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V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한편의 단신 기사에서 시작됐습니다. 2개월 동안 현장을 찾고 당사자를 수소문했습니다. 단신에선 다 알 수 없었던 사연, 제도의 문제점, 그리고 한 청년에게 겹친 비극을 조심스럽게 보도했습니다.
폭염으로 전국이 끓던 지난 8월. 인천에서 한 청년이 용돈을 벌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다 숨졌다는 단신이 나왔습니다. 20대, 전단지, 열사병.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었습니다. 숨진 성민씨(가명)는 어떤 사연을 갖고 있었을까. 단순 용돈 벌이가 맞을까. 뙤약볕 밑에서 몇 시간을 일했기에 20대 청년이 쓰러진 걸까. 질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취재를 시작했지만 막막했습니다. 담당 경찰서인 인천서부경찰서도 한두 번 취재에 응한 이후로는 전화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이름도 주소도 알 수 없었습니다. 한 청년의 죽음에 사회는 무관심했습니다.
무작정 사고 현장에 찾아갔습니다. 고인이 쓰러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지만 이대로 기사를 내보내면 또 다시 한 건의 짧은 기사로만 끝날 듯 했습니다. 더 취재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워낙에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이다 보니 생전 그를 아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소방서와 경찰서를 찾아가 겨우 이름과 나이, 거주지를 알아냈습니다. 단편적인 단서로 시작해 동네 이웃, 친구, 부모, 성민씨가 몇 달간 다녔던 교회까지 접촉했습니다. 조금씩, 이 청년이 생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많은 불행이 겹칠 수 있을까.’
성민씨 삶에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들었던 생각입니다. 성민씨 부모는 7살에 이혼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이들 부자는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소득 인정액은 ‘0원’에 가까웠습니다.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30%에 해당하는 92만6424원(생계급여)을 포함해 나라에서는 다달이 105만원이 나왔습니다. 두 성인이 먹고 자고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아버지를 대신해 성민씨는 가장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현 기초생활수급 제도는 수급자에게 소득이 발생하면 그만큼을 차감해 지급합니다. 성민씨는 소득이 잡히지 않게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파트 단지, 상가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우편함에 꽂아 넣는 일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 폭력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낯선 장소는 가기를 꺼리던 그였지만 일거리는 달랐습니다. 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습니다. 수급비가 깎이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갖자는 생각에 이력서를 돌려보기도 했지만 취직은 당연히 쉽지 않았습니다. 성민씨는 결국 다시 전단지를 돌렸습니다.
성민씨가 쓰러진 지난 8월3일은 인천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습니다. 습도가 높아 체감 35도까지 기온이 치솟았습니다. 평소 아버지가 얼려준 생수병을 챙겨나갔지만 그날따라 그냥 집을 나섰습니다. 그의 주머니에는 아버지 앞으로 나온 장애인 우대용 교통카드뿐, 편의점에서 생수 사 먹을 단 몇 백원이 없었습니다.
성민씨의 가정사, 질병 등 민감한 내용이 있다 보니 유가족 동의가 필수적이었습니다. 경기 부천 집에 찾아가 기다리다 만나지 못한 채 되돌아오기를 수차례. 유가족과 만나 기사화 동의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노력했습니다. 보도가 늦어질수록 기자는 초조해졌지만, 조바심을 버리고 더 충실한 기사를 쓰기 위해 제도와 행정, 주변 이야기를 보충 취재했습니다.
성민씨는 기초수급자이자, 학교 밖 청소년이자, 학교폭력 피해자이자, 일용직 노동자이자, 취업을 단념한 21살 청년이었습니다. 비단 성민씨 뿐일까요. 기초생활수급자가 수급비가 깎이지 않기 위해 일용직을 전전하고, 위험한 일자리에 내몰리는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20대 청년의 삶만 아니라 겹치는 불행에도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사회적 구제 제도와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도 조명했습니다.
성민씨가 쓰러지는 모습, 최초 신고자가 급하게 달려가는 모습 등 CCTV 영상은 일찍이 확보했습니다. 이 영상이 나갔다면 독자들에게 사건이 더 피부로 와 닿았겠지만 회사와 함께 의논하고 고민한 끝에 고인의 인격권, 보도 윤리 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CCTV 영상은 기사에 쓰지 않았습니다.
2개월의 취재 끝에 지난 10월18일 기사를 보도하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 여하
숨진 청년 당사자와 남은 가족에게 사회적 비난이나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비실명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지인들도 자신이 드러나기를 꺼려 가명으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는 실명 보도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이 아니라 취재원들의 요청과 고인, 유가족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음을 이해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 여하
취재에 협조해준 분들은 많았지만 먼저 사실을 알려준 제보자는 없습니다. 취재원은 모두 취재 사안과 관련된 분들로 기자나 매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사건 현장인 인천 서구, 경기 부천 등과 담당 관청을 직접 방문했으며, 일부 취재원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CCTV 등 더 생생한 보도를 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였으나 사안의 특성상 고인의 비참함을 자극적으로 전달하거나 가족이나 이웃에게 돌아갈 수도 있는 부당한 비난 등을 막기 위해 그러지 않았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는 8월5일 연합뉴스 인천주재 기자가 쓴 <폭염특보 인천서 20대 쓰러져 치료중 사망..“열사병 추정”>이라는 기사였습니다. 이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청년의 삶, 기초생활수급 문제점, 학교폭력 피해 등 깊은 이야기를 다룬 보도는 쿠키뉴스 단독으로 취재해 나갔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나온 타매체 후속보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8월 폭염특보 인천서 열사병 사망 20대는 기초수급자 (연합뉴스) 2021. 10.18. 10:29
8월 폭염특보 인천서 열사병 사망 20대는 기초수급자 (KBS) 2021. 10.18. 15:23
8월 폭염특보 때 인천에서 열사병 사망..알고 보니 '기초수급자' (YTN) 2021. 10.18. 15:51
폭염특보 속 열사병 사망 20대 '기초수급자'(전국매일신문) 2021.10.18 16:23
잠 못 자며 돌려받은 1억6천, 의원님에겐 잔돈 푼돈 [取중眞담] (오마이뉴스) 2021. 10.19. 19:15
5. 사회에 끼친 영향
해당 기사는 ‘대장동 특혜의혹’ 핵심인물 남욱 변호사 입국, 코로나19 등 이슈가 가득한 상황에서도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트’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와 열독률 가장 높은 기사로 꼽혔습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자성 여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기사가 나간 날 국정감사장에서는 이영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의 ‘푼돈’ 발언이 나왔습니다. 이 의원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원을 푼돈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누구는 국회의원 아들로 태어나 어지럼증·이명으로 50억을 받고 누구는 물을 못 사 먹어 숨지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 조성에도 기여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반향이 있었습니다. 청년정의당 오승재 대변인은 이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을 내고 “문재인 정부 역시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기초생활수급 산정 기초가 되는 기준중위소득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정부가 빈곤과 불평등 악화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정부에 빈부격차 심화 현실을 고려한 기준중위소득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득연 송파구의원은 송파구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 사건을 인용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약자 보호에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유족에게 도움 주고 싶다는 연락이 기자 개인에게 오기도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여부
해당 보도는 사내에서 ‘10월의 좋은 기사상’에 선정돼 수상을 하였습니다. 이 상은 매달 취재기자들의 추천을 통해 회사 임원들이 선정, 시상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비록 첫 보도는 아니었지만, 단신으로 보도된 사안을 2개월여의 취재를 통해 심층적으로 취재, 보도하였습니다. 취재 보도 과정에서 언론 윤리를 최대한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4회 전체 총평
제374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대장동 특혜 개발 실체 추적 및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JTBC 정치부 박창규·이윤석·고승혁·정해성·하혜빈 기자), <화천대유 100억원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기>(CBS 사회부 홍영선·윤준호·김구연·김태헌·서민선 기자), <관광객 안내한다더니…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실습생>(경향신문 전국사회부 강현석 기자) 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JTBC의 대장동 특혜 개발 추적 보도는 ‘대장동 게이트’의 실체 추적을 선도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정영학 녹취록’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고, 성남시 고위 간부의 업무수첩과 사업 계획안 작성자인 정민용의 자술서를 입수해 보도했으며, 남욱 변호사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을 인터뷰한 것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CBS의 화천대유 100억원을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 보도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경찰에 넘긴 자금 흐름 자료를 확보해 수사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취재에 나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에게 돈이 흘러들어간 것을 보도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추후 재판에서 취재 내용과 다른 결론이 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 기사가 대장동 게이트의 자금 흐름을 처음으로 보도해 대가성을 파악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과 자금 이체 케이스 하나하나에 대한 끈기 있는 추적취재의 성과라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향신문의 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 실습생 보도는 사고 발생 스트레이트 기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실습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국세청 ‘세정협의회’ 비리 추적…50년만에 ‘폐지’까지 이끌어내>(뉴스토마토 정치부 최병호 기자), <요소수 품귀… 화물트럭 멈춘다>(매일경제신문 산업부 원호섭·이새하 기자, 경제부 송광섭 기자) 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뉴스토마토의 세정협의회 비리 추적 보도는 세정협의회가 전직 세무서장 등 전관의 재취업이나 사후뇌물 창구로 이용되었다는 것과 세정협의회 관련 국회 증인출석을 저지하기 위해 국세청이 조직적 행동을 벌였다는 것을 기사화해 제도 자체를 50년 만에 폐지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국세청은 이달 말까지 전국 일선 세무서에 세정협의회 외부위원 해촉을 완료하라고 통보했다.
매일경제신문의 요소수 품귀 보도는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요소수 품귀 문제를 1면으로 가장 크게 보도해 이슈를 이끌어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 탐사보도부 오승목·김영은 기자, 영상취재1부 박상욱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무장 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KBS 보도는 과거에 이미 여러 번 보도된 적이 있는 주제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무장 병원을 전수 조사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라북도 전 비서실장의 출렁다리 땅>(전북CBS 보도제작국 남승현·송승민·최명국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순창군 부군수와 전라북도 지사 비서실장을 역임한 한 지방 공무원의 토지 투기 비리혐의를 끈질기게 추적한 전북CBS의 보도는 지역 행정기관과 정치인, 지역 언론의 침묵이라는 어려운 취재 환경 속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