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화천대유, 곽상도 의원 아들에 퇴직금 50억 지급 C…
화천대유, 곽상도 의원 아들에 퇴직금 50억 지급
CBS 사회부 서민선 기자
“화천대유는 누구겁니까.” 올 추석 거리 곳곳에는 이같이 쓰인 현수막이 빽빽이 붙어 있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장동 개발이익을 정체가 불분명한 민간인 몇 명이 나눠 가졌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사업을 허가해 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뒷배’ 아니냐며 모든 관심이 쏠렸고, 국민의힘은 명절 내내 정치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CBS 취재로 확인된 내용은 이 같은 정치 공세를 무색하게 했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았고, 당에서는 이를 추석 전부터 알았지만 정치 공세를 위해 숨겨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지만, 씁쓸함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 문제가 심각한 오늘날 ‘월급 250만원을 받았는데 무슨 특혜냐’라던 곽 의원의 해명은 위정자들의 시각이 국민의 눈높이로부터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아빠 찬스’로 입사한 것부터가 일반 청년들에겐 특혜고 불공정인데, 무엇이 특혜인지조차 모르는 듯한 발언에 허탈하기까지 했다.
일반 서민들에겐 50억원도, 4040억원도 모두 상상하기 힘든 거액이다. 권력자를 포함한 극소수의 돈 잔치에 서민들의 박탈감과 무력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보도 이후 국민적 관심이 폭발하면서 경찰과 검찰 수사로 이어졌지만 특혜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 그에 대한 대가성 등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후속 보도를 통해 진상을 밝히는 데 일조하도록 하겠다.
어려운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들과 응원해주신 보도국 선배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무한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경찰팀 캡과 바이스, 그리고 팀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진격의 거인, 어디까지 카카오? KBS
진격의 거인, 어디까지 카카오?
KBS 시사제작2부 서재희 기자
“카카오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제보한 대리운전 기사를 마포의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건 지난 7월, 4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기 전날이었습니다. 그나마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지만 그는 생업을 뒤로한 채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카카오가 상생과 혁신을 약속했지만 일방적인 가격 정책으로 기사들을 치킨게임으로 몰아간다는 호소였습니다.
진출한 모든 시장에서 카카오는 손쉽게 ‘갑’이 되었습니다. 국민 메신저의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귀여운 캐릭터는 이용자들을 무장해제 시켰습니다. 그러나 카카오가 진출하는 업계마다 소상공인들은 ‘사탕을 잘못 먹었다’며 신음했습니다. 카카오가 과도하게 수수료를 올리자 소비자들도 반발했고,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도 경고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작은 경제주체들로부터 과도한 이익을 뺏어가는 건 혁신이 아닌 약탈이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각 계열사별로 대응하며 근본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범수 의장은 취재진이 세 차례에 걸쳐 보낸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습니다. “카카오의 경쟁상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될 것이다.” 그 초심은 어디로 간 것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국회와 관계 기관들이 견제 움직임을 본격화했고 카카오의 행태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의장은 직접 국정감사장에 나와 “성장에 취해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 지켜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소비자들이 귀여운 카카오의 캐릭터를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건설노조 갑질, 철거가 필요하다 한국일보
건설노조 갑질, 철거가 필요하다
한국일보 사회부 윤현종 기자
약 3개월 간 건설노조 관련 취재를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균형감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여기서 ‘균형’의 의미는 물리적 균형이 아니라 일종의 ‘화학적 균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건설노조원들은 자신들이 현장에서 벌여 온 각종 탈법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벗어나기 힘든 ‘비정규직’의 굴레 때문이었다고 말입니다. 반면 노조에 가입조차 못하고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이들은 ‘이게 다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입장 차이가 큰 양쪽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문제가 결국 불안한 일자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어찌 보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결론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명제를 팩트로 입증하는 과정이 그렇게 쉽진 않았습니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저희가 지난한 서류검토 작업과 현장 취재를 병행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는 건설현장에서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자리의 질 또한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조 안팎에선 갈등이 바람 잘 날 없습니다. 이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뿐 아니라 노조 자체의 정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원청에서부터 시작하는 건설 시장의 각종 안 좋은 관행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길고 힘들었던 취재를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사회부의 강철원 부장께, 그리고 본 기획을 정말 잘 이끌어주신 저희 팀 윤태석 차장께, 강력한 추진력으로 저와 같이 해 준 김영훈 기자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손해까지 감수하라니"…코로나 전담병원 취소 요청…
"손해까지 감수하라니"…코로나 전담병원 취소 요청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 최해민 기자
“이게 공정인가.” 지난 9월 한 달간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이 수없이 되뇌었을 말이다. 억울한 죽음을 막겠다며 병상을 모조리 내어 준 민간 병원들, ‘병상 동원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병상을 내놓은 대형 병원들 모두 정부의 갑작스러운 ‘손실보상금 삭감’과 ‘파견 의료진 인건비 지원 중단’ 지침에 좌절했을 것이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200명대를 유지하던 지난 6월 전담병원에 대한 보상 규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7월분부터 손실보상금을 대폭 줄이고, 10월분부터는 파견 의료진 인건비 지원까지 끊을 계획이었다. 평택의 한 전담병원은 8월30일 지급된 7월분 손실보상금이 ‘0원’인 것을 확인하고 정부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 기자에게 억울한 사정을 털어놨다.
그렇게 <“손해까지 감수하라니”…코로나 전담병원 취소 요청>이란 기사가 세상 빛을 보게 됐다. 첫 기사가 나온 후에도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전담 병원 지정 취소를 요청한 병원을 설득하려고만 했다. 파장이 거세지자 그제야 9월27일 손실보상심의위를 열어 변경한 지침을 다시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만일 이 사안이 제때 기사화되지 않았다면 10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전담병원들은 줄줄이 지정 취소를 요청했을 것이고, 병상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한 작년 대구·경북 사태가 수도권에서도 재현됐을 것이다. 그사이 억울한 죽음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번 보도를 통해 한 건의 기사가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제도의 변화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진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LPG 담합의혹 연속보도 ‘가스와 언론’ KBS제…
LPG 담합의혹 연속보도 ‘가스와 언론’
KBS제주 보도구 김가람 기자
취사와 난방에 쓰이는 생활필수품 가스. 그 중에서도 LPG는 제주도민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도시가스가 본격 보급됐기 때문에, 여전히 85%의 제주도민은 LPG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필수 소비재이자 공공재적 성격까지 갖고 있습니다. 특히 배관설치 비용 때문에 읍면지역은 앞으로도 LPG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LPG를 제주로 들여오는 도매상은 네 곳에 불과합니다. 언제든 담합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인데, 실제로 담합 의혹은 잊힐만하면 불거졌습니다. 그럼에도 민간의 영역이라며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내부고발자의 제보는 LPG 업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는 제보자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담합 의혹을 고발하는 제보자와 의혹을 부인하는 도매상 가운데 누가 더 진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로의 주장을 검증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도매상 측이 제공한 문서는 역설적이게도 담합 의혹의 핵심 증거를 검증하는 주요 근거가 됐습니다.
이번 보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도매상들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도매상 가운데는 취재 이후 일부 사실을 인정하는 등 입장을 바꾼 곳도 있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담합 의혹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또 이번 취재를 계기로 필수 소비재인 LPG를 둘러싼 담합 논란이 근절되길 바랍니다.
기상장비(AWS) 난립과 부실관리 실태 KBS춘천
기상장비(AWS) 난립과 부실관리 실태
KBS춘천 보도국 이청초 기자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서기 전까지 루틴이 있습니다. ‘오늘의 날씨’를 검색하는 일입니다. 기상 정보에 따라 옷을 더 입거나, 우산을 챙기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상청 예보에 불만이 많을 때도 많았지만 대체로 그 정보에 의존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기상전문가와 대화하던 중 우리가 알고 있는 기상관측장비가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러 공공기관이 비슷한 장비를 설치하고 있고, 극히 일부만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들이 항상 얘기하는 “예측은 제대로 된 관측에서 나온다”라는 명제를 뒤집어 봤습니다. “관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예측 또한 부정확하다”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기상관측 자료를 당연하게 받아써 온 기자로서도 위험한 가설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예측하기 힘든 자연재해 속에서 이 작업부터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막무가내로 나열된 정보가 팩트로서의 가치로 거듭나기까지, 지난한 검증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 기상청도 모르는 관리 사각지대의 기상장비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부실관리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각 기관들이 기상장비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고, 현재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당장 눈에 띄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일으키는 결과는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세금으로 설치된 기상관측장비가 올바르게 활용될 때까지, 그 정보들이 100% 국민에게 제공되는 순간까지 놓치지 않고 취재를 이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