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시작된 재선충병은 영남에서 호남을 거쳐 충청,경기,강원도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경주와 포항, 밀양, 안동 등 영남 내륙 지역은 특별방제구역으로 선포될 만큼 상황이 심각합니다. 산림청은 지금껏 소나무재선충병을 방제하겠다며 1조 6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올해 재선충병 방제 예산으로 확정된 국비는 1,000억 원입니다. 향후 투입될 지방비까지 포함하면 30여 년 동안 재선충병의 전체 방제 예산은 곧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피해가 심각해 앞으로 감염목을 전부 벌채하는데 얼마나 많은 예산이 투입될지 예측이 힘든 상황입니다. 지금의 확산세로 놓고보면 재선충 방제는 사실상 실패했다는게 현장 담당자들과 전문가들의 중론이었습니다. 재선충병 예방보다는 감염 이후 약품처리 등의 사후 방제와 감염목 벌목이 주를 이뤘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도 재선충병 방제에 실패한 이유와 배경을 조금 더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인 자료를 분석해 철저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①재선충병 방제 현장…대부분 ‘부실’
우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현장부터 점검해봤습니다. 강원도부터 경기도, 충청, 영호남은 물론 제주까지 전국 20여 개 시군, 방제지 30여 곳을 6개월 이상 일일이 찾아다니며 점검했습니다. 산림사업의 경우 산속 깊은 곳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감시,검증의 눈길이 실질적으로 미치기 어렵습니다. 산림전문가와 함께 방제 현장을 살펴보니 산림청의 지침대로 지켜진 곳을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방제 지침상에는 재선충의 월동 근거지를 없에기 위해 2cm 이상 잔가지도 모두 없에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재선충병 예방을 위해 10년 이상 나무주사를 놓고 관리한 산림이 집단 감염되기도 했고 특히 1리터에 40만 원이 넘는 초고가 수입 농약으로 방제한 산림의 나무가 불과 몇 년 만에 재선충병에 감염돼 벌채된 지역도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점검한 전국의 방제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감염목 약품처리를 제대로 하지않아 오히려 재선충병 확산의 숙주가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깊은 산속에서 이뤄진 방제는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고 부실했습니다. 재선충병 피해 규모와 면적이 커질수록 산림조합 등 산림사업 수행자들의 수익도 비례해 커지는 구조입니다. 인터뷰에도 나왔듯 재선충 방제를 완벽히 수행하면 이듬해 사업이 축소되는 구조적인 한계와 모순이 숨어있었습니다.
②방제 농약 구입 실태 전수 분석 …1리터에 40만 원 ‘초고가 수입 농약’ 약효 검증
우선 산림청과 지자체가 8년간 사들인 재선충병 방제 농약 구입 내역 2,800여 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전체 1,000억 원 어치를 구입했는데 이중 절반이 넘는 540억 원 어치를 ‘수의계약’으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의계약으로 납품한 기업체는 단 6곳에 불과했습니다. 국내에 농약을 제조,수입,판매하는 회사가 200개가 넘습니다. 사실 방제 농약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는 산림청의 행태는 2018년 국정감사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습니다. ‘수의계약 특혜’라는 겁니다.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농약을 구입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산림청은 이같은 관행을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자료 분석 과정에서 눈에 띄었던 농약이 있었습니다. 산림청은 2015년부터 방제 효과가 6년간 지속된다며 일본에서 ‘초고가 농약’을 수입하기 시작합니다. 해당 농약은 1리터에 40만 원이 넘는 ‘초고가’ 입니다. 통상 쓰이는 재선충병 방제 농약과 초고가 농약의 단가 차이는 최대 40배가 넘었습니다. 이 농약을 수입하는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재선충병 방제 지침상 반드시 거쳐야할 ‘사전 약효 검증’ 실험은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고가인 만큼 최소한으로 사용하겠다던 산림청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사용처를 전부 확인해보니 전체 사용량의 70%가 충청남도에 집중됐고 특히 태안군 태안읍에 초고가 농약이 집중적으로 살포됐습니다. 하지만 충청남도 태안군의 재선충 재발생율은 600%가 넘습니다. 충청남도의 재선충 감염목도 3년 사이에 9배가 증가했고 계속 늘고 있습니다. 특히 태안군의 초고가 농약 방제 산림의 경우 산속에 그대로 버려진 ‘초고가 농약병’ 100여 개가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초고가 농약의 도입 과정부터 살펴봤습니다. 취재진은 이 농약이 방제 효과가 있는건지 직접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전국 70여 개 방제지역 가운데 강원도와 경기도,충청,영남,제주까지 10곳을 선정해 잔류 농약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산림청이 밝힌대로 나무주사 6년 이내 지역만 선정해 솔잎과 가지를 채취했습니다. 특히 초고가 농약이 집중적으로 사용된 태안군에선 3곳에서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국가공인기관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10개 샘플 가운데 단 2곳에서만 해당 농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검출률이 20%에 불과했습니다. 6년 약효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산림청은 제주에 있는 시험림에서 ‘초고가 농약’의 약효를 6년 동안 검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제주 실험 현장을 확인했고 구체적인 약효 실험 수치와 사진 등의 세부 근거자료를 요청했지만 제3자가 이해하고 납득할만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전국의 농약 사용 내역을 검증하던 중에 경북 울진과 부산 강서구의 내역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산림청 자료와 실제 지자체 농약 사용 자료에 차이가 있었던 겁니다. 그 차액은 2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에대해 방송 직전까지 산림청에 공식 답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된 답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향후 명확히 규명돼야할 부분입니다. 초고가 농약은 최근 8년간 150억 원 어치 이상 사용됐습니다. 전체 산림청과 지자체가 사들인 재선충 방제 농약 가운데 3번째로 많은 금액입니다. 이와는 별개로 국가유산청이 경주 등 전국의 문화재에 사용한 초고가 농약 구입금액까지 합치면 전체액수는 260억 원에 이릅니다. 올해도 20억 원 규모의 초고가 농약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체 300억 원 가까이 초고가 농약이 쓰이는데 방제 효과는 오리무중입니다. 결국 초고가 농약의 도입 과정부터 현장 사용, 약효 실험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현장 취재를 통해 낱낱이 확인됐습니다.
③산림사업 빅데이터 7만 건 1년간 분석…산림조합 사업 독식 ‘확인’
많은 예산을 써왔는데도 방제 목적은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고 피해 면적은 급증하는 현실입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취재하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현장 취재에 더해 산림청 예산의 흐름과 사업 형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추가 검증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산림청의 지난해 예산은 2조 5천억 원 수준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산림청의 2024년 예산을 분석한 결과 숲가꾸기와 임도개설,조림,사방,재선충 방제 등 산림자원 육성과 재난관리에 쓰인 예산이 1조 7천억 원이 넘습니다. 산림청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이 산림사업과 직결돼 있습니다. 재선충병 방제 예산도 피해 규모에 따라 예산 규모가 비례해 커집니다. 문제는 재선충병 방제 사업도 상당수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산림조합은 재선충병 방제와 벌목을 포함한 산림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손쉽게 가져갑니다. 이에 최근 5년간 전국 지방산림청과 국유림관리소,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한 산림사업과 전국 142개 산림조합의 수주,발주 내역 64,000여 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데이터가 방대해 분석하는데 1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전국 산림조합의 공사 규모와 전체 산림사업 내역, 소나무재선충병 농약 구매 자료까지 입수해 전수 분석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입니다. 전체 빅데이터 분석 규모는 7만 건에 가깝습니다. 전국 산림조합이 5년간 수주한 공사액은 3조 1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1억 원 이상 임도개설과 사방댐 공사,재해관련 사업의 98%~100%까지 수의계약을 통해 산림조합이 사실상 독식했다는 점을 최초로 발굴해 보도했습니다. 전국 2,000여 개 민간산림법인들은 산림조합의 사업 불공정 수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공개입찰과 경쟁을 통해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고 예산 절감 효과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동안 여러 기관이 산림사업 수의계약 관행이 비위와 부조리를 양산하고 수백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공개경쟁 입찰 비중을 높이는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한 문건을 추적해보니 2013년 국회 예산정책처는 공공조달 공개경쟁 방침에 역행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고, 2015년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도 비슷한 지적을 했으며 2017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시한을 정해 관련 특별법을 개정하라고까지 권고했습니다. 산림청 스스로도 2016년 규제정비계획을 통해 산림사업 진입 문턱을 낮추겠다고 공표했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이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프로그램에 나오는 익명의 인터뷰이는 현직 사업자와 기술자여서 음성변조 처리했습니다. 이들이
발언한 내용은 추가 검증 절차를 거쳤으며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특히 재선충 방제사업의 부실을 밝혀내기 위해 강원도부터 제주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모든 광역단체를 꼼꼼히 취재했고 부실한 실태를 밝혀냈습니다. 특히 100년 전 재선충병이 시작된 일본을 찾아 전국 방제를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 방식을 택한 방제 이유와 초고가 농약을 일본에서 직접 실험했던 전문가를 수소문 끝에 만나 취재했으며, 현지 기술자는 물론 방제 현장을 찾아 직접 시연을 통해 우리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우리 재선충 방제의 문제점을 일본 사례와 비교해 입체적이고 날카롭게 분석했습니다. 또 도쿄의 농약 제조회사는 물론 북부지역인 아키타현의 재선충 교육 현장에서 우리가 참고 해야할 여러 내용을 담아내 프로그램의 설득력을 높이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과 내용에 대해 산림청에 공문과 유선으로 현 산림청장에게 수 차례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산림청은 서면 인터뷰로 대신했습니다. 방송 직전까지 여러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했지만 산림청은 지금까지 어떠한 반박이나 해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산림청장과 차장 등 산림청 수뇌부는 방송 이후 경상북도와 강원도 등 이번 보도에서 지적한 재선충병 피해 지역을 잇따라 방문하며 지자체와 협업해 방제 대책을 강화하겠다 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동일한 방식의 방제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소나무재선충병 문제와 방제에 대한 보도는 지난 수 십 년 동안 수 백 건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보도처럼 전국에 걸친 현장 취재와 초고가 농약의 약효 검증, 산림조합으로 흘러가는 산림사업의 예산 흐름, 더 나아가 재선충병 농약 구매 실태와 수의계약 문제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산림사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빅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명확히 확인한 건 이번 보도가 처음입니다. 특히 잘못된 소나무재선충병의 부실 방제 관행을 파헤치고 입체적으로 조명했습니다. 방송 이후 재선충병이 심각한 대구경북지역의 한 시민단체에서 산림청의 부실 방제를 규탄하는 성명이 발표됐고 TBC 대구방송과 경북일보,대구일보,노컷뉴스 등 언론사에서 후속 기사가 나왔습니다.
-기사 목록
①2024.12.10. TBC대구방송 ‘대구안실련, 재선충병 방제 예산 낭비, 부적절 수의계약’
②2024.12.10. 대구CBS ‘대구안실련,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품 예산 낭비 의혹 제기’
③2024.12.10. 대구일보 ‘대구·경북 소나무 죽어간다…재선충병 피해 경북 40만 ‘전국 최다’
④2024.12.15. 경북일보 “소나무재선충병 경북 1위…"지자체 차원 관리 필요"
⑤2024.12.24. 뉴데일리 ’소나무재선충 못 막는 부실 산림청, 확산 방조에 예산낭비 비난‘
5. 사회에 끼친 영향
산림청은 ①소나무재선충병과 관련된 현장 방제 부실과 ②100% 신뢰하기 힘든 초고가 농약의 사후 약효 검증 ③20억 원이 넘는 산림청과 지자체의 초고가 농약 사용 수치 오류 ④초고가 농약의 현장 방제 효과 ⑤초고가 농약의 석연치 않은 도입 배경 ⑥전국 142개 산림조합의 산림사업 독식 등 이번 방송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있습니다. 공식적인 해명이나 설명 자료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산림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로서 재선충병 방제 정책의 문제를 되짚어보고 새로운 대책과 함께 책임있는 답변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방송 한 달이 넘도록 그 어떠한 답도 없습니다. 방송 이후 산림청장과 산림청 차장 등 수뇌부는 경상북도와 강원도 등 재선충병 피해지역을 순회하며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방제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기사와 메시지만 나올 뿐입니다. 방송 이후 인터넷 포털과 유튜브에는 재선충병 방제 부실에 깊이 공감하며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추가 취재를 통해 후속 보도 요청이 잇따르고 있으며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전국 20여 개 시군 30 여 곳을 누빈 꼼꼼한 취재로 재선충 부실 방제 현장을 생동감 있게 조명했습니다. 특히 언론 사상 최초로 전국 142개 산림조합의 수주 발주 내역은 물론 지방산림청과 국유림관리소 산림사업 수의계약 내역과 재선충 방제 농약 구입 내역 등 70,000건에 근접한 빅데이터를 전수 분석해 산림조합의 사업 독식 행태를 구체적이고 확실한 수치로 발굴해 보도했습니다. 특히 초기 도입 과정부터 현장 방제에 이르기까지 초고가 방제 농약의 문제를 최초로 찾아내 심층 보도했습니다. 2조 원에 가까운 돈을 들이고도 실패한 재선충병 방제의 부실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현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국의 모든 광역 지자체를 취재 지역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전문가와 함께 꼼꼼히 확인했고 현장의 부실을 찾아냈습니다. 1년에 걸친 빅데이터 분석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입니다. 앞으로 방송 이후 들어온 제보를 검증하고 향후 추가 보도를 통해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를 발굴하는데 총력을 쏟을 예정입니다. 모든 취재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이나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이번 보도는 2024년 12월 3일 10시 본방송으로 송출되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발표로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이 다 방송되지 못해 12월 5일 23시 30분에 본편이 다시 방송됐습니다.
취재후기
(412회)붉은 소나무의 비밀/KBS춘천
붉은 소나무의 비밀
KBS춘천 박상용 기자
“재선충 방제 사업을 제대로 하면 이듬해 일거리가 없어지는 모순이 생깁니다. 현장에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야 사업을 계속해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수 십 년 경험을 지닌 산림사업 전문가가 취재진에게 말한 내용입니다. 취재기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말입니다.
단풍철도 아닌데 푸른색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붉게 물들어 죽어갑니다. 강원도부터 경기, 영호남, 충청지역까지 재선충병은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전염병입니다. 산림청은 전염병을 ‘완전히’ 잡겠다며 30여 년 동안 1조6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습니다. 하지만 방제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가 병을 퍼뜨리는 매개충입니다, 생태학자들은 매개충 완전 방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재선충병이 계속 퍼지는 요즘은 ‘감염목 벌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감염된 소나무를 대규모로 벌채하면 사후 처리를 위해 임도를 개설하는 경우도 있고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사방댐도 설치합니다. 벌채한 자리에는 어린 나무를 심습니다. 모두 다 세금이고 돈입니다. 1억원 이상의 대규모 산림사업은 산림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수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방제 사업이 부실해도, 그 부실을 없애려 또다시 세금을 써야하는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1리터에 50만원 가까운 초고가 수입 농약을 200억원어치 넘게 썼지만 재선충병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취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실한 산림사업의 실태를 계속 취재해볼 생각입니다. 좋은 그림을 촬영해준 최중호 선배와 송승룡 국장, 동기 엄진아 팀장, 이종환 편집감독에게 특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412회 전체 총평
제41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1개 부문에 걸쳐 65편이 출품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반영하듯, 전체 출품작 41.5%(27편)가 계엄·탄핵 관련 보도였다. 진실을 기록하려 치열하게 땀 흘린 기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수상작은 모두 9편으로, 2024년 이달의 기자상 12차례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취재보도1부문은 계엄 관련 보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출품된 19편 가운데 17편이 계엄과 직접 관련된 보도였는데, 심사위원들은 계엄의 ‘뿌리’를 찾는 보도에 가중치를 두자는 데 공감했다. 그런 면에서 JTBC의 <‘성추행 보살님’ 민간인이 움직였다…‘롯데리아 내란 모의’>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계엄 기획에 관여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점집 운영 사실과 부하 성추행 전력 등을 폭로함으로써 계엄의 황당무계한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2부문 수상작인 디스패치의 보도는 유명 연예인 송민호의 공익요원 사회복무 실태를 추적해 보도함으로써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운영 부실 사실을 환기시키는데 기여했다. 주거지와 근무지, 동료 등에 대한 집요한 현장 취재를 통한 사실 확인 노력이 돋보였다. 서울시의 실태조사 착수 등 파급효과를 낳은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KBS춘천의 <붉은 소나무의 비밀> 보도는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의 부실 실태를 입체적으로 짚어낸 수작이었다. 6개월 이상에 걸쳐 전국 20여개 시·군의 방제지 30여곳을 찾아다니는 등 땀의 흔적이 빛났다. 최근 5년간 전국 지방산림청 등의 산림사업 발주 및 수주 내역 6만4000여건을 1년 동안 전수 분석해, 산림조합의 수의계약 독식 실태도 폭로했다.
TBC의 <혈세 쏟은 DTL, 알고 보니 ‘의원님’ 왕국> 보도는 지역 토착 비리를 끈질기게 추적한 보도라는 점에서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대구시 예산과 택시회사 출연금으로 설립된 택시근로자복지센터(DTL)가 택시 기사들을 위한 복지는 뒷전인 채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배후에 현직 국회의원이 있다는 의혹을 줄줄이 파헤쳤다. 취재 범위를 넓혀가며 15건을 연속 보도한 점도 눈에 띄었다.
지역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부산일보의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보도는 지역 보도의 범주를 전국으로 확장한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환경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녹색채권이 그 취지와 달리 ‘그린 워싱’에 활용되고 있음을 파헤쳤다. 2018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33조5561억원 상당의 녹색채권 공시자료 361건을 전수조사한 노력 역시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인 울산MBC의 <바실라> 보도는 1300년 전 유라시아~신라 문명 교류를 탐사한 대작이다. 8세기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자 피루즈의 페르시아~신라 여정을 이란, 이스라엘, 인도 등 11개국 10만㎞를 따라가며 이슬람과 중국 등 기록의 교차 검증을 통해 확인했다. 4년간 기획, 촬영하고 국내외 40여명의 전문가 자문을 거치는 등 치열한 노력이 녹아들었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비상계엄의 밤을 각각 국회 본청 건물 외부와 내부에서 생생하게 담아낸 서울신문의 <국회 운동장에 내리는 계엄군> 보도와 연합뉴스의 <국회 본청 진입하는 계엄군> 보도 등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서울신문 사진은 기자가 계엄군과 경찰의 위협을 피해 화장실에서 전송하는 등 긴장감 넘치는 사진에 드러나지 않은 외적인 요소도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사진은 계엄군을 뒤따라 달려가면서 휴대전화기로 촬영한 장면들로, 계엄군과 국회 직원의 충돌을 타 매체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근접 포착했다.
심사위원회는 故김애린 KBS광주 기자의 생전 마지막 리포트인 <달팽이 붕어빵> 보도를 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광주 광산구가 지원해 문 열었던 ‘달팽이 붕어빵’ 노점이 주변 민원으로 곧 문닫은 사례에 주목해, 상생을 위한 노점 허가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보도였다. 김 기자는 GPS를 활용한 광주 붕어빵 지도를 만들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후속 기획을 준비 중이었으나, 지난해 12월29일 제주항공 참사로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나버렸다. 故김애린 기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