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취재(O), 제보(O)
▶국내에서 음용이나 식용으로 어떤 허가도 받지 않은 용액이 시중에, 그것도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제보를 접한 것은 올해 2월 초입니다. 이 용액의 정체는 규석을 녹여 나온 규소를 물에 희석해 만든 ‘규소수’입니다. 이를 수십 년간 만들어 팔아 온 자칭 ‘박사’의 가까운 지인이 털어놓은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허가 없이 방청제(녹을 없애는 제품) 역할을 하는 수처리제를 물에 타 먹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45년 동안 팔아오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범행을 적어 놓은 자술서와 각종 각서, 내용증명까지 있다”, “공업용 비료에나 쓸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미 사법당국에 적발돼 형벌까지 선고받았는데도 아직 이 일을 하고 있다” 등 건전한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증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증거라며 이 핵심 제보자가 취재진에 준 각종 각서와 자술서, 공장 내 사진을 보고, 이 증언이 ‘실체가 있는’ 팩트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바로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취재진은 인터넷과 전직 판매원들을 통해 문제의 제품들을 직접 확보했습니다. 내용물은 같지만 포장만 다른 2개 제품을 구했습니다. 그 중 한 개를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결과는 pH 농도가 12.7에 달하는 ‘강알칼리성’ 용액이고, 제품에 표시된 나트륨과 규소는 수백 배 이상 더 들어가 있다는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제품을 분석한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직원은 “나트륨이 굉장히 많이 섞인 수산화나트륨, 즉 양잿물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대학교수에게 진단을 다시한번 부탁했더니, 성분 의뢰 성적표가 사실이라면 그냥 마셨을 경우, 내장이 녹을 수도 있는 위험한 물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에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제조업자는 2개 상표의 각 판매총책과 결탁해 무허가로 강원도 횡성에 공장을 설립하고, 제품을 유통시키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품에 표시된 경남 창원 소재의 공장, 2개의 제품이 판매되는 총책의 본거지인 대전과 경기 안양,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가 있는 세종 등 호남·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을 누볐습니다.
▶제품에 표시된 공장은 경남 창원에 있는 곳이지만, 실제로는 문을 닫아 놓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원도 횡성군에서 실질적인 생산과정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강원도 공장은 공장 자체가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개의 제품을 각각 팔고 있는 대전과 경기도 안양에서는 직접 구입을 해보기 위해 잠입취재를 했습니다. 판매원들은 거리낌 없이 무허가 수처리제를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했습니다. 판매원은 비단 물에 희석시켜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마셔도 좋고, 상처가 난 곳에 발라도 좋고, 밥을 지을 때 물 대신 넣어도 좋다고 자랑했습니다. 모든 과정이 그대로 화면과 녹음기에 저장됐습니다. 관련 부처에 문의해서 이런 광고 행위나 제조 행위 모두 위법하다는 해석도 얻었습니다.
▶무허가 규소수를 만든 공장주(제조업자)는 의외로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시인했습니다. 2017년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에 적발된 것도 인정했고, 취재진이 확보한 자술서와 각서, 내용증명에 기재된 모든 것을 인정한다고 털어놨습니다. 다만, 판매책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벌였다며 “무마해 달라”는 부탁도 했습니다. 판매총책들은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보도에 나가면 판매를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돈 걱정부터 했습니다. 모든 내용을 담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첫 보도가 나간 후 많은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이 직접 구매했거나, 판매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들은 보도를 보고, 경찰에 제조업자를 사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에 정식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익명 취재원은 무허가 규소수 제조업자의 지인이었거나 판매총책과 가까운 전직 판매원 등 모두 이번 사건의 관계자라 할 수 있습니다. 제보자와 이해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신분 노출을 원하지 않는 취재원은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인터뷰는 모두 동의를 받고 진행했습니다.
▶모든 취재와 인터뷰는 수차례 동의 확인을 거쳐 진행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타 매체 반향 참고)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최초 보도 이후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일부 매체의 인용 보도가 있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경찰은 관련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내사에 들어갔으며, 피해자들이 점차 늘어나 고소·고발이 이어지자 제조업자 신 모 씨를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무허가 공장이 있는 강원도 횡성군은 합동조사팀을 꾸려 해당 공장의 위법성을 파악했고, 이후 6개 불법 사항을 파악해 2개 사항은 경찰 고발, 나머지는 행정처분 과정에 있습니다.
▶현재 환경부도 관련 사항을 파악하고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음지에서 무허가로 만든 불법 건강식품 유통 경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한데다, 위해성까지 검증해 낸 수작이라는 소속사 자체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관련 법이 허술하고, 담당 부처의 경계가 모호한 틈을 타 수십 년간 이런 불법행위가 저질러진 점을 대중에 알려 경각심을 일으킨 점 역시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위와 같이 소속사의 확인을 거쳤으며,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은 없었고, 취재와 보도에 대한 어떤 이의제기도 없었습니다.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피신청사항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2회 전체 총평
제39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1개 부문 63편이 출품돼 이 중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12편이 경쟁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와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가 수상작이 됐다.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변호사들의 불성실하고 나태한 변론 논란을 구체적 사실 제시를 통해 정면으로 고발함으로써 법조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호사들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소송에서 지는 사례가 적잖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는데 이번 보도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제보성 보도가 아니라 발로 뛰며 여러 학교폭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온 성과여서 더 값진 보도라는 의견이 나왔다.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 역시 특종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JTBC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여러 비리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를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구체성 있는 보도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확인 절차가 어려운 보도를 취재기자들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제보도 부문은 7편이 출품됐고, JTBC의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보도는 장기간 취재를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방대한 취재를 소화, 수많은 결정타를 확보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윤리성과 공정성을 모두 지키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로 취재 완성도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흠잡을 데 없는 보도였다는 평가가 심사 과정에서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편이 접수되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동아일보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 취재 보도 부문 수상작이었던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보도 이후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후속보도로서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심각한 뺑뺑이 실태를 또 한 번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단순 보도가 아니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곳곳이 병원인 서울시내에서조차 뺑뺑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림으로써 큰 울림을 주었다는 심사평이 이어졌다. 스토리텔링 기법의 취재 역시 누구나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유튜브 등에서 드러난 방송 다큐 수준의 현장감은 탁월한 취재 역량을 한껏 드러냈다.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라는 제목 역시 보도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흡입력을 높이는 요소였고, 잘 몰랐던 것을 깨우치게 하는 보도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3편이 경합을 벌인 끝에 국제신문의 〈숱한 경고에도 방치된 안전…고 황예서 양 死因은 ‘행정실패’〉 보도가 수상작에 올랐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이어졌지만 결국 또 한 명의 어린 생명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보도였다. 취재팀은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현장 주변을 면밀하게 취재해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숱한 경고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비극이 일어났음을 알렸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 촉구를 발 빠르게 하면서 안전 인프라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