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지난 2개월 동안 <한겨레>는 정부·지자체가 추진하는 ‘인공지능 원격식별’ 사업들의 개인정보 침해 실태를 연속 보도해왔습니다. 정부가 1억 건 넘는 입국자 얼굴 사진을 무단 사용해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을 개발해온 사실을 최초로 드러낸 것을 시작으로, 공공기관이 주도한 여러 사업이 개인정보 보호 조처를 무시해 왔음을 고발했습니다. 지자체의 인공지능 사업에서 시민 얼굴 영상이 무더기로 빼돌려진 사건을 후속 보도를 통해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열풍 속에서 뒷전으로 밀렸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자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물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① 정부, 출입국 얼굴사진 1억7천만건 AI업체에 넘겼다(10월 21일자 1, 6면)
취재의 시작점은 과기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난 연말 낸 보고서였습니다. 정부가 ‘출입국 절차 고도화’를 명목으로 국내 입국 외국인의 안면 사진 1억 건을 민간업체에 제공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상 생체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처리 조건이 까다로운 ‘민감정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사업을 위해 당사자 동의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승인을 받았다는 설명은 없었습니다. 광범위한 정보인권 침해가 우려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인권단체, 국회의원실의 협조를 구해 연도별 사업제안서, 결과보고서 등 20여 편 자료를 추가로 모았습니다.
첫 보도는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구축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식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취재 결과, 민간에 이전된 안면 사진은 내국인 것을 포함해 1억7000만 건에 달했습니다. 개인정보 영향평가 등 개인정보 보호법이 규정한 감리절차는 건너뛰었습니다.
② 일부 지자체도 동의없이 'AI 얼굴인식' 사업(11월 16일자 1, 3면)
정부 내부 보고서들은 이런 식의 사업을 추진한 배경으로 ‘과다한 비용’을 들었습니다. 개인 동의를 얻어 안면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1인당 최대 10만 원의 비용이 드니 ‘공짜 정보’인 공공데이터를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법무부 사업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을 지닌 채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돈줄을 쥔 정부의 인식이 이러한 이상, 어디서든 개인정보 침해가 반복됐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보도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 국방부 등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유사한 방식의 사업들을 파헤쳤습니다. 이들 사업은 치안 등 ‘공공 이익’을 구실로 시민 얼굴영상을 알고리즘 학습에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개인정보 영향평가 등 필요 절차가 ‘패싱’되고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사업이 추진된다는 점도 한결같았습니다. 사업의 결과물은 물론 과정 역시,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짚은 것입니다.
③ AI 장려정책에 '영향평가' 건너뛰어…개인정보 보호 '뒷전'(11월 16일자 3면)
최근 우후죽순 추진된 원격식별 사업들에선 또 다른 공통점도 확인됐습니다. 국정과제인 ‘디지털 뉴딜’의 일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뉴딜’이란 대형 국정과제를 띄우고 공공데이터 활용 등에 수십조 원 예산을 배정하자, 지자체들이 앞다퉈 사업을 들고 와 예산을 따낸 모양새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들이 대거 지원 대상에 들었다는 증언들이 정부 내부에서 나왔습니다. 정책 입안자들 입에서조차 ‘터질 게 터졌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한겨레>는 ‘속도전’식 국정과제가 개인정보 보호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는 점을 후속 기사로 고발했습니다.
④ 정부가 '연구용' 줬더니…민간업체, 얼굴영상 10만건 빼돌려(11월 17일자 6면)
연속보도를 이어가며 여러 시민 제보를 받았습니다. ‘대구 수성구의 인공지능 사업에서 민간업체가 학습용 데이터를 무단 반출했다’라는 익명 제보가 대표적이었습니다. 확인 결과, 이 업체는 지자체 지정 연구시설에서 USB를 이용해 시민 얼굴 영상 10만여 건을 몰래 빼냈습니다.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서 실제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 단적 사건이었습니다.
유출 장소가 ‘통제시설’인 ‘인공지능 실증랩’이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앞서 첫 보도 이후, 과기부와 법무부는 ‘보안이 보장된 실증랩에서만 알고리즘 학습이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해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업체가 보안공간에서도 감독자의 눈을 속여 학습용 데이터를 빼간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확인되면서, ‘실증랩이니 안전하다’는 정부 논리가 반박됐습니다.
⑤ 2년7개월 뭉개다…법무부, 개인정보 영향평가 받기로(11월 25일자 9면) 등
<한겨레> 연속보도는 인공지능 개발사업에 대한 일제점검 등 정부의 다양한 후속 조처를 끌어냈습니다. 다만 조처 대부분은 개인정보가 이미 대량으로 업체에 넘어간 뒤 이뤄진 ‘늦장 대응’이었습니다. <한겨레>는 개별 사업들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당국의 후속 조처에 대해서도 감시·검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11월에야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시작했습니다. 법대로라면 사업 초기에 받아야 했지만, 2년간 뭉개다가 <한겨레> 보도 뒤 착수한 조처였습니다. 앞서 첫 기사가 나간 당일에는 법무부가 인공지능 사업에 참여한 개발 업체들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규정하는 개인정보 처리위탁 규정을 부랴부랴 따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2년여간은 법을 지키지 않은 셈이었습니다.
보도 이전까지 이 사업의 존재조차 몰랐던 개인정보위도 뒤늦게 위법 정황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개인정보위가 감독기구로서 인공지능 사업들의 개인정보 보호 실태를 직접 조사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⑥ ‘산업 진흥’에 정보인권 묻히지 않도록
인공지능은 발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신기술입니다. 하지만 원격추적·감시 목적으로 쓰여서는 프라이버시를 위협합니다. 특히, 알고리즘 개발과정에서의 생체정보 남용은 심각한 정보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겨레>가 이 분야에서 집요한 추적 보도를 이어가는 이유입니다. 다수의 관심이 ‘산업 진흥’에 쏠릴 때도, 건강한 감시자이자 비판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모든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자료 확보에 협조한 국회의원실 및 익명 제보자와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한겨레>의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구축 사업 관련 보도 이후 여러 매체가 이 내용을 다뤘습니다. <한겨레> 영문판을 인용해 기사를 낸 해외 전문지들도 있습니다.
<국내 매체 기사>
10/21 한겨레/[단독] 정부, 출입국 얼굴사진 1억7천만건 AI업체에 넘겼다
10/21 연합뉴스/정부, 출입국 안면인식 정보 1억7천만여건 민간 AI업체에 제공
KBS/정부, 출입국 얼굴사진 1억7천만 건 민간 업체에 제공
경향/정부, 출입국 얼굴사진 1억7000만건 민간 업체에 제공···과기부 "법적 근거에 따른 사업“
매일경제/"누군가 당신의 얼굴을 알고 있다"..정부, 출입국 얼굴사진 1억7000만건 민간 업체에 제공
서울경제/정부, 출입국 얼굴사진 1억7,000만건 데이터 민간 업체에 넘겨
10/22 뉴스1/변협 "동의 없이 출입국 얼굴사진 민간업체 제공 '충격적'…심각한 우려“
11/9 한겨레/“얼굴은 ‘유일무이’ 정보”…시민사회, ‘AI 식별추적’ 중단 요구
11/9 세계/“출입국 얼굴사진, 기업 제공은 인권침해… 사업 멈춰라”
경향/“내 얼굴로 무슨 짓?”…시민단체, 출입국 정보 활용한 AI 식별추적 시스템 구축 중단 요구
이데일리/“정부는 얼굴정보 무단 활용 중지해야…법적조치 검토 중”
뉴시스/시민단체 "출입국 얼굴 사진 1억건 민간 제공은 인권침해”
뉴스토마토/"국가가 기업에 개인정보 제공, 기업만 이익"
11/16 IT조선/공항 얼굴인식 시스템 데이터 오남용 논란 속 법무부는 침묵
<해외 매체 기사>(현지 시간)
10/22 Biometric Update/Seoul shares face biometrics of 170M travelers with private firms
11/1 ProPrivacy/South Korean government distributes 170M facial images of Incheon Airport travelers
12/1 Hackaday/Korean Facial Recognition Project Faces Opposition
<관련 칼럼>
10/29 서울/얼굴정보 제공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변명
11/10 아이뉴스24/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
11/22 세계/인공지능 학습은 개인정보 처리인가 혹은 통계처리인가
11/25 경향/나를 빼앗기지 않기
5. 사회에 끼친 영향
① 법무부 장관의 사과와 법무부 후속 조처
첫 보도 이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국정감사를 통해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사업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장관은 “(사업 존재에 대해) 처음 알았고 많이 놀랐다. 개인정보가 남용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법무부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후속 조처를 하고 있습니다. 사업 참여 업체 명단을 온라인에 공개했습니다. 외부 기관에 개인정보 영향평가도 의뢰한 상태입니다. 사업 초기 이뤄졌어야 할 뒤늦은 대응이지만, 보도를 통한 공론화가 없었다면 이마저도 영영 무시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② 관계부처들의 인공지능 개발사업 일제점검과 개인정보 유출 적발
과기부는 인공지능 개발사업의 개인정보 보호 실태에 대해 일제점검을 벌였습니다. 법무부와의 사업뿐 아니라 자신들이 주관하는 모든 사업이 대상이었습니다. 대구 수성구청 실증랩에서의 CCTV 영상 유출도 <한겨레> 보도 이후 과기부가 점검을 벌이면서 적발됐습니다.
개인정보위는 법무부 사업의 적법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위법 정황이 발견되면 조사국을 통해 정식 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또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공공기관에 대한 제재 방안 등을 법 개정을 통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③ 경찰의 안면인식 인공지능 CCTV 전국 도입 연기
<한겨레>가 경찰청 등 공공기관이 개인정보 영향평가 없이 인공지능 원격식별 사업을 벌이고 있음을 지적한 뒤, 경찰은 최근 ‘안면인식 신변보호 CCTV’의 전국 도입을 미뤘습니다. 당초 제주에서 이 CCTV를 시범 운영 후 내년 전국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시험 기간을 늘린 것입니다. 범죄 가해자 얼굴 원격식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④ 공익소송 등 시민사회계의 반향
보도 이후 공공 주도 원격식별 사업에 대한 시민사회계의 반대 움직임도 커지고 있습니다. 민변, 참여연대, 정보인권연구소 등은 11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공지능 식별·추적사업을 중단할 것을 법무부와 과기부에 요구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한겨레> 보도를 근거로 정부의 생체정보 무단 사용에 대한 공익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앞서 변협도 “안면인식 데이터를 민간업체에 무더기로 제공한 정부의 개인정보 경시 행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낸 바 있습니다.
지자체 주도 인공지능 개발에 대해서도 논쟁이 이어집니다. 최근 안산지역 보육교사 단체와 정보인권 단체는 <한겨레>가 보도한 안산시 ‘안심 어린이집 시스템’에 대해 사생활권 침해를 우려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을 위반한 사항이 없습니다.
첨부한 보도들은 <한겨레>의 월간 자체 포상에서 지난달 ‘특종상’을 수상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을 받아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5회 전체 총평
제37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부문 62편의 출품작 중 5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달에는 최종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 작품이 다른 달에 비해 많지 않았다. 다만 일부 출품작은 신선한 접근 방식이나 좋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8편의 출품작 중 SBS의 <잇단 경찰 부실 대응 사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신변보호 여성 피살 사건의 안타까운 내막을 전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경찰의 부실 대응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 후속 대책까지 이끌어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7편의 출품작 중 경향신문의 <절반의 한국>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그동안 여러 지역 언론이 끊임없이 보도해왔던 주제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참신하고 내용이 충실해서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사무직 일자리의 남방한계선, 강릉 지역 여고 졸업생 추적 보도 등을 통해 지방소멸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상투적으로 보이지 않게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총 13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강원도민일보의 <강원도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예산이 헛되이 쓰이는 현장의 실사 보도는 증거를 찾기 쉽지 않은데, 공문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보도라는 평을 받았다. 이런 예산 낭비가 강원도교육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것이란 점에서 다른 언론의 후속 보도가 기다려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광주일보의 <4년 전 그때처럼…학생노동자 올라탄 ‘꿈’사다리 흔들리지 않도록> 보도와 강원일보의 <감춰진 진실-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 보도 2편이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광주일보의 보도는 지난해 10월 여수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학습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를 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강원일보의 <감춰진 진실> 보도는 그동안 납북귀환어부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는 있었으나, 대상자 및 가족들을 직접 만나고 총괄적인 데이터까지 조사해 담은 사실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좋은 보도를 위해 헌신한 기자들의 열정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으리라 믿는다. 새해에도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