oWiu
9월 2일(목)
부산대, 조국 딸 3등이라더니…판결문엔 "30명 중 24등"(tv조선) https://bit.ly/3yPokJi
부산대, 조민 대학성적 3위 아닌 '24위'…오류 인정(뉴스1) https://bit.ly/3yQIm64
조국 딸 입학취소 부산대 "대학성적 3등 아닌 24등"(뉴시스) https://bit.ly/2Yy65vD
가장 반가웠던 점은 MBN의 보도가 나간 이후 (조민 씨의 입학과는 별도의 이슈에 대해) 조국 전 장관 일가의 판결문을 분석한 기사들이 여러 건 보였다는 겁니다. 사회적으로 반향이 컸던 사건일수록 재판은 길어지고, 판결문 내용은 복잡하고 분량도 많아집니다. 방송 시간 또는 지면 등의 한계로 심층적인 보도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이 역할을 게을리 할수록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언론의 입지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MBN의 보도가 다른 기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자극이 될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누군가는 기록에 남겨야죠. 안 남겼으면 세월이 흘러 구글링해보고 조민 대학성적을 3등으로 기억할 텐데요."
법조계 관계자의 언급입니다.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만약에 이번 기사가 없었다면 부산대가 발표한 내용이 먼 훗날 사실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지요. 가장 큰 의의는 명확한 팩트 체크를 통해 사회적 관심이 컸던 발표의 오류를 정정했다는 데 있을 거 같습니다. 부산대는 즉각 오류를 인정하고, 정확한 진상파악을 한 뒤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는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하며 작성됐습니다. 또 MBN은 매달 우수 기사를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해 사내 ‘특종상’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본 기사를 포함한 8월 기사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등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2회 전체 총평
제372회 이달의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부문 64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372회 심사의 경우 취재보도 부문1(16편 출품), 2(3편 출품)와 기획보도 방송부문(9편 출품)에서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또 지역언론사의 경우 전체 18편이 출품해 5편이 선정됐다. 이달의기자상 역사상 매우 드문 일로 꼽힐 듯하다.
모두 9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선 전자신문의 <머지포인트 ‘미등록 영업’ 논란···금감원 실태조사 직접 나섰다 外>가 선정됐다. 이 기사는 디지털금융이 확산하는 추세에서 모바일 상품권의 횡행과 위험성을 부각해 소비자 피해를 막고 금융당국의 대처 및 관련 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는 모두 6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경향신문의 <장애인도 소비자다>와 한국일보의 <혜린이의 비극, 그 후> 등 두 편이 선정됐다. <장애인도 소비자다>는 그동안 주로 복지 재활 대상으로 간주된 장애인을 소비의 주체로 인식해 문제점과 해법을 이끌어낸 참신한 기획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대면시대에 더욱 불편해진 장애인 소비환경을 다양한 현장과 각도에서 조명해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혜린이의 비극, 그 후>는 ‘촉법소년’ 제도로 인해 가해자는 발 뻗고 자고 피해자는 전전긍긍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한국일보 취재팀이 장기간 추적해 시리즈로 보도함으로써 평생 고통받는 피해자와 가족들 상처를 생생히 전달했다는 점이 주목됐다. 법원·검찰 및 교육당국의 안이한 사법 및 행정처리도 지적해 개선을 유도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MBC충북의 <반쪽짜리 체육공원, 이상한 연구용역 실태>과 기호일보의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그리고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의 2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반쪽짜리 체육공원, 이상한 연구용역 실태>는 350억원 들이고도 유령공원으로 전락한 사례를 통해 지자체의 주먹구구식, 판벌리기식 낭비행정을 빈틈없이 다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숱한 국책 공사에 대한 다각적 검증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언론들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기호일보의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그리고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꼽혔다. 이 기사는 단순 인사발령으로 넘길 수 있었던 경기도 산하 출자출연 기관장에 대한 인사를 파고 들어 부당성을 적극 조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 출동소방관의 실종 및 재난사태에서 황 내정자가 진행하는 먹방에 출연하면서 경기도 재난사령탑 책무를 게을리한 사실을 파헤친 점은 금상첨화라는 평이었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경기일보의 <76년만에 되찾은 웃음, 원폭피해자 2‧3세대 지원 이끌어내다>와 매일신문의 <‘구하라 시리즈’-빈곤 동네와 주거 빈곤 아동> 등 두 편이 선정됐다. 이 두 작품 모두 지역밀착형 탐사보도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데 이론이 없었다. 경기일보 ON팀의 <76년만에 되찾은 웃음···>은 경기도가 원폭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2019년)해 놓고도 지원은커녕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은 점과 원폭피해자의 아픔 등을 생생하게 전했다. 매일신문의 <‘구하라 시리즈’>는 문제접근과 대안제시 방식이 돋보였다. 생생한 현장을 전문가 및 관계공무원들과 결합시켜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함께 찾아나선 점은 탐사보도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대전MBC의 <‘노래하라! 저항하라!’ 항일음악 6천곡 대발굴>가 뽑혔다. 이 작품은 그동안 언론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온 일제 치하 항일노래를 6천곡 이상 발굴해 자료화하는 방대한 작업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취재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열정으로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땀을 아끼지 않는 기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