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혹시 그 아이 나이가 만 2세인가요?" 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전 날 발생했던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아동 나이를 묻는 메일이었습니다. 메일을 받은 직후 답신을 보냈습니다. 제보자도 기다리고 있었던 듯, 연이어 답이 돌아왔습니다. 메일에는 3문장만이 적혔습니다.
"그 아이를 입양한 양부모가 사회복지사입니다. 그룹홈을 운영한 적도 있습니다. 불쌍한 아이의 억울함을 세상에 널리 알려주세요."
단순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지나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민영이 사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경인일보는 총 100여 차례에 걸쳐 이 사건을 집중 기획 보도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정인이 사건 이후 지난 5월, 화성에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생후 33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뇌출혈이 발생해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입니다. 취재진은 당시 아이 온 몸에 멍이 있다는 이유로 112에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점을 시작으로, 아동 입양과정에서의 문제점, 의식불명에서 사망에 이른 과정 속의 양부모의 고의성 등을 집중 추적해 단독취재 및 기획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피해 아동을 입양하기 전 양부모가 아동학대 피해 아동이 거주하는 '그룹홈'에 근무하던 사회복지사라는 점을 단독 보도했고, 입양시 제출한 양친가정조사보고서와 사후 조사보고서를 입수·분석해 양부모의 입양과정에서의 불합리를 짚어냈고, 4명 친자녀 양육으로 아이 특성을 잘 아는 부모 임에도 수사과정에서 잠자는 아이와 뇌출혈로 쓰러진 아이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양부모의 거짓 진술을 다양한 근거를 통해 밝혀냈습니다.
7개월 간 이어진 단독 및 연속 보도로 인해 아동이 사망한 후 검찰은 양부에겐 범행의 고의성인 인정, 아동학대치사에서 '살인죄'로, 양모는 방임에서 '아동학대치사'로 공소장을 변경해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25일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들여 양부모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양부모가 제 때 구호 조처를 했더라면 아동이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는 가능성을 밝혀내는 것이었습니다.애초에 검찰은 양부모가 범행에 대한 '고의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양부는 아동학대 중상해, 양모는 아동복지법상 유기 및 방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아이 뺨을 손바닥으로 때린 행위 자체가 '고의성'을 갖는 학대라고 보기 어렵고 고의성 여부와 별개로 당시 아이 상태가 의식불명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중상해와 치사는 처벌에 있어 형량 차이가 크지 않다고 밝혀왔습니다. 취재팀은 마지막까지 아동을 치료했던 병원과 민영이가 다녔던 교회 관계자들을 만나 양부모의 추가 학대 정황을 단독으로 포착해 지속적인 학대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또 사건 초기부터 아이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후 8~10시간 가량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점을 연속 보도하며 "조금만 일찍 왔다면 소생 가능성이 훨씬 컸다"는 의사의 소견도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경찰 수사에선 이 점을 방관하고 넘어갔지만, 검찰 조사에선 의료 자문 등을 통해 잠자는 아이와 뇌출혈로 쓰러진 아이를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아동이 숨진 후 애초 검찰이 범행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터라 양부모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기사로 작성했습니다. 취재팀은 그간 아동학대 사례를 근거로 이번 사건 피고인 역시 '아동학대살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등 끈질긴 보도 끝에 검찰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검토했습니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아동 관계 기관, 법조계 관계자 등 동시 다발적으로 다양한 분야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했고 피고인에 대한 아동학대살해죄 적용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민단체를 설득해 피해 아동의 안타까운 사연을 세상에 알렸고 아동학대 근절 캠페인 및 살인죄 적용 1인 시위 등 각종 사회 활동을 이끌어냈습니다.
결국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했습니다. 검찰은 양부에게 아동학대살해죄, 양모에게는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도 피고인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양부는 징역 22년, 양모는 징역 6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아동학대살해죄가 인정된 사례는 국내에서 두번째입니다. 특히 피해아동이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영유아였기 때문에 증거 부족 등으로 고의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게 일반의 법 상식입니다. 때문에 7개월 간의 취재도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지속적인 학대 정황, 의식불명 후 방치 과정 등 취재기사를 통해 다뤄진 사실들 모두 실제로 공소장에 적시됐고 중형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입양 전 민영이 보육시설 및 양부모 가정이 다닌 교회, 운영했던 그룹홈 등은 수차례 설득 끝에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됐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취재는 현장에서 관계자를 만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취재와 보도과정에 문제가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민영이 사건에 대한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 심판을 받기까지 단독 및 기획 기사를 수차례 작성했습니다. 최초 단독보도였던 '화성 입양아 학대 양부모, 아이들 돌보는 사회복지사 충격'(5월 11일) 기사가 나간 당일 사건 주범인 양부가 구속됐고, 10여곳 언론사에서 양부가 사회복지사였다는 사실을 받아쓰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보도했습니다.
사건 발생일인 5월8일부터 연속 보도를 통해 수사기관에서 놓쳤던 가해자의 혐의를 먼저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가해자인 양부는 지난 5월 입건 당시 지속적 학대 부분과 고의로 의식 불명 상태 아이를 방치한 점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인일보는 양부가 아동을 지속해서 학대한 정황과 뇌출혈로 쓰러진 당일 병원에 고의로 뒤늦게 데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을 짚어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검찰 조사에선 양부에 대해 '아동 유기 방임'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16곳 언론사 역시 지난 6월 3일 검찰 공식 발표 후 우리의 취재내용과 유사한 지적 사항을 뒤이어 보도했습니다.
방송사에서도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MBC 실화탐사대', 'MBN 진실을 검색하다 써치'에서 해당 사건을 방송했습니다. 해당 방송프로그램 제작진은 방송 제작 초기부터 경인일보 취재진에 연락을 해 취재 협력을 요청해왔고 우리는 핵심 취재원과 취재정보를 공유하며 원활하게 방송이 제작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검경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사안이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밝혀진 뒤 시민단체에서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취재진은 100여건에 걸쳐 민영이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하고 집중 보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는 가해자 엄벌 촉구 목소리를 냈습니다. 대아협은 지난 6월 민영이가 활동했던 안산의 한 교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민영이 양부모에게 입양을 허가했던 안산의 한 입양기관과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후문 앞에서도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온라인 상에선 '#민영아 미안해' 챌린지가 펼쳐졌고 민영이 사망이 알려진 당일 수원지검 앞은 근조 화환 50여개가 줄지어 늘어서기도 했습니다.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입양의 공공성 강화와 진실 규명을 위한 연대 회의(입양연대회의)에서는 입양 절차상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입양연대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민영이 사건'을 거론하며 국내 입양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성명서는 경인일보가 민영이 사건 발생 직후 입수한 양친가정조사서 분석 결과와 동일한 부분을 짚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민영이 사건 연속 보도는 경인일보 독자위원회로부터 "화성입양아동 학대사건 연속보도는 수사기관에서 발표하는 사건 내용에서 탈피해 직접 현장을 돌아보고 관련자들을 만나 공론화한 수고가 연속 기사 곳곳에서 묻어났다", "안타까운 아동학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도했으면 좋겠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등 기타 고려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5회 전체 총평
제37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부문 62편의 출품작 중 5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달에는 최종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 작품이 다른 달에 비해 많지 않았다. 다만 일부 출품작은 신선한 접근 방식이나 좋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8편의 출품작 중 SBS의 <잇단 경찰 부실 대응 사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신변보호 여성 피살 사건의 안타까운 내막을 전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경찰의 부실 대응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 후속 대책까지 이끌어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7편의 출품작 중 경향신문의 <절반의 한국>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그동안 여러 지역 언론이 끊임없이 보도해왔던 주제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참신하고 내용이 충실해서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사무직 일자리의 남방한계선, 강릉 지역 여고 졸업생 추적 보도 등을 통해 지방소멸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상투적으로 보이지 않게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총 13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강원도민일보의 <강원도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예산이 헛되이 쓰이는 현장의 실사 보도는 증거를 찾기 쉽지 않은데, 공문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보도라는 평을 받았다. 이런 예산 낭비가 강원도교육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것이란 점에서 다른 언론의 후속 보도가 기다려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광주일보의 <4년 전 그때처럼…학생노동자 올라탄 ‘꿈’사다리 흔들리지 않도록> 보도와 강원일보의 <감춰진 진실-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 보도 2편이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광주일보의 보도는 지난해 10월 여수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학습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를 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강원일보의 <감춰진 진실> 보도는 그동안 납북귀환어부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는 있었으나, 대상자 및 가족들을 직접 만나고 총괄적인 데이터까지 조사해 담은 사실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좋은 보도를 위해 헌신한 기자들의 열정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으리라 믿는다. 새해에도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