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① 전세사기 피해자의 죽음…같은 처지 100여세대 더 있다(3월10일)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8199
② '건축왕', 전세금으로 강원 개발사업 벌였다…"최문순의 대장동"(3월17일)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8839
③ [단독]'건축왕' 하드 통째입수…사업자 161곳 두고 문어발 확장했다(4월24일)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1842
④ "인천 출신 강원 직원, 망상 개발에 관해 최문순하고만 공유했다”(5월1일)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2328
⑤ 욕망이 부른 몰락…빚으로 쌓은 건축왕의 '모래성’(5월1일)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2244
⑥ 송영길이 밀고 최문순이 당겼나…남헌기 막은 '동해 사람들'의 고백(5월1일)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2189
⑦ [단독]강원도, 공모 없이 '매출 1조社' 배제하고 남헌기에 토지개발권 줬다(5월5일)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62727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주제에 맞게 두괄식으로 요지만 써야겠습니다만, 이번 기회를 빌어 주간지 기자로서의 소회를 서두에 짧게 써보려 합니다.
국내 언론 환경에서 주간지의 포지션은 참 애매합니다. 대중은 ‘심층 취재를 하는 매체’라고 어렴풋이 생각하지만, 실제 반응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나름 단독적으로 깊게 취재를 해서 기사를 써도 독자들은 기시감을 느끼거나 일간지 기사의 짜깁기 정도로 보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 배경에는 온라인 뉴스의 보편화로 인해 일상화된 속보 경쟁이 있다고 봅니다.
대중뿐만 아닙니다. 언론의 시각에서 봐도 주간지는 ‘아웃사이더’입니다. 국내 언론계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간지 기자들을 만나면 짧은 통성명과 함께 “출입처가 어디에요”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그러면 “저희는 출입처가 없이 외곽 취재를 합니다”란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해야 합니다. 한때는 자부심을 갖고 주간지만의 특징을 읊었지만 이제는 입을 닫습니다. 그 이후 상대의 얼굴에는 소위 공통된 ‘나와바리’가 없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표정이 떠오릅니다.
한국기자협회 회원사 203곳 중 주간지를 찾아봤습니다. 시사저널을 포함해 시사IN, 일요시사, 일요신문 등 4곳이 있었습니다. 2%가 채 안 됩니다. 기자 수로 따지면 소수점 셋째 자리를 넘어갈 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주간지가 속보 경쟁에 뛰어드는 건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설령 주간지 기사가 특정 이슈를 공론화시켰다 해도, 며칠만 지나면 해당 이슈에 관한 당국의 발표를 인용한 기사의 홍수 속에 묻혀버립니다. 간혹 출처를 밝혀야만 할 때 시사저널이 ‘한 언론’으로 표기되면 쓴웃음이 지어지곤 합니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부 일간지는 일언반구 없이 저희가 직접 딴 멘트를 갖다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시사저널 기사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에 얽힌 흑막을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시작은 지난 2월26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 세입자인 30대 남성의 극단적 선택이었습니다. 전세사기 사건을 적지 않게 취재해왔고 저 역시 사회 초년생 시절 전세사기를 당할 뻔한 경험이 있어 나름대로 쉽게 기사를 쓸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알면 알수록 정계 또는 지방 정부와의 접점이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3월10일 첫 기사(“전세사기 피해자의 죽음…같은 처지 100여세대 더 있다”)를 시작으로 전세사기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건축왕’ 남헌기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인천에서 취재하던 도중 남헌기 사업의 밑그림을 그린 그의 최측근 A씨를 운 좋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가 제공한 자료에 의존했던 취재는 A씨와의 만남을 계기로 범위가 확장됐습니다. A씨는 꽤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근거 자료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자료는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A씨를 꾸준히 설득했습니다.
그 사이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4월 14일과 17일 연달아 남헌기의 피해자 두 명이 또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첫 번째 피해자의 죽음 이후 잠잠하던 언론은 잇단 사망 소식으로 다시 들끓었습니다. 그제서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도 엄벌을 지시했습니다. 이후 간간이 나오는 단독성 기사들은 근거 자료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A씨의 말을 입증하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남씨의 지난 10여 년 간 사무가 담긴 100GB짜리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복사해 건넸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일주일 동안 그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하드디스크에는 재판 중인 남씨의 경제자유구역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근거(남씨 회사 재무제표)를 포함해 그의 임대수익이 동해 토지개발사업으로 흘러들어간 정황 등이 나와 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4월 말부터 “‘건축왕’ 하드 통째입수…사업자 161곳 두고 문어발 확장했다(4월24일)” 등 5편의 기사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남씨의 문제점을 동해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망상지구 범대위 측은 아직 미공개된 내부 문건을 저희에게 제공했습니다. 범대위 기획국장은 “이제 시사저널이 우리보다 더 많은 자료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다른 언론이 관심 갖지 않을 때 계속 추적 보도해줘서 고맙다”고 전해왔습니다. 국가수사본부, 강원경찰청, KBS, SBS, 조선일보 등도 저희에게 연락해 보도 계획과 익명의 취재원에 대해 물었습니다.
남씨의 사기극이 비단 저희의 보도만으로 공론화된 건 결코 아닙니다. 여러 일간지와 방송사가 관심을 갖고 수백 건에 달하는 기사로 ‘원점 사격’을 했기에 가능했던 성과입니다. 시사저널이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한 유력 일간지 기자에게도 나중에는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베껴쓰기가 관행처럼 변질된 작금의 언론계 현실에서 “강호의 도리가 떨어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선의 대다수 기자들은 보람과 명예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 경쟁은 남씨의 혐의가 명백히 밝혀지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해소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시사저널의 관련 보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취재를 막 시작했던 지난 3월, 전세사기 피해대책위가 의도치 않게 공유한 내부 자료가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실명과 연락처, 피해 규모 등이 담겨 있는 엑셀 파일입니다. 대책위에선 “실수로 보냈으니 기사화하진 말아달라”고 부탁해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의 첫 번째 사망자인 30대 청년의 전세금 7000만원 옆에 적혀 있는 세 글자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전 재산.’ 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남씨의 악행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서 ‘익명의 외부 관계자’로 표현된 취재원은 남헌기의 실무를 맡았던 전 직원이고, ‘남씨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남씨 사업의 밑그림을 그린 전 동업자입니다. 그 외에 이니셜이나 성(姓)만 기재한 취재원은 현재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 혹은 관련 의혹의 당사자이기에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제보자는 없습니다. 바이라인에 적은 시사저널 사회탐사팀 공성윤, 조해수, 김현지 등 3명은 취재에 공동 참여했고 데이트라인의 공성윤은 인천, 춘천, 동해 등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지난해 말 강원 지역지와 중앙 방송사·일간지 등이 남씨의 사기 혐의 피소 사실과 동해 망상지구 개발 의혹을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한 바 있습니다. 올 들어 3월 시사저널이 둘 사이의 관계를 보도하면서 ‘남헌기’ 이름을 최초로 밝혔고, 이후 다수 매체가 이를 인용했습니다. 다음은 시사저널을 인용한 기사들 중 10개를 대표적으로 추린 목록입니다.
청년 3명 사망한 전세사기 주범 ‘인천 건축왕’ 남 씨[주간동아/4월18일]
전세사기 피해자 죽음 잇따른…미추홀구에 무슨 일 있었길래[한겨레21/4월19일]
‘건축왕’이 동해안까지?…망상지구 시행사 바꾼다[서울신문/4월19일]
인천 전세사기 사태 후폭풍…동해 망상1지구 또다시 좌초위기[강원일보/4월20일]
'건축왕 전세사기' 일파만파…동해 망상1지구 시행자 교체 추진[연합뉴스/4월20일]
인천 전세사기꾼, 최문순에 동해 개발 6700억 사업권 따냈다[조선일보/4월21일]
동해까지 뻗쳤던 ‘인천 전세사기 건축왕’ 로비… 민주당 유력 정치인 연루설[문화일보/4월21일]
인천 건축왕 '전세사기'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으로 '불똥'[한국일보/4월21일]
6700억 동해 개발도 손댔다…野정치인 뒷배 의혹 터진 '건축왕'[중앙일보/4월21일]
‘동해 망상지구’ 개발을 인천 전세사기범이? 정치인 배후설에 긴급감사[경향신문/4월21일]
5. 사회에 끼친 영향
윤석열 대통령은 4월18일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일시 중단을 지시했고, 원희룡 장관도 피해자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남헌기가 맡은 동해 망상1지구 개발사업에 대해 강원도는 최근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또 경찰은 남헌기 일당에 관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과정에서 언론윤리에 반하는 취재는 없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취재는 단독으로 진행됐고 남헌기 측에서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나 정당한 근거를 제출하지 않아 거절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2회 전체 총평
제39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1개 부문 63편이 출품돼 이 중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12편이 경쟁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와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가 수상작이 됐다.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변호사들의 불성실하고 나태한 변론 논란을 구체적 사실 제시를 통해 정면으로 고발함으로써 법조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호사들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소송에서 지는 사례가 적잖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는데 이번 보도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제보성 보도가 아니라 발로 뛰며 여러 학교폭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온 성과여서 더 값진 보도라는 의견이 나왔다.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 역시 특종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JTBC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여러 비리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를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구체성 있는 보도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확인 절차가 어려운 보도를 취재기자들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제보도 부문은 7편이 출품됐고, JTBC의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보도는 장기간 취재를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방대한 취재를 소화, 수많은 결정타를 확보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윤리성과 공정성을 모두 지키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로 취재 완성도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흠잡을 데 없는 보도였다는 평가가 심사 과정에서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편이 접수되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동아일보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 취재 보도 부문 수상작이었던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보도 이후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후속보도로서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심각한 뺑뺑이 실태를 또 한 번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단순 보도가 아니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곳곳이 병원인 서울시내에서조차 뺑뺑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림으로써 큰 울림을 주었다는 심사평이 이어졌다. 스토리텔링 기법의 취재 역시 누구나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유튜브 등에서 드러난 방송 다큐 수준의 현장감은 탁월한 취재 역량을 한껏 드러냈다.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라는 제목 역시 보도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흡입력을 높이는 요소였고, 잘 몰랐던 것을 깨우치게 하는 보도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3편이 경합을 벌인 끝에 국제신문의 〈숱한 경고에도 방치된 안전…고 황예서 양 死因은 ‘행정실패’〉 보도가 수상작에 올랐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이어졌지만 결국 또 한 명의 어린 생명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보도였다. 취재팀은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현장 주변을 면밀하게 취재해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숱한 경고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비극이 일어났음을 알렸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 촉구를 발 빠르게 하면서 안전 인프라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