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성추행 보살님’ 민간인이 움직였다…‘롯데리아…
‘성추행 보살님’ 민간인이 움직였다…‘롯데리아 내란 모의'
JTBC 심가은 기자
12월3일 낮, 전직 정보사령관 노상원 씨는 경기 안산시의 한 롯데리아로 ‘최정예 첩보부대’인 정보사를 불러냈습니다. 그날 밤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민간인이 주도한 내란사태의 전말을 알아내고자 안산 롯데리아로 향했습니다. 도저히 내란을 모의한 장소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했습니다. 군 시설에 출입할 수 없는 민간인 예비역이 비선에서 얼마나 허술하게 내란을 주도했는지를 그 장소가 보여주고 있던 겁니다. JTBC가 ‘롯데리아’를 앞세워 보도한 이유입니다.
이후 노씨 사진 한 장을 들고 그의 집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주민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을 아냐’고 묻기를 한참. 한 떡집 사장은 사진을 보자마자 “아기보살이네?”라고 했습니다. 2019년 이후, 보살집에서 굿을 할 때마다 노씨가 떡을 맞추러 왔다는 겁니다. 사장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노씨의 이름은 ‘남자아기보살’이었습니다. 노씨가 살던 빌라 1층엔 ‘아기보살’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 만난 무속인은 자신을 노씨의 동업자라고 소개했습니다. 노씨가 전역 후 역술인으로 살면서, 그 점집에서 내란을 계획했던 겁니다. 전북 군산에 있는 한 무속인도 만났습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사주군인’과의 대화 내용이 남아있었습니다. 노씨가 사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사주풀이를 부탁하는 등 역술에 의지해 내란을 계획해 왔단 걸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아주 긴 겨울을 지나고 있습니다. ‘기자’라는 이름의 무게를 느낄 때마다 JTBC는 현장에 나가고, 또 남았습니다. 그렇게 12·3 내란사태의 민낯도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끝으로 강인식 부장과 이서준 캡을 비롯해 매 순간 소홀함이 없는, 자랑스러운 JTBC의 모든 선배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K팝 아이돌 공익요원 복무부실 추적기 디스패치
K팝 아이돌 공익요원 복무부실 추적기
디스패치 김소정 기자
보도의 시작은, 송민호가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제보였습니다. 눈으로 확인해야 했습니다. 팀을 나눠, 송민호의 자택과 근무지 앞을 지켰습니다.
지난해 11월, 10여 차례 이상 방문했습니다. 단 한 번도 송민호의 출퇴근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12월부터는 근무지를 기습 방문해 부딪쳤습니다.
송민호의 근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근무 당일, 문자 한 통으로 연차와 병가를 남발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의 근태 관리 방식이었습니다. 여전히 수기로 기록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3자가 대리 서명을 해도, 이를 확인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미 2011년에 지적된 문제입니다. 병무청과 국민권익위원회가 실태조사까지 거친 뒤 취약점을 공표했습니다. ‘전자적 방법’ 도입의 필요성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2024년에도 변한 건 없었습니다. 송민호는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했습니다. 출근은 한 달에 3~4회, 출퇴근 시간도 제멋대로였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디스패치’ 보도 후 각 기관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경찰은 송민호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회복무요원 복무 실태 긴급 전수조사’를 지시했습니다.
국회는 ‘송민호 방지법’을 발의했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의 출퇴근 기록을 전자 시스템으로 운영하자는 골자입니다. 병무청은 전자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번 보도는 큰 변화의 첫걸음일 뿐입니다. 디스패치는 복무 시스템 개선과 투명성, 그리고 공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감시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붉은 소나무의 비밀 KBS춘천
붉은 소나무의 비밀
KBS춘천 박상용 기자
“재선충 방제 사업을 제대로 하면 이듬해 일거리가 없어지는 모순이 생깁니다. 현장에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야 사업을 계속해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수 십 년 경험을 지닌 산림사업 전문가가 취재진에게 말한 내용입니다. 취재기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말입니다.
단풍철도 아닌데 푸른색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붉게 물들어 죽어갑니다. 강원도부터 경기, 영호남, 충청지역까지 재선충병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전염병입니다. 산림청은 전염병을 ‘완전히’ 잡겠다며 30여 년 동안 1조6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 하지만 방제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가 병을 퍼뜨리는 매개충입니다, 생태학자들은 매개충 완전 방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재선충병이 계속 퍼지는 요즘은 ‘감염목 벌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감염된 소나무를 대규모로 벌채하면 사후 처리를 위해 임도를 개설하는 경우도 있고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사방댐도 설치합니다. 벌채한 자리에는 어린 나무를 심습니다. 모두 다 세금이고 돈입니다. 1억원 이상의 대규모 산림사업은 산림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수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방제 사업이 부실해도, 그 부실을 없애려 또다시 세금을 써야하는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1리터에 50만원 가까운 초고가 수입 농약을 200억원어치 넘게 썼지만 재선충병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취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실한 산림사업의 실태를 계속 취재해볼 생각입니다. 좋은 그림을 촬영해준 최중호 선배와 송승룡 국장, 동기 엄진아 팀장, 이종환 편집감독에게 특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혈세 쏟은 DTL, 알고 보니 ‘의원님’ 왕국 TBC
혈세 쏟은 DTL, 알고 보니 ‘의원님’ 왕국
TBC 김남용 기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분은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으셨나 봅니다. 돈은 대구시에서 ‘훌쳐서’, 땅은 형님이 투자 실패한 땅에 임대료를 줘 가면서, 그 또한 남의 돈으로. 험한 시대를 밑바닥부터 올라와 국회까지 올라가신 그분이 살아온 세상에선 그렇게 눈먼 돈을 챙기는 게 당연한 일이었나 봅니다. 높은 사람 말 한마디면 그게 불법이든 위법이든 아랫것들은 알아서 딱!딱!딱! 그래서 그렇게 높은 자리를 향해서 끊임없이 노력하셨나 봅니다. 근데 꼬리가 길어도 너무 길었습니다. 떡 만진 손에 묻은 고물을 너무 흘리고 다니셨습니다. 이제 그 꼬리는 짓밟히고, 고물이 옮겨 묻을까 봐서 측근들도 그분을 피하고 있습니다. 근데 사람 참 안 바뀝니다. 일이 터지자, 수족처럼 부리던 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취재 기자의 연락은 안 받으면서, 그 윗선, 그 위 윗선과의 만남을 애타게 갈구하는 걸 보면…. 더러운 시대의 ‘때’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하나 봅니다. 지역구도 없는 김위상 국회의원님. 어찌 보면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드리운 어둠이 얼마나 짙었으면, 우리의 작은 수고가 이토록 빛나 보일까요.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부산일보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6년간 국내에서 발행된 33조원 상당의 녹색채권의 사용처를 분석했다. 처음 시도되는 프로젝트였고, 다양한 시각의 기사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중엔 녹색에 쓰이지 않는 녹색채권을 다룬 기사도 있었다.
이런 댓글이 있었다. “녹색 들어가는 건 모두 사기로 보면 된다.” 녹색다운 녹색을 하자는 기사를 누군가는 녹색을 지워야 한다는 식으로 읽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를 부정하는데, 언론의 책임도 크다. 온난화는 인간과 무관하고, 인류는 마음껏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도 된다는 믿음. 비과학적이지만 죄책감을 덜어주는 이런 믿음이 퍼지는 데 미디어가 기여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2007년 영국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지구온난화 거대화 사기극’이다. 더는 기후위기를 부정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언론도 더 자주 더 과학적으로 기후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금융과 기후를 결합한 이번 보도도 보탬이 되었기를 바란다. 물론 언론의 이성적 판단이 기후위기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맹신을 찬양하고, 거짓을 자랑스러워하는 요즘이다. 그러기에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목소리가 더 간절해지는 듯하다.
바실라 울산MBC
바실라
울산MBC 설태주 기자
지역에는 세계적 의미를 가졌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신라 해상관문이던 울산과 수도였던 경주에 있는 수많은 외래 문물들. 동로마 유리기와, 페르시아 문양의 돌, 오만에서만 난다는 유향, 동남아산 거북 등껍질 빗…. 이것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요?
지금까지 단순히 신라 때 대외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만 있었는데, 새로운 기록과 유물을 토대로 실제 검증해보고 싶었습니다. 유라시아 11개국 10만㎞를 누비며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글로벌 프로젝트였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이던 이란에서는 촬영을 마치고 나오자 미사일 분쟁이 벌어졌고 인도에서는 복통에 시달렸으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위구르와 중앙아시아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새로운 기획은 항상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예산은 기획서를 만들어 정부 지원금을 받았고, 부족한 시간은 2~3배 더 부지런하게 움직였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어려워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며 보람을 얻는 일, 그것이 우리가 기자를 하는 자부심 아닐까요?
국회 운동장에 내리는 계엄군 서울신문
국회 운동장에 내리는 계엄군
서울신문 도준석 기자
회사에서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3일 밤 10시20분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고 바로 국회로 달려갔다.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경내로 들어가려는 보좌진 및 시민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어 도저히 국회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으나 약간의 허술해진 틈으로 국회에 진입했다.
경찰과 시민들이 충돌하는 모습을 취재하고 있는데 어두운 밤하늘에 계엄군이 탑승한 헬기가 국회 본관 뒤편 운동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국회 운동장으로 달려가 계엄군이 국회로 향하는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계엄군과 국회의 모습을 한 앵글에 담기 위해 국회 운동장에서 가장 끝 쪽인 한강 방면 담장 끝까지 가서 계엄군이 내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마감을 하려는데 경찰들이 마감을 저지하려는 행동이 보여 노트북을 접고 카메라 및 장비를 챙겨 어두운 길을 따라 국회 내 어린이집 화장실로 들어갔다. 목이 너무도 말라 화장실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가 마감을 했다. 서울신문은 호외를 발행했으며 호외에 다수의 사진이 지면에 게재됐다. 우리가 아는 계엄은 너무도 잔인했기에 총맞을 각오도 하고 취재를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국회 본청 진입하는 계엄군 연합뉴스
국회 본청 진입하는 계엄군
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12월4일 오전 0시 41분. 10여명의 계엄군이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을 통해 국회 본청으로 난입했습니다. 억센 손길에 밀려 벽으로 몰렸을 때, 머릿속에는 ‘체포돼 끌려가겠구나’라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은 본회의장 쪽으로 내달렸고, 그때 이들의 목적이 국회 봉쇄가 아닌 ‘본회의장 진입’임을 직감했습니다.
의원들을 체포하려는 건가, 이 복도를 지나면 바로 본회의장인데…. 앞으로 벌어질 짐작하기 힘든 일들을 상상하며 그들을 쫓아 뛰었습니다.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를 옷소매로 닦아낸 뒤 연신 촬영 버튼을 눌렀습니다.
국회 직원들은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방송사 중계 테이블을 바리케이드 삼아 소화전을 뿌렸고, 계엄군은 저항에 못 이겨 발길을 돌렸습니다. 얼굴을 덮은 소화기 가루를 털어내며 한바탕 마른기침을 쏟아내고 보니, 휴대전화 화면에 이 사진 한 장이 남아있었습니다. 이것이 취재후기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제 취재후기의 전부입니다.
사진기자도 아닌 제가 변변찮은 휴대전화 사진 한 장으로 큰 상을 받게 돼 면구스럽습니다. 현장을 잘 지키라는 뜻에서 주신 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날 밤, 만사 제쳐두고 국회로 뛰어와 밤새 현장을 지켰던 국회 출입 기자들께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