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방소멸이 화두다. 제2의 도시를 자처했던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부산을 빠져나간 청년 인구만 해도 10만 명이 넘고, 지난해 매출액 기준 전국 100대 기업에 드는 부산 기업은 단 1곳도 없었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은 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동안 언론은 국토불균형 문제를 ‘인프라’에 중점을 두고 풀어냈다. 공항, 철도, 항만, 산업·연구단지, 개발특구, 공공기관과 같은 인프라를 지방에 공정하게 배분해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지방에 공공기관이나 철도 따위를 던져주는 식으로 곪아터진 지금의 상황을 풀어낼 수는 없다.
취재진은 지방을 대하는 혐오적 인식이 국토불균형 문제를 심각한 수준으로 곪게 만든 원인이라고 보고 취재를 시작했다. 지방혐오 인식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작업과 설문 및 실태조사 등을 통해 데이터의 조각들을 모아보고, 이를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성혐오나 이주민 혐오 등에 대한 선행연구는 많았지만, 지방혐오를 데이터화하려는 시도는 언론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업이나 기관, 청년인재 등을 지방으로 떠밀듯 내보낸다 하더라도, 지방을 대하는 인식이 비뚤어져 있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기업은 지자체에서 지원금 빼먹을 궁리나 하다 유턴할 것이며, 사람들 역시 지방을 원망하고 서울을 그리워하다 되돌아가게 된다. 서울에 인재와 자본, 사회적 인프라, 문화시설 등이 집중되는 게 당연하고, 지방과 지역민은 수도권에 편입하지 못한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은 갈수록 고착화 돼 간다.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뒀다던 ‘이건희 기증관’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방에 대한 혐오와 비하, 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상도와 전라도가 갈라져 서로를 헐뜯는, 1970~80년대 군사정권이 만들어낸 갈등만이 지방혐오가 아니다. 비수도권 도시들의 개성을 모조리 박탈하고 ‘시골’이나 ‘촌’으로 내려다보는 서울 중심적 시각, ‘밈’으로 전락한 지방을 향한 조리돌림, 한낱 놀림거리가 돼 버린 사투리, 지역민이 스스로를 비하하는 세태 등 지방혐오는 새로운 형태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에 취재진은 △포털 사이트 뉴스 빅데이터 분석 △일상에서 횡행하는 지역 차별 발언 △부산·서울시민 600명 대상의 인식 설문조사 △외면받는 사투리의 실태 △‘지잡대’를 향한 혐오와 차별 △지역민이 스스로를 비하하는 세태 등 6차례에 걸쳐 시리즈 기획보도를 실시했다.
먼저 네이버나 다음 등 유명 포털 사이트의 댓글을 들여다 봤다. 언제고 정치나 사회 뉴스 섹션에 들어가보면 지방혐오적 인식의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준 낮은 지방이라서 이런 범죄가 터졌다’ ‘시골 촌동네 놈들 하는 짓이 대개 그렇지’와 같은 식이다. 논리적 근거나 이성 따위는 찾기 어려운 댓글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댓글이 추천 상위 랭킹에 뜨는 경우가 많다.
취재진은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 횡행하는 지방혐오 실태를 포착하기 위해 부경대 지방분권발전연구소와 함께 네이버 뉴스에 1년간 달린 댓글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2020년 7월 1일부터 올 6월 31일까지 게재된 기사 중 부산, 광주, 대구, 경상도, 전라도, 서울 등 6개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 6만 4319건을 무작위 선정했고 여기서 279만 9351건의 댓글을 추출했다. 온라인상의 지방혐오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은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작업이었다. 선행연구가 없었다 보니 새롭게 기준을 만들고 분야나 형태에 따라 나누는 등의 작업을 석 달 이상 진행했다.
지방과 관련한 혐오표현은 국가인권위원회 자료 등을 참고해 선정했다. 유행에 따라 지방을 비하하는 언어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었기 때문에 취재진은 댓글창을 직접 뒤져가며 혐오표현을 발굴해 나갔다. 이를 통해 지방혐오 표현이 담긴 댓글 2만 3000여 개를 뽑아냈고, 언어 네트워크 분석(SNA)과 토픽 모델링 분석 등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폭동, 라도, 홍어, 통수, 7시 등 지방혐오 표현 상위 10개 중 9개가 광주나 전라도를 모욕하는 단어였다. 5·18 민주화운동이나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등 아픈 현대사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 그 위세를 떨쳐나갔다. 특히 코로나19 때는 대구로 대표되는 지방도시를 타깃으로 삼으며 코로나 확산이 지역민의 책임이라도 되는 양 몰아갔다.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쏟아질 때는 혐오 표현보다는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다’는 식의 반응이 많았다. 이를 통해 명확히 구분되는 지방혐오의 양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진은 서울시민 331명, 부산시민 325명 등 총 6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경상도 사람은 무뚝뚝하고 성격이 급하다’ ‘전라도 사람은 배신을 잘하고 뒤끝이 있다’ 등 지역별로 고착화된 혐오표현의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조사결과 지방혐오를 자주 접하는 사람일수록 혐오 표현을 자주 사용했고, 혐오적 표현이 해당 지역민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고 단언했다. 자신의 거주지에 불만을 느낄수록 지방혐오 표현에 공감을 보이는 경향도 있었는데, 이는 국토불균형과 지방혐오의 악순환 고리로 볼 수 있다.
취재진은 또 민간 독립 연구소인 희망제작소와 협업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지방혐오 표현을 조사했다. ‘외모가 도시적이라 지방 출신인지 몰랐어’ ‘사투리 쓰지 말고 정상적으로 말해줘’ ‘너네 고향에 스벅은 있니’ 등 누군가에게는 농담이었지만, 당사자에게는 상처가 됐던 일상의 혐오표현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30대 젊은층이 지방혐오 표현을 더 자주 느끼고 이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는 결과도 유의미했다.
외면받고 있는 사투리의 실태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국립국어원의 자료를 분석해 사투리 보존에 대한 공감대는 커지고 있으나, 정작 본인이 사용하는 사투리는 부정적으로 보는 이중적 인식을 발견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자신의 사투리 사용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으며, 사투리는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써야 하는 언어라는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최근 유행했던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인용하며 정의로운 인물은 표준어를, 무식하고 촌스러운 인물은 사투리를 사용하는 미디어의 사투리 감수성 불감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빅데이터나 설문조사 결과 등이 주된 근거로 사용되다 보니 자칫 데이터 위주의 기사로 전락할 우려가 있었지만,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지방혐오의 주요 꼭지 중 하나인 지방대에 대한 혐오인식을 기사로 풀어내기 위해 취재진은 지방대 학생은 물론이고 수도권으로 ‘상경’한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잡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던 교수 등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여러 시각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청년희망팩토리’라는 세종지역 청년단체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 살이에 도전하는 전국 청년 80명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나 그들의 생각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단체 구성원들 역시 대학을 졸업한 뒤 자발적으로 지역 살이에 나선 이들이었다. 청년들이 지역 살이에서 겪는 고충과 정부 정책의 문제점, 지자체의 소극적 대응 등을 살폈다.
지역민들과 만나 지방혐오를 스스로 내재화하고 있는 실태도 모아봤다. 이들은 지방에 대한 차별이 만연해진 탓에 현실을 수용하고 저항을 거부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모를 배제에 대한 공포 때문에 대응 자체를 꺼리게 되는 탓이다.
희망제작소 주도로 지방혐오에 대항하는 표현을 담은 워크북을 만드는 작업도 이뤄졌다. 차별 당사자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역 차별언어의 경계선을 그려 보기로 한 것이다. 서울로 갈 때는 ‘올라간다’고 표현하고 지방은 ‘내려간다’고 언급하고, 사투리를 ‘고쳐라’고 말하는 등의 현상이 대표적이다. 성별, 인종 등의 혐오에 대항하는 표현을 만드는 작업은 기존에도 있었으나, 지방혐오의 대안 표현을 찾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지역감정에 기반한 일회성 보도는 있었지만, 빅데이터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지방혐오의 실태를 분석, 고발한 기사는 본보의 기획 이전에 없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여러 차례에 걸친 시리즈가 보도되면서 포털사이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지방혐오에 공감하는 댓글도 많았지만, 여전히 ‘전라도가 전라도 한 걸 뭐라하는 데 뭐가 문제냐’ ‘강력범의 80%는 전라도에서 일어난다’는 식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취재진은 혐오적 인식을 ‘팩트’로 정면반박했다. 16개 시도의 인구대비 사건사고 발생현황, 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방화 등 강력 범죄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당연한 결과지만 특정도시에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경향은 발견할 수 없었고, 도시의 인구 밀집도와 비례하는 수준이었다. 온라인상에서 헐뜯는 전라도, 광주, 대구 등보다 오히려 서울의 인구 대비 강력범죄가 많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팩트가 아닌,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법과 제도의 테두리에서 지방혐오를 무작정 규제하고 막아내기는 어려운 실정이지만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청소년과 청년은 물론이고 중장년층들에까지 온라인은 더 이상 하위문화가 아니라 일상이자 현실이다. 온라인에서 지방혐오 표현을 자주 접할수록 혐오에 대한 반작용은 무뎌진다. 끝내는 주위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혐오를 휘두르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취재진은 앞으로도 지방혐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속해서 갖고, 혐오를 끊어내기 위한 보도를 지속할 것이다. 이런 지적이야 말로 지역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기획 보도 이후 광주에 위치한 5.18 기념재단으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했다. 5.18 기념재단은 5.18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및 가짜뉴스 유포 등을 근절할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온라인 상에서의 지방혐오 표현이 갈수록 심화돼 10, 20대들까지 5.18 혐오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하지만 이를 다룬 실태조사나 연구가 없어 막막했는데, 부산일보의 기획 보도를 보고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부경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5.18 기념재단 측과 공유해 온라인 상에서의 지방혐오는 물론이고 5.18을 겨냥한 혐오 실태를 알리는 데 함께하기로 했다. 이는 5.18 관련 특별법 제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재단이 주최하는 공청회 등에 본보의 <2021 지방혐오 리포트>의 결과가 공유될 예정이며, 이는 온라인 지방혐오 표현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제3기 부산일보 독자위원회에서 “지방의 현실과 소외감을 넘어 혐오라는 테마로 수도권 일극주의를 예리하게 비판한, 정말 좋은 기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7. 기타 고려사항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고, 이번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비롯한 민형사상 어떤 소송도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73회 전체 총평
제373회 이달의 기자상은 총 10개부문 67편이 출품돼 이 가운데 6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9편이 응모한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CBS의 <화천대유, 곽상도 의원 아들에 퇴직금 50억 지급>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와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첫 보도해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화천대유 특혜 의혹의 일부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정치권 게이트’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고,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독창성과 시의성, 영향력 모두 돋보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10편의 출품작 중 KBS의 <진격의 거인, 어디까지 카카오?>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과 독점 문제를 타 매체 보다 앞서 심층적으로 보도했고, 대리기사 등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파헤쳐 호평을 받았다. 플랫폼 독점 문제를 공론화해 제도개선의 기반을 마련한 점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출품작 16개 가운데 한국일보의 <건설 노조 갑질, 철거가 필요하다>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타워크레인 노조, 건설기계 노조 등의 불법행태와 이권 다툼, 노조원에 대한 횡포 등의 문제를 신랄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 다수로부터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동안 파편적으로 보도됐던 건설 노조의 갑질 문제를 완결적으로 지적한 것이 돋보였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의 <“손해까지 감수하라니”…코로나 전담병원 취소 요청> 보도는 코로나 전담병원에 대한 정부의 손실 보상금 삭감과 의료진 인건비 지원 중단 조치를 기사화함으로써 당국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았다. 코로나19 방역 피해를 감당해온 지역병원이 처한 억울한 상황을 토대로 취재를 확장하며 이슈를 전국화한 기자의 노력이 심사위원회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자칫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보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역 경제보도부문에서는 KBS제주의 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제주 LPG업계의 오랜 독과점 구조를 끈질기게 파헤쳐 의혹을 제기했고 지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이끌어냄으로써 지역 언론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춘천의 <기상장비(AWS) 난립과 부실관리 실태> 보도는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공공기관의 기상장비 중복 설치라는 문제를 지적해 주제의 참신성이 돋보였다. 강원도 지역 전수조사,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AWS 지도를 제작하는 등 기자들이 발품을 많이 판 취재라는 점에서 격려할 가치가 크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코로나19라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권력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고 진실을 찾기 위해 발로 뛰는 기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