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성○불○’
50여년간 이름 없이 살아온 무적자(無籍者) 이송이씨에 대한 취재·보도는 지난 6월13일 광주지방법원 404호 형사법정 기일표에 있던 이 4글자에서 시작됐습니다.
여느 날처럼 민사·형사법정의 기일표를 찍고 나서 특별한 재판이 없나 보던 중, 피고인명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사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건명은 하루에 십수건씩 진행되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등)이었지만, ‘성○불○’이란 피고인명을 보는 순간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무슨 글자일지 유추해 보던 중 사람 이름은 아닐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 속에서 떠오른 단어는 ‘성명불상’이었는데, 공개된 글자와 공란을 조합해 봤을 때 맞을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확신을 확실로 바꾸기 위해 대한민국법원 애플리케이션에 사건번호와 함께 피고인명에 ‘성명불상’을 입력하고 검색을 해보니 조회가 됐습니다.
추측이 맞았다는 게 확인되자 곧바로 404호 형사법정으로 향했고, 재판을 기다리면서 광주지방법원 공보판사 등 법조계 관계자들에게 ‘성명불상’으로 기소된 피고인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본 적 없다.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오자 이 사건이 굉장히 드문 경우라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겠다는 막막함을 느끼던 중, 성명불상 피고인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범죄 사실과 형량 등을 들은 뒤 피고인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해보려 했으나, 아뿔싸. 법정을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형성된 인파에 사건의 당사자를 놓쳐 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피고인의 인적사항과 기소 경위 등을 알아보기 위해 광주지방검찰청에 문의해 본 결과 무적자라는 답변을 받긴 받았으나 막막함은 더욱 커졌습니다. 무적자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봤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선 무적자가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놀라움은 커졌습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다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는 사람이 공상 속 이야기가 아닌 제가 살아가는 현실에도 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질 않아서였습니다.
가장 큰 충격은 인간의 타고난 권리와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 무적자에겐 처벌의 기능으로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신분이 없어 면허 취득과 보험 가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그가 ‘무면허 운전’과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 위반’으로도 처벌받은 것에서 저는 원칙대로 작동하는 법에 부조리함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탓에 성명불상 피고인이 저지른 범법 행위에 대한 기사를 다른 판결처럼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추가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다행히 선고 당일이었던 지난 6월13일 마감 시간 전, 기본 취재를 마쳐 ‘처벌은 받지만…보호·관리 사각지대 ‘무적자’’라는 제목으로 최초 보도를 진행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최초 보도 후 취재 대상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이에 지난 6월14일 성명불상 피고인의 변호사에게 연결을 요청했고, 받아들여져 그의 ‘특정후견인’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로부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에서 ‘성과 본 창설 허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후속 보도(‘법 보호 사각지대’ 무적자…이번에는 신분 얻을까)를 했고, 직접 만나기 위해 영광으로 향했습니다.
두 편의 보도를 통해 무적자의 삶이 열악할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직접 마주한 현실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민간의 영역에서 생필품 등 지원이 이뤄지고 있긴 했으나 모두 일시적인 것들뿐이었으며, 신분이 없다는 이유로 지속 가능한 돌봄 서비스는 일체 지원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열악한 상황 속에 살고 있었지만, 그는 땀흘려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그 대가로 급여를 받아 생활하는 자신의 삶에 감사하다고 밝혀 저를 놀랍게 만들었고 또 부끄럽게 했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소원 하나는 그에게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송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름이 자신에겐 없다는 결핍에서 비롯됐습니다.
또 50여년 동안 신분 없이 살아오면서 주변인들로부터 도움의 손길보단 손가락질과 멸시를 주로 받아 왔던 탓에, 그에게 이름이란 자신 역시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는 수단이 됐습니다.
그의 삶을 들여다본 뒤 2편의 후속 보도(‘있지만 없는’ 무적자 지역사회 온정으로 ‘연명’, “‘내 이름’으로 살고 싶죠. 다른 사람 도우며 당당하게”)를 마쳤으나, 취재 내내 느꼈던 씁쓸함과 안타까움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습니다.
이송이씨 같은 무적자가 분명히 우리 사회에 더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이송이씨의 삶을 다시 한번 조명하면서 사각지대의 사각지대에 있는 무적자에 대해 국가가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짚어보고, 이들을 위해 해야 하는 건 무엇인지 우리 사회와 함께 논의하고자 ‘고립무원 ‘무적자’’라는 후속 보도를 3차례에 걸쳐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이송이씨와 무적자에 대한 7편의 보도는 이렇게 단독 취재로 진행됐고, 사진과 보도에서 사용한 실명은 모두 당사자로부터 허락을 받고 사용했습니다.
취재 대상은 무적자 이송이씨와 그의 특정후견인인 윤하연 사회복지사, 광주지방검찰청, 광주지방법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영광군(염산면사무소 포함), 영광군사회복지협의회, 영광군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행정안전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이었으며 기존 출입처였던 법조계 기관·단체를 제외하곤 모두 이번 보도를 통해 접한 취재원으로 이해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지난 6월13일 성명불상 피고인에 대한 보도가 최초로 나간 뒤, 광주전남법조기자단 소속인 뉴스1 광주전남본부에서 6월16일 판결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뉴스1) 실명 아닌 '별명'으로 음주운전 재판 진행…무슨 일?
https://www.news1.kr/local/gwangju-jeonnam/5447946
뉴스1에 이어 같은 날 머니투데이에서도 판결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머니투데이) '실명' 대신 '별명'으로 재판 받은 무면허 음주운전자…이유는?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61607552751576
또 6월17일 세계일보에서도 판결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세계일보) 실명 아닌 ‘별명’으로 음주운전 재판받은 50대 남성 사연은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617506404?OutUrl=naver
5. 사회에 끼친 영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이송이씨에 대한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이송이씨에 대한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청구한 적이 있으나, 그때와 달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에서 소송 전략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 이번 보도로 광주·전남 지역사회에서 ‘무적자’란 존재를 알게 된 이들이 많아졌고, 이에 따른 관심도도 높아졌습니다.
최대 화두는 보호·관리의 역할과 책임이 있는 법이 무적자에겐 처벌의 기능으로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지역 법조계 관계자들은 “사각지대의 사각지대가 들어났다”고 평가했고 일반 독자들은 “한 사람에게 세상이 이렇게 가혹할 수 있냐”며 자신들의 일처럼 마음 아파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영광군청 또는 전남도 차원의 전수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에 성과 본 창설 허가 소송 진행 상황 등 후속 보도를 통해 무적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식지 않고 정부 기관에서 나서도록 제언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광주매일신문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무적자 구제를 위한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며, 최초 보도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하는 책임을 저버리지 않고 더 큰 변화가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반론신청 여부, 언론중재위언회 피신청사항 등 해당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6회 전체 총평
제40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8편이 출품돼 총 3편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출품작과 수상작 모두 평소보다는 적어서 아쉬웠다는 평가이다.
먼저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시사IN의 <‘액트지오, 4년간 법인 자격 박탈’ 등 동해 석유 시추 계획>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지난 6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 양이 최대 140억 배럴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해당 이슈에 대해 관심이 높은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팩트를 발굴해 기사를 썼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한국석유공사·산업통상자원부·대통령실이 발표 내용을 검증할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기밀 사안이기에 자료를 줄 수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기자가 발품과 손품을 팔아 텍사스 주정부의 자료를 직접 입수해 엑트지오가 4년간 세금을 체납하고 법인 자격이 정지된 상태라는 근거를 찾아 기사를 썼다는 점에 가산점을 주었다.
다음으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8기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심사위원들은 진부할 수 있는 사채 피해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경찰 등 157명을 인터뷰하는 등 발로 뛰는 취재를 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기사로 공감을 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기자가 직접 플랫폼에서 광고하는 정식 대부업체가 사채업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새 휴대전화 번호 62개를 개통하고 불법성을 일일이 검증하는 등 일종의 잠입 취재를 한 점도 높이 평가 받았다. 단순히 신문 기사에 그치지 않고 불법 사채 문제의 심각성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점도 흥미로웠다는 평가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강원일보의 <광부엄마>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아시아 최대 규모였던 태백 장성광업소가 폐광하는 시점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기사를 작성했고 일반인이 잘 몰랐던 여성광부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 다른 보도에 비해 독창성이 있었다는 평가를 했다. 특히 여성광부들은 보통 막장에서 갓 올라온 석탄을 상품성이 있는 정탄과 가치가 없는 폐석으로 분류하는 일을 하는 선탄부를 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막장에서 사고로 남편을 잃은 광부의 부인들로 생존을 위해 광부 엄마들이 남편을 잃은 탄광에 스스로 들어간 현실, 그리고 여성을 터부시하는 탄광에서 열악한 노동과 불합리한 대우를 묵묵히 견딘 사실을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여성광부와 탄광촌 여성의 삶을 잘 조명했고 기사의 서사 또한 훌륭하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