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 착수(제보)
7월 19일 아침 조근자로부터 제주시 조천읍 주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밤사이 인근 주민이 사건 현장에 세워진 순찰차를 보고 제보를 해온 겁니다. 관할 경찰서인 제주동부경찰서를 통해 16살 중학생 A 군이 살해됐다는 내용을 확인한 뒤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주택 주변에는 경찰통제선이 처져 있었습니다. 촬영기자와 간단히 스케치를 마친 뒤 동네 주변을 탐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숨진 A 군과 가족에 대한 인적사항 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범인들이 도주한 상황이었기에 CCTV 영상 확보도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장소 인근 어디에도 카메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CCTV가 설치된 곳은 피살 사건이 발생한 주택뿐이었습니다.
순간, 이전에 취재했던 경찰의 ‘신변보호용 CCTV’가 뇌리를 스쳤습니다. 현장 취재를 마치고, 곧바로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취재했습니다. 담당 과장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카메라는 숨진 A 군의 어머니가 신변보호를 요청하며 7월 초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본격적인 취재에 나선 배경입니다.
2. 보도제작경위
취재진은 지난 7월 백광석이 검거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향하는 시점부터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까지 4개월째 취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백광석이 머물던 숙박업소를 확인하고, 인근 식당 CCTV를 확보해 백 씨가 경찰에 검거되는 모습을 확보했습니다. 또 동부서 여성청소년과를 추가 취재해 7월 초 이미 피해자 가족이 백광석에게 가정폭력을 당해 112에 신고한 사실, 백 씨가 피해자 주택 외부에 있는 가스 배관을 파손했다는 의심 신고가 접수된 점, 백 씨가 주택에 침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신고가 재차 접수된 점 등을 확인해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백 씨가 이미 다수의 전과가 있는 인물로, 경찰이 적극적으로 검거에 나섰다면 A 군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경찰 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최초의 보도였습니다. 이처럼 취재진은 현장을 비롯해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제주지역 장례식장을 수소문해 숨진 A 군의 유족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이 자리에서 백광석이 평소 숨진 A 군의 어머니에게 “네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죽이고, 그 다음 너를 죽이겠다”고 지속적인 협박을 가해왔던 사실, A 군이 평소 폭행을 당한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했던 행동들, 경찰 수사에 대한 유족의 심정 등을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또 유족의 동의를 얻어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직접 취재해 백광석이 A 군의 휴대폰을 부순 사실을 확인하는 등 후속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이 외에도 담당 부서인 동부서 청문담당관실과 제주경찰청 등을 취재해 경찰이 스마트워치 재고가 있었음에도 지급하지 않은 사실, 경찰이 백광석과 김시남에 대한 신상공개 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한데 대한 문제점 등을 지적해 보도했습니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는 백광석과 김시남의 공소장을 입수해 최초 보도했습니다. 무엇보다 중학생 피살 사건 이후 경찰의 신변보호 제도 개선안을 취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취재진은 경찰청 피해자보호 담당관실, 제주경찰청 피해자보호계와 여성청소년과, 제주도자치경찰위원회 등을 취재해 허술한 신변보호 제도의 문제점을 보도했고, 경찰이 마련한 대책도 연속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진은 지난 7월 제주에서 발생한 중학생 피살 사건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유족을 인터뷰해 보도했고,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취재해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범행이 발생하기 전 수차례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적극적인 검거에 나서지 않은 사실과, 경찰의 스마트워치 미지급 문제 등을 단독 보도해 경찰의 허술한 신변보호 실태를 지적했습니다.
백광석과 김시남에 대한 신상공개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당초 '잔인성'과 '공공의 이익'이 부족하다며 신상공개위원회 자체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취재진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 형사 전문 변호사 등을 인터뷰해 국민 알 권리와 재범방지 등을 위해 신상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었고, 위원회는 국민의 알 권리 존중과 재범방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신상 공개를 결정했습니다. 성인 2명이 합동해 중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점, 그 결과가 중대하고 피의자들이 범행을 자백하는 점 등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취채진은 이 외에도 형식적으로 이뤄져 온 경찰의 허술한 신변보호 대책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해 대안 마련을 이끌어 냈고, 백광석과 김시남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에도 후속 보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취재진은 중학생 피살 사건을 연속보도하며 방송이라는 매체적 성격을 떠나 신속성과 구체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디지털기사 또한 적극 활용했습니다. KBS가 보도한 디지털기사는 포털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인용되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중학생 피살 사건의 반향은 컸습니다. KBS가 보도한 27건의 관련 기사 가운데 최초, 단독 보도는 아래 기재된 9건으로, 해당 보도 이후 중앙언론과 타사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관련 내용은 연일 포털 상위 기사에 오르내리며 경찰의 신변보호 대책 마련을 이끄는데 큰 동력이 됐습니다.
[최초 단독보도 목록]
1. KBS 7월 22일 “내가 제압할게…” 피살 전까지 엄마 안심시킨 중학생 아들
2. KBS 7월 22일 [단독] 경찰 스마트워치 여분 있었다…왜 지급 안 했나
3. KBS 7월 23일 청테이프로 묶고 식용유 뿌리고…유족들 “왜 신상공개 안 하냐” 오열
4. KBS 7월 24일 유치장 들어가 살해범 감시하라…경찰 “인권 침해” 반발
5. KBS 7월 24일 [단독] 경찰,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신상공개 재검토한다
6. KBS 7월 28일 자치경찰위원회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 대책 마련한다
7. KBS 8월 5일 ‘중학생 피살 사건' 재발 막는다…신변보호 대책 개선
8. KBS 8월 31일 공소장에 드러난 백광석·김시남의 치밀한 범행 계획…첫 재판 열린다
9. KBS 10월 20일 중학생 피살사건 재발 막는다…신변보호 제도 대폭 보완
국회에서도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제주 중학생 피살사건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했습니다. 박 의원은 국감을 통해 경찰이 피해자 신변보호 요청권 고지를 생략한 점, 경찰이 중학생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결정하지 않은 점, 신변보호 심사 의결서에 스마트워치 지급 문구가 삭제된 점, 신변보호 심사과정에서 담당 경찰이 가해자의 범죄 이력을 심사위원회에 제공하지 않은 점, 경찰이 당시 신변보호 피해자 거주지에 대한 맞춤형 순찰 등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대책마련 나선 경찰
허술한 신변보호 제도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제주 중학생 피살 사건’에 대해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변보호 강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경찰청은 현장 경찰관이 신변보호 대상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 가해자의 범죄 경력과 폭력성, 피해자의 범죄 피해 취약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를 보완했습니다. 또 긴급 신고가 가능한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 1,400대를 추가 보급했습니다.
특정인의 안면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형 CCTV 도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청은 제주경찰청에 실시간 모니터링과 위험 알림 기능이 탑재된 신변보호용 CCTV를 시범운영하고 있고, 내년에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기존에 신변보호 대상자에게 지급되던 CCTV가 녹화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섭니다.
구속 사유에 '피해자 위해 우려' 명문화…연구 용역 발주
중학생 피살 사건 이후 보복 범죄를 막기 위해 구속 사유에 '피해자 위해 우려'를 포함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를 통해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효적 가해자 조치 법제화 방안 연구'라는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는 주거부정이나 증거인멸, 도주 우려 등 3가지인데, 여기에 '피해자 위해 우려'를 명문화하는 게 이번 연구의 골자입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는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구속 사유의 '고려 사항'으로만 명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구속 사유에 대한 일반 국민과 현장 경찰의 의견, 영장전담 판사 인터뷰 등을 실시하고, 법과 현실의 괴리 등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더 나아가 신변보호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를 '피해자 위해 우려' 판단의 참고자료로 연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는 부경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하며, 부산대 교수 등이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구 기간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제주경찰, 전국 처음으로 신변보호 내실화 방안 도입
사건 발생 이후 제주경찰청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강화된 신변보호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주경찰청은 이를 위해 각 경찰서 청문담당관실 인원을 1명씩 보강하고, 그동안 형식적으로 이뤄져 왔던 '신변보호 심사위원회'를 내실화해 시범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신변보호는 신청서가 접수되면 사건 담당 부서가 '신변보호 심사위원회'를 열어 신변보호 여부를 결정했는데, 그동안 회의를 서류로 갈음하는 등 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문제가 제기돼왔습니다.
앞으로는 청문담당관실 직원이 위원회 소집을 비롯해 결과가 나오면 의결서 등을 작성하고, 기능별로 공문을 보내 조치 여부 등을 알리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또 신변보호 대상자에 대한 112 맞춤형 순찰 점검과 현장 합동 점검, 신변보호 CCTV 설치 역할 등을 수행합니다.
또 신변보호 신청서가 접수되면 즉시 경찰서장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중간관리자가 적극적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체계가 마련됐습니다. 경찰청은 제주경찰청의 개선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이번 대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진은 중학생 피살 사건을 통해 경찰의 부실 수사와 허술한 신변보호 관리 실태를 지적했습니다. 단순한 사건으로 보도될 수 있었지만, 세밀한 취재와 현장 보도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살인 피고인인 백광석과 김시남의 신상공개를 이끌어 냈습니다.
특히 취재진은 매 순간 유족의 동의를 얻어 취재에 임하는 등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을 준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경찰의 허술한 시스템을 파고들어 경찰청의 신변보호 대책 마련을 이끌어 낸 점 등을 높이 평가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취재진은 중학생 피살 사건 이후 신변보호 제도 개선에 집중했습니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이후 취재를 멈춘 다른 언론사와 달리 경찰이 추진하는 신변보호 제도의 내실화 방안과 이행 여부, 스마트워치 추가 보급과 인공지능 CCTV 마련 등을 경찰청과 제주경찰을 꾸준히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경찰은 이후 여러 차례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취재진이 한국기자협회 제37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 보도부문 출품 이후 제374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 보도부문에 다시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회차 심사평
제374회 전체 총평
제374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총 7편이다. 취재보도1부문에서 <대장동 특혜 개발 실체 추적 및 핵심 당사자 연속 인터뷰>(JTBC 정치부 박창규·이윤석·고승혁·정해성·하혜빈 기자), <화천대유 100억원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기>(CBS 사회부 홍영선·윤준호·김구연·김태헌·서민선 기자), <관광객 안내한다더니…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실습생>(경향신문 전국사회부 강현석 기자) 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JTBC의 대장동 특혜 개발 추적 보도는 ‘대장동 게이트’의 실체 추적을 선도한 보도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정영학 녹취록’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고, 성남시 고위 간부의 업무수첩과 사업 계획안 작성자인 정민용의 자술서를 입수해 보도했으며, 남욱 변호사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을 인터뷰한 것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CBS의 화천대유 100억원을 둘러싼 수상한 자금 추적 보도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경찰에 넘긴 자금 흐름 자료를 확보해 수사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취재에 나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에게 돈이 흘러들어간 것을 보도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추후 재판에서 취재 내용과 다른 결론이 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 기사가 대장동 게이트의 자금 흐름을 처음으로 보도해 대가성을 파악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과 자금 이체 케이스 하나하나에 대한 끈기 있는 추적취재의 성과라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향신문의 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 실습생 보도는 사고 발생 스트레이트 기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실습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국세청 ‘세정협의회’ 비리 추적…50년만에 ‘폐지’까지 이끌어내>(뉴스토마토 정치부 최병호 기자), <요소수 품귀… 화물트럭 멈춘다>(매일경제신문 산업부 원호섭·이새하 기자, 경제부 송광섭 기자) 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뉴스토마토의 세정협의회 비리 추적 보도는 세정협의회가 전직 세무서장 등 전관의 재취업이나 사후뇌물 창구로 이용되었다는 것과 세정협의회 관련 국회 증인출석을 저지하기 위해 국세청이 조직적 행동을 벌였다는 것을 기사화해 제도 자체를 50년 만에 폐지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국세청은 이달 말까지 전국 일선 세무서에 세정협의회 외부위원 해촉을 완료하라고 통보했다.
매일경제신문의 요소수 품귀 보도는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요소수 품귀 문제를 1면으로 가장 크게 보도해 이슈를 이끌어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 탐사보도부 오승목·김영은 기자, 영상취재1부 박상욱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사무장 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KBS 보도는 과거에 이미 여러 번 보도된 적이 있는 주제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무장 병원을 전수 조사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라북도 전 비서실장의 출렁다리 땅>(전북CBS 보도제작국 남승현·송승민·최명국 기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순창군 부군수와 전라북도 지사 비서실장을 역임한 한 지방 공무원의 토지 투기 비리혐의를 끈질기게 추적한 전북CBS의 보도는 지역 행정기관과 정치인, 지역 언론의 침묵이라는 어려운 취재 환경 속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