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사건. 처음 제보를 들었을 때는 이런 대규모 경제범죄가 수 년 간 누구에게도 적발되지 않은 채 가능할까, 생각했습니다. 1조가 넘는 거래 규모에, 온갖 사회 지도층, 연예인들이 연관돼 있고, 이들이 다단계 방식으로 또 다시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직원 백여 명을 고용해 실제 기업들을 사들이거나 세워서 배분하는 수수료 정산방식까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기엔 믿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취재가 진행될수록 모든 정황은 명백해졌습니다. 취재팀은 단순 보도에 그치지 않으려면 관계당국과의 협업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금융당국, 수사당국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취재팀은 다단계 주가조작이 기업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뒤 다각도로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주가조작 세력에 들키지 않고 취재진이 만날 수 있는 직간접적인 관련자들을 최대한 접촉해 파편적인 정보들을 취합했습니다. 이후 이들이 ‘수수료 정산’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일부 업체들 명단을 받은 뒤 각 업체들의 관련자 명의로 설립된 법인들을 새로이 파악해 전체적인 윤곽을 그렸습니다. 현장 취재를 통해 골프, 드라마제작업체, 승마장 등 해당 업체들이 제대로 된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은 주가조작 세력을 운영하는 라모 대표의 가족 명의로 운영되며 고객들의 카드를 모아 수수료를 정산하는 음식점에도 손님으로 위장해 들어가 실시간으로 카드깡하는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또, 주가조작 세력을 운영해온 라 대표가 서울 강남의 고급호텔 1층 카페에서 수십억에서 백억 이상의 돈을 넣은 거액 투자자, 이른바 ‘큰손’들과 회의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내용도 확인했습니다.
취재팀은 대규모 주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문제는 보도만 나갈 경우 금융당국이나 수사당국이 제대로 된 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이들 세력들이 모든 증거들을 은폐하고 잠적하거나 해외로 도피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때문에 취재진은 금융위원회와 검찰과 접촉해 취재한 내용과 자료들을 공유하고 긴밀한 협조에 들어갔습니다.
차곡차곡 현장취재와 관련자 취재가 이뤄지던, 4월 24일 갑작스레 관련 종목들이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이들 주가조작 세력이 관리하던 종목들이었습니다. 취재팀은 주가조작 세력과 연관된 일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고, 보도를 시작해야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다단계 주가조작’ 연속 보도가 시작되자, 제보는 더 많아졌고 취재 운신의 폭은 넓어졌습니다. 주가조작 세력이 실시간 통정매매를 위해 거액 투자자들에게 지급했던 노트북을 입수해 보도했고 이 역시 금융당국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한편, 초기부터 알고 있었지만 주가조작 세력에 취재 사실이 노출될까 접촉하지 못했던 거액 투자자들을 본격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엔 가수 임창정 씨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보도 둘째날 새벽엔 주가조작 세력이 관리하던 일부 고액 투자자들에게 휴대전화를 나눠주려다 소동이 벌어지며 경찰이 현장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취재팀은 위치를 파악해 현장 취재에 나섰고, 이곳이 어느 기업체 등본에도 나오지 않은 숨겨진 사무실로, 라 대표의 지시로 주식을 거래하는 이른바 ‘매매팀’이 사용했던 것을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주가 조작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아난티 그룹의 이중명 전 회장, 전 제지업계 중견기업의 노모 부회장, 휴온스 그룹의 윤성태 회장 등 중견 기업 오너들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또, 이들이 인수한 채널을 통해 광고비 집행을 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정산했단 걸 보도해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보도가 시작된 이후 첫 주말 라 대표가 매매팀과 핵심 간부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을 현장 취재를 통해 보도해 이들이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와중에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걸 알리기도 했습니다.
또, 박영수 전 특검과, 박 전 특검의 측근, 국회 윤리위원회 장 모 위원 등이 이들 주가조작 세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점까지 지적해 이들의 세력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를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주가조작 세력들이 주가 폭락이 발생하기 직전, 이변을 감지하고 내부에서 자금을 끌어모으고 고객들에게도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라며 추가 투자금을 모은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고, 폭락과 관련된 추가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제외하고 익명 보도를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제보자와 어떤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취재진이 직접취재와 잠복 현장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해당 보도에 앞서 어떤 선행보도도 없었으며, 보도 이후 국내 모든 매체에서 추종보도가 이어졌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검찰, 금감원, 금융위의 합동수사팀이 꾸려져 주가 조작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보도에서 지적한 대로, 주가조작에 이용된 CFD 계좌에 대한 제도 개선 및 금융 감시시스템에 대한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 및 자체 취재윤리를 준수하여 취재, 보도하였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취재후기
(392회)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 JTBC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JTBC 이호진 기자
처음 제보를 들었을 때는 이런 대규모 경제범죄가 수년 간 누구에게도 적발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1조가 넘는 거래 규모에 온갖 사회 지도층, 연예인들이 연관돼 있고, 이들이 다단계 방식으로 또 다시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직원 100여명을 고용해 실제 기업들을 사들이거나 세워서 배분하는 수수료 정산방식까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기엔 믿기 어려웠습니다.
취재팀은 제보를 받은 뒤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관련자들을 접촉해 파편적인 정보들을 모았습니다. ‘수수료 정산’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업체 명단을 받은 뒤 관련자 명의로 설립된 법인들을 새로 파악해 윤곽을 그렸습니다. 현장 취재로 골프, 드라마제작업체, 승마장 등이 제대로 된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은 주가조작 세력을 운영하는 라덕연 대표의 가족 명의로 운영되며 고객들의 카드를 모아 수수료를 정산하는 음식점에 손님으로 들어가 카드깡하는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또 라덕연 대표가 거액 투자자, 이른바 ‘큰손’들과 회의하는 모습도 확보했습니다. 취재팀은 확신을 얻었습니다. 문제는 보도 이후 금융당국·수사당국 조사 전 이들이 증거들을 은폐하고 해외로 도피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때문에 취재진은 금융위·검찰과 취재 내용을 공유하며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4월24일 갑작스레 관련 종목들이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이들이 관리하던 종목들이었습니다. 취재팀은 보도를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보도 시작 이후 취재팀은 며칠이 걸리든 반복해서 납득할만한 해명과 반론을 요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려 노력했습니다. 더 취재에 힘쓰겠습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3787)
회차 심사평
제392회 전체 총평
제39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1개 부문 63편이 출품돼 이 중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12편이 경쟁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와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가 수상작이 됐다.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변호사들의 불성실하고 나태한 변론 논란을 구체적 사실 제시를 통해 정면으로 고발함으로써 법조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호사들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소송에서 지는 사례가 적잖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는데 이번 보도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제보성 보도가 아니라 발로 뛰며 여러 학교폭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온 성과여서 더 값진 보도라는 의견이 나왔다.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 역시 특종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JTBC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여러 비리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를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구체성 있는 보도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확인 절차가 어려운 보도를 취재기자들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제보도 부문은 7편이 출품됐고, JTBC의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보도는 장기간 취재를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방대한 취재를 소화, 수많은 결정타를 확보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윤리성과 공정성을 모두 지키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로 취재 완성도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흠잡을 데 없는 보도였다는 평가가 심사 과정에서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편이 접수되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동아일보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 취재 보도 부문 수상작이었던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보도 이후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후속보도로서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심각한 뺑뺑이 실태를 또 한 번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단순 보도가 아니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곳곳이 병원인 서울시내에서조차 뺑뺑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림으로써 큰 울림을 주었다는 심사평이 이어졌다. 스토리텔링 기법의 취재 역시 누구나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유튜브 등에서 드러난 방송 다큐 수준의 현장감은 탁월한 취재 역량을 한껏 드러냈다.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라는 제목 역시 보도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흡입력을 높이는 요소였고, 잘 몰랐던 것을 깨우치게 하는 보도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3편이 경합을 벌인 끝에 국제신문의 〈숱한 경고에도 방치된 안전…고 황예서 양 死因은 ‘행정실패’〉 보도가 수상작에 올랐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이어졌지만 결국 또 한 명의 어린 생명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보도였다. 취재팀은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현장 주변을 면밀하게 취재해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숱한 경고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비극이 일어났음을 알렸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 촉구를 발 빠르게 하면서 안전 인프라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