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관광객 안내한다더니…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실습생…
관광객 안내한다더니…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실습생
경향신문 강현석 기자
고(故) 홍정운군의 명복을 빕니다. 홍군을 떠올릴 때마다 면목이 없습니다. 홍군 죽음의 진실을 끄집어냈지만, 고백하건대 끝까지 끈기 있게 다루지 못했습니다.
18살 어린 학생의 죽음이 들춰낸 건 ‘바뀌지 않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었습니다. 물을 무서워해 잠수교육 현장을 벗어나기까지 했다는 홍군은 잠수자격증이 없었습니다. 장비를 다루는 데도 서툴렀습니다. 이런 홍군을 “배 밑 바닥 청소를 하라”며 물속으로 밀어 넣는 게 선진국이 됐다는 한국의 노동현장입니다.
홍군처럼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가 된 학생들이 숨지는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4년 충북 진천에서 김동준 학생이 숨졌고 2015년에는 경기 군포에서 김동균 학생이 사망했습니다. 2017년에도 제주에서 이민호 학생이, 같은 해 말에는 전주에서 홍수연 학생이 또 숨졌습니다.
이들 학생의 부모님들은 2018년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모임’을 만들어 정부에 “더 이상 현장실습으로 인한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단체 채팅방을 통해 홍군의 부모님을 위로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 이민호 학생의 아버지인 이상영씨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그는 “한두 번 이야기 한 것도 아닌데 현장실습 현장은 바뀌지 않는다. 청와대 청원을 올렸는데 국민들의 관심도 별로 없다”고 낙담했습니다. 이씨는 “가족모임 숫자가 더 늘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끼리 안부나 묻고 서로 위로하는 상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인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기자들이 이 문제를 더 많이 다뤄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새기고 노력하겠습니다.
대장동 특혜 개발 실체 추적 및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
대장동 특혜 개발 실체 추적 및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
JTBC 박창규 기자
대장동 사건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다른 가지를 쳐내고 한줄 핵심만 남긴다면 ‘수천억원 이익을 소수가 가져가는 구조를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일 겁니다. 이 질문에 대답은 아직 확정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모두가 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말로 할 수 없었을 뿐…. 사건 초반 민간 업자와 특정 정치인 측 해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즉 민간 업자가 큰 위험을 졌으니 큰 이익을 가져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공이 토지 수용을 해주고 인허가 리스크는 없었습니다. 공공이 리스크를 다 맡아주는 해결사 역할을 했고 민간은 가장 극대화된 수익을 가져갔습니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으니 해명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누가 이런 기이한 구조를 용인하고, 방조하고, 동참하고, 아니면 적극 설계했을까요. 공무원들과 도시 공사 직원들의 문제 제기에도 어떻게 이런 기형적인 판이 만들어진 걸까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책임자인걸까요.
저희는 최대한 많은 관련자를 만나고, 당시 문서를 수집하고, 민간 사업자 행적을 쫓고 찾았습니다. 큰돈이 오갔기 때문에 사건의 흐름은 여러 방향으로 뻗어있습니다. 힘 깨 나 쓴다는 자들이 돈 냄새 맡고 몰려들어 뒤엉켰습니다. 하지만 큰 줄기는 여전히 ‘누가 이 판을 만들었느냐’입니다. 현재 진행형입니다. 많은 기자들이 매일 소송 위협과 압박을 감수하며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타사 기자들의 날카로운 기사를 보면서 동료 의식과 존경을 느끼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상 주실 수 없어서 저희가 운 좋게 받은 거라 생각합니다. 남은 퍼즐을 맞추고 진짜 범인을 찾을 때까지 다 같이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화천대유 100억원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기 CB…
화천대유 100억원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기
CBS 윤준호 기자
“Follow the money.” 돈의 흐름을 쫓다 보면 진실이 보인다는 탐사보도의 유명한 격언입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서 자금 흐름에 주목하며 취재에 나선 이유입니다.
시작은 금융정보분석원의 자료였습니다. 대장동 핵심 인물들 사이 100억원의 돈 흐름을 포착했습니다. 취재는 발 빠르게 이뤄졌습니다. 돈에 연루된 인물들을 수소문하며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수사권이 없는 언론으로서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그렇게 지쳐갈 때쯤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돈의 종착지가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랜 팩트체크 끝에 첫 보도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의문이 남았습니다. 해당 100억원의 용처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수상한 돈의 정체는 보도했지만, 뭔지 모를 찝찝함은 여전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습니다.
공전이던 취재의 물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트였습니다. 바로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었습니다. 화천대유에서 나온 100억원이 변호사비 의혹에서 거론되는 S사의 페이퍼컴퍼니와 연결돼 있었습니다. 100억원 가운데 일부가 S사로 흡수된 정황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분석해 확인된 팩트인 만큼 보도의 파급력은 상당했습니다. 언론이 갖는 취재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칫 지나칠 수 있는 검은돈의 흐름을 꼬집고, 검·경 수사에 단초를 제공하는 등 진상 규명에도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어려운 취재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회부장, 특별취재팀장, 법조팀장, 경찰팀장 그리고 팀원들께 영광을 돌립니다. 이번 ‘화천대유 100억원 추적기’는 누구 한명의 공이 아닌, CBS 사회부 전체의 작품입니다.
국세청 ‘세정협의회’ 비리 추적…50년만에 ‘폐지…
국세청 ‘세정협의회’ 비리 추적…50년만에 ‘폐지’까지 이끌어내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세청 세정협의회는 1971년 출범했습니다. 휴대폰과 이메일 등 개인 연락수단이 변변치 않던 그 시절엔 일선 세무서가 조세정책을 홍보하고 민간과 소통하려면 일정한 창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세무서가 민간 기업, 법인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려고 세무조사 등에서 약간의 편의를 제공했을 것이고, 기업과 법인 등은 소소한 답례를 하면서 관계가 이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50년이 지나자 편의와 답례라는 관행은 세무조사 봐주기와 뇌물이라는 적폐가 됐습니다.
이번 취재는 사소한 한마디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김두관 민주당 의원실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세정협의회 관련 국정감사를 무마하려는 국세청의 조직적 시도에 대한 증언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선행 취재를 하고 있던 케이제이타임즈 견재수 기자님을 통해선 비리 추적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혹 누군가는 세정협의회 비리가 일부 직원들의 일탈이라고 치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일탈도 권력의 남용이며, 국민 혈세의 낭비라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뉴스토마토와 김두관 의원실, 견재수 기자가 서로 도울 수 있었던 것도 ‘견제받지 않는 권력’, ‘국민 혈세의 낭비’에 대해 모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세정협의회 비리를 보도한 후 국민적 관심이 폭발했습니다. 결국 국정감사를 통해 세정협의회 폐지를 이끌어냈고, 후속 입법까지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들과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취재 과정에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표, 편집국장, 정치부장을 비롯해 동료 선후배들께 감사드립니다. 묵묵히 뒷바라지해 준 아내와 두 아이에게도 늘 감사합니다.
요소수 품귀… 화물트럭 멈춘다 매일경제신문
요소수 품귀… 화물트럭 멈춘다
매일경제신문 원호섭 기자
화물차 운전기사 분들은 한번 주유시 10~20만원 가량의 많은 기름을 넣습니다. 많이 넣다보니 단골 주유소에서는 서비스로 요소수를 넣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리터당 1000원도 하지 않는 값싼 제품이다 보니 그동안 누구도 요소수를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일반 디젤 승용차 역시 2000cc 미만 차량은 요소수가 필요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삶을 흔들 만큼 중요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처음 제보를 받았을 때도 ‘설마’ 했습니다. 1kg에 1000원도 하지 않던 요소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급했습니다. “서비스로 주던 요소수를 더 이상 못준다고 한다. 가격도 20% 올랐다”고 한 화물트럭 차주는 “제발 공론화 시켜달라. 우리가 아무리 얘기해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읍소했습니다.
취재를 시작했지만 요소수 업계와 화물 트럭 차주 외에는 요소수 부족 현상에 크게 신경 쓰는 곳은 없었습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요소가 막힐 경우, 정부는 어떠한 대안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청와대와 코트라가 “요소가 비료인줄만 알았다”고 한 대목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수입 다변화가 부족했던 소재임에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기초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떠한 대책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정말 ‘비싼 수업료’를 내야만 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한 트럭 운전사 분께서 “감사하다. 공론화시켜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을 잊지 않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 나가겠습니다. 선배 말 믿고 열심히 뛰어준 후배들과, 후배들 말 믿고 지면을 크게 잡아준 선배들께 감사드립니다.
Mr. 병원왕을 찾아라 KBS
Mr. 병원왕을 찾아라
KBS 오승목 기자
“병원이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게 뭐가 문제죠?” 넉 달 동안 취재하면서 취재진이 직면한 현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병원은, 의사는, 의대는 돈벌이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사무장병원 문제를 탐사 취재한다는 것은 병원이 투자의 대상이 되고, 병원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집요하게 설득해내고 카메라에 담기 위한 노력 그 자체였습니다.
아직 보상받지 못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피해 유가족들과 제주 치과 휴업사태의 피해 환자들, 그리고 열악한 의료환경을 호소하는 청도대남병원 앞 주민들을 만났을 때 취재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그들의 슬픔과 고통의 양은 돈을 버는 데 급급한 채 공공성을 잃은 의료가 환자에게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위해였습니다. 사무장병원이 문제가 되는 이유에는 단순히 건보재정 누수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취재에서 만난 사무장병원 이사장이나 사무장들은 처벌을 받는 순간에도 오히려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할 뿐 병원 대부분이 자신들과 같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법과 제도는 병원의 영리화를 금지하고 사무장병원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최초로 입수한 사무장병원 적발 데이터도 그런 현실을 얘기해주고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의료 공공성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는 온·오프라인 반응을 보고 기획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에서 우리가 공감하고 지켜야 할 각종 공공성의 1%가 채워졌다면,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부지런히 또 다른 사회의 늪에 시선을 두려 합니다.
전라북도 전 비서실장의 출렁다리 땅 전북CBS
전라북도 전 비서실장의 출렁다리 땅
전북CBS 남승현 기자
전북CBS는 순창군 부군수를 역임한 전 전라북도 비서실장의 채계산 출렁다리 땅의 각종 특혜 투기 의혹을 공론화했습니다. 전라북도 고위직을 향했다는 점에서 논리적인 대응보다 차기 지방선거의 상대 후보에게서 취재 사주를 받았냐는 상상력을 발산하며 물타기 될 뻔한 사건을 집요하게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순창군청 간부 공무원이 출렁다리 착공 전 축구장 15개 규모의 땅을 산 것을 시작으로, 전라북도 전 비서실장이 그 땅을 이어받아 퇴직 후 각종 이권을 누리는 ‘노후 설계’를 해부해 대중에게 알렸습니다. 한국임업후계자협회 전북도지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소문이 돌았고 채계산 땅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했습니다. 땅 주인과 전 비서실장이 부부라는 건 도내 일간지 결혼란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등기에 오른 간부 공무원이 그 언론사의 기자를 통해 땅을 팔았다는 증언을 확보하며 취재가 꼬리를 물었습니다.
난맥으로 얽힌 의혹의 핵심은 일반 시민이 산에 카페를 차리고 거기에 산책로, 사방사업, 모노레일을 위한 사업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지입니다. 공권력은 임업 행위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불법 관광농원으로 속여 카페 영업을 한 행위, 부군수 때 논의된 모노레일 사업이 그가 땅을 사고 그곳만 용역이 착수된 점 등 모두를 수사가 아닌, 내사 단계에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전북에선 각종 예산을 특정 공무원의 땅에 쏟아 부어도 행정 서류만 잘 갖추고 실무자들끼리 입만 맞춰 놓으면 투기도 특혜도 아닐 길이 열렸습니다. 전라북도 전 비서실장의 출렁다리 땅에 전북CBS가 뛰어든 이유입니다. 열악한 지역의 취재 환경 속에서 이 순간을 함께 한 이균형 보도국장, 송승민·최명국 기자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