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잇단 경찰 부실 대응 사건 SBS
잇단 경찰 부실 대응 사건
SBS 사회부 한성희 기자
상을 받아 기뻐야 마땅한데, 카메라 앞에 마주 앉았던 두 피해가족 분들의 눈빛과 표정이 떠올라 송구한 마음만 듭니다. “믿어주셔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었고, 이렇게 상도 타게 됐다”고 연락드려볼 엄두는 도무지 낼 수 없습니다. 그분들이 겪고 계실 연말은 어떨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미처 다 전하지 못한 가족분들의 목소리로 취재후기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2021년 11월15일 층간소음 흉기난동 경찰 부실대응 사건 피해가족: “사건의 절반 이상은 경찰이 키운 것 같단 생각을 해요. 항상 이런 식으로 그냥 넘어가 버리면 늘 이렇게 할 거잖아요.”(11/17) “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데, 누구 하나 찾아온 사람이 없어요. 사과받은 적이 없다니까요. 사과는 누구한테 해야 하는 건데요?”(11/21) “이런 일이 다시는 안 나게끔 해야죠.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또 이런 피해 안 입게 해야 하는 거잖아요.”(11/23)
11월19일 김병찬 신변보호 여성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가족: “우리 집은 끝났어요. 이게 말이 돼요? 행복한 가정이 파괴돼 버렸어요. 스마트워치만 믿었대요. 이 책임은 누가 지는 건데요.”(11/20) “(경찰이) 증거가 없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좀 더 피해자에게 공감했더라면, 일로만 생각하지 않고 본인 일처럼 생각했다면 일어났을 일일까요.” “이제 와서 뭐 고치겠다고 해요. 그럼 그 전에도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할 수 있었던 건데 왜 죽고 나서야 고쳐요.” “너무 남의 일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않아 주셨으면 해요. 관심이 있어야 법 집행하는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되잖아요. 흐지부지 지나가면 또 이런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11/29)
절반의 한국 경향신문
절반의 한국
경향신문 배문규 기자
“지방 소멸은 너무 뻔한 주제 아닌가?” ‘절반의 한국’은 지난해 6월 말 신설된 기획취재부서 스포트라이트부의 첫 기획이었습니다. 주제를 두고 회사 안팎에선 ‘많이 나온 얘기 아니냐’는 반응들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획팀은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롯해 일자리와 산업, 교육·의료 불평등 등 한국 사회 전반 문제들이 불균형 발전과 이어져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를테면 서울 집값이 오른다고 계속 집을 짓는 게 해법일까, 땅은 한정적인데 사람이 몰려서는 아닐까. 그렇다면 왜 서울로 몰려드는가. 국토 면적의 12.1%에 불과한 수도권이 경제력과 인구 모두 절반을 넘어선 현실은 ‘두 번째 분단’과 같았습니다.
그간 다른 매체들도 주목한 주제였지만 파편적·일회적 보도에 치우친 감이 있었습니다. ‘전국지’라는 언론들은 수도권 중심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경향신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비수도권의 시각에서 일자리, 청년, 대학, 부동산 등 여러 문제를 ‘지역 불균형’이라는 큰 틀에서 꿰어내려 노력했습니다.
메가시티 구상,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경우 토건주의 변주라는 시선도 있지만, 지역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300여명의 취재원들을 직접 혹은 비대면으로 만나며 절박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취재기자가 만난 ‘강릉소녀’는 자신의 고향을 “강릉은 홈(Home)이에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기획이 국가 발전만이 아니라 보통 시민들의 꿈과 삶을 위해서도 균형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론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강원도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 강원도민일보
강원도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
강원도민일보 사회부 오세현 기자
이달의 기자상이라는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강원도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은 한 제보 전화에서 시작됐다. 비슷한 이름으로 예산이 계속 내려와 일선 학교에서 소화하기 버겁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강원도교육청이 교육부 예산을 대거 확보해 홍보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 현장의 간극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취재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폐쇄적인 교육계 특성상 학교 내부의 일을 쉽게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이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익명을 보장받은 뒤에야 교육청에서 내려보낸 공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내년 2월까지 사용해야 하는 교부금 예산 규모가 2700억원임이 확인됐다. “일부의 얘기”라고 치부하던 강원도교육청은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고 내년 2월쯤이면 반납 예산 규모도 확인이 가능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방교육재정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화했다. 교육교부금법은 내국세의 20.79%를 교육교부금으로 내려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니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서도 교부금 규모는 점차 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역일간지 기자로 일한 지 만 10년. 지역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변방’으로 취급될 때가 많다. 대도시 얘기가 아니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을 때도 부지기수다. 때문에 강원도 일선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산 낭비 실태를 보도해 정부 차원의 움직임을 이끌어 낸 이번 보도가 더욱 남다르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1년 6개월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묵묵히 따라와 준 사회부서원들과 편집국장을 비롯한 편집국 선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4년 전 그때처럼..학생노동자 올라탄 ‘꿈’사다리…
4년 전 그때처럼..학생노동자 올라탄 ‘꿈’사다리 흔들리지 않도록...
광주일보 사회부 김지을 기자
언론은 매년 연말이면 그해의 주요 사건과 이슈에 주목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취지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갖자는 다짐의 의미일 겁니다.
지난 기사를 뒤적여보니 4년 전 제주에서 현장실습생인 고 이민호군이 숨졌을 때도, 16년 전 광주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19살 홍정운군이 지난해 10월6일 차디찬 바닷속에서 숨진 사건은 그래서 더 아픕니다. 잊지 말자던 일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해서 다시 되풀이된 것 같아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광주일보의 기획물은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홍군 한 명의 사고가 아니라 수년간 반복되어온 사회 구조적 문제로 기업, 정부, 학교가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어린 학생들이 떠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취재하며 만난 현장실습 현장에서 숨진 학생들의 유가족, 노무사, 노동인권전문가, 직업교육에 헌신한 교사들의 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교육’이자 동시에 ‘노동’인 현장실습제도만 바로 세워도 교육과 일자리로 인해 고통받아온 우리 사회의 많은 청년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23일 교육부가 ‘안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위한 10대 중점과제’를 내놨습니다. 과거에도 정부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발표했지만, 취업률과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며 갈팡질팡했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무엇보다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홍군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감춰진 진실-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 강원일보
감춰진 진실-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
강원일보 정치부 최기영 기자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은 전후부터 1980년대까지 동·서해안의 우리 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민들이 해상경계선을 넘어 남하한 북한의 경비정에 납북돼 고초를 겪고 돌아왔으나 우리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고문·폭력에 시달리며 간첩으로 조작된 일이다.
매일 생계의 터전인 거친 바다로 내몰렸던 어민들은 현대사의 비극인 남북대립에 휘말려 2차·3차에 걸친 피해를 입었다. 전국의 피해자는 3600여명, 강원도 동해안의 경우 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재심 등을 통해 명예를 회복한 경우는 46명에 불과하다.
어민들은 납북과 끔찍한 국가폭력의 피해를 입고도 생계가 우선이었기에 명예회복과 진실규명에 나서지 못했다. 또 어민들은 자신이 간첩이 아님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 조업 중 해상경계선을 넘었을지도 모른다는 원죄 의식도 있었다. 연좌제로 인한 피해의 대물림과 수십년을 이어진 사찰, 주변의 의심은 피해자들 스스로 입을 닫게 했다.
강원일보는 창간 76주년 특별기획으로 이들의 명예회복과 지역의 아픔에 대한 치유와 명예회복을 위해 피해자들을 만나고 사건의 실상을 알렸다. 특별취재팀에게도 지금껏 이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지 못했다는 원죄 의식이 있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제주 4·3항쟁 등 지역의 아픔이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받게 된 것은 지역주민은 물론 지역언론의 역할도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동해안의 가장 큰 아픔인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은 이제 진실규명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의 영광만큼이나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앞으로 더 많은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