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0),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0),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5달이 넘게 ‘취재’ 또 ‘취재’
5월 말 어느 늦은 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베이징 특파원 생활을 하며 알고 지내던 주재원이었다. “당장 만나야 한다”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거절할 수 없는 다급함이 느껴졌다. 일상적으로 중국 당국의 감시를 받는 특파원과 주재원의 특성상, 전화로 할 수 없는 중요한 이야기임에 틀림없었다. 자정이 다 된 시각, 집 근처 까페에서 그렇게 이 사건과 대면했다.
우리 국민이 중국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치소에 갇혀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동안 중국 반간첩법으로 인해 구속된 인원은 대부분 일본인과 미국인이었다. 우리 주중 대사관은 중국의 반간첩법 개정이 된 지난해 7월 이후 체포된 우리 국민이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런 배경으로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지인이 전달한 내용은 하나같이 놀라운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사법 체계와는 달리, 법원의 판단도 없이 우리 교민이 자다가 붙잡혀가 호텔에서 5달 동안 구금돼 있었다는 것이다.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에 강제로 가뒀고, 조사 과정에서 가족들과도 자유롭게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변호사의 조력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강압적인 조사가 계속됐다고 했다.
취재는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난항에 부딪혔다. 가족들이 전면에 나서길 거부한 것이다. 중국에서 간첩 사건을 전담하는 ‘중국 국가안보국’이 구속된 교민 가족에게 “언론에 알려지면 협상 없이 사법 처리 하겠다”고 윽박지른 탓이었다. 가족들로부터 취재 관련 자료와 증언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해 일단 구속된 교민의 주변에서부터 취재를 시작하기로 했다.
구속된 교민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일하다 2016년 중국 D램 반도체 회사 ‘창신메모리’로 이직한 인물이었다. 일단 창신메모리에 다녔던 한국인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분야 종사자들과 창신메모리가 위치한 중국 허페이시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듯 취재를 좁혀갔다. 건너 건너 어렵게 연락이 닿은 사람들은 한국 KBS 취재진과 통화한 사실만 알려져도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취재원들을 설득해 이 사안을 알만한 사람들의 연락처를 구하길 여러 차례, 이제는 중국을 떠나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의 주거지는 한국이지만 중국을 오가며 업무를 보거나 중국 관련 업무를 하는 상황이었다. 초기 접촉에서는 취재진에 대한 의심과 중국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보를 주길 꺼려했다. 여러 차례 설득을 통해 이 사안이 한-중 관계에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 그들의 증언이 구속 교민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자, 마음을 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 주기 시작했다. 주변 인물들로부터 구속된 교민과 관련된 녹취, 사진, 서류 등을 모으기 시작했다. 구속된 교민이 창신을 퇴직하고 다녔다는 제남의 반도체 회사 등 3곳도 같은 방법으로 주변 취재를 벌였다.
■보도는 취소했지만...취재는 계속됐다
5월 말 시작된 취재가 한 달여 진행되자 사건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폐쇄적인 중국의 특성상 작은 사실(팩트)를 하나 확인하는데도 상당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에 문의했다가는 취재진조차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도 취재가 길어지게 하는 장애물이었다. 한쪽 손과 발을 묶고 취재에 나선 것과 같은 답답하고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기초 취재를 마치고 방송을 준비하던 찰나, 이번에는 구속된 교민 가족들이 지인을 통해 했던 제보를 취소해달라고 통보해 왔다. 가족들은 처음 제보했을 때와 달리, 우리 보도로 인해 구속된 교민이 더욱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음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중국 허페이시 국가안전국이 구속된 교민의 편지를 전달한다며 그의 아내를 아파트 아래로 내려오게 해 그 길로 호텔로 데려가 3시간이 넘게 조사를 벌인 일이 가족들의 변심의 이유였다. 본인 동의 절차는 없었다. 제보자 가족들은 이 사건으로 인해 큰 충격에 빠졌다. 구속된 교민 뿐 아니라 두 딸과 아내... 가족들도 중국 공안 당국이 잡아넣고 조사할 수 있다는 공포심마저 든 것이다. 실제로 우리 보도가 나간 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때 교민의 안전을 취재진이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 깊은 고민 끝에 보도를 취소하는 데 동의했다. 구속 교민 가족들도 중국 공안 당국의 위협을 피해 한국행을 택했다.
보도는 취소됐고, 제보자 가족들마저 중국을 떠나 만날 수도 없게 됐지만, 이후로도 관심을 놓지 않고 가족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했다. 구금된 교민이 구속된 사실 등 수사 진행 상황을 중간중간 확인하고 사안별로 차곡차곡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장시간 제보자 가족들과 신뢰를 쌓아갔다. 가족들이 다시 보도를 결심했을 때 언제든 KBS 취재진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렸다. 한편으로는 자문 변호사를 구해 그동안 취재한 사안들을 논리적으로나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다듬어 갔다.
그렇게 기다리던 중. 10월 초 가족들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이제 보도를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가족들의 변심으로 보도가 한차례 취소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확실히 보도를 결정한 것이라면, 그동안 제공하지 않았던 구속 교민 관련 자료를 모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자료가 넘어온다면 가족들의 의지를 믿고 KBS도 끝까지 책임보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족들은 약속대로 중국 국가안보국이 발급한 서류를 포함해 구속 교민의 중국 회사 4곳의 재직 증명서, 녹취 등 많은 자료를 취재진에게 보냈다. 구속 교민의 재판이 이르면 11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재판 전에 우리 정부 당국의 대응을 촉구할 수 있도록 보도 시점을 10월 말로 잡고 마무리 취재에 들어갔다.
■반간첩법 사건 취재 과정에서 습득한 정보... 취재진도 ‘반간첩법’ 처벌 대상
그동안 취재진의 자체 취재로 취합한 정보와 가족들의 제공한 자료를 늘어놓고 자문 변호사와 함께 검토를 거쳐 보도에 활용할 팩트와 활용하면 안 될 팩트를 분류했다. 우리 보도로 인해, 인터뷰이는 물론 취재진까지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한국 내에서 생각하는 법적 다툼의 위험이 아닌, 실질적이고도 물리적인 위험이었다. 실제로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을 촬영하다, 중국 공안에 적발돼 4시간 가량 취재 차량 안에 갇히거나 취재 현장에서 여러 차례 공안에 쫓겨본 경험이 있는 우리 취재진으로서는 보도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보도 중 법률 용어나 중국 당국의 입장과 다른 내용이 나간다면 반드시 문제로 삼을 것이었다. 또 중국이 반간첩법을 지난해 개정하면서, 국가 기밀이 아닌 중국에 해를 끼치는 내용이 포함되기만 해도 구속해 조사할 수 있게 했다. 가족들로부터 일부 서류와 오디오 파일 등을 넘겨받은 취재진도 중국 ‘반간첩법’ 위반으로 조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는 많았지만 변호사 자문을 통해 구속 교민에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되거나, 취재진이 위험에 처할만한 내용을 걸러내면서 단어 하나, 문장 한 줄까지 뜯어보며 신중하게 원고를 작성했다. 이렇게 5달을 묵혔던 <단독 보도>가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10월 28일 KBS 9시 뉴스 첫 꼭지(톱 뉴스)로 [단독]“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과 [단독] 간첩 혐의 왜?…중국 반도체 정보 유출 의심 2꼭지를 보도했다. 보도가 나가고 10분도 되지 않아, 일간지 등 특파원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본사에서 KBS보도에 대한 사실 확인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특성상 자세한 사실을 밝힐 수 없었던 주중 한국대사관이 “KBS 보도 내용이 다 맞다”고 확인해주면서 조선일보, 동아일보, MBC, SBS를 포함한 국내 언론사 30여 곳이 해당 보도를 받아 썼다. 특히 조선일보는 1면에 싣기도 했다.
책임보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튿날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 들어가 “한국 교민이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 사안을 확인해 줄 수 있는지, 한국 정부와 협상하고 있는 지” 린젠 대변인을 상대로 직접 질문했다. 린 대변인의 입에서 “한국 국민이 반간첩법 위반으로 체포됐다”는 멘트가 나오면서, 2014년 중국 반간첩법 제정 이후 한국인이 처음으로 구속됐다는 KBS 보도를 중국 외교 당국도 사실로 확인해줬다.
이후 로이터와 AFP, 파이낸셜타임스, 인디펜던스, NHK,마이니치 등 세계 유수 언론사들 역시 해당 보도를 비중 있게 다뤘다. 외신에서 한국인의 첫 구속이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분석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외신들의 보도는 우리 취재진에게 단비 같았다.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기 때문에 취재진의 안전이 확보됐다는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KBS도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한-중 양국의 ‘반도체 인재 확보 전쟁’ 이 있었음을 밝히는 내용 등 여러 차례 속보 기사를 내보내며 이 사안의 본질을 다각도로 다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구속 교민의 재판 과정과 당국의 대응을 끈질기게 지켜보고 보도할 예정이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음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 없음.
조선일보는 같은 내용을 다음날 조간 1면 기사로 실었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매일경제, SBS, MBC 등 국내 대부분의 주요 언론사들이 주요 기사로 다뤘다.
KBS 단독보도가 나간 10월 28일부터 11월 6일까지 ‘중국 반간첩법 구속’ 키워드로 검색한 관련 국내 보도는 170여 건에 달했다. (언론진흥재단 보도 통계사이트 ‘빅카인드’ 기준) 현재도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등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더해 로이터와 AFP, 파이낸셜타임즈, 인디펜던스, NHK, 마이니치, TBS(도쿄방송), 중국 글로벌타임즈(인민일보 영자 신문) 등 해외 유수 언론들도 해당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중국 내에서도 SNS 웨이보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중국 내 관심도 상당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그동안 우리나라 ‘간첩법’은 적국을 ‘북한’으로 규정해 외국인 산업스파이 등을 처벌하는데 실효성이 적었다. 실제로 지난 8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2,3급 군사기밀을 중국동포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지만, 중국 국적이어서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KBS의 단독보도 이후 국민의 힘 한동훈 당대표는 개인 SNS에 해당 보도를 공유하며,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 ‘간첩법’을 실효성 있게 개정하자는 논의의 장을 열었다. KBS도 9시 메인뉴스를 통해 이런 분위기를 전달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해당 보도가 KBS 메인 뉴스인 ‘9시 뉴스’ 톱으로 방송, 내부에서는 취재 내용의 정밀성과 피해자 인권보호, 반론 확보까지 문제점을 찾을 수 없는 수작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또 보도 직후 로이터 등 해외 언론사들도 받아 보도해, KBS와 한국 언론의 위상을 국내외적으로 드높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7. 기타 고려사항
없음.
취재후기
(410회)“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KBS 김효신 기자
기자 혐오의 시대입니다. 취재 현장에서는 질문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말도 들립니다. 기자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나날이 도를 더해갑니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지낸 2년은 이보다 더했습니다. 멈춰선 건설 현장을 촬영하다가는 중국 사복 공안(경찰)에 붙잡혀 휴대전화를 뺏긴 채 차량 안에 4시간 동안 갇히기도 했고, 조선족 말살 정책을 취재하기 위해 연길에 갔을 때는 공안 3개 팀, 9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 중국에서의 취재는 점점 두려운 일이 돼 갔습니다.
한밤중에 첩보작전을 펼치듯 카페에서 만난 제보자로부터 ‘중국에서 반간첩법이 제정된 뒤 처음으로 우리 국민이 체포됐다’는 제보를 받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내 손으로 밝히고 싶다는 생각과 취재진도 체포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어지럽게 다툼을 벌였습니다. 국내였다면 몇 주 내에 끝냈을 취재가 다섯 달을 끌었습니다.
그나마 보도가 가능했던 건 취재진이 안전할 수 있도록 법률 자문을 아끼지 않고, 고비고비마다 힘을 보태준 한인 사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언론사와 로이터 등 해외 매체들의 인용 보도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이 수상을 계기로 사건의 결말까지 책임보도를 다짐해봅니다.
회차 심사평
제410회 전체 총평
제410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2개 부문 85편이 출품됐다. 정치·사회적인 이슈도 많았던 데다 연말을 앞두고 언론사별 중장기 기획들이 마무리되면서 출품작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8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늘어난 출품작만큼 좋은 기사들이 많았고, 수상작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나왔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사상 첫 대리 입영 적발>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기사는 국방이 ‘국민의 의무’로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 병역 관리시스템의 허술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970년 병무청 창설 이래 최초로 벌어진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일보는 병무청·육군의 신원확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공소장을 입수해 범행의 구체적 내용까지 밝혀냈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기사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도 호평이 이어졌다.
취재보도2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보도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의미 있는 보도였다. 일단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국가에 우리 국민이 반간첩죄로 구속되어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충격을 줬다. 여기에 기자의 신변조차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도 5개월 동안 끈질기게 취재를 이어간 점, 구속 당사자와 그 가족의 안전까지 고려해가면서 기사를 만들어 낸 점 등은 사안에 접근하는 기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보도였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의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보도가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사는 가상 자산인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무역 결제용으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만, 관리 부실로 한국 거시경제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특히 일반인에게는 낯선 암호화폐 관련한 기사임에도 읽어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풀어낸 것도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일보의 <망상, 가족을 삼키다> 보도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기사로 평가됐다. 10년간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받은 823건의 판결문 분석과 피해 가족에 대한 현장 취재는 정신질환자의 ‘망상 증세’로 인한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기에 충분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정신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다섯 가정의 사건을 분석, 네러티브 형식으로 풀어 쓴 방식 역시 이 기사를 한층 더 빛나게 했다는 심사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작(秀作)으로 꼽힌 부산일보의 <시민은 예매 전쟁, 공공기관은 특혜 예매-지역 이전 공공기관 KTX 표 사재기> 보도는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은 구하기 어려운 KTX 표를 공공기관에서는 코레일과 별도 계약을 통해 사재기를 해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특혜였다. 결국 이 보도로 코레일에서 공공기관에 주는 선 예매는 중단됐다. 부산일보 보도의 힘이었다.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기사였다는 점도 가산점을 받는 데 한몫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기일보의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경기일보 보도 후 경기교육청 자체 조사에서 79%의 어린이놀이터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됐고, 지역사회 파장이 상당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예산이 별도 확보되는 등 기관·단체의 대책 마련까지 끌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인일보의 <북한 오물풍선 사이로 이륙하는 비행기> 보도는 사진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 중인 기자가 북한이 남쪽으로 보낸 오물풍선을 목격하고, 비행기 이착륙에 지장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카메라 앵글에 오물풍선과 여객기를 함께 담았다. 순발력과 감각이 돋보인 사진이다. 여기에 국정감사에서 오물풍선으로 인한 여객기 순항 차질이 거론될 정도로, 뉴스로서의 영향력이 컸다는 점도 사진을 한 번 더 보게 만들었다.
전문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매일경제신문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인터뷰> 보도는 ‘특종은 준비된 기자만이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보도 사례였다.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시도했던 한강 작가와의 인터뷰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전날 성사됐고, 그래서 이 ‘기막힌 우연’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특종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운(運)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기자의 노력이 너무나 뜨거웠다. 한강 작가의 전(全) 작품을 다시 읽었고 그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던 모든 시간이 치열했음을 확인하면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사족 하나, 공적서를 읽고 감동받았다는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