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19살 여수 해양과학고 3학년생인 홍정우군의 꿈은 ‘선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홍군은 꿈을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스무살도 안된 앳된 고교생이 위험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렸지만 우리 사회는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제주 생수 공장을 다니던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이 숨진 4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건 별로 없었습니다.
홍군은 지난달 6일 현장실습 업체에서 요트 밑바닥에 따개비를 떼는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학생이다보니 기본적인 노동자 대우도 받지 못했습니다. 학생으로서 하지 않아야 할 일도 했습니다.
사고 발생 초기, 상당수 언론은 홍군의 죽음을 단신으로 다뤘습니다. 상당수 언론이 해상 실습에 참여한 고등학생이 바다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식의 단순사고 기사로 처리했지만 <광주일보>는 홍군의 죽음이 말하는 ‘더 많은 진실’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2011년 광주 기아차 현장에서 현장실습생이 뇌사사고를 당했고 2017년 제주도에서 고 이민호군이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점을 기억하고 학생들의 교육 현장은 안전한 노동 현장이 아니라는 것을,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광주일보는 홍군의 죽음 이후 특성화고 노동조합을 취재하면서 홍군 사고에 대한 의문점을 확인했습니다. 8일자 광주일보 6면에 실린 ‘또 죽음 부른 현장실습…홀로 잠수작업 투입된 고교생 참변’제목의 기사가 그것입니다. 광주일보는 홍군이 현장실습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2인 1조의 안전수칙도 지켜지지 않은 채 고등학생으로 하지 말아야 할 잠수 작업에 내몰렸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습니다. 광주일보는 후속보도를 이어갔습니다. 5일 연속 기획 시리즈를 구상해 사회면 톱기사로 홍군의 사고원인과 추가로 밝혀지는 사실들을 비롯 정부와 교육당국의 문제점들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홍군의 49재에 맞춰 광주일보는 <19세 고교생 꿈 깬 현장실습, 이젠 바꾸자>를 2편의 시리즈로 기획해 다시는 홍군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홍군의 유가족의 뜻을 담아 습니다.
홍군을 기억하고 현장실습 환경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광주일보는 이번사고가 한차례 이슈로 끝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직업계 고교생 꿈 짓밟는 현장실습 이대론 안된다〉는 기획 시리즈에 이어 어린 고교생들의 현장실습 환경의 문제점과 조속한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담는 〈 19세 고교생 꿈 깬 현장실습, 이젠 바꾸자〉라는 다른 기획물을 연속으로 준비했습니다.
광주일보는 홍군의 유족, 사고가 벌어진 현장 등 여수의 상황을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히 포착해 실시간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홍군의 장례식장, 여수 현장, 학교, 경찰, 여수시청, 노동청 등 그 누구보다 현장을 빨리 찾아가 유족들, 친구들, 홍군 유족 진술과 수사 상황, 교육청 안전 점검 및 학교측의 실습장 선정 경위 등에 대한 취재를 이어 갔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교육당국의 무관심 등을 확인하게 됐고 보도를 이어나갔습니다.
홍군의 학교 친구들을 취재해 10대 특성화고 학생의 어려움을 담아내 기사화했습니다. 특히 정부의 관리 감독 사각지대에 놓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의 제도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또 지난 2017년 제주도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 이민호 군 사고 이후 변화된 점, 바뀌지 않은 상황들을 확인하기 위해 이군의 아버지와 직접 동영상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기록해 유튜브에도영상으로 게재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번 실습생 사망 사고는 홍군 한 명의 비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취업률과 안전을 협상하면서 수년간 반복되어온 사회구조적 문제이며, 기업과 정부 그리고 학교 등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을 다양한 시각에서 짚어냈습니다.
또 여수지역사회에서 홍군의 사고를 계기로 홍군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와 시민단체 주도로 특성화고의 안전한 직업 전문성 강화를 위한 현장실습제도를 바꿀 대안을 모색하는 ‘직업계고의 학교교육정상화와 현장실습제도 개선 대안’ 토론회에서 제시된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학교 교사, 학부모, 교육 전문가 뿐만 아니라 직업계고 학생들이 지적하는 문제점과 이들이 원하는 대안에 대안이 무엇인지 소개하면서 현장실의 변화할 지점을 제시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첫 보도는 유족들과 접촉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 학교, 직업계고 학생들 등의 주변 취재를 통해서만 할 수 있었습니다.
유족들은 피해자인 홍군의 실명을 보도해주길 원했습니다. 이에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우려가 있는 내용 등은 보도를 자제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광주일보의 연속 보도 중 현장실습 기업 선정 기준과 현장실습 운영 회의록 등을 입수해, 허술한 현장실습 업체 선정 및 심사 과정을 주도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 <엽합뉴스>, <경향신문> 등도 함께 10대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금지된 잠수작업에 투입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홍정운(18)군이 일했던 요트업체가 사망 사고 나흘 만인 10일 오후 손님을 태우고 요트 운항을 재개했다는 보도가 <한겨레>에서 이어졌습니다.
현장실습만이 아니라 열악한 고졸 일자리 처우와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부실함을 조명하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조선일보, 익사한 여수 고3…현장실습 금지된 잠수작업에 투입됐었다(10월 11일)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honam/2021/10/11/CCCGEETFMZC43IAT453553RBE4/
▲연합뉴스, 요트서 현장실습 하던 특성화 고교생 익사…안전관리 부실 논란(10월 7일)
https://www.yna.co.kr/view/AKR20211007165251054?section=search
▲한겨레, ‘12㎏ 납벨트’ 찬 정운이는 바닷속에서 얼마나 발버둥 쳤을까(10월8일)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4458.html#csidx1e3ac1a2881ff3c805b055bc4f94064
▲경향신문, 여수 고3 실습생 사망 대책위 “안전관리 허술…예견된 죽음으로 내몰린 것”(10월 8일)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10082109035#csidx86bd93880882a51a
5. 사회에 끼친 영향
사고 초기 단순 사고로 다뤄졌던 고교생 현장실습 사망사건은 본보의 연속 기획 보도를 비롯한 언론의 문제 제기로 위험한 노동에 노출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면서 ‘사회적 의제’로 설정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의 현장점검단도 구성됐습니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뿐 아니라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여수 사고 현장에 내려가 유족들에게 사과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실습의 제도적 변화를 이뤄낸 것이 큰 성과입니다. 광주일보가 현장실습 매뉴얼만 만들고 실제점검은 뒷전으로 하고있다 지적을 한 이틀 뒤인 14일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날 고용노동부도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관련 산업안전보건 감독 착수”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광주일보>는 이후에도 꾸준히 고교생 현장실습의 제도적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4일 뒤인 10월 18일 “잠수 관련 자격 등이 없는 현장실습생에게 잠수작업 지시, 작업 전 안전설비 미점검, 작업 시 안전조치 미실시 등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 다수 발견”했다는 감독결과를 내놨고, 교육부도 개선안 마련 발표 일주일 뒤인 10월 20일 교육부는 “전국 직업계고 현장실습 전수조사 및 관계부처 합동 지도·점검 조기 실시”를 선언했습니다.
의미없는 죽음이란 없습니다. 신문에 단신으로 처리되는 짧은 사건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제도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발견해 사회 제도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것은 <광주일보>의 의제 설정이 아니었으면 거두기 힘든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광주일보의 보도는 홍군의 죽음을 단편적으로 보도하기보다 현장실습제도를 이대로 방치한 교육부, 고용노동부, 교육청, 학교 등을 다각도로 조명해 각자의 책임을 묻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기획보도였다는 점에서 기존 보도와 차별화를 이룹니다. 광주일보가 이 사안을 두고 보도한 수십 건의 기사에는 10대 청소년의 노동인권, 직업계고 취업률의 문제, 질 낮은 일자리의 내몰리는 젊은이들의 삶,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사회까지 우리나라 정치, 사회, 경제 여러 분야에서 많은 고민을 던져주었습니다.
현장실습 문제를 취재하며 만난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 노무사, 노동인권전문가, 직업교육에 헌신한 교사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교육이자 동시에 노동인 현장실습제도만 바로 세워도 그 동안 교육과 노동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헬조선’에서 살면서 누구나 겪는 고통이 되어버린 교육과 일자리, 이번 보도를 계기로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의 목소리는 내는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취업률 저하를 걱정하는 특성화고 교사와 학생들에게 “취업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우리 학생들을 안전하고 질 좋은 일자리 내보내자”고 말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과 관련자들의 이의 제기,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전혀 없습니다.
취재후기
(375회) 4년 전 그때처럼..학생노동자 올라탄 ‘꿈’사다리…
4년 전 그때처럼..학생노동자 올라탄 ‘꿈’사다리 흔들리지 않도록...
광주일보 사회부 김지을 기자
언론은 매년 연말이면 그해의 주요 사건과 이슈에 주목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취지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갖자는 다짐의 의미일 겁니다.
지난 기사를 뒤적여보니 4년 전 제주에서 현장실습생인 고 이민호군이 숨졌을 때도, 16년 전 광주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19살 홍정운군이 지난해 10월6일 차디찬 바닷속에서 숨진 사건은 그래서 더 아픕니다. 잊지 말자던 일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해서 다시 되풀이된 것 같아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광주일보의 기획물은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홍군 한 명의 사고가 아니라 수년간 반복되어온 사회 구조적 문제로 기업, 정부, 학교가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어린 학생들이 떠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취재하며 만난 현장실습 현장에서 숨진 학생들의 유가족, 노무사, 노동인권전문가, 직업교육에 헌신한 교사들의 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교육’이자 동시에 ‘노동’인 현장실습제도만 바로 세워도 교육과 일자리로 인해 고통받아온 우리 사회의 많은 청년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23일 교육부가 ‘안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위한 10대 중점과제’를 내놨습니다. 과거에도 정부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발표했지만, 취업률과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며 갈팡질팡했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무엇보다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홍군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75회 전체 총평
제37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총 9개 부문 62편의 출품작 중 5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달에는 최종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 작품이 다른 달에 비해 많지 않았다. 다만 일부 출품작은 신선한 접근 방식이나 좋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8편의 출품작 중 SBS의 <잇단 경찰 부실 대응 사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신변보호 여성 피살 사건의 안타까운 내막을 전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경찰의 부실 대응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 후속 대책까지 이끌어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7편의 출품작 중 경향신문의 <절반의 한국> 보도가 최종 선정됐다. 그동안 여러 지역 언론이 끊임없이 보도해왔던 주제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참신하고 내용이 충실해서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사무직 일자리의 남방한계선, 강릉 지역 여고 졸업생 추적 보도 등을 통해 지방소멸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상투적으로 보이지 않게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총 13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강원도민일보의 <강원도교육청 예산 낭비 논란>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예산이 헛되이 쓰이는 현장의 실사 보도는 증거를 찾기 쉽지 않은데, 공문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보도라는 평을 받았다. 이런 예산 낭비가 강원도교육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것이란 점에서 다른 언론의 후속 보도가 기다려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광주일보의 <4년 전 그때처럼…학생노동자 올라탄 ‘꿈’사다리 흔들리지 않도록> 보도와 강원일보의 <감춰진 진실-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 보도 2편이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광주일보의 보도는 지난해 10월 여수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학습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를 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강원일보의 <감춰진 진실> 보도는 그동안 납북귀환어부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는 있었으나, 대상자 및 가족들을 직접 만나고 총괄적인 데이터까지 조사해 담은 사실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좋은 보도를 위해 헌신한 기자들의 열정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으리라 믿는다. 새해에도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