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한국에서 비등해지는 자체 핵무장 여론에 미국이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작은 1월 말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외교안보부처 인사가 언급하면서부터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달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도발이 심각해진다면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의 파장과 국민 76.6% “독자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한 여론조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이었습니다. 이 인사는 “미측 각급 인사들이 비공개 석상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진의를 알아보려고 한다. 핵무장이 결코 옳은 방향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더 강한 확장억제 약속을 받아낼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될 수 있겠다는 계산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아직은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던 시점이 아니었지만 언젠가 이 같은 여론을 바탕으로 한미 간 협의에서 미국으로부터 핵우산 강화 지렛대를 삼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였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이 물밑에서 조율되던 3월부터 회담의 핵심 의제를 좇아 취재했습니다. 공급망 문제나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후속 조치와 같은 주제는 이미 양국 당국 간 논의로 윤곽이 드러나 있을 때였습니다. 정상회담은 결국 자국민들의 수요를 헤아려 성과를 보여야 하는 외교 이벤트라는 게 외교부를 4년여 출입하면서 오랜 취재로 얻은 결론입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가장 내밀한 의제는 북핵 위기에 대응하는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강화 공약’이 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국민적 여망이나 기대, 그리고 우려가 가장 높은 이슈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과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의 3월 중순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이나 공항 도어스테핑 등에서 부지불식간에 언급한 ‘핵 기획, 실행’ 공개 발언들도 제겐 놓칠 수 없는 의미 있는 신호였습니다. 국민적 여망을 담은 한미 간의 협의 결과가 나온다면 분명 보도가치가 높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한미정상회담이 물밑에서 조율되던 3월부터 조심스레 회담의 핵심 의제를 좇아 취재했습니다. 한미 안보전문가들과 국가안보실, 외교부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물었습니다. 마땅히 손에 잡히는 것 없이 미국 싱크탱크 자료들과 관련 외신 보도들을 섭렵하고 추적하던 중 “외교부에서 정상회담 계기에 핵 공유 개념을 담은 별도 관련 문안을 추진 중”이라는 결정적인 제보를 들었습니다. 각종 용어들이 생소했지만 안보실과 외교부 외곽, 미국 전문가들까지 복수의 인사들로부터 ‘나토식 핵기획그룹’이 모티프가 됐다는 점을 듣고 꼬리에 꼬리를 문 취재들이 계속됐습니다.
원문 자료들 속에서 암호처럼 핵 기획·실행과 같은 생소한 용어들을 모아 담기 시작했고 일부 전문가와 당국자들이 열의를 갖고 공부를 시작한 기자에게 취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들을 조각조각 제공했습니다. 계속된 추적 끝에 북한의 핵 위협 또는 공격에 대응하는 핵 사용에 대한 한미의 공동 기획과 실행능력을 명문화하기 위한 협상이 비밀리에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투발 수단이 다종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간의 이 같은 확장억제 논의는 국익과 안보를 지키는 차원에서 필수적이라는 생각에 조심스레 첫 보도를 냈습니다. 3월 27일자 1면과 4면에 걸친 <한미, 내달 정상회담 때 ‘핵우산 강화’ 공동문안 추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보도에서 한미가 나토식 핵공유그룹(NPG)을 참조한 별도의 공동기획 협의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한국의 의사결정과정 참여를 체계화하는 데 양국이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알렸습니다.
외교안보 기사 특성상 민감할 경우 통상 정부가 “그런 협의 자체가 없다”며 오보 대응을 하거나 부인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통령실과 국방부, 외교부 등이 이튿날 ‘한미 간에는 확장억제 강화 협의를 위해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는 취지의 PG를 내놓았습니다. 이례적으로 보도의 방향이 맞다고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이후 타 매체들이 ‘한국식 핵공유’ 등을 앞세워 보도 경쟁이 붙었지만 한달 간 본보의 첫 보도 내용을 뛰어넘거나 뒤집는 새로운 보도는 없었습니다.
4월 18일자 <윤-바이든 정상회담때 ‘한국식 핵공유’ 명문화 추진> 보도는 조금 더 구체적인 한국의 요구사항과 협상 상황을 취재해 녹였습니다.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가 어렵고,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등과 같은 전략자산을 신속하게, 한국의 의사가 반영돼 전개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내용을 반영했습니다. 전략자산 전개와 관련된 내용 역시 다른 보도에는 없던 새로운 내용이었습니다.
회담이 임박한 4월 하순 경, 정부 소식통에게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냐. 한국이 어떤 식으로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미국은 어떻게 응하는지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며 조언을 구했습니다. 해당 소식통이 그동안 저의 보도를 “유심히 지켜봐 왔다”며 제게 ‘하우스 대 하우스(대통령실과 백악관)’로 논의 중인 골자 2가지를 넌지시 알려줬습니다. 북핵 공격시 미국이 똑같이 핵으로 보복(retaliation)할 수 있다는 점을 공동문서로 명문화한다는 것과 한국이 미국과 핵 자산 전개를 논의할 수 있는 별도의 핵 기획 협의체를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지를 알아도 추진 중인, 그것도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회담 문안에 대한 크로스체크 과정이 지난했습니다. 일주일에 걸쳐 퍼즐 맞추듯 한미 복수의 외교안보부처 취재원들로부터 알곡을 골라냈습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미 국빈 방문을 위해 1호기에 오르는 4월 24일 1면과 3면에 걸친 <‘北이 南핵공격땐 美 핵보복’ 공동문서> 보도가 탄생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기사 속 외교 소식통과 정부 소식통은 정상회담 의제를 포함한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밀 사안을 다루는 정부 당국자 등 복수의 취재원을 실명으로 등장시킬 수 없는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해당 보도에 대한 상당성을 충족하는 취재원들임을 밝힙니다. 제보자들과는 특별한 인적관계나 금전적 관계를 지고 있는 바 없으며 다수의 취재원들을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도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보 단독보도의 선행보도나 표절은 일절 없었습니다. 타 매체 반향은 첨부파일에 기재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본보의 4월 24일자 ‘북핵 남한 공격시 미국이 핵보복’을 한다는 기사는 이후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물 ‘워싱턴 선언’의 핵심이 됐습니다.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두 문장으로 미국의 핵 보복대응을 공식화했습니다. 공동문안을 추진한다는 보도는 워싱턴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NPG에서 영감을 얻은 핵 논의체는 핵협의그룹(NCG)으로 태어났고 미 대통령이 전략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확인하면서 3월부터 시작된 연속 보도 내용들이 현실화됐습니다. 정상회담 이후 거의 모든 매체에서 워싱턴 선언을 앞세워 헤드라인으로 보도했고, 대통령실 역시 “회담의 최대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외교안보기사는 보도 내용의 중요도에 비해 거악을 무너뜨리는 사회부 기사처럼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주지도,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도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아울러 철통 보안이 지켜지는 협상 사안일수록 접근하기도, 확인을 받기도, 누군가를 설득해 얻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끈질긴 물음과 문제의식으로 문을 두드리다 보면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고 필요로 하는 정책 현안에 한 걸음 다가갈 기회가 생긴다는 점을 몸소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한미정상회담 성과와 워싱턴 선언에서 말하는 북핵 대응에 대한 평가는 진행형입니다. 엇갈린 의견들조차 한국의 안보 논의를 풍성하게 하는 자양분이라고 생가합니다. 정확을 기하는 보도로 그런 논의의 장을 일찍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합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동 연속보도는 한국기자협회와 언론윤리강령기준, 동아일보의 보도윤리지침을 모두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①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② 기존 출품작을 다시 출품하시는 경우, 출품 이유와 보완 내용을 아래 적어주시기 바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출품부문을 변경하여 다시 출품하시는 경우 감점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외부로부터 물질적 지원을 받거나 한미 양국 정부로부터 보도 이의 또는 반론신청을 받은 바 없으며,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도 전무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92회 전체 총평
제39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1개 부문 63편이 출품돼 이 중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12편이 경쟁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와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가 수상작이 됐다.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변호사들의 불성실하고 나태한 변론 논란을 구체적 사실 제시를 통해 정면으로 고발함으로써 법조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호사들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소송에서 지는 사례가 적잖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는데 이번 보도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제보성 보도가 아니라 발로 뛰며 여러 학교폭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온 성과여서 더 값진 보도라는 의견이 나왔다.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 역시 특종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JTBC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여러 비리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를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구체성 있는 보도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확인 절차가 어려운 보도를 취재기자들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제보도 부문은 7편이 출품됐고, JTBC의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보도는 장기간 취재를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방대한 취재를 소화, 수많은 결정타를 확보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윤리성과 공정성을 모두 지키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로 취재 완성도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흠잡을 데 없는 보도였다는 평가가 심사 과정에서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편이 접수되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동아일보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 취재 보도 부문 수상작이었던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보도 이후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후속보도로서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심각한 뺑뺑이 실태를 또 한 번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단순 보도가 아니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곳곳이 병원인 서울시내에서조차 뺑뺑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림으로써 큰 울림을 주었다는 심사평이 이어졌다. 스토리텔링 기법의 취재 역시 누구나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유튜브 등에서 드러난 방송 다큐 수준의 현장감은 탁월한 취재 역량을 한껏 드러냈다.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라는 제목 역시 보도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흡입력을 높이는 요소였고, 잘 몰랐던 것을 깨우치게 하는 보도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3편이 경합을 벌인 끝에 국제신문의 〈숱한 경고에도 방치된 안전…고 황예서 양 死因은 ‘행정실패’〉 보도가 수상작에 올랐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이어졌지만 결국 또 한 명의 어린 생명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보도였다. 취재팀은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현장 주변을 면밀하게 취재해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숱한 경고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비극이 일어났음을 알렸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 촉구를 발 빠르게 하면서 안전 인프라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