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한 공공 입찰에 유령회사가 난립하는 이른바 ‘묻지마 입찰’은 오래전부터 근절되지 않고 있는 폐단입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지자체 공공 입찰에까지 묻지마 입찰이 판치고 있다는 겁니다. 조달청이 지난해 국가입찰과 관련해 묻지마 입찰과 브로커 개입을 대대적으로 근절하겠다고 나서자, 비교적 대응이 허술한 지자체 입찰로 몰리기 시작한 겁니다.
취재진은 원주의 한 의료기기 판매업자의 제보에서 영감받아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몰려드는 유령회사들 때문에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진은 강원자치도 내 18개 시·군 보건소와 관련된 나라장터 입찰 내역을 분석했습니다.
그러자 입찰 물품과 관련 없는 투찰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입찰 품목은 의료기기 판매업이지만, 업체 이름은 00벌꿀과 00스킨케어 등 연관성 떨어지는 업체들이 수두룩했습니다.
취재진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이 과연 제대로 된 납품은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고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브로커 개입과 묻지마 입찰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업계 관계자를 찾아내는 일과 브로커를 접촉하는 것 또한 쉬운 취재는 없었습니다.
또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취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강원도내 대다수 자치단체들의 입찰 내역을 철저히 분석하고 취재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만연한 ‘묻지마 입찰’
국민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소.
이곳에 납품되는 검사 시약 등의 물품들은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공고에 명시돼 있는 취급 물품 이름들만 보더라도 일반인들은 쉽게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런 보건소 입찰에 수많은 ‘페이퍼 컴퍼니’가 뛰어들고 있다는 것.
취재진이 실제로 낙찰된 업체 주소를 찾아가자, 1평 남짓한 사무용 오피스텔에서 전화기만 두고 영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업체 측과 통화를 시도하자, 오히려 자신은 입찰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라 답변했습니다.
조달청에 확인한 결과 ’입찰 전문 업체’는 존재하지도, 있을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공공 입찰 물품은 직접 납품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페이퍼 컴퍼니의 경우 결국 전문 지식이 없고 직접 납품 능력도 없다 보니 하청을 주는 행태가 만연해졌습니다. 이런 문제는 보건소에 납품하는 의료기기 판매업뿐 아니라 전기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발견됐습니다.
- 묻지마 입찰, ‘품질 저하’
의료기기 판매업체로 등록 돼 속초시 의약품 납품을 낙찰받은 강릉의 한 업체를 찾아가자 실제론 발전 자재 납품 업체였습니다. 2년 전 의약품 판매업이 돈이 된다는 말에 손쉽게 사업자 등록을 하고 의약품 관련해선 전문성이 전혀 없는데도 입찰에 뛰어든 겁니다.
낙찰만 되면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이유로 나라장터 공공 입찰은 ‘로또 입찰’로도 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묻지마 입찰로 낙찰받은 업체들이 전문 업체가 아니어서 하청을 통해서만 물품 납품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청을 거치면 두 업체간 수수료를 나눠갖게 됩니다.
업체들이 수수료를 많이 나눠 갖을수록 납품 물품의 품질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입찰 전문가들도 수수료 나눠먹기로 인한 품질 저하를 가장 큰 부작용으로 지적했습니다.
또 납품하는 업체는 실제 낙찰된 업체가 아니다 보니 책임 의식이 결여되고, 실제로 납품 기한을 지키지 않아 공급에 차질을 빚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 전국 ‘브로커’ 활개
묻지마 입찰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제도적 허점도 한몫하고 있지만, 입찰 브로커를 원천 차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형 브로커는 수수료를 준다고 현혹하며, 입찰 초기부터 종료시까지 입찰 전반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입찰 브로커와 통화를 시도하자, 전문 자격도 없는 업체가 어떻게 입찰에 뛰어들면 되는지 자연스럽게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입찰 브로커는 전화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만 해도, 수도권은 물론 강원과 경기를 포함해 전국 규모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조달청이 지난해 6월부터 대대적인 브로커 단속에 나섰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 “법적 근거 있는데도...”
지자체 공공 입찰은 지방계약법을 따릅니다.
지방계약법에는 묻지마 입찰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없을까?
취재 결과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1년 국회에서는 묻지마 입찰을 막는 법안을 발의했고,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묻지마 입찰을 막기 위해 법이 개정됐는데도, 강원도를 비롯한 일선 지자체들은 관련 부처나 관계기관의 정확한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손놓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들은 법률 검토를 거쳐 묻지마 입찰에 대응하고 있었습니다. 묻지마 입찰을 막은 공공기관 한 담당자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묻지마 입찰을 근절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조달청이 도입하고 있는 직접이행의무 확약서와 개입금지 확약서를 제시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익명 취재원은 업계 관계자와 지자체 공무원이다 보니 신변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묻지마 입찰을 지적한 보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격이 없는 업체들로 인해 이런 저런 문제점이 있다는 내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취재진은 공공입찰 질서가 훼손되고 있는 실태와 부작용, 원인, 해결 방안 등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자격도 없는 업체가 어떻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 유통 과정은 어떤지, 브로커는 어떤 식으로 수수료를 나눠 갖는지 등에 대해 심도있게 취재했습니다.
이를 통해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심층 취재를 통해 ‘로또 입찰’로 불리는 묻지마 입찰이 어떤 폐단을 가져 오는지 면밀한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강원도 의회에서도 즉각 대응에 나섰고, 강원도 역시 문제점을 공감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조달청 역시 국가 입찰 뿐 아니라 나라장터를 통한 공공 입찰의 폐단을 막기 위해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오랜 기간 걸친 보도였기에 다른 매체가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타 매체 반향은 따로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강원도 묻지마 입찰 근절 ‘조례 추진’
보도 이후 강원도의회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했습니다.
김희철 도의원은 도의회 도정질문을 통해 G1 방송에서 보도한 리포트 영상을 현장에서 공유하며 묻지마 입찰의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지자체 입찰에 납품 능력이 없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지자체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만연한 묻지마 입찰을 조례 제정을 통해 최대한 막기로 했습니다. 또, 묻지마 입찰로 인해 생기는 가격 거품과 품질 저하 문제도 지적하며, 묻지마 입찰이 적발될 경우 강원도가 부정당 업체로 특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 심각성 공감한 강원도 “개선하겠다”
묻지마 입찰의 문제성을 알면서도 사실상 손 놓고 있던 강원자치도가 보도 이후 해결 방안 모색에 나섰습니다. 강원도는 해당 보도 이후 지난 6월 말 행정안전부에 직접이행 확약서와 브로커 개입 금지 확약서 등의 규약이 지방계약법에 저촉되지 않는 지를 질의했습니다.
행안부의 회신 결과를 바탕으로 강원도는 조만간 묻지마 입찰을 근절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규제를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질의한 내용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회신이 선례가 된다면, 전국 각 지자체들도 묻지마 입찰에 대한 근절 대책이 확대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게 됩니다.
조달청도 “지자체 개선책 마련, 적극 돕겠다”
조달청도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묻지마 입찰 대책을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달청은 국가계약법을, 지자체는 지방계약법을 따르다보니 조달청이 지자체의 공공입찰 방식과 시스템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달청은 이번 보도를 통해 국가 입찰에서 판치던 묻지마 입찰이 지자체로까지 확산된 것에 문제 의식을 함께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 입찰의 공정한 입찰 질서 확립을 위해 지자체의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적인 행정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번 보도는 공공입찰 질서가 훼손되고 있는 실태와 부작용, 원인, 해결 방안 등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의회는 조례 제정을 통해 강원자치도의 묻지마 입찰을 막겠다 나섰고 강원자치도 또한 행안부와 조달청과 협조해 브로커 개입과 직접 이행 의무를 도입하겠다 나섰습니다. 조달청도 보도 이후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묻지마 입찰 대책을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라 밝혀왔습니다.
지역 곳곳에 만연해 있는 묻지마 입찰을 지적하고 공공입찰 질서를 바로잡은 보도라 생각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해당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ㅁ
회차 심사평
제406회 전체 총평
제406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8편이 출품돼 총 3편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출품작과 수상작 모두 평소보다는 적어서 아쉬웠다는 평가이다.
먼저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시사IN의 <‘액트지오, 4년간 법인 자격 박탈’ 등 동해 석유 시추 계획>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지난 6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 양이 최대 140억 배럴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해당 이슈에 대해 관심이 높은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팩트를 발굴해 기사를 썼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한국석유공사·산업통상자원부·대통령실이 발표 내용을 검증할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기밀 사안이기에 자료를 줄 수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기자가 발품과 손품을 팔아 텍사스 주정부의 자료를 직접 입수해 엑트지오가 4년간 세금을 체납하고 법인 자격이 정지된 상태라는 근거를 찾아 기사를 썼다는 점에 가산점을 주었다.
다음으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8기팀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심사위원들은 진부할 수 있는 사채 피해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경찰 등 157명을 인터뷰하는 등 발로 뛰는 취재를 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기사로 공감을 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기자가 직접 플랫폼에서 광고하는 정식 대부업체가 사채업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새 휴대전화 번호 62개를 개통하고 불법성을 일일이 검증하는 등 일종의 잠입 취재를 한 점도 높이 평가 받았다. 단순히 신문 기사에 그치지 않고 불법 사채 문제의 심각성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미니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점도 흥미로웠다는 평가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강원일보의 <광부엄마>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아시아 최대 규모였던 태백 장성광업소가 폐광하는 시점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기사를 작성했고 일반인이 잘 몰랐던 여성광부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 다른 보도에 비해 독창성이 있었다는 평가를 했다. 특히 여성광부들은 보통 막장에서 갓 올라온 석탄을 상품성이 있는 정탄과 가치가 없는 폐석으로 분류하는 일을 하는 선탄부를 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막장에서 사고로 남편을 잃은 광부의 부인들로 생존을 위해 광부 엄마들이 남편을 잃은 탄광에 스스로 들어간 현실, 그리고 여성을 터부시하는 탄광에서 열악한 노동과 불합리한 대우를 묵묵히 견딘 사실을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여성광부와 탄광촌 여성의 삶을 잘 조명했고 기사의 서사 또한 훌륭하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