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사상 첫 대리 입영 적발 국민일보
사상 첫 대리 입영 적발
국민일보 박재현 기자
병역 문제는 공정성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입니다. 또한 저출생 여파로 군대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리 입영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라면 매우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재의 시작은 “강원도 쪽에서 대리 입영이 발생했다”는 한 마디 정보였습니다. 관할 수사기관, 육군 등을 취재한 결과 입대해야 할 병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리 입영’을 시도했고, 이미 3개월 간 군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1970년 병무청 설립 이래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공범이 자수해 범행이 드러났다는 사실은 병무청과 군의 관리 소홀을 지적할 수 있는 팩트였습니다.
병무청과 육군은 공범이 자수하기까지 대리 입영 사실조차 몰랐고 신체검사와 입대장병 인도 절차 등 신원확인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대리 입영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병무청은 보도 직후 입영 검사시 홍체인식 등 새로운 신분확인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재 과정은 어려웠지만, 운과 함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국민일보는 멈추지 않고 병역문제 등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를 끊임없이 추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KBS 김효신 기자
기자 혐오의 시대입니다. 취재 현장에서는 질문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말도 들립니다. 기자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나날이 도를 더해갑니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지낸 2년은 이보다 더했습니다. 멈춰선 건설 현장을 촬영하다가는 중국 사복 공안(경찰)에 붙잡혀 휴대전화를 뺏긴 채 차량 안에 4시간 동안 갇히기도 했고, 조선족 말살 정책을 취재하기 위해 연길에 갔을 때는 공안 3개 팀, 9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 중국에서의 취재는 점점 두려운 일이 돼 갔습니다.
한밤중에 첩보작전을 펼치듯 카페에서 만난 제보자로부터 ‘중국에서 반간첩법이 제정된 뒤 처음으로 우리 국민이 체포됐다’는 제보를 받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내 손으로 밝히고 싶다는 생각과 취재진도 체포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어지럽게 다툼을 벌였습니다. 국내였다면 몇 주 내에 끝냈을 취재가 다섯 달을 끌었습니다.
그나마 보도가 가능했던 건 취재진이 안전할 수 있도록 법률 자문을 아끼지 않고, 고비고비마다 힘을 보태준 한인 사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언론사와 로이터 등 해외 매체들의 인용 보도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이 수상을 계기로 사건의 결말까지 책임보도를 다짐해봅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한국경제신문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한국경제신문 조미현 기자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기획은 암호화폐 시장과 외환시장에 정통한 취재원의 제보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달러 가치와 1대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 대신 무역 결제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한국의 외환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전반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먼저 올해 들어 국내 5대 암호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된 스테이블 코인의 규모부터 파악했습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이 수치는 기획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사기나 범죄 영역에서만 바라보던 암호화폐의 일종인 스테이블 코인이 실물 경제와 글로벌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 직후 기획재정부는 대응 방안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직접 스테이블 코인 문제를 언급하며,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부 정책 변화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암호화폐 시장과 외환시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일반 독자도 이해하기 쉽게 쓰는 데 집중했습니다. 독자들께서 신문을 도중에 덮거나 스크롤을 빠르게 내리지 않으셨다면, 저희 팀에는 그것보다 더 큰 보람도 없을 것입니다.
망상, 가족을 삼키다 세계일보
망상, 가족을 삼키다
세계일보 조희연 기자
숨겨진 84명의 공동수상자가 있는 기사입니다. 8개월의 취재기간 중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취재할수록 지난한 문제라는 걸 체감했고, 자칫 잘못 보도할 경우 조현병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거나 잘못된 제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걱정이 커졌습니다.
취재에 적극 응해준 84명의 취재원 덕에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 당사자, 가족, 의료계와 법조계 전문가인 이들은 기획 취지를 듣곤 “정말 중요한 문제”라며 각자의 경험을 상세히 풀어줬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돌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장 잘 알고 있고, 개선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기에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그 절박함에 빚지며 취재를 이어갈 수록 취재팀 또한 절박해졌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돌봄 문제는 더 이상 한국사회 어딘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저희와 함께 울고 웃으며 대화한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였습니다. 이들이 안전하길 진심으로 바랐고,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지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기사가 보도된 5일간 정책 당국인 보건복지부가 아무런 개선책을 내놓지 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립니다. 귀한 상을 주신 덕에 기사가 조금 더 주목 받고, 중증 정신질환자의 돌봄 문제가 조금 더 알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민은 예매 전쟁, 공공기관은 특혜 예매-지역 이전 공…
시민은 예매 전쟁, 공공기관은 특혜 예매-지역 이전 공공기관 KTX 표 사재기
부산일보 김준용 기자
‘매주 난치병 치료를 위해 부산에서 서울행 KTX를 탑니다. 주말에는 입석을 타기도 합니다. 이 기사를 보니 두통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흔들리는 기차를 잡고 있던 기억이 스쳐갑니다.’
이 보도에 달린 댓글입니다. 마음이 무겁고 먹먹해졌습니다. 보도 직후 기사에 달린 댓글 수백 개를 모두 읽었습니다. 어떤 기사의 댓글보다 더 진정성 있는 자신들의 사연으로 댓글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불공정에 대한 성토였습니다.
처음 KTX 특혜 예매에 관한 이야기를 공공기관 직원으로부터 들었을 때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특혜인 KTX 예매의 다른 이름은 불공정이고 차별이었습니다.
수개월 간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는 기분으로 취재했습니다. 장벽도 많았습니다. 자신들의 특혜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공공기관은 어느 기관도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물어도 답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취재는 우회를 거듭했습니다. ‘그냥 그만할까’라는 생각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히 여론, 세상은 불공정에 누구보다 민감했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의 눈’을 믿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겠습니다.. 보도를 독려하고 아낌없이 격려해주신 김수진 편집국장과 최세헌 경제부장, 그리고 저를 믿고 보도를 기다려준 제보자 K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경기일보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경기일보 이지민 기자
2014년 탄성포장재 놀이터 바닥재를 사용한 인조잔디 운동장과 육상트랙에서 다수의 중금속이 검출되면서 유해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4년, 어린이 놀이터에서도 중금속과 PAHs(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면역체계가 아직 미흡한 어린이들의 활동공간이 가장 오랜 시간 유해환경으로 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5월부터 최근까지 41편의 기사로 연속 보도했습니다. 국회는 학교보건법,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경기도의회는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안전한 어린이 놀이터 조성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자체 유해성 검사를 진행했으며, 어린이 활동 공간 시설 개선 예산을 올해보다 6배 많은 60억원으로 증액해 어린이 놀이터 점검 및 전수 조사는 물론 검사 결과에 따른 교체까지 약속했습니다.
5월 시작된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기획 기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경기일보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앞으로도 관심을 두고 보도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경기일보 K-ECO팀이 오롯이 기획 기사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신 경기일보 임직원과 기자 선후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북한 오물풍선 사이로 이륙하는 비행기 경인일보
북한 오물풍선 사이로 이륙하는 비행기
경인일보 조재현 기자
우연히 본 오물풍선에 우연히 지나가던 여객기, 솔직히 운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멍하니 눈으로만 볼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사진기자입니다. 공간을 함축하고 이미지에 메시지를 담는 일을 하는게 제 일 중에 하나입니다.
머리로 계산하기에는 오물풍선의 이동방향은 불분명했고 여객기의 속도는 빨랐습니다.
감을 믿고 장망원 렌즈를 장착해 촬영을 했습니다.
셔터가 작동중인 카메라 뷰파인더에 순간적으로 여러개의 오물풍선이 모이고 그 사이로 여객기가 지나갔습니다. 그때의 짜릿했던 전율은 아직도 손가락에 남아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수상의 영광은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봤던 오물풍선이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어떤 피해를 입혔을지 모릅니다.
하다 못해 오물풍선 목격 전까지 취재했던 강화도 대남 스피커 피해 주민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축하의 기쁨은 뒤로 하고 더욱 분발하라는 채찍이라는 생각으로 아스팔트 위에 서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마지막으로 지금도 궂은 현장에서 땀흘려 현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께, 특히 우리 경인일보 선후배님들께 영광을 돌립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인터뷰 매일경제신문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인터뷰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기자
골방으로 숨은 작가를 애써 만나려는 모든 시도는 그의 적요를 부수는 일입니다. 골방의 자물쇠는 대개 안쪽에서 잠겨 있기 마련이고 어떤 열쇠가 진짜 열쇠인지를 찾지 못할 때 절망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기사만 그러할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기자분들이 발견되지 않는 열쇠를 찾아내려 자기만의 언덕을 오르는 중입니다. 삶이란 간절하게 열망할수록 실패로 귀결되는 반비례의 원칙으로 채워진 것만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노벨상 수상이란 우연적 요소가 겹쳐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성취가 예정돼 있지 않았던, 실패와 실패가 쌓여 이뤄진 결과란 것을요. 기자들은 실패의 발자국을 거울삼아 한 걸음씩 더 내디디려 하고, 그러다 우연과 만나면 ‘그 글을 세상으로 내보내도 좋다’는 약속을 받는 듯합니다. 그 시간을 버티고 계신 언론계 모든 선후배님들의 피땀에 경의를 표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한국기자협회와 늘 깊은 조언 주시는 손현덕 대표, 기꺼이 큰 지면 허락해주신 김대영 편집국장, 이 모든 과정을 동행해주신 전지현 선배(문화스포츠부장), 지면을 미학적으로 가꿔주신 편집부 선후배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누구보다도 잠시나마 골방의 문을 열고 목소리를 들려주신 한강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