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경매통지서가 왔어요. 사기는 아니겠죠?”
지난해 8월, 1억 원을 날릴 위기라는 한 20대 여성의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법원에서 날라 온 통지서에는 “경매”라는 두 글자가 담겨 있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여성의 절규, 곧 결혼 자금으로 쓸 예정이었던 여성의 전세 보증금은 여전히 남의 손에 있습니다.
숨어버린 ‘가짜들’
세입자와 계약을 했던 임대인도, 중간에서 계약을 조율해줬던 중개인들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정확히 모른다”, “일단 기다려봐라”. 세입자 한 명의 사례가 아니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서 수십 명이, 옆 아파트에서도 수십 명이 경매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상황을 파악한 세입자들도 있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만 아파트 수십 채가 무더기로 경매에 넘어가고 있다.”
피해자들의 산발적인 사연은 난무하고 대책 위원회도 없던 상황. 채널A는 피해 상황을 인지한 세입자들에게는 ‘희망’을, 피해 상황을 모르고 있던 세입자들에게는 ‘대책’을, 침묵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경고’를 주고 싶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매일매일 울어요. 그런데 답이 없어요.”
가족, 부모님, 예비 신랑·신부 등에게 알리지 못하겠다는 사람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모자이크와 음성변조, 익명을 요구하며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었습니다. 추적보도는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단독]세대 절반 72채가 경매로…‘깡통전세’ 아파트(2022.08.03.)
▲[단독]옆 아파트도 1/3 경매 사태…세입자, 발 동동(2022.08.03.)
‘인천지법 2022타경’의 도미노
필요한 것은 두 가지 검증이었습니다. 도미노처럼 경매에 넘어가는 아파트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경매행을 ‘고의로’ 방치하고 있는지. 세입자들의 피해담만으로는 정부의 대책과 수사를 이끌어내기 어려웠습니다.
지난해 9월,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를 드나들며 17개 아파트 건물, 토지 등기를 떼며 임대인과 건축주를 확인했습니다. 법원 경매정보 사이트에서는 모두 171개의 경매번호를 파악했습니다. 아파트별로 △임대인 △중개업체 △시공사 △근저당권자 등을 추렸습니다.
인천시 미추홀구에서만 건물 35채, 651세대가 집단 경매행 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을 발굴했습니다.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세입자들로부터 53장의 전세 계약서도 입수했습니다. 피해 계약서들 속 공통점은 없는지, 기망을 의심케 하는 조항은 없는지 비교했습니다. 담보대출 탓에 계약을 망설이는 세입자들을 이 종이 한 장으로 안심시켰다는 사실도 고발했습니다.
▲[단독]84%가 경매로…무너지는 ‘깡통전세’ 아파트(2022.08.04.)
▲[단독]중개인 믿었는데…공인중개사, 경매 넘어간 55채 소유(2022.08.04.)
▲[단독]반경 2km 내 ‘깡통전세’ 아파트 500개 경매(2022.08.19.)
▲[단독]깡통전세, 중개인-임대인-대리인 돌려막기?(2022.08.20.)
▲[단독]“대출 연체인데 또 계약”…‘깡통전세’ 집주인 출국금지(2022.08.27.)
‘건축왕’ 남모 씨 그리고 연결된 ‘가짜들’
채널A 취재팀은 건축주와 임대인, 중개인이 복수 계약서 속에 역할을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A와 B 아파트의 임대인들이 서로의 건물 중개를 맡고, 세입자와 계약서를 쓴 대리인은 모두 같았습니다.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들의 수상한 연결고리. 채널A는 이들이 과거 한 건설사에서 함께 일했다는 점 그리고 이들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모든 세대의 실소유주, 건축왕 ‘남모 씨’의 존재를 처음 파악했습니다.
채널A 보도 직후 수사에는 속도가 붙었습니다. 한 달도 채 안 돼 남 씨 일당에 대한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등 강제수사도 착수했습니다. 경찰 수사로 베일에 감춰져있던 조직적인 범죄이 공식적으로 공표됐습니다.
“깜깜한 현실은 현재 진행형”…4개월 추적의 이유
‘건축왕’남 씨가 구속됐지만 일당들의 전세 계약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채널A 남 씨와 일당은 자금을 어디에 썼을지 그리고 정부는 왜 이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지 주목했습니다. 남 씨 등이 국가개발사업인 동해 망상지구 개발사업과 연결됐다는 단독 보도했습니다. 사업제안서, 개발계획 변경안을 입수해 전세보증금 일부가 국가개발사업 자금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가장 먼저 알린 겁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세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어느 방향을 향해 가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단독]전세황제, 국가 개발사업 손댔다…깡통전세 보증금 충당(2022.12.23.)
▲‘전세사기 피해’ 긴급 지원한다더니…“입주 불가”(2023.01.10.)
▲[단독]경매 넘어간 ‘동해 개발사업’으로 변제?(2023.04.20.)
▲[단독]전세사기 아파트 옆에 가스 충전소…LH도 매입 불가(2023.04.26.)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남 씨 일당의 수상한 행적을 취재할 때, 관계 기관인 인천시 미추홀구청과 남동구청을 통해 세입자들의 주장을 교차 확인했습니다.
채널A 취재에 적대적이었던 당사자들에게도 수차례 전화를 걸고 설득해 해명을 듣고 기사에 반영했습니다. 폐업한 채 영업 중이던 공인중개사에 직접 찾아가 설명을 듣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인 남 씨의 연락처도 여러 개 확보한 다음, 본인이 연락을 받지 않아 변호인을 통해 반론권 보장에도 노력했습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수시로 연락해 고소장 접수 현황과 수사 착수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사건이 이첩된 뒤, 수사팀 관계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보도의 정확성을 높이고 발굴한 정보에 대한 교차 확인을 진행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채널A 보도 이전의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8개월 취재를 거쳐 이달의 기자상을 상신한 이유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세 계약을 남용한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짜고 친 조직적 사기에 대해 타 언론사가 비로소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피해 세입자 3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며 취재 착수에 들어간 타 언론사들의 보도와 달리, 채널A는 △경찰과 검찰 수사의 완결성 △피해 세입자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부 감시 기능의 필요성 △전세 보증금의 빼돌린 정황 등을 8개월 동안 추적 취재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2022년 8월 3일, 채널A 첫 보도 당시에는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고소장만 여러 건 접수됐을 뿐 수사팀조차 꾸려지지 않았습니다. 첫 보도 16일 만에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돼 사건들은 상급 기관인 인천경찰청으로 이첩됐고, 경찰이 집중 수사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8월 25일 채널A 단독보도 다음날, 경찰은 부동산과 임대업자 주거지 등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을 두고 부족함이 많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채널A 취재를 거쳐, 지난해 9월 미추홀구청은 일찍이 피해 지원 TF를 꾸렸고, 10월부터는 지자체와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검찰 수사까지 마무리돼 지난 3월 실소유주 남 씨는 구속 기소됐고, 공범인 바지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들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 4월, 타사는 사건의 발단에 주목할 때, 채널A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 등을 따져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남 씨 소유 건물들이 LH 매입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난 4월 26일자 단독 보도 다음날, 국토부가 보도에서 지적된 내용들을 보완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력기준을 준수하여 취재 및 보도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보도당사자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2회 전체 총평
제39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1개 부문 63편이 출품돼 이 중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12편이 경쟁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와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가 수상작이 됐다.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변호사들의 불성실하고 나태한 변론 논란을 구체적 사실 제시를 통해 정면으로 고발함으로써 법조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호사들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소송에서 지는 사례가 적잖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는데 이번 보도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제보성 보도가 아니라 발로 뛰며 여러 학교폭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온 성과여서 더 값진 보도라는 의견이 나왔다.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 역시 특종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JTBC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여러 비리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를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구체성 있는 보도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확인 절차가 어려운 보도를 취재기자들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제보도 부문은 7편이 출품됐고, JTBC의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보도는 장기간 취재를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방대한 취재를 소화, 수많은 결정타를 확보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윤리성과 공정성을 모두 지키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로 취재 완성도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흠잡을 데 없는 보도였다는 평가가 심사 과정에서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편이 접수되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동아일보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 취재 보도 부문 수상작이었던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보도 이후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후속보도로서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심각한 뺑뺑이 실태를 또 한 번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단순 보도가 아니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곳곳이 병원인 서울시내에서조차 뺑뺑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림으로써 큰 울림을 주었다는 심사평이 이어졌다. 스토리텔링 기법의 취재 역시 누구나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유튜브 등에서 드러난 방송 다큐 수준의 현장감은 탁월한 취재 역량을 한껏 드러냈다.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라는 제목 역시 보도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흡입력을 높이는 요소였고, 잘 몰랐던 것을 깨우치게 하는 보도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3편이 경합을 벌인 끝에 국제신문의 〈숱한 경고에도 방치된 안전…고 황예서 양 死因은 ‘행정실패’〉 보도가 수상작에 올랐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이어졌지만 결국 또 한 명의 어린 생명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보도였다. 취재팀은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현장 주변을 면밀하게 취재해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숱한 경고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비극이 일어났음을 알렸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 촉구를 발 빠르게 하면서 안전 인프라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