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도는 ‘표류’는 산발적으로 보도돼왔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응급환자 사망’으로 검색하면 1990년부터 올 4월까지 4000건에 육박하는 기사가 나옵니다. 응급환자가 허무하게 숨지면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지만 다른 이슈에 묻혀 흐지부지됐다가 또 다른 환자가 숨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런데도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2022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여 걸쳐 ‘표류’를 심층 취재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 원인을 파고들어 고발하는 건 심층 취재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표류’의 당사자인 환자와 보호자의 절망을 생생히 다룬 보도가 없었습니다. 생사의 경계를 헤맬 땐 누구나 마이너리티 중에서도 가장 약한 마이너리티가 되지만, 수많은 표류 환자는 목소리도 없이 잊혔습니다.
응급의료 체계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려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환자의 직접 증언이 필요하고,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끌어내려면 문제의 핵심 원인을 추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을 확보하는 건 간단해 보이지만 모든 걸음이 가시밭 위였습니다. ‘표류’의 핵심인 119구급차 동승 허가를 받아내는 데 꼬박 석 달이 걸렸습니다. 소방 측은 이태원 참사와 조직 내홍을 겪으며 위축돼있었고,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틀어진 일선 구급대와 병원의 협력 관계가 더 악화할까 걱정했습니다.
응급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전원(轉院) 보내는 생생한 현장을 꼭 담아야 했습니다. 대다수 병원이 이를 치부라고 여기고 손사래 쳤습니다.
취재팀은 소방청과 소방재난본부, 병원을 여러 차례 찾아다니며 설득했습니다. 소방 측엔 ‘병원을 가해자처럼 묘사할 의도가 없다’고 기획 취지와 의도를 설명했고, 병원 측엔 특정 병원의 허물을 드러내는 기사가 아니라 수술 의사가 부족한 구조를 겨냥한다는 것 납득시켰습니다.
그렇게 섭외된 구급차와 응급실에서 취재팀은 총 37일을 보냈습니다. 응급환자가 몰리는 연휴를 놓치지 않으려 크리스마스와 신정, 설 연휴에도 현장을 지켰습니다. 기약 없는 ‘뻗치기’였지만 지난했던 섭외 과정을 생각하면 귀한 기회로만 느꼈습니다. 그렇게 길어 올린 잠실119구급대와 여수전남병원 응급실의 현장 르포가 지면 시리즈 1회와 인터랙티브 기사를 통해 보도됐습니다.
‘주인공’ 찾기는 더 까다로웠습니다. 취재팀은 의사들이 모인 단톡방이나 소방 노동조합, 민간이송업체 등 환자 정보가 모이는 길목을 지켰습니다. 사건이 생기면 장례식장이나 중환자실로 달려가서 환자나 그 가족을 만나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26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실명 공개를 망설인 이들도 많았습니다. ‘표류’의 시간을 떠올리는 게 괴로워 여러 차례 인터뷰 끝에 기사화를 고사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끝까지 보도를 허락해준 이들 중 이준규 군(14)과 박종열 씨(40)가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두 환자가 각각 겪은 228분, 378분의 표류를 ‘1분 단위’로 철저하게 복기하기 위해 미공개 자료를 포함해 총 1300쪽이 넘는 기록을 검토했습니다. 두 환자를 이송했던 구급대원과 진료했던 의사 등 31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들은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을 거치면서도 취재를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다른 사람이 우리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면 시리즈 2~5회를 관통하는 두 주인공, 준규 군과 종열 씨의 이야기는 이렇게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취재팀은 응급환자 표류가 일어나는 원인을 △수술 의사 부족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는 시스템의 부재 등 2가지로 좁히고 이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면 시리즈 4회입니다. 2011년 신경외과를 택했던 전공의 111명이 현재 어느 병원에서 어떤 진료를 하고 있는지 추적했습니다. 매년 전공의 지원율에만 반짝 관심이 쏠릴 뿐, 생명을 살리는 분야에 의사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분석한 시도는 드물었습니다. 2019년 2월 설 연휴 환자를 위해 일터에 남았다가 숨진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하드디스크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의사와 환자를 연결할 시스템은 부처간 칸막이와 견제, 정부와 민간의료기관 사이의 갈등 탓에 논의가 막혀있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실명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후속 치료에서 불이익을 염려하거나 사생활 노출을 꺼린 일부 환자 취재원만을 익명으로 표기했습니다. 기사에 이름이 나오는 32명의 취재원 가운데 익명 취재원은 8명입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모든 취재원을 만나거나 전화해 직접 취재했고, 현장 취재를 원칙으로 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표류’ 시리즈 1회가 보도된 3월 28일, 대구에서 추락사고를 겪은 17세 여학생이 2시간 넘게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가 숨진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광주에서도 50대 암 환자가 의식을 잃었지만 4시간 동안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하다 충남까지 이송된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시리즈에서 지적한 대로 ‘표류’가 일상이 된 국내 응급의료 현실이 입증된 것입니다.
이후 정부와 정치권이 응급의료 대책을 내놓으면서 관련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일보 등 타 매체에서도 필수의료 의료진이 부족한 현실을 다룬 기획기사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한 매체에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성명서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이 성명서에서는 ‘표류’ 시리즈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반복되는 상황을 환자뿐 아니라 119구급대, 의료진 각각의 관점에서 시청각적으로 보도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정확한 문제의 인식과 해법의 방향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중략) 응급의료 관련해서는 피해를 당한 환자나 유족은 거의 말이 없다. 이번 동아일보의 응급의료 탐사기획 보도는 말이 없는 환자와 유족을 대신해 그 울분을 세상에 샤우팅 해 주었고, 정부에 그 해결을 촉구해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표류’ 시리즈 1회를 보도하기 한 주 전인 3월 21일, 보건복지부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습니다. 통상 정부가 오랜 기간 준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직후 이를 보완하는 추가 대책을 내놓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하지만 ‘표류’ 시리즈 보도 이후 복지부는 유관기관과 함께 추가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중앙응급의료센터의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 ‘표류’ 시리즈에서 지적한 내용이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으로 해결 가능한지 하나하나 매칭하는 작업을 벌인 결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귀띔했습니다.
실제로 ‘표류’ 시리즈 마지막 회가 보도되고 이틀 후인 4월 5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소아·응급·비대면 의료 대책 당정 협의회’를 열고 응급의료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당정은 중증응급의료센터를 수술 입원 등 최종 치료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개편하고, 중증응급분야 수가 인상, 야간 휴일당직비 지원, 적정 근로시간 보장 등 의료진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또, 구급대 출동부터 환자 이송, 응급실 진료까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공유할 수 있는 원스톱 환자 이송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증 응급환자의 수술을 위해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의사와 환자를 이어주는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는 ‘표류’ 시리즈의 핵심 제언 2가지가 모두 포함된 것입니다.
4월 27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중증 응급환자 최종 치료에 적용하는 가산 수가의 비율을 50%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위원회에 참여한 한 위원은 “회의에서 동아일보 ‘표류’ 기사 내용이 언급되면서 수가 인상 논의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귀띔했습니다.
5월 4일 복지부가 대구 사건을 계기로 내놓은 후속대책에도 119구급대와 병원간 연결 시스템 정비와 환자 거부 내역 기록 의무화 등 ‘표류’ 시리즈에서 제언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했고, 동아일보사 기자윤리위원회의 기자윤리 강령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①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외부 지원을 받지 않았고,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이 없습니다.
② 기존 출품작을 다시 출품하시는 경우, 출품 이유와 보완 내용을 아래 적어주시기 바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출품부문을 변경하여 다시 출품하시는 경우 감점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해당사항 없습니다.
취재후기
(392회)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 동아일보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동아일보 조건희 기자
아들의 심장이 점점 느리게 뛰는데 구급차는 멈춰 서 있습니다. 남편의 부러진 다리가 썩어 가는데 받아주는 병원이 없습니다.
지독한 악몽 같지만, 지난해 이준규군(14)의 어머니와 박종열씨(40)의 아내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지금도 누군가 겪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생사의 경계를 떠돌다> 시리즈는 이들처럼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떠돈 응급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히어로콘텐츠팀은 동아일보가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했습니다. 취재 기간과 주제,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참신한 콘텐츠’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반면 ‘표류’는 의료 현장에서 매우 흔한, 독자에게는 ‘자주 본 이야기’입니다. 정부의 핵심 대책들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언뜻 히어로콘텐츠와 ‘표류’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취재팀은 오히려 그렇기에 이 주제를 다룰 가치가 있다고 봤습니다. 같은 대책이 반복되는 원인을 파고드는 건 심층 취재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많은 독자가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실감하려면 ‘표류’의 현장을 생생하게, 참신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가 3건의 인터랙티브 기사와 5회의 지면 시리즈입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표류’ 환자 26명의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그중 두 분이 세상을 떠났고, 살아남은 이들 중 대다수도 ‘표류’의 시간이 몸과 마음에 남긴 상처로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큰 고통 속에서도 취재에 응해준 이유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팀은 그 바람이 이뤄질 때까지 후속 보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떠난 분에게는 명복을, 생존자에게는 평안과 용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92회 전체 총평
제39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1개 부문 63편이 출품돼 이 중 4개 부문에서 5편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12편이 경쟁한 취재보도 1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와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가 수상작이 됐다.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에 학폭 소송 패소〉 보도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변호사들의 불성실하고 나태한 변론 논란을 구체적 사실 제시를 통해 정면으로 고발함으로써 법조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호사들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소송에서 지는 사례가 적잖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는데 이번 보도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제보성 보도가 아니라 발로 뛰며 여러 학교폭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온 성과여서 더 값진 보도라는 의견이 나왔다.
JTBC의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보도 역시 특종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JTBC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여러 비리 사실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를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구체성 있는 보도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확인 절차가 어려운 보도를 취재기자들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경제보도 부문은 7편이 출품됐고, JTBC의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가조작〉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보도는 장기간 취재를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방대한 취재를 소화, 수많은 결정타를 확보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특히 윤리성과 공정성을 모두 지키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로 취재 완성도 측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흠잡을 데 없는 보도였다는 평가가 심사 과정에서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13편이 접수되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동아일보의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 취재 보도 부문 수상작이었던 매일신문의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보도 이후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후속보도로서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심각한 뺑뺑이 실태를 또 한 번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단순 보도가 아니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곳곳이 병원인 서울시내에서조차 뺑뺑이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림으로써 큰 울림을 주었다는 심사평이 이어졌다. 스토리텔링 기법의 취재 역시 누구나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유튜브 등에서 드러난 방송 다큐 수준의 현장감은 탁월한 취재 역량을 한껏 드러냈다.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라는 제목 역시 보도 내용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흡입력을 높이는 요소였고, 잘 몰랐던 것을 깨우치게 하는 보도였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3편이 경합을 벌인 끝에 국제신문의 〈숱한 경고에도 방치된 안전…고 황예서 양 死因은 ‘행정실패’〉 보도가 수상작에 올랐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이어졌지만 결국 또 한 명의 어린 생명을 황망하게 떠나보낸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보도였다. 취재팀은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현장 주변을 면밀하게 취재해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숱한 경고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비극이 일어났음을 알렸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 촉구를 발 빠르게 하면서 안전 인프라 개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