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대통령의 거짓말...윤석열 골프 CBS
대통령의 거짓말...윤석열 골프
CBS 서민선 기자
“대통령이 군인들 예약을 취소시키고 그 자리에 들어가 골프를 쳤다.” 시작은 한 문장의 제보였다. ‘오물 풍선’ 등 북한 도발을 이유로 국방부 차원에서 현역 군인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리고 예약을 취소했는데, 그 자리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들어가 골프를 쳤다는 내용이다.
이중, 삼중, 사중의 팩트체크를 했다. 대통령 일정을 확인하고, 골프장 예약 및 취소 내용을 확보해 비교했다. 당시 골프를 쳤다는 사람들, 골프장 직원들, 예약이 취소된 사람들을 수소문해 확인했다. 추정되는 대통령의 이동 경로를 따라 경찰의 교통 통제 여부와 인근 CCTV 등을 살펴봤다.
취재 결과 복수의 구체적인 증언과 사정기관에 보고된 관련 민원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예약 취소된 구체적인 숫자와 이를 토대로 대통령의 정확한 라운딩 시간까지 특정할 수 있었다. 그 앞뒤에는 경호처 직원들이 골프를 쳤다는 사실까지 파악했다.
하지만 모두 정황일 뿐, 직접 증거는 될 수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향했고, 대통령의 골프 현장을 포착할 수 있었다. 경호처에 발각돼 휴대전화 초기화 등 ‘입틀막’을 당했지만, 자료를 강탈 당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끝까지 지켜내 보도할 수 있었다.
CBS 기사는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대통령의 골프 현장을 언론사 최초로 포착했다는 사실을 넘어, 현 정국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취재·보도였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골프라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 국정·민심·언론을 대하는 대통령과 참모들의 태도와 인식까지 드러냈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진 바로는, 대통령은 골프를 치면서 계엄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 때 국회에 투입된 707특임대 부사관들과 골프를 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서울경찰청장은 조사에서 “CBS 보도 직후 경호처에서 비화폰을 지급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후속 취재로 진실을 밝히는 데 일조하겠다.
K방산 날개 꺾는 낡은 규제 한국경제신문
K방산 날개 꺾는 낡은 규제
한국경제신문 조철오 기자
방위산업 업계 종사자들을 알게 되면서 ‘K방산 날개 꺾는 낡은 규제’ 기획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업계에선 수년 전부터 ‘국산 잠수함 도면 등 기밀이 대만으로 유출됐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 때였습니다. 저는 방산과 무관한 사건기자입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방산 문외한인 제가 업계 사람들과 사귀면서 안갯속에 감춰진 실체를 조금씩 알 수 있었습니다. 틈날 때마다 다수의 기술 유출자와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결국 실제 유출된 핵심 도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방산 보안 담벼락은 무너져 있었고, 군사 기술은 노출돼 있었습니다.
기술 유출은 힘들게 개발한 기업을 엉망으로 만들고, 산업 생태계를 훼손하는 악질 범죄입니다. 특히 방산은 국방·전쟁·외교 등과 직결돼 있어, 유출 시 돈으로 추정할 수 없는 피해를 봅니다.
올 상반기 ‘잠수함 도면, 해외로 유출’, ‘기업 경영난 때 기술이 샌다’ 등 기사를 두 차례 썼습니다. ‘취재가 틀렸다’란 대외적 공세, 법조인들의 집단 항의 등 예상치 못한 거대한 벽을 마주했습니다. 이 현상은 결국 낡은 규제, 제도의 결함, 정부 실패 등에 있었다는 하나의 결론으로 도달했습니다. 이번 3편의 기획 보도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K방산이 국내 경제를 이끌 주요 축으로 부상한 이 시점에 우린 무너진 담벼락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저는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취재를 통해 진일보한 후속보도를 하겠습니다. 이번 기획은 캡 김대훈 선배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부족한 능력을 보완해 준 김형호 사회부 부국장 등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의료계 불법 대출 실태 SBS
의료계 불법 대출 실태
SBS 김보미 기자
‘의사들이 개원자금 어떻게 구하는지 아세요? 우리 세금이 들어가요.’ 첩보를 처음 접했을 때 흠칫했습니다. 최근 매일 아침, “12월 정형외과 OPEN”이란 현수막을 보면서 출근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또 들어서네. 바로 건너편에도 정형외과 있는데 장사는 잘 되려나?’란 오지랖 섞인 생각만 했을 뿐, 새 병원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금과 그 출처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우리 세금이 들어간다는 걸까, 직접 개원 대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먼저 취재를 도와줄 의사들을 수소문했습니다. 그후 함께 이 업계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대출 브로커를 찾아가봤습니다. 상담 받아보니, 진료과목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임대 보증금에 인테리어, 의료장비, 직원 월급 등 포함하면 의원 한 곳 여는 데 5억 원은 넘게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은행 대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신보 대출’, 즉 신용보증기금을 이용한 불법 대출을 이용해야 된다는 게 브로커들의 은밀한 제안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불법 대출은 쉬웠습니다. 그동안 적발이 안 된 이유도 명료했습니다. 서로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즉, 의사들은 수수료는 들지만 개원으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단 생각에 불법대출에 대해 함구하고, 수수료를 나눠먹는 브로커도 외부에 알릴 리가 만무했습니다. 여기엔 세무사, 의료기기업체들도 소개 명목으로 수수료를 나눠먹었습니다. 끈끈한 공생 관계를 기반으로 한 불법 의료 대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었던 겁니다.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그만큼 이제까지 정부지원금이 허술하게 지급되어온 경우가 빈번했단 의미입니다. 많은 언론이 감시망이 되어 지적을 하지만, 어느 순간 또 뚫리길 반복입니다.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손보아야 합니다. ‘나랏돈은 눈먼 돈’이란 말이 옛말이 될 수 있도록, 작은 제보 하나 놓치지 않고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
비리의 온상, 온누리상품권 매일신문
비리의 온상, 온누리상품권
매일신문 윤수진 기자
지난해 7월, 대구 북구 팔달신시장에서 한 법인이 냉장고 하나만 둔 점포를 운영하며 1년에 115억원 가까운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당시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이 전국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었기에, 우리 지역에서도 관련 의혹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그 실상을 자세히 조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를 이어간 결과, 사건은 경찰의 ‘수사 거래’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엄중해졌습니다. 이후 구의원 무마 정황 이슈까지 모두 놓치지 않고 보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0월부터는 온누리상품권 이슈가 전국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고, 저희 취재 역시 탄력을 받아 900억원대의 부정유통의 실체와 전문 업자들의 존재까지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보도를 통해선 구조적 허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최근 들어선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담당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온누리상품권 환전한도 및 구매한도 하향과 처벌조치 강화, 비정상 사용 금지, 지류 상품권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종합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저희의 남은 바람은 한 가지입니다. 누군가 생계를 걸고 하는 일에, 더 이상 편법이나 부정이 횡행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저희는 2025년에도 부지런히 발로 뛰겠습니다.
값진 상을 주신 한국기자협회, 언제나 응원 아끼지 않는 매일신문 선·후배 동료들, 저희를 믿고 제보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재선충병 방제의 비밀 KNN
재선충병 방제의 비밀
KNN 이태훈 기자
지난 수십년동안 산림청과 지자체가 재선충을 잡겠다며 쏟아부은 예산만 1조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재선충은 확산되고 산림파괴만 더 심해졌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소나무의 자연 쇠퇴가 시작됐습니다. 소나무는 사라지고 그 자리엔 침엽수나 활엽수가 자라나 우리의 숲을 지탱시켜주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방제 정책은 숲이 건강하게 바뀌어 가는 것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한두 그루도 아닌 이렇게 많은 소나무가 고사하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습니다. 재선충이다? 기후변화다? 혼란스러웠습니다. 모두가 재선충 때문이라고 하는데 저만 재선충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여러 방제현장 취재와 산림 전문가 인터뷰, 국내외 논문 등을 통해 소나무가 사라지는 원인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취재에 있어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소나무가 사라지는 원인은 재선충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소나무는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내용을 취재하기 전까지 저 역시도 산림청의 발표처럼 소나무가 죽는 원인은 재선충 때문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재선충에 확진된 소나무 비율이 7% 정도인 점을 확인하고 난 뒤부터는 모든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어떤 현상 뒷면에는 새로운 사실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재선충 취재를 통해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둬야한다는 말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