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기획
올초,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서부산 시민단체 관계자와 우연히 통화할 기회가 생겼다. 서부산 현안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가운데 “요즘 이상하게 강가에 가 보면 뉴트리아가 많이 늘었다, 안 잡는가보다” 라는 말이 나왔다. 그동안 매년 포획작업을 벌이며 광역수매제 등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숫자가 늘었다고? 이런 의문 속에 다른 취재 중에 틈틈이 낙동강과 서낙동강, 맥도강 등을 직접 돌며 사전 취재를 했다. 실제로 본류에서는 뉴트리아가 잘 눈에 띄지 않는 반면 맥도강 등 상대적으로 지류로 들어갈수록 뉴트리아가 자주, 그리고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 게 쉽게 눈에 띄었다. 하지만 부산시나 경남도, 그 아래 지자체 어디에서도 뉴트리아의 현황이나 하천별 서식 등 어떠한 모니터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고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 환경청 역시 매년 포획작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별다른 조사는 따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시민은 늘었다고 하고 관청은 줄었다는 모순, 하지만 실제로 무엇이 문제인지가 딱 손에 잡히지는 않는 막연한 상황이었다.
이에 강가에 사는 지역주민을 섭외해 4월부터 뉴트리아 포획과 수매까지의 과정을 촬영하며 현황을 계속 취재, 촬영하는 한편 부산대, 경상대, 경북대 등 여러 곳의 대학에 국립생태원, 현장의 생태교란종 포획전문가 까지 다양한 인재풀을 통한 인터뷰와 취재를 병행하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파고 들어갔다. 또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RISS)과 환경부, Ecological Informatics 등 국내외 생태저널까지 폭넓은 배경취재를 병행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의 박멸작업이 사실상 박멸이 불가능한 방식이라는 점, 급감했던 개체수가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 전형적인 실패의 패턴이라는 점, 그리고 이대로는 박멸을 위한 골든타임까지 놓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취재에 착수한지 석 달째인 6월초, 첫 보도를 시작했다.
2. 보도제작경위
2014년 뉴트리아 포획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매년 포획되는 마릿수는 조금씩 줄었다. 낙동강유역 환경청과 대구지방 환경청은 박멸을 위한 포획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고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 추이는 이상하게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직접 양 환경청에 자료를 요청한 결과, 뉴트리아가 다시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통계자체를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이 수치도 소하천과 지류 등 새로운 서식지점을 제외한, 기존 낙동강부터 황강, 밀양강, 금호강 등 본류에서 잡은 마릿수일 뿐이었다. 부산 맥도강이나 경남 마산 진전천 등 소하천에서는 포획을 피해 숨어든 뉴트리아가 급증했는데 지역주민이나 뉴트리아 연구학자들을 제외하고는 아예 파악이나 집계조차 안 되는 상황이었다.
10년 넘게 뉴트리아만 전문적으로 조사해온 경북대 홍성원 교수팀의 올해 조사가 마무리될 시점을 기다려 종합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중부권까지 489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지류하천에서 발견되는 지점은 계속 늘고 있었고 서식지대 역시 과거보다 10배 이상 고도가 높은 곳까지 퍼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20년 가까이 뉴트리아의 번식기인 한여름과 한겨울을 피해 이뤄지는 포획은 박멸은 커녕, 뉴트리아의 번식과 적응을 더 가속화시켰다는 사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도하였다. 심지어 전문가인 대학교수들은 물론 같은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서도 이미 2년 전 내부에서 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포획작업을 맡고 있는 지역 환경청은 여전히 번식기에 포획을 중단하는 이상한 포획작업을 계속해왔다.
여기에 갈수록 따뜻해지는 겨울 역시 뉴트리아 번식이 폭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었고 특히 코로나 시대, 방역에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느슨해진 감시망을 틈타 뉴트리아는 더욱 급증했다. 이는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이미 감염이 확인된 밍크 등과 마찬가지로 뉴트리아 역시 코로나 감염, 전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연구논문과 수의학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초로 보도했다. 특히 집중포획으로 숫자가 줄었던 뉴트리아가 이후 개체수가 급증하는 현상은 과거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 이미 확인된 패턴으로 실패의 조짐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하면서 포획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변화만이 박멸을 위한 골든타임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월초 취재를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접촉했던 대학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물론, 부산시 등 지자체 관계자들과 지방의회 의원들, 그리고 지역 환경단체들과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공론화를 계속 진행해왔다. 다양한 형태로 정책적 개선을 추진한 결과 가시적인 변화 움직임이 상당히 진척된 8월, 그 흐름을 종합하면서 5개월 만에 기획보도를 마무리지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번 뉴트리아 기획보도는 현재의 포획방식으로는 애초부터 박멸이 불가능했으며 지류 및 소하천을 중심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국내 최초로 고발했다. 또한 코로나 시대, 뉴트리아의 급증으로 인수 공통 감염병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 지구온난화와 함께 토착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도 과학적 데이터와 함께 최초로 지적하였다. 이 과정에서 부산대, 경상대, 경북대, 동아대, 인제대 등 여러 곳의 대학부터 국립 생태원 같은 전문연기구관까지, 분야도 수의학부터 생태학, 환경공학, 감염의학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았으며 동시에 현장의 포획전문가, 환경운동가, 지역주민, 지자체 담당 공무원 등 폭넓은 취재를 통해 현장에서의 시각 역시 충분히 담아냈다. 데일리뉴스로서는 예외적으로 긴 5개월간의 취재에서 지금껏 10여년 동안 유지돼 온 <뉴트리아 박멸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라는 상식적인 인식이 사실은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도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1990년대 우리 생태계로 침범한 뉴트리아는 생태계 교란, 제방 파괴와 농작물 훼손 등으로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수많은 보도로 이어졌다, 하지만 포획방법이 일반화되고 광역수매제가 자리잡으면서 포획수가 정점에 이른 2017년을 고비로 뉴트리아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사라졌다. 최근 기사는 수년 동안 지자체의 광역수매 개시, 혹은 환경청 포획 시작을 알리는 단신이 전부였으며 그 외에는 환경청 자료를 토대로 뉴트리아가 많이 줄었다거나(경남도민일보 “생태계교란생물 줄지만 여전히 위험”-2021.8.17.-) 기후변화 설명에 일부 인용되는 (전자신문 “기후변화 방치 땐 뉴트리아 등 외래종 득세, 생태연구원 피해사례집 발간 – 2021.3.11.-) 정도에 그쳤다. 따라서 이번 보도는 그동안 관심 밖으로 밀려난 뉴트리아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고 우리 생태계 보호를 위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유일한 기획보도라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앞으로 뉴트리아 등 외래종을 다루는 보도에 있어 지금까지처럼 단순히 <잘 잡고, 많이 줄어들고 있다> 로만 이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이정표로서의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그동안 포획작업이 사실은 박멸 대신 뉴트리아를 소하천으로 숨어들게 하고 멸종위협 때문에 더 많은 새끼들을 낳아 숫자를 더 늘리게 된다는 지적은 뉴트리아 박멸정책 전반의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예산부터 인력까지 모든 것을 관할하는 환경청은 관행적인 포획만 반복하고 있고 지자체들은 신고가 들어오면 환경청 담당자 연락처만 알려주는 것 외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이대로는 박멸은커녕 무난하게 토착화되는 것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번 보도는 처음부터 <문제 제기와 여론 환기,이를 통한 포획박멸 정책변화>를 최종 목표로 삼았다.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대학교수, 전문가, 광역의회 의원, 지자체 공무원, 환경단체 관계자 등 취재원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함께 변화의 방향, 개선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하나씩 하나씩 공들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지역에서도 관심이 높아졌고 직접 보도한 기사, 동영상을 카톡이나 메일, 혹은 직접 대면해 설명하면서 지역에서 조금씩 가시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하천 관련 활동을 벌이는 다른 단체들과 연계해 이번 보도에서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개선을 촉구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도를 본 부산시에서 이례적으로 먼저 전화가 와 해결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부산시 환경정책과에서는 직접 낙동강 유역 환경청에 기획보도에서 지적한 부분들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스스로도 개선책을 마련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포획중단에 대해서는 한여름과 한겨울에도 중단없는 포획을 건의했으며 관내 하천에 대해서는 일선 구군, 환경단체 등과 모니터링하고 이를 환경청과 공유하는 거버넌스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현재 낡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포획틀의 개선도 요구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변화움직임을 보였다. 경남도의회에서는 보도를 보고 심각성에 공감한 박준호 경제환경위원장이 지난 7월 임시회에서 직접 5분 발언에 나서 뉴트리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조만간 9월 정례회에서 도정질문 등을 통해 경남도 차원에서 뉴트리아 박멸과 관련한 정책적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기획보도> 뉴트리아의 역공은 KNN 보도국 내부에서도 끈기 있는 밀착취재로 전문성과 현장성을 동시에 갖춘 심층기획보도로 성과를 인정받아 전 아이템이 저녁 메인뉴스에 방송되면서 지역에서도 폭넓은 반향을 얻었습니다. 취재팀은 전 취재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충실히 준수하여 제작하였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2회 전체 총평
제372회 이달의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부문 64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372회 심사의 경우 취재보도 부문1(16편 출품), 2(3편 출품)와 기획보도 방송부문(9편 출품)에서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또 지역언론사의 경우 전체 18편이 출품해 5편이 선정됐다. 이달의기자상 역사상 매우 드문 일로 꼽힐 듯하다.
모두 9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선 전자신문의 <머지포인트 ‘미등록 영업’ 논란···금감원 실태조사 직접 나섰다 外>가 선정됐다. 이 기사는 디지털금융이 확산하는 추세에서 모바일 상품권의 횡행과 위험성을 부각해 소비자 피해를 막고 금융당국의 대처 및 관련 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는 모두 6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경향신문의 <장애인도 소비자다>와 한국일보의 <혜린이의 비극, 그 후> 등 두 편이 선정됐다. <장애인도 소비자다>는 그동안 주로 복지 재활 대상으로 간주된 장애인을 소비의 주체로 인식해 문제점과 해법을 이끌어낸 참신한 기획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대면시대에 더욱 불편해진 장애인 소비환경을 다양한 현장과 각도에서 조명해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혜린이의 비극, 그 후>는 ‘촉법소년’ 제도로 인해 가해자는 발 뻗고 자고 피해자는 전전긍긍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한국일보 취재팀이 장기간 추적해 시리즈로 보도함으로써 평생 고통받는 피해자와 가족들 상처를 생생히 전달했다는 점이 주목됐다. 법원·검찰 및 교육당국의 안이한 사법 및 행정처리도 지적해 개선을 유도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MBC충북의 <반쪽짜리 체육공원, 이상한 연구용역 실태>과 기호일보의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그리고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의 2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반쪽짜리 체육공원, 이상한 연구용역 실태>는 350억원 들이고도 유령공원으로 전락한 사례를 통해 지자체의 주먹구구식, 판벌리기식 낭비행정을 빈틈없이 다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숱한 국책 공사에 대한 다각적 검증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언론들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기호일보의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그리고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꼽혔다. 이 기사는 단순 인사발령으로 넘길 수 있었던 경기도 산하 출자출연 기관장에 대한 인사를 파고 들어 부당성을 적극 조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 출동소방관의 실종 및 재난사태에서 황 내정자가 진행하는 먹방에 출연하면서 경기도 재난사령탑 책무를 게을리한 사실을 파헤친 점은 금상첨화라는 평이었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의 경우 경기일보의 <76년만에 되찾은 웃음, 원폭피해자 2‧3세대 지원 이끌어내다>와 매일신문의 <‘구하라 시리즈’-빈곤 동네와 주거 빈곤 아동> 등 두 편이 선정됐다. 이 두 작품 모두 지역밀착형 탐사보도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데 이론이 없었다. 경기일보 ON팀의 <76년만에 되찾은 웃음···>은 경기도가 원폭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2019년)해 놓고도 지원은커녕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은 점과 원폭피해자의 아픔 등을 생생하게 전했다. 매일신문의 <‘구하라 시리즈’>는 문제접근과 대안제시 방식이 돋보였다. 생생한 현장을 전문가 및 관계공무원들과 결합시켜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함께 찾아나선 점은 탐사보도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대전MBC의 <‘노래하라! 저항하라!’ 항일음악 6천곡 대발굴>가 뽑혔다. 이 작품은 그동안 언론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온 일제 치하 항일노래를 6천곡 이상 발굴해 자료화하는 방대한 작업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취재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열정으로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땀을 아끼지 않는 기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