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관세청의 페루산 녹두 원산지 검증과정을 통해 세관당국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던 행정 편의주의와 탁상행정, 부적절한 조사관행을 지적했습니다. 긴 시간의 취재와 끈질긴 설득으로 전·현직 관세청 직원을 내부 제보자로 확보하고, 페루 대사관 및 현지 정부 관계자와 만나기 위해 십수차례 연락을 취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꺼려하는 수입기업들을 지역까지 찾아가 직접 만나면서 취재협조를 구했고, 기사작성에 필요한 서류를 확보했으며, 관세청이 작성한 내부 문건까지 살펴봤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허점에 관한 취재를 하는 도중 국내의 한 수입기업 대표가 제보를 해왔습니다. ‘페루산 녹두를 무관세로 수입해왔는데, 돌연 관세청이 607.5%라는 엄청난 세금을 토해내라고 통보했다. 원산지 증빙을 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라는데 너무 억울하다.’ 제보자는 세금추징으로 기업이 폐업위기에 몰렸으며 극단적인 선택과 심각한 가정불화를 겪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수십년 간 여러 농산물을 들여온 기업이 왜 원산지 증빙을 못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관세청의 비현실적인 요구 탓이었습니다. 관세청은 한국-페루 간 관세철폐 후 갑작스레 늘어난 페루의 녹두생산량이 의심스럽다며 국내 수입기업들에게 원산지 증빙을 요구했습니다. 증빙에 필요한 자료로는 페루 농업기업의 수년치 회계장부, 세무보고서, 은행계좌내역, 송금내역 등을 꼽았습니다. 녹두재배 농민으로부터 재배명세서도 받아야 했습니다. 관세청은 이러한 자료들을 사전에 구비해야 한다고 안내하지 않았습니다. 페루인들은 ‘우리가 왜 한국에 영업기밀까지 보여줘야 하느냐’며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민간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페루까지 가서 기업들에게 호소하는 일까지 빚어졌습니다.
관세청에 왜 이렇게 무리한 자료를 요구했는지 물었습니다. 관세청은 전혀 무리한 수준이 아니라고 답변했습니다. 페루 정부는 한국 정부에 ‘현대차의 회계장부와 송금내역을 달라고 하면 줄 수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관세청은 국내 농업기업에게 회계장부나 세무보고서를 갖추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농민들에게도 ‘친환경농산물 인증서’면 원산지 증빙이 가능하다고 안내합니다. 재배명세서를 잘 작성하라는 지침은 없습니다. 관세청의 기준이었다면 한국도 원산지 증빙에 실패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 수입기업은 한국보다 훨씬 인프라가 미비한 페루에서 해당 자료들을 받아내야 합니다.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추가로 3곳의 수입기업에서 상세한 얘기를 들었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FTA 협정에는 원산지 증명의 책임이 수입기업에 있다고만 명시돼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떠한 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적혀있지 않습니다. 가이드라인도 없었으며 수입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없었습니다. 성실하게 원산지 증빙노력을 해왔던 기업들이 이번 녹두조사에서는 우수수 떨어진 이유입니다.
관세청은 모든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말합니다. ‘그럼 규정에 따르지 말아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행정 편의주의는 ‘불법’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행정 편의주의는 규정에 집착할 때 탄생합니다. 원산지 증빙은 온전히 수입자의 책임이니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는 것도 행정 편의주의에 속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득이하게 증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다면 합리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주무관청의 역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조사는 형식적으로 적법했을 뿐 허술하게 진행된 정황이 다수 포착됐습니다. 관세청의 전체 조사일정은 현지 브로커에 의해 시작단계에서 모조리 유출됐습니다. 페루의 조사대상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세관이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떻게 조사를 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원산지 조사에서는 현지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통역사를 대동했습니다. 심지어 현지에서 녹두수출업무를 하는 동종업계 종사자였습니다. 조사를 받는 페루인들은 경쟁자가 뻔히 지켜보는데 어떻게 회계장부를 보여달라는 거냐고 항의했습니다.
서류조작에 가담한 한국인이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페루로 출장을 갔던 수입기업들은 현지 직원들로부터 ‘차라리 관세청이 요구한 서류를 조작하자’는 제안을 수차례 받았다고 했습니다. 현재 다수 수입기업은 일부 기업이 어떻게 서류조작으로 관세청의 심사를 통과했는지 제보하기 위해 추가자료 수집을 진행 중입니다.
위 취재사실을 종합해 공직사회의 편의주의 관행, 경직적인 법해석, 불합리한 관세행정, 부실한 조사과정을 지적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익명을 보장한 주요 취재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 수입기업 대표 및 종사자 3명, 전·현직 관세청 직원 총 2명, 페루 수출관광진흥청 관계자, 주한 페루대사관 관계자, 페루 녹두생산기업 직원입니다. 한국과 페루의 민간기업 관계자는 신원이 기사에 노출되면 앞으로 수입영업에 차질을 빚게 됩니다. 세금추징과 조사 권한을 가진 관세청으로부터 찍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루 정부 관계자의 경우 본인의 발언이 한국과의 통상분쟁으로 이어지게 되면 엄중한 책임을 물게 되니 익명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관세청 전·현직 직원들 역시 ‘관세청이 내부자 색출에 힘을 쓰고 있으니 신원보호가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본 기자와 아시아경제는 해당 요구가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7조 ‘취재원 보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익명처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해당사항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취재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음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관세청이 페루산 녹두의 원산지 조사를 시작했고, 밀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온바 있습니다. 다만 보도방향은 본지 기사와 정반대이며 활용한 정보와 파악한 내용도 완전히 다릅니다. 아시아경제의 시리즈 보도가 이어지자 관세청의 해명이 나왔고 농민신문, 뉴시스, 세정신문 등에서 관련 보도를 받아썼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이번 보도를 계기로 관세청은 내부적으로 원산지 조사방식을 개선하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의견수렴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주무당국인 기획재정부에서도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기업 측과 관세청 간의 의견조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당 보도는 대사관을 통해 페루 정부로 전달됐으며, 양국이 직접 마주 앉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7년 만에 열린 한-페루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이그나시오 이게라스 페루 외교차관은 직접 한국 측에 문제해결을 위한 원만한 협조를 요구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기자협회의 언론윤리 강령에 따라 관세청 측의 반론권을 적극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9개의 서면 질의서를 2차례에 걸쳐 대변인실에 전달했습니다. 답변 내용이 부실하다고 판단한 사안은 10차례 이상 재차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관세청으로부터 들었던 답변은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보도 이후에도 반론권 보장을 원한다면 본지 지면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기사내용은 모두 크로스체크(3명 이상)를 진행했거나, 반론을 확인했습니다. 공식문건과 원자료, 녹취, 영상파일 입수를 통해 소문·풍문이 여과 없이 기사로 나가지 않도록 적극 노력했습니다. 계획된 보도 이후에도 추가 취재를 멈추지 않고 지속했으며, 필요시 보도했습니다. 현재도 페루 대사와의 단독 인터뷰 등 후속 취재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 해당없음
회차 심사평
제392회 전체 총평
제39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1개 부문 63편이 출품돼 이 중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12편이 경쟁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와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가 수상작이 됐다.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변호사들의 불성실하고 나태한 변론 논란을 구체적 사실 제시를 통해 정면으로 고발함으로써 법조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호사들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소송에서 지는 사례가 적잖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는데 이번 보도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제보성 보도가 아니라 발로 뛰며 여러 학교폭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온 성과여서 더 값진 보도라는 의견이 나왔다.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 역시 특종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JTBC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여러 비리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를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구체성 있는 보도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확인 절차가 어려운 보도를 취재기자들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제보도 부문은 7편이 출품됐고, JTBC의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보도는 장기간 취재를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방대한 취재를 소화, 수많은 결정타를 확보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윤리성과 공정성을 모두 지키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로 취재 완성도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흠잡을 데 없는 보도였다는 평가가 심사 과정에서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편이 접수되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동아일보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 취재 보도 부문 수상작이었던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보도 이후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후속보도로서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심각한 뺑뺑이 실태를 또 한 번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단순 보도가 아니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곳곳이 병원인 서울시내에서조차 뺑뺑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림으로써 큰 울림을 주었다는 심사평이 이어졌다. 스토리텔링 기법의 취재 역시 누구나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유튜브 등에서 드러난 방송 다큐 수준의 현장감은 탁월한 취재 역량을 한껏 드러냈다.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라는 제목 역시 보도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흡입력을 높이는 요소였고, 잘 몰랐던 것을 깨우치게 하는 보도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3편이 경합을 벌인 끝에 국제신문의 〈숱한 경고에도 방치된 안전…고 황예서 양 死因은 ‘행정실패’〉 보도가 수상작에 올랐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이어졌지만 결국 또 한 명의 어린 생명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보도였다. 취재팀은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현장 주변을 면밀하게 취재해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숱한 경고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비극이 일어났음을 알렸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 촉구를 발 빠르게 하면서 안전 인프라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