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한국일보는 지난 7월 5일부터 ‘법 있어도 못 막는 중대재해’ 기획을 3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생산한 최근 1년간(2020. 6 ~ 2021. 5) 중대사고 재해 발생 현황 데이터 780건 전부와 고용부 및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중대재해 발생 후 작성한 재해조사의견서 410건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매일 작업장에서 300명이 다치고 6명이 사망했지만, 노동자 목숨을 깃털처럼 가볍게 취급하는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당시 취재진은 이런 중대재해가 가장 빈발하는 곳이 건설 사업장이며, 이렇게 사고를 입는 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노동자에게 밥그릇은 급여만이 아닙니다. 고용 보장이란 권리를 시시각각 위협받는 비정규직이라면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불안정한 일자리 대다수는 건설 현장에 있습니다. 모든 산업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도 제일 높은 축에 속합니다. 건설업에서 노조의 존재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지키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의 삶도 개선하겠다는 건설노조의 설립 취지는 뚜렷합니다. 그런 만큼 노조원의 활동 또한 초심을 지켜가야 합니다.
그러나 저희가 취재한 지금의 건설노조는 스스로 선언한 ‘첫 다짐’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가 고용주인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등을 대상으로 채용을 강요하는 행위는 상식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조합원은 채용을 거부 당하면 업체 사람들을 ‘박살 내겠다’며 협박하고, 공사를 중단시킬 목적으로 타워크레인을 무단 점거하기도 합니다. 노조원 밥그릇을 지키고자 비(非)노조원 밥그릇을 빼앗고 착취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건설기계노조는 노동자가 아닌 ‘법인 대표’를 노조원으로 받아들여 노동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고용한 ‘진짜 노동자’에겐 근로계약서도 써주지 않습니다. 정작 보호 받아야 할 노동자 밥그릇을 박탈하는 ‘가짜 노동자’의 행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노동자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보호해야 할 노조가 초심을 잃으며 변질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일보는 건설노조의 탈법 행위를 단편적으로 알려온 지금까지의 보도들을 넘어 그들이 왜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됐는지 구조적이고 심층적으로 살펴보려고 시도했습니다. ‘건설노조 갑질, 철거가 필요하다’ 기획 취재를 시작한 계기입니다.
한국일보는 지난 6월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한 총 100여건, 1,000페이지 분량의 문서에서 한쪽의 일방적 의견은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성을 가진 자료만 추려 검토했습니다. 자료에 언급된 사람들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났습니다. 울산, 나주, 목포, 평택, 용인, 수원, 화성 등 전국 각지 공사현장과 노동자들 50여명을 찾아다니며 건설노조 행태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히 들었습니다. 노조 내부자였던 인물들의 진술은 관련 판결문과 정부 조사기록 등을 통해 검증했습니다. 각 건설노조 사무실을 돌며 집행부 의견과 입장 또한 충분히 반영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이처럼 3개월여의 취재 과정을 통해 9월 13일부터 ‘건설노조 갑질, 철거가 필요하다’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1회 – 타워크레인 노조의 ‘채용 갑질’ (9월 13일)
“악덕 직업소개소”가 된 타워크레인 노조
현금에 룸살롱 접대 요구까지 노조원 되기도 ‘바늘구멍 뚫기’
저가 수주 굴레에 고용 외주화 자충수…’슈퍼 을’의 횡포 불렀다
공사현장에서 사용되는 건설기계장비는 27종류입니다. 타워크레인은 한 대에 평균 5억 원을 넘는 고가여서 주로 전문 임대업체들이 소유합니다. 업체와 고용계약을 맺는 기사들은 조종사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타워크레인은 공사현장에서 무거운 자재를 운반하는 등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건설현장의 꽃’으로 불립니다. 그만큼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는 그런 상징성과 중요성을 내세워 자신들을 고용하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나아가 현장의 원청 건설사에게 일자리를 달라며 채용 강요행위를 합니다.
강요가 먹히지 않을 땐 현장 관계자들을 ‘옷 벗기겠다’며 협박합니다. 현장의 안전을 규율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위반했다며 무더기 고발을 이어가는 것도 그들의 압박 수단입니다. 그런데 노조가 고발한 사건은 대부분 혐의 없음 처분을 받습니다. 노조는 채용 요구가 일부 수용되면 고발을 취하합니다. 노조의 산안법 고발 행위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본래 목적이 아니라 건설 현장에 불이익을 주려는 취지로 활용됐다는 뜻입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는 자신들이 노조원임을 앞세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노조원이 정당하게 획득한 일자리를 빼앗기도 합니다. 비노조원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조원에게 어쩔 수 없이 향응과 금품을 제공합니다.
본보는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의 이와 같은 행태를 판결문과 판결문에 적시된 관련자들의 현장 인터뷰, 정부기관 취재를 통한 통계자료 등을 활용해 보도했습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가 사실상 악덕 직업소개소로 변질된 것은 건설현장에서 이뤄지는 고질적인 저가입찰과 노동자들의 외주화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 2회 – 사장단 모임이 된 건설기계노조 (9월 14일)
‘사장님 노조원(건설 중장비 법인대표)’ 불법 가입…’진짜 노동자(굴삭기 노동자)’는 가입 퇴짜, 임금협상 못해
부·울·경은 민주노총 천하…”노조 스티커 없는 중장비가 공사장 들어오면 바로 실력 행사”
공사현장에서 사용되는 건설기계장비 27가지 중 26 종류는 1인 차주와 법인사업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1인 차주는 ‘특수고용직’에 속해 이들의 노조원 지위는 사실상 용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원을 거느리고 자기 장비 여러 대를 거느린 법인사업자의 노조 가입은 명백한 위법입니다. 그럼에도 26종류 중장비로 구성된 건설기계노조에 가입한 ‘사장님’들이 적지 않습니다. 법인 사업자가 꾸준히 노조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조합원이 될 경우 ‘노조원’이란 이유로 일감을 따내기 쉽기 때문입니다. 노조 역시 조합원 숫자를 늘려 세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런 ‘고용주 노조원’들은 그러나 자신들이 채용한 ‘진짜 노동자(장비를 운전만 하는 기사들)’ 권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근로계약서 작성은 물론 시간당 급여 외엔 어떤 돈도 주지 않았습니다.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 양대노총에 가입하려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들이 노조원이 되면 노조원으로 활동하는 ‘사장님’들과 같은 노조에 속하게 되는데, 동일한 지위에 있는 노조원끼리 임금협상을 해야 하는 기형적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행태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과 울산, 경남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특정 노조가 소속 조합원 장비 외에는 공사장을 출입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법인 사업자는 노조 간부로 행세하면서 조합원이 일하던 현장을 강제로 빼앗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전국에 산재한 건설현장들을 돌아다니며 이러한 사례들을 수집했고, 교차 확인을 통해 사실 여부를 검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조의 자정 노력은 거의 없었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사장님 노조원’을 제대로 걸러 내거나 처벌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조명했습니다.
■ 3회 – 정부 뒷짐에 무법천지 건설현장 (9월 15일)
건설현장 집회 하루 평균 23회, 제재는 ‘0’…불법행위 눈 감은 정부
부조리에 뛰쳐나온 노조 출신자들 “비리의혹 제기해도 덮기 급급…회계감사, 간부 친인척이 맡아 치부 묵인”
건설노조의 각종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있지만 정부에선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담당자조차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자료를 어느 부처에서도 받을 수 없었다고 취재진에게 하소연할 정도였습니다.
제재를 위한 법적 수단도 미비했습니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채용 강요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지만 이는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정작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 상당수는 30인 미만 사업체라는 것이 맹점이었습니다.
노조의 강요로 사업주가 특정 노조원을 채용할 경우 사업주만 처벌하는 노조법 허점도 짚었습니다. 현실에선 사업주뿐 아니라 노조 또한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인 사업자들이 노조원으로 활동하며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지만, 30년간 단 한 번도 강제성 있는 제재를 부과하지 않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 방기’ 또한 문제임을 지적했습니다.
본보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정부 단속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노조 스스로의 정화 노력, 그리고 왜곡된 고용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조명하고자 한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 취재진은 전직 노조 간부였던 내부자들 이야기에 귀기울였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가 생기면 감추기에만 급급한 노조의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노조 간부가 평조합원 일자리를 제공하는 왜곡된 고용구조가 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을 경직시키고 비민주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익명과 실명이 혼재돼 있습니다.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진술한 익명 취재원 대부분은 오랜 시간 동안 노조의 각종 실력행사에 시달려온 이들이었습니다. 자신이 속한 현장과 일자리는 그들의 생계에 필수적이었습니다. 한국일보 기획 취지엔 동감하지만 보도 후 건설노조에 실명이 공개되면 그나마 갖고 있던 일감 등도 빼앗길까 극도로 두려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제보자와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건설노조 관련 기존 언론 보도는 건설노조의 불법 행태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건설업체나 업체들의 모임(각종 ‘건설협회’ 등)의 목소리를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일자리 불안정이 구조화된 환경에서 건설노조의 존재 의의에 공감하지만, 이 같은 구조를 타파하려는 건설노조의 활동 과정에서 불거지는 도를 지나치는 행태에 주목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제도적 문제점과 함께 전직 노조원들의 목소리 등을 통해 노조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본보 보도 후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는 취지가 담긴 보도나 건설노조 불법행위 단속에 대한 정부 조치에 대한 기사, 그리고 노동자간 ‘을의 갈등’ 속에서 사용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보도들이 이어졌습니다.
[사설] 택배·건설현장 이어 빵까지…'노조 횡포' 임계치 넘고 있다 (한국경제 9월17일)
정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 구성…연말까지 집중 단속 (연합뉴스 9월 22일)
정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 구성…연말까지 집중 단속 (BBS 9월 22일)
정부 "노조 건설현장 채용 강요 불법행위 내달부터 집중 감독" (뉴스1 9월 22일)
노동자간 '을의 갈등', 진짜 사용자 책임져야 해결된다 (미디어오늘 9월 23일)
정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연말까지 집중 단속 (연합뉴스TV 9월 23일)
건설현장 노조조합원 채용강요 집중단속..."엄정대응" (파이낸셜 뉴스 9월 22일)
정부, 노조 조합원 채용 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 '엄정 대응' (머니투데이 9월 22일)
양대 노총 자기사람 쓰라며 공사방해 일쑤…피해는 하청 몫 (국제신문 9월 28일)
[단독]'노조 갑질' 논란에도 공정위 '노조 봐주기' 의혹 (파이낸셜뉴스 10월 4일)
김상훈 "건설현장서 노조 횡포 발생해도 국토부는 수수방관" (연합뉴스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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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음료수병 던지고 ‘건설노조 횡포’에도…김상훈 “국토부는 수수방관” (세계일보 10월 5일)
폭행·협박·욕설·작업 방해… 민노총·한노총 가릴 것 없이 건설 현장에서 횡포 (월간조선 10월 5일)
공사현장 폭력·횡포 점입가경…실태조사는 '0' (MBN 10월 5일)
김상훈 "건설현장서 노조 횡포 발생해도 국토부는 수수방관" (매일경제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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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격렬해지고 채용 압박까지···건설현장 노조 백태 (서울경제 10월 5일)
5. 사회에 끼친 영향
‘건설노조 갑질, 철거가 필요하다’ 보도 후 정부는 즉각 대처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본보 기획 보도 다음날인 9월 17일 국무1차장 주재로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건설현장 채용 갈등현황과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어 9월 22일에는 “10월부터 연말까지 100일 간 관계부처 합동 현장 점검-감독을 집중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관계부처 합동)’를 조속히 구성해 실태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했습니다. TF에는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도 동참합니다.
정치권 대응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정무위원회 소속)은 본보 보도 후 건설노조 갑질을 방지할 채용절차법, 노조법, 그리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본보에 알려왔습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또한 한국일보 보도 내용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올해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때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단속이 미진했던 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전해왔습니다.
노조 측 반응도 있었습니다. 본보 보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을 돕고 있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언론포커스’ <노동자간 ‘을의 갈등’, 진짜 사용자 책임져야 해결된다> 칼럼에서 한국일보 기획이 “강성-귀족노조라는 프레임 대신 진짜 갈등의 원인을 찾아 보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건설노조 갑질, 철거가 필요하다’ 기획 보도 당일인 9월 13일 논평을 내고 “고용을 둘러싼 쟁점에서 그 원흉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을과 을들을 싸우게 만드는’ 왜곡된 고용구조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저희가 이번 기획을 통해 공감하며 지적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지켰으며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의 지원,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피신청사항 모두 현재까지 없습니다.
취재후기
(373회) 건설노조 갑질, 철거가 필요하다 / 한국일보
건설노조 갑질, 철거가 필요하다
한국일보 사회부 윤현종 기자
약 3개월 간 건설노조 관련 취재를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균형감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여기서 ‘균형’의 의미는 물리적 균형이 아니라 일종의 ‘화학적 균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건설노조원들은 자신들이 현장에서 벌여 온 각종 탈법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벗어나기 힘든 ‘비정규직’의 굴레 때문이었다고 말입니다. 반면 노조에 가입조차 못하고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 이들은 ‘이게 다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듯 입장 차이가 큰 양쪽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문제가 결국 불안한 일자리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어찌 보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결론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명제를 팩트로 입증하는 과정이 그렇게 쉽진 않았습니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저희가 지난한 서류검토 작업과 현장 취재를 병행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는 건설현장에서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자리의 질 또한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조 안팎에선 갈등이 바람 잘 날 없습니다. 이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뿐 아니라 노조 자체의 정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원청에서부터 시작하는 건설 시장의 각종 안 좋은 관행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길고 힘들었던 취재를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사회부의 강철원 부장께, 그리고 본 기획을 정말 잘 이끌어주신 저희 팀 윤태석 차장께, 강력한 추진력으로 저와 같이 해 준 김영훈 기자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73회 전체 총평
제373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부문 67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6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9편이 응모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CBS의 <화천대유, 곽상도 의원 아들에 퇴직금 50억 지급>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와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첫 보도해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화천대유 특혜 의혹의 일부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정치권 게이트’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고,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독창성과 시의성, 영향력 모두 돋보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10편의 출품작 중 KBS의 <진격의 거인, 어디까지 카카오?>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과 독점 문제를 타 매체 보다 앞서 심층적으로 보도했고, 대리기사 등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파헤쳐 호평을 받았다. 플랫폼 독점 문제를 공론화해 제도개선의 기반을 마련한 점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출품작 16개 가운데 한국일보의 <건설 노조 갑질, 철거가 필요하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타워크레인 노조, 건설기계 노조 등의 불법행태와 이권 다툼, 노조원에 대한 횡포 등의 문제를 신랄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 다수로부터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동안 파편적으로 보도됐던 건설 노조의 갑질 문제를 완결적으로 지적한 것이 돋보였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의 <“손해까지 감수하라니”…코로나 전담병원 취소 요청> 보도는 코로나 전담병원에 대한 정부의 손실 보상금 삭감과 의료진 인건비 지원 중단 조치를 기사화함으로써 당국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았다. 코로나19 방역 피해를 감당해온 지역병원이 처한 억울한 상황을 토대로 취재를 확장하며 이슈를 전국화한 기자의 노력이 심사위원회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자칫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보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역 경제보도부문에서는 KBS제주의 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제주 LPG업계의 오랜 독과점 구조를 끈질기게 파헤쳐 의혹을 제기했고 지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이끌어냄으로써 지역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춘천의 <기상장비(AWS) 난립과 부실관리 실태> 보도는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공공기관의 기상장비 중복 설치라는 문제를 지적해 주제의 참신성이 돋보였다. 강원도 지역 전수조사,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AWS 지도를 제작하는 등 기자들이 발품을 많이 판 취재라는 점에서 격려할 가치가 크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코로나19라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권력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고 진실을 찾기 위해 발로 뛰는 기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