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V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V ), ④ 제보( ), ⑤ 기타( )
지난달 11일이었습니다. 골프여제 박세리 씨가 이사장인 비영리법인 ‘박세리희망재단’이 뜻밖의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팝업을 띄워 공개한 내용이 충격을 안겼습니다. 누군가 재단 동의 없이 각종 영리사업 서류에 도장을 찍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허위광고 등에 선을 긋고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박세리 씨 부친의 소행이었습니다. 영리 목적의 사업 서류에 재단 명의의 허위도장을 날조해 문서를 위조했습니다. 박세리희망재단의 뜻과 다르게 박세리희망재단이 사업에 참여한다는 가짜 의향서를 써준 것입니다. 관련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IMF 환란으로 전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해저드에서 빛난 ‘맨발투혼’에 1998 US오픈을 거머쥔 국민영웅의 집안싸움. 박세리희망재단이 언론에 배포한 설명자료로 스포트라이트가 ‘부녀갈등’에 집중된 그때였습니다. 지역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취재진의 눈길은 조금 다른 곳에 가 있었습니다.
“박세리 감독은 박세리 국제골프스쿨(새만금 등 전국 모든 곳 포함) 유치 및 설립에 대한 계획이 없음을..”
박세리와 골프학교, 그리고 새만금.
질문은 간단했습니다. 박세리 씨 부녀갈등을 촉발한 불씨가, 과연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살펴보기로 한 것입니다. 박 씨 부친이 작성한 허위서류가 도대체 누구에게, 어떤 사업에 제출됐는지, 관점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전북도민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한 새만금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면, 허위서류에 의한 ‘사기 피해’가 무엇인지도 궁금했습니다. 전체 409㎢, 여의도의 140배. 광활한 새만금 땅을 무대로 한 각종 사업기획을 하나하나 살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알고 보니 ‘3천억 사업’
새만금에서 추진되는 모든 사업은 국책, 즉 국가책임으로 정부를 거칩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새만금개발청이 내놓은 보도자료에 단서가 있었습니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2022년, 건축사사무소와 투자증권사, 건설사 등 6개 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새만금 관광개발의 청사진을 발표합니다. 민간사업자가 해양 골프장 같은 관광레저시설과 골프풀빌라 등 주거숙박시설은 물론 국제골프학교까지 조성한다는 개발계획이었습니다. 1.64㎢, 축구장 200개가 넘는 규모였습니다. 민간사업자가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투자액이 무려 3,000억대에 달했고, 새만금개발청은 당시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새만금개발청에 확인한 결과,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박세리 씨의 부친이 박세리희망재단 명의의 허위참가의향서를 써낸, 바로 그 사업이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새만금 땅만 허허벌판만으로 방치된 채, 해당 사업계획이 최종 무산됐음을 최초 보도했습니다.
■ 우선협상 1년여 만에 뒤늦게 속은 ‘정부’
명색이 정부 사업이 허위문서로 물거품이 된 사건이었습니다. 수천억대 새만금 관광 개발사업이 황당하게 파국을 맞은 겁니다. 부녀갈등 프레임만으로는 사안을 설명할 수 없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시점’이었습니다. 새만금개발청, 다름 아닌 새만금 내부 개발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당위 명제에 충실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기관입니다. ‘박세리 국제골프학교’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개발프로젝트가 기초적인 검증 실패로 2년 만에 무산되기까지, 사기성을 과연 언제 인지해 조치했느냐가 중요한 대목이었습니다.
박세리희망재단과 새만금개발청에 교차 검증·확인한 결과, 시점은 지난해 9월 즈음이었습니다. 개발 사업권을 정식 부여하는 본계약을 염두에 두고, 나름 까다로운 선정절차를 거쳐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한 건 재작년 6월. 무려 1년 3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3천억 규모 사업에서 박세리 희망재단의 참여의향이 가짜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 어쩌다 1년 넘게 몰랐을까?
새만금개발청이 보도설명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어쩌면 전주MBC 보도가 아니었다면 없었을 일입니다. 다만 속아 넘어간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피해는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이렇다 할 물적 피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민간사업자 측에 투자보증금 성격의 ‘우선협상자 이행보증증권’을 요구해 60억 원을 국고에 귀속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습니다. 오히려 사기당한 게 ‘이득’이 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새만금 사업’은 30년 넘게 지역민들이 학수고대하며 희망고문을 이어가는 ‘계속 사업’입니다. 사업이 일부 지연된 것 자체만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였습니다. 작심하고 대놓고 속였기 때문에 ‘왜 속았는지’에 대한 지적은 일단 배제했습니다. 방향을 바꿔, 왜 이렇게 늦게까지 모르고 있었는지에 집중했습니다.
■ 협상 기한은 3개월.. 지침 위반한 새만금개발청
문제의 관광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선정 지침을 입수했습니다. 사업의 기초과정부터 살펴봤습니다. 알고 보니 민간사업자에게 주어진 우선협상 기한이 단 ‘3개월’에 불과했습니다. 딱 90일 안에 사업계획의 적정성 등을 두루 검토하고 본계약을 추진하라는 내부 협상 지침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만금개발청이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박세리희망재단의 참가의향이 가짜임을 확인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3개월, 우선협상 지위를 취소하기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명백한 지침위반,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었습니다.
■ 최대 1조 원대 투자계획.. 무기한 협상만?
취재는 유사한 지지부진을 겪는 새만금 개발사업 전반으로 확대됐습니다.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3년 전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던 1조 원대 새만금 관광개발 민간사업, 3년 만에 뚜껑을 열어봤더니 그대로였습니다. 민간사업자와 우선협상만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사업자 선정 지침을 봤더니 아예 협상기한조차 없었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추진된 또 다른 첨단복합산업단지 개발사업은, 확인 결과 더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새만금 부지 2.5㎢, 축구장 350여 개 면적에 3천억대 민간자본을 끌어와 신재생에너지 전진기지를 조성하는 내용으로, 역시 지역사회의 기대가 컸던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취재결과, 지난 2021년 개발계획을 발표한 민간사업자 측이 올 초 새만금개발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새만금개발청이 ‘사업지연’을 이유로 우선협상을 취소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관련 사업자 선정 지침에는 사업이 지연됐다고 판단할 근거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민간사업자 측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들며 소송전에 돌입했습니다. 소송 가액이 무려 30억대에 달했습니다. 새만금개발청의 허술한 사업자 선정 지침이, 무기한 협상을 용인한 데 이어 소송 빌미까지 제공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했습니다. 행정력 낭비는 덤이었습니다.
“국고손실은 전혀 없었다”던 새만금개발청, 태도를 바꿔 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도세가 위축되어가는 전북지역의 미래를 저당 잡고도, 무기한 지연되며 난맥상만 거듭하는 새만금 사업이 초래한 실질적 피해와 결과물들을 수면 위에 끌어올린 결과였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보도에 등장하는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익명 처리됐습니다. 사건의 실체적 사실을 규명하는 취재로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 취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없음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세리 씨 부친을 고소하는 등 이른바 ‘부녀갈등’에 초점을 맞춘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배경에 새만금개발청이 주관한 3천억대 관광 개발사업이 있었음을 알리고 프레임을 전환한 건 전주MBC 보도가 유일했습니다. 타 매체 반향은 별도 파일로 첨부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새만금 사업의 내막에 초점을 맞춘 전주MBC 보도는 곧바로 전국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신문과 통신은 물론 종편 매체들까지 박세리 부녀갈등 배경에 새만금개발청의 3천억 사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깊이감 있게 타전했습니다. 오로지 지역성에 입각한 보도가 전국화하자, 며칠 뒤 서울 본사가 내용을 받아 뒤늦게 전국 뉴스로 송출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자 새만금개발청은 뒤늦게 보도설명 자료를 배포해 적극적으로 해명했고, 박세리희망재단도 박세리 이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수습에 나섰습니다. 전주MBC는 가장 핵심적으로, 새만금개발청이 사업자 선정 규정을 어겨가며 사실상 무기한 우선협상을 벌여 개발 시기를 허비해 온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국고 손실은 없었다’는 새만금개발청의 공식해명이 왜 안이하고 부적절한지 실증한 것입니다.
결국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은 “법령과 시행령은 물론, 정책적 부분을 대폭 개선하겠다”며 “고칠 부분은 고치며 관련 사업 유치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칫 유명 스포츠 스타의 집안싸움으로만 기록되고 해석될 수 있었던 사안이었습니다. 사건의 배경을 밀도 있게 파헤쳐 새만금개발청을 여론의 장에 소환해내는 등 허술한 국책사업 운영을 입체적으로 고발했다고 평가합니다. 이밖에 기관의 입장과 반론을 충분히 반영하는 등 언론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①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없습니다.
② 기존 출품작을 다시 출품하시는 경우, 출품 이유와 보완 내용을 아래 적어주시기 바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출품부문을 변경하여 다시 출품하시는 경우 감점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6회 전체 총평
제40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8편이 출품돼 총 3편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출품작과 수상작 모두 평소보다는 적어서 아쉬웠다는 평가이다.
먼저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시사IN의 <‘액트지오, 4년간 법인 자격 박탈’ 등 동해 석유 시추 계획>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지난 6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 양이 최대 140억 배럴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해당 이슈에 대해 관심이 높은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팩트를 발굴해 기사를 썼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한국석유공사·산업통상자원부·대통령실이 발표 내용을 검증할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기밀 사안이기에 자료를 줄 수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기자가 발품과 손품을 팔아 텍사스 주정부의 자료를 직접 입수해 엑트지오가 4년간 세금을 체납하고 법인 자격이 정지된 상태라는 근거를 찾아 기사를 썼다는 점에 가산점을 주었다.
다음으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8기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심사위원들은 진부할 수 있는 사채 피해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경찰 등 157명을 인터뷰하는 등 발로 뛰는 취재를 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기사로 공감을 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기자가 직접 플랫폼에서 광고하는 정식 대부업체가 사채업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새 휴대전화 번호 62개를 개통하고 불법성을 일일이 검증하는 등 일종의 잠입 취재를 한 점도 높이 평가 받았다. 단순히 신문 기사에 그치지 않고 불법 사채 문제의 심각성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점도 흥미로웠다는 평가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강원일보의 <광부엄마>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아시아 최대 규모였던 태백 장성광업소가 폐광하는 시점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기사를 작성했고 일반인이 잘 몰랐던 여성광부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 다른 보도에 비해 독창성이 있었다는 평가를 했다. 특히 여성광부들은 보통 막장에서 갓 올라온 석탄을 상품성이 있는 정탄과 가치가 없는 폐석으로 분류하는 일을 하는 선탄부를 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막장에서 사고로 남편을 잃은 광부의 부인들로 생존을 위해 광부 엄마들이 남편을 잃은 탄광에 스스로 들어간 현실, 그리고 여성을 터부시하는 탄광에서 열악한 노동과 불합리한 대우를 묵묵히 견딘 사실을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여성광부와 탄광촌 여성의 삶을 잘 조명했고 기사의 서사 또한 훌륭하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