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0), ② 단독기획(0)
시행 2달 전‘중대재해처벌법’...탈출구 없는 사망사고
2021년 현재, 우리 사회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기업주 처벌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망사고는 대부분 안전조치 미비로 발생하지만, 고용노동부가 근본적 제도개선 없이 그때마다 작업 중지 명령을 되풀이하면서 생산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후진국형 안전관리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언론보도도 크게 산재사망사고 발생 ⇨ 안전 부주의 질타 ⇨ 관계자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단편 나열식 보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보도는 울산MBC 역시 지금까지 이러한 틀에 갇혀 있었다는 자기반성에서 시작되었다.
그런 점에서 울산에 있는 세계 최대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창사 이래 지금까지 최소 471명의 노동자가 숨진 국내 대표적 중대재해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에서 사망사고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가?’
특히 현장에서 ‘왜 중대재해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왜냐하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중대재해를 재해자 개인 실수로 몰아가는 불법행위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울산MBC는 지난 2014년 현대중공업 정범식 노동자 사망사고가 자살로 은폐되었음을 밝혀냈다.
그 후 7년, 산업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취재팀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지난 8월,
울산MBC 보도국 안에 국내 대표적 중대재해 사업장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사고 근절을 목표로 기획취재팀을 구성하고, 산재사망자 471명의 사건일지를 단독 입수해 외부 전문가 그룹과 함께 석 달 동안 국내 최초로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였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사고가 분사와 물량팀 등 특수 구조로 매번 같은 원인으로 되풀이되고,
작업현장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산재를 재해자에게 덮어씌우는 은폐 시도가 상당수 있음을 밝혀냈다.
2. 보도제작경위
정범식 노동자 사고사‘자살’은폐... 그 후 7년
정범식 노동자는 지난 2014년, 현대중공업에서 작업 중 숨진 채 발견됐다.
쇳가루가 나오는 호스를 잡고 일하다가 그 호스에 목이 감긴 것이다.
당시 온 몸에서 쇳가루에 맞은 흔적이 발견돼 사고사가 의심됐지만 현장에서 목격자가 없었다.
정범식 노동자 사건은 유족과 동료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자살로 종결됐다.
경찰과 현대중공업이 처음부터 자살로 결론짓고 모든 정황을 자살로 끼워 맞춰 버린 것이다.
울산MBC는 당시 정범식 노동자 사고사 은폐의혹을 단독 보도했고, 그해 국정감사 요구로 법원은 경찰에 재수사를 명령했다.
그 결과 정범식 노동자는 자살이 아니라 기계가 고장나면서 호스에 목이 감겨 죽은 걸로 드러났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중대재해 사망사고 은폐 시도가 사실이었음이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된 것이다.
그 후 7년이 지난 현재 2021년, 노동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 8월, 취재팀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다 떨어져 뇌사상태에 빠진 이성규 노동자의 가족을 만났다.
이성규 노동자는 처음에 대형 블록에서 일하다 떨어졌다고 했다가 나중에 사다리에서 스스로 넘어져 다친 걸로 조사보고서가 조작된 의혹을 받고 있다.
역시 현장에서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7년 전 정범식 노동자처럼, 이성규 노동자도 사고가 아니라 스스로 자해를 했다고 은폐된 것이다.
취재팀은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은폐 시도가 ‘정범식, 이성규 노동자에 국한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일어난 사망사고 기록들을 모두 확보해 분석해 보는 방법 밖에 없었다.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국내 대표 중대재해사업장 현대중공업 산재은폐의혹 전수조사
하지만 과정이 쉽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회사측은 물론 고용노동부 조차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개인정보가 포함됐을 뿐만 아니라 회사 보안이 노출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더 큰 문제는 산재사망관련 사건분석 자료가 있는지, 실체를 확인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에서는 특정 기업에서 일어난 중대재해를 공개하지도, 공유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988년 설립 이후 회사 사고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만든 산재사망사고 희생자 471명의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여기에 사고가 많이 일어난 물량팀과 개별 사건공판 기록 등을 더해 수백페이지 분량의 자료가 모아졌다.
우리는 교수, 변호사, 노동운동가로 구성된 외부 자문단에게 분석을 의뢰하고 빅 데이터 집계를 벌였다.
자료가 방대해 사건유형을 분류하고, 희생자와 기업체 명을 익명으로 처리하는 데만 꼬박 1주일이 걸렸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현대중공업 산재사망사고를 취재하면서 노동자와 회사, 정부 사이에 입장 차가 큰 것을 다시한번 확인했습니다. 노동자는 회사를 불신하고, 회사는 노동자 개인이 실수한 것을 왜 문제 삼느냐고 말했습니다.
또 충분한 반론권을 줬지만 서면으로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제출해왔습니다.
중간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중재해야할 고용노동부는 산재사망사건 관련 각종 조사가 수년째 지지부진한데도 사건을 원칙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너무나 느긋해 보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1970년대 세계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 영국의 사례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영국은 국가와 노사 모두 중대재해 근절에 나서 산재사망자 수를 10분의 1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노사가 뜻을 같이하고, 정부도 독립된 기관에서 안전을 가장 우선하는 정책이 자리 잡은 것입니다.
경제적 풍족이 아니라 노동자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진국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현대중공업은 종업원 약 3만 명에 연간 매출이 10조원에 가까운 거대기업입니다.
지역사회에서도 언론사들과 무시할 수 없는 유대 관계를 이어어고 있습니다.
이런 거대집단에서 5백 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희생되고 그 수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에서 관련 탐사보도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그동안 실체가 불분명했던 현대중공업 사망사고 노동자 471명의 사고기록을 입수해 전체 사고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 그리고 산업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은폐와 조작 시도 실태를 국내 최초로 보도하였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실제 현대중공업 작업현장에서 자신이 겪거나 보았던 산재은폐 비리와 함께
다른 산업현장에서도 비슷한 은폐가 벌어지고 있다며 취재를 희망하는 제보가 많았습니다.
또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후속보도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반향이 일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외부전문가와 함께 현대중공업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한 노사정 특별 점검에 들어갔고, 현대중공업은 예방 중심으로 안전관리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며 종합대책을 내놨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현재 우리 사회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중대재해처벌법의 내년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국내 대표적 재해사업장인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재사망사고 조작과 은폐 실태를 단독으로 전수 조사하여 심층 보도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정범식 노동자 사고사 자살 은폐를 최초로 밝힌 이후, 그 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산재은폐 실태를 추적 조사하였고, 빅 데이터 분석과 외부 전문가 집단 인터뷰 등을 통해 노사정이 현대중공업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마련을 발표하는 등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그날 남편을 떠나보낸 이후 저희는 인생이 고통으로 변했습니다.”
예전에 택시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여성기사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전업주부였던 그녀의 남편은 현대중공업 노동자였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회사에서 남편이 일하다 죽었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후 자녀들과 먹고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가장을 잃은 슬픔이 너무나 컸지만 그보다 아직도 남편이 왜 죽었는지 모르는 게 한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기억은 지금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현대중공업에서 희생된 471명의 노동자.
그들은 한 집안의 가장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가족들은 평생을 정신적, 경제적 고통 속에 살아가는 우리 사회 약자일 것입니다.
이번 보도를 취재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현대중공업에서 일어난 각종 산재사망사고들이 은폐 조작되지 않고 정확히 규명되고 공유되었다면
이들의 죽음이 471명까지 늘어나지 않고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것이 울산MBC같이 산업도시에 있는 지역방송사들이 앞으로도 계속 해야 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74회 전체 총평
제374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대장동 특혜 개발 실체 추적 및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JTBC 정치부 박창규·이윤석·고승혁·정해성·하혜빈 기자), <화천대유 100억원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기>(CBS 사회부 홍영선·윤준호·김구연·김태헌·서민선 기자), <관광객 안내한다더니…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실습생>(경향신문 전국사회부 강현석 기자) 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JTBC의 대장동 특혜 개발 추적 보도는 ‘대장동 게이트’의 실체 추적을 선도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정영학 녹취록’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고, 성남시 고위 간부의 업무수첩과 사업 계획안 작성자인 정민용의 자술서를 입수해 보도했으며, 남욱 변호사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을 인터뷰한 것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CBS의 화천대유 100억원을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 보도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경찰에 넘긴 자금 흐름 자료를 확보해 수사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취재에 나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에게 돈이 흘러들어간 것을 보도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추후 재판에서 취재 내용과 다른 결론이 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 기사가 대장동 게이트의 자금 흐름을 처음으로 보도해 대가성을 파악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과 자금 이체 케이스 하나하나에 대한 끈기 있는 추적취재의 성과라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향신문의 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 실습생 보도는 사고 발생 스트레이트 기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실습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국세청 ‘세정협의회’ 비리 추적…50년만에 ‘폐지’까지 이끌어내>(뉴스토마토 정치부 최병호 기자), <요소수 품귀… 화물트럭 멈춘다>(매일경제신문 산업부 원호섭·이새하 기자, 경제부 송광섭 기자) 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뉴스토마토의 세정협의회 비리 추적 보도는 세정협의회가 전직 세무서장 등 전관의 재취업이나 사후뇌물 창구로 이용되었다는 것과 세정협의회 관련 국회 증인출석을 저지하기 위해 국세청이 조직적 행동을 벌였다는 것을 기사화해 제도 자체를 50년 만에 폐지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국세청은 이달 말까지 전국 일선 세무서에 세정협의회 외부위원 해촉을 완료하라고 통보했다.
매일경제신문의 요소수 품귀 보도는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요소수 품귀 문제를 1면으로 가장 크게 보도해 이슈를 이끌어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 탐사보도부 오승목·김영은 기자, 영상취재1부 박상욱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무장 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KBS 보도는 과거에 이미 여러 번 보도된 적이 있는 주제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무장 병원을 전수 조사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라북도 전 비서실장의 출렁다리 땅>(전북CBS 보도제작국 남승현·송승민·최명국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순창군 부군수와 전라북도 지사 비서실장을 역임한 한 지방 공무원의 토지 투기 비리혐의를 끈질기게 추적한 전북CBS의 보도는 지역 행정기관과 정치인, 지역 언론의 침묵이라는 어려운 취재 환경 속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